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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옥한 문학적 토양을 채우는 작가들
벤 소힙 우스따자 눙의 집을 파는 사람들 콘도르와 아홉 번째 희생자의 저주 나스룰 마르하반의 죽음과 추도에 관한 이야기 쪽 사위뜨리 바루니, 천국에 이르는 다리 익사까 바누 힌디아에 작별을 고하며 두 검의 무대극 모나 실피아나 속죄의 동화 미지의 땅은 없다 마지막 얼굴 젠 하에 붉은 사발 까마귀 아 에스 락사나 우리는 어떻게 네덜란드인 등을 피했나 신, 비를 부리는 자, 그리고 무승부 싸움 자바 왕의 귀를 자른 전령 린다 크리스딴띠 마지막 파티 네 번째 무덤 유시 아피안또 빠레아놈 엘레나와 ‘황금 족제비’의 계략 인딴 빠라마디타 사과와 칼 스노 레드 클라라 응 달과 빨간 저고리를 입은 마술사 노스트라 세뇨라 델 로사리오의 교회 종 거미 옮기고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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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정책’이 화두가 된 시점에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인도네시아 번역 단편집을 출간하게 되어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 문학이 해외에 소개됨과 동시에 외국의 문학도 우리가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인도네시아 문학을 접하고,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동안 혼자 누려오던 특권을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혼자 먹던 맛있는 쿠키를 나눠 먹게 된 심정이다. 특정 국가의 문학에 대하여 우수하다 혹은 그렇지 못 하다라고 판단할 일반적인 근거는 없다. 그것은 작품을 접해본 사람만이 느껴볼 수 있는 특권이다.
--- 「서문」중에서 바루니는 깜짝 놀랐다. 남동생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다. 꿈속에서도 그렇다. 바루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남동생은 평소 아침에 습관적으로 하던 일을 기억해 낸 것이 틀림없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동생은 바루니에게 공상에 너무 빠지지 말라고 말하곤 했다. “남기지 말고 다 먹어. 내가 새벽부터 요리한 거야.” --- 「바루니, 천국에 이르는 다리」중에서 “당신은 이곳의 자연이나 사람들과 하나가 된 것 같군요. 그들도 당신을 좋아하고요. 당신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순수하고 진실하겠지요.” 내가 말했다. “그러나 하인들을 부리는 시대는 곧 끝날 겁니다. 미국은 식민주의에 대한 반감을 점점 더 드러내고 있어요. 또한 여기서 휘몰아치는 변화를 외부 세계가 모두 감시하고 있고요. 우리가 3백 년 넘게 이 나라에서, 누군가의 말로는 이 나라의 심장을 파먹으면서, 지배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의 교섭 지위는 악화되고 있어요. 네덜란드령 동인도 제도는 결코 부활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가 민족주의자인 토착민들에게서 그것을 되찾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말입니다.” --- 「힌디아에 작별을 고하며」중에서 하지만 후신의 마음속을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동화였다. 세월이 흘러 육신은 늙어 가도 이야깃거리는 죽지 않았다. 매일 아침 새 이야기 감이 거기서 기다렸다. 초록색 쓰레기통을 타고 머나먼 나라로 항해하는 소년 이야기, 죽음의 세 천사를 속인 소녀 이야기, 고추 한 줌과 소금 한 냄비가 비법인 요리사이자 구루 이야기, 너무 오래 살아서 기억력이 없는 노파 이야기, 서로 미워하는 두 애인 이야기……. --- 「달과 빨간 저고리를 입은 마술사」중에서 놀랍고도 고마운 마음으로 짱끄리만은 가리핀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무엇보다 그의 관심을 끈 것은 그 남자의 날개였다. 이 날개를 달고 날아가면 양팔을 아래위로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그것은 그가 항상 달았던 수제 날개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진짜 날개와 비슷했다. 두 날개는 남자의 어깨뼈에 붙어 있었고 무릎까지 내려온 긴 적갈색 셔츠가 그것을 덮고 있었다. 석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가지런한 깃털은 거리를 살금살금 기어다니기보다는 날아다니는 데 더 적합해 보이게 했다. 외모로 보자면 가리핀은 새든, 신이든, 천사든 어쨌든 자신보다 더 그럴듯한 인물 아닌가? --- 「까마귀」중에서 비를 부리는 자의 재능을 깨달은 뒤 처음으로, 그는 신이 엉터리 재능을 주었다고 느꼈다. 구름을 다룰 수는 있어도 미모의 아가씨가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도 그녀가 무척 가깝게 느껴졌다. --- 「신, 비를 부르는 자, 그리고 무승부 싸움」중에서 엘레나를 본 순간 그는 심장이 뛰었다. 그날 밤 그녀는 헐렁한 흰 셔츠와 진 바지, 검정 가죽 부츠 차림이었다. 이전 홍수림 기금 행사에서는 본 적 없는 여자였다. 그 단순한 차림새가 도니에게는 아찔하게 느껴졌다. ‘이거 위험한데. 첫눈에 사랑에 빠지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겁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앞서 몇 달간 발휘한 유려한 말솜씨가 갑자기 싹 사라졌다. 그녀를 클로즈업해서 촬영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신경 쓰여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 「엘레나와 ‘황금 족제비’의 계략」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