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손
발 귀 입 눈 머리 심장 작가의 말 |
주원규의 다른 상품
|
서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온전히 보존된 한 구의 사체가 아니었다. 잘린 손, 그 하나였다. 손은 사람의 것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웠다. 흡사 밀랍으로 빚어진 느낌이었다. 부검대 위에 놓인 잘린 손을 보며 서희의 머릿속은 아득해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제대로 실감되지 않았다. 잘려 나간 사체의 일부가 주는 충격과 함께여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 pp. 15~16 “지문을 지울 정도로 철저히 신분을 감추고자 했던 손에 반지가 끼워져 있다는 사실이 이상합니다.” “반지가 끼워진 채로 발견됐나요?” “예.” “…….” “그래서 저는 정상훈 씨를 더더욱 이 손의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째서요?” “반지를 통해, 뭔가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 p. 20 정확히 네 명이 죽었다. 서울 시내 곳곳,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살해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추락사를 가장한 사고,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사체 수습조차 어려운 피해자도 있었다. 사건의 단선적 나열만으로 볼 때 공통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네 명의 피해자에겐 피하기 어려운 공통점이 있었다. --- p. 23 “우성 조선 직장 폐쇄와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해산을 주장하신 분이 김 의원이셨습니다.” “아버지가요?” “더 이상 이곳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신 거겠죠.” 서희는 다시 한 번 파업 현장 내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혼재되고 산발적인 외침이었지만, 그중에서 또렷하게 들려오는 한마디가 충격적인 여운으로 남았다. ‘변절자의 딸, 들어와 백배 사죄하라.’ --- p. 49 어느 순간부터 피의자들을 심문할 때,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었다. 눈빛, 사람의 눈빛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머릿속과 입은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변장이 가능하지만 눈빛은 그럴 수 없었다. 민서는 지금 여자의 눈빛이 피할 수 없는 진실 앞에 호소하고 있다는 느낌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다. --- p. 104 “정 연구원님은 독자적인 연구를 하셨어요. 이를테면 팀 프로젝트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프로젝트를 연구하셨죠.” “어떤 연구죠?” “생화학 물질에 관계된 연구였는데, 그 이상은 모르겠어요. 아마 다른 연구원들도 잘 모를 거예요. 알아도 잘 알려주지 않을 테고.” “어떤 약품인지 알 수 있을까요?” “COCI2.” “예?” “사린이라고 들어보셨어요? 몇 년 전 일본의 한 신흥종교 단체가 지하철에 살포한 것으로 유명해진 화학물질이죠.” --- p. 144 선 자세로 목을 매단 채 죽어 있는 길승호의 발 아래로 핏방울이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민서는 핏방울이 떨어지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발밑에서 길승호의 몸으로 시선을 이동했다. 황토색 수의를 입은 길승호의 몸은 정갈하리만치 깨끗했다. 문제는 길승호의 얼굴이었다. 그중에서도 그의 두 눈. --- p. 204 |
|
도심에 전시된 일곱 토막 난 시신
누가. 왜. 그들을. 죽였는가? 광화문 광장에서 발견된 잘린 손, 난자당한 시신 옆에 놓인 의문의 발, 현직 국회의원 앞으로 배달된 전남편의 귀와 입, 호텔에서 발견된 훼손된 시신의 사라진 머리……. 도심 한복판에서 토막 난 신체의 일부분이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서울 광역수사대 강력계 형사 주민서는 이번 사건이 최근 자신이 조사하고 있는 사망사건―한 조선소에서 열 명의 직원이 한날한시에 한꺼번에 사망한 사고―과 연관성이 있음을 강하게 확신하고 탐문 수사를 시작한다. 정확히 네 명이 죽었다. 서울 시내 곳곳,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살해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추락사를 가장한 사고,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사체 수습조차 어려운 피해자도 있었다. 사건의 단선적 나열만으로 볼 때 공통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네 명의 피해자에겐 피하기 어려운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CS 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이란 사실이었다. _23쪽 의문의 교통사고로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 김승철 의원을 대신해 해능시 지역구 보궐선거에 당선된 김서희는 선거 당일 강력계 형사 주민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광장에서 절단된 채 발견된 손이 전남편 정상훈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CS 화학 수석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조선소가 들어서 있는 해능시에서 민관 합동으로 진행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남편 정상훈이, 아버지의 교통사고가 있었던 날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희는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의문을 품게 된다. 경제, 정치, 종교 권력의 부조리한 야합을 파헤친다 우리는 한 번이라도 인간이었던 적이 있는가? 미궁에 빠진 사건을 뒤쫓던 주민서 형사는 사건의 희생자들이 하나의 거대 기업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과 그 뒤에는 권력 이상의 추악한 욕망이 뒤엉켜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그 거대하고 견고한 장벽 앞에서 주민서 형사는 다시 한번 진실을 확인하게 된다. “진실은 법과 원칙 그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확인하거나 폭로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법과 원칙의 프레임 너머에 있다는 사실까지도.”(220쪽) 선언하는 인간, 저주의 상징이 된 반인간(反人間)은 오늘의 우리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저주하여 우리의 숨 막히는 현실을 이야기하려는 것일지도. 과연 이 지독한 독설을 남기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이 끝없는 유예로 남아 있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스스로 인간이기 위해 반인간을 선언하는 이야기에 대해 말입니다. _작가의 말 도심에 전시된 일곱 토막 난 시신이 말하고자 하고, 밝히고자 하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손’ ‘발’ ‘귀’ ‘입’ ‘눈’ ‘머리’ ‘심장’처럼 분절된 이야기들은 서로의 연결 지점들을 찾아가며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반전의 결말에 도달한다. 이러한 결말을 통해 작가는 ‘인간’과 ‘반(反)인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비애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은 깊이 있는 주제와 치밀한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기업 윤리와 경제 시스템, 정치와 종교가 얽혀 있는 첨예한 사회 문제를 파헤친다. 뿐만 아니라 왜곡된 욕망이 투영된 종교 집단의 부패를 신랄하게 보여주며 종교 본연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