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투명인간
도시의 뒷골목에서 사라 누나 통쾌한 복수 투명인간 주의보 트집마녀여 안녕 인체연구소장 왕기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생방송 작가의 말 |
노혜영의 다른 상품
이경석의 다른 상품
부스스 일어나 유리창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여기 있는 걸 누가 알겠어. 꿈이겠지.’ 그때 유리창 너머로 한 아이가 나타났다. 볼이 푹 패어 원래 모습을 알 수 없는 얼굴, 온몸에 피멍이 들어 흉측한 모습, 가만히 보니 바로 나였다. --- p.13 트집마녀가 그럭저럭 연기를 잘했는지 경찰은 조용히 돌아갔다. 나는 분노와 절망으로 치를 떨었다. 어떻게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면서 집 안을 뒤져 보지도 않고 갈 수가 있지? 현관문 앞에서 말 몇 마디 주고받으려면 경찰이 왜 온 건지 모르겠다. --- p.13 난간을 잡은 손이 힘없이 미끄러졌다. 절로 시선이 손으로 갔다. 한데 이상했다. 손이 안 보였다. 아니, 손목이 사라진 것이다. 트집마녀가 내 손을 어떻게 한 걸까? 팔을 흔들어 보았다. 팔이 흔들리는 느낌이 났다. 근처에 있던 걸레를 들어 보았다. 걸레가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다. --- p.15 내가 왜 투명인간이 되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빠는 늘 나를 괜히 낳았다고 했고, 트집마녀한테는 이유 없이 미움받고 맞았다. 처음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선생님이나 경찰도 관심을 가졌지만 이젠 모두 나를 잊었다.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존재로 살아갈 바에는 차라리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으로 살아가는 게 낫다. 누구에게 짐이 될 필요도 없고, 그 때문에 미움받을 필요도 없다. --- p.25 사라 누나가 신발장 서랍에서 박스 테이프를 들고 와 뿌드득뿌드득 소리 나게 풀었다. 그러자 영석이도 테이프를 들고 박박 뜯는 소리를 내며 다가섰다. 박스 테이프가 마치 아나콘다처럼 공중에서 혀를 날름거렸다. 사라 누나와 영석이는 테이프를 풀어 트집마녀 머리와 얼굴을 휘감았다. “아악, 난 찬언이를 죽이지 않았어. 지가 집을 나간 거야!” 트집마녀는 얼굴에 붙은 테이프를 잡아당기며 미친 듯 소리쳤다. --- p.76 “일각에서는 외계인의 출현이 아니냐는 입장과 투명인간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혹시 투명인간으로 의심되는 징후가 포착되면 즉시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앵커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대자 다들 투명인간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밤에는 집 밖에도 못 나간다며 손사래를 쳤다. --- p.85~86 |
투명인간 주의보? 어린이 인권 주의보!
‘인면수심’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주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가리킬 때 쓰인다. 몸도 마음도 자라는 중인 힘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그야말로 인면수심이라 할 만하다. 부모와 친척, 이웃 등 가까운 어른에게 어린이가 학대당하는 사건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크게 분노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해마다 1만 건이 넘는 아동학대가 신고되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잔인하고 악할 수가 있을까? 다시는 저런 행동을 못 하게 무거운 벌을 주어야 해.” 하며 다 같이 분노하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나 싶게 금세 잊어버리고 맙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투명인간 주의보》는 투명인간 판타지를 통해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고학년 동화로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때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뒤에 숨어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아동학대라는 사회 문제는 자연히 어린이 인권과도 연결된다. 이 책은 단순히 나쁜 부모, 못된 어른들을 비판하고 직접적인 교훈을 늘어놓으려 하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고 행복을 찾아가려 애쓰는 주인공들의 모험담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어린이 인권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동화이다. 《우리 반에 악플러가 있다!》, 《열두 살 내 인생의 헛발질》등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동화 작품을 꾸준히 써온 노혜영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글쓰기 지도를 하며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 온 작가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주의 깊게 살펴 왔던 저자는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불편한 얘기’에도 귀 기울이길 바란다고 말한다. 투명인간 아이들의 통쾌한 모험담이 시작된다! 창고에 갇힌 채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학교에 가지도 못하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찬언이는 자신의 손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곧 몸 전체가 투명한 ‘투명인간’이 되어 버린 찬언이는 자신을 학대하던 ‘트집마녀’의 손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어른들에게 학대당한 아이들이 투명인간이 되었다. 동화 《투명인간 주의보》는 이렇게 시작된다. 찬언이가 만난 또 다른 투명인간인 영석이와 사라도 부모 때문에 고통받던 아이들이다. 세 아이는 어른들에게 학대받으면서 사회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선생님, 의례적인 확인만 하고 돌아서는 경찰,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해 선뜻 참견하려고 하지 않는 주변 어른들, 이렇게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아이들은 마치 존재 자체가 지워진 듯 취급당한다. 아이들이 그 존재가 희미해지다 못해 투명인간이 되어 버린다는 발상은 흥미롭지만 서글프기도 하다. 창고에서 나와 저녁 공기를 들이마시는 찬언이의 해방감은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들의 모험담은 투명인간을 이용하려는 나쁜 어른들과 트집마녀를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고, 투명인간 바이러스에 대한 오해를 풀고 아동학대를 고발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우정을 나누고 꿈을 발견하고 좋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담고 있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긴박감 넘치는 에피소드가 계속해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투명인간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유머가 넘실대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경석 화가의 재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도 이야기에 활기를 더한다. 《투명인간 주의보》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추는 동시에 희망과 용기에 관해 이야기하며, 어린이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상상력과 생각할 거리를 함께 안겨 줄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