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꿈을 찾아 떠나는 길, 열하
압록강을 건너 청나라로 마음의 눈으로 보아라 벽돌로 쌓은 성 밤마다 사라지는 나리 에구머니나, 괴물! 기와 조각과 똥 덩어리 적은 내 안에 있으니 고려보에서 생긴 일 글이야 배우면 되지 황제를 찾아가는 길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며 나리 대신 말을 타고 열하에 들어서다 걸어가는 만큼 넓어지는 세상 『열하일기』에 대하여 |
강민경의 다른 상품
朴趾源, 호 : 연암
박지원의 다른 상품
최현묵의 다른 상품
|
“집의 기초가 벽돌이니, 벽돌을 든든히 구워 놓으면 집이 거의 다 완성된 것이지. 사람도 기초도 단단히 만들어 두면 다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란 말이다.”
이번엔 창대가 나리의 말꼬리를 잡았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벽돌이란 무엇입니까?” 나리가 창대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기특해하는 눈빛에 창대는 마음이 녹녹해졌다. “꿈이다. 스스로를 잘 알고, 그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간직하는 것이 사람에게 벽돌 만드는 일이 아니겠느냐.” 나리의 말에 창대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또 꿈 얘기였다. 지난번 나리가 꿈을 물었을 때 제대로 답을 못해 가슴이 답답했었다. 꿈만 가지면 다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라는데, 꿈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 휘황찬란한 집을 다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데, 창대는 도무지 꿈이 무엇인지 어떤 꿈을 가져야 하는지 막막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는 일. ---「벽돌로 쌓은 성」 “이제야 정신이 좀 맑아지고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구나. 그래, 뭐 새로운 것은 없더냐?” 나리의 말에 장복이 냉큼 대답했다. “아까 몽골 사람이 낙타 두 마리를 끌고 가던뎁쇼.” 낙타라는 말에 나리가 허리를 벌떡 세우며 물었다. “뭣이? 낙타? 어찌 나를 깨우지 않았느냐?” 나리는 낙타를 찾아보려는지 목을 길게 빼고 허리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낙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흔들고 불러도 나리가 깨시지 않는 걸 어쩝니까? 코 고는 소리는 천둥치듯 했고, 입으론 파리가 드나들어도 모르시던걸요. 쇤네도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이라 잘은 모르지만 낙타라는 것 같긴 합니다.” 창대가 볼멘소리로 대꾸하자, 나리는 더 이상 나무라지 못하고 애타는 눈빛으로 창대에게 허리를 바싹 숙였다. “그래, 그 모양이 어찌 생겼더냐?” 창대는 나리가 보지 못한 걸 자기가 봤다는 것에 우쭐해져, 본대로 상세히 말했다. “글쎄요,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요. 몸뚱이가 말 같아 말인가 하면 굽이 두 갈래이고, 꼬리는 소 같아 소인가 하면 머리에 뿔이 없으며, 얼굴이 양 같아 양인가 하면 털이 꼬불꼬불하지 않은 데다 등에는 봉우리가 두 개 솟았으며, 머리를 쳐들면 거위 같기도 하고, 눈은 뜨긴 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같았습니다요.” 창대의 설명에 나리는 무릎을 치며 한탄했다. “과연 낙타로구나.” ---「에구머니나, 괴물」 “나리! 저 같은 천민도 저런 똥오줌이나 깨진 기와 조각처럼 쓸모가 있을깝쇼?” (중략) 창대는 나리의 대답이 너무나 궁금했다. 혹여 똥오줌보다 못할까, 깨진 기와 조각보다 쓸모가 없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창대가 느끼기엔 한 식경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똥과 기와 조각은 사람의 손길에 따라 쓰임새가 정해지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는 게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어찌 다른 사람의 손길만 기다리겠느냐? 스스로 쓰임새를 찾는다면 어찌 똥오줌이나 깨진 기와 조각의 쓰임새에 비하겠으며, 그렇지 못하다면 그야말로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개똥보다 못할 것이니라.” “에이, 그게 뭡니까?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명확히 대답을 해 주셔야지요.” 장복이의 응석에 나리는 다시 한 번 꼬집어 말하였다. “스스로의 가치는 스스로가 매기는 게야. 다른 사람에게 맡길 것이 아닌 게야.” ---「기와 조각과 똥 덩어리」 “난 조선에서 가장 말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거다.” “에이!” 장복이는 김이 새는지,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숨기지 않았다. “고작 되고 싶다는 게 말을 사랑하는 사람이냐? 그까짓 것은 굳이 되고 싶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거 아니냐? 어차피 너와 난 평생 말고삐를 잡고 살 것들인데.” 창대는 서서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말고삐를 잡는 사람이 아니라 말이 좋아서 고삐를 잡는 사람이 될 거야. 말에 대해서 공부도 많이 할 거고. 조선에서, 아니 중국을 통틀어서도 말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될 거란 말이다.” 창대의 다부진 표정과 말투에서 결심이 느껴졌는지, 장복이도 더 이상 비웃지 않았다. ---「걸어가는 만큼 넓어지는 세상」 |
|
시대를 초월한 지식의 저장소, 『열하일기』를 다시 쓰다
우리 고전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작품은 무엇일까. 저마다 꼽는 작품이 다르겠지만, 그 가운데 연암 박지원의 작품이 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당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베껴가며 읽을 만큼 인기가 많았고 사회적 파급력도 상당했지만 지금 사람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학교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호질」「허생전」 등이 실려 있는 『열하일기』는 단연 발군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박지원이 청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와 3년 동안 정성을 쏟아 집필한 이 여행기는, 단순히 여정과 감상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과 철학, 세계관을 총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치에도 불구하고 한문으로 쓰인데다 분량 또한 방대하여 일반 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더욱이 아이들이 읽을 만한 아동용 텍스트가 부재하여 아이들은 읽을 수 없는 옛날 책에 불과하였다. 이에 작가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방대한 『열하일기』를 과감하게 추려 새로 엮고,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시 꾸렸다. 다른 듯 같게, 같은 듯 다르게 『장복이, 창대와 함께하는 열하일기』는 박지원의 『열하일기』이면서 또 아니기도 하다. 연암 박지원의 시선이 아닌 그와 함께했던 마두 창대와 하인 장복이의 눈에 비친 새로운 세상 이야기이다. 엄연히 기록 속에도 존재하는 이들은, 실제 연암과 5개월여 동안 동고동락했던 인물로 『열하일기』의 또다른 주인공들이다. 작가는 지금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들의 눈과 귀와 발을 빌려, 조선에서 청나라의 수도 연경, 연경에서 청나라 황제의 생일잔치가 열리는 열하까지의 여정과 감상을 풀어낸다. 청나라의 번성한 거리, 태어나 처음 만난 낙타, 멋진 담벼락으로 변신한 깨진 기와조각 등 조선에서 만나지 못한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보기 위해서는 밤을 새우는 일도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는 연암의 열정적인 모습이 생생하다. 한국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아동문학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강민경 작가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시 쓴 이 책은, 원전을 따랐으나 같지 않고, 다르지만 연암이 전하고자 했던 뜻은 오롯이 되살려 내었다.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 장복이와 창대는 당시 가장 미천한 신분 계급에 속해 있었다. 그들은 그저 주어진 일로 하루하루를 보낼 뿐, 글을 깨친 적도 없고 남다른 꿈을 가져본 적도 없다. 이런 두 사람이 연암과 함께 길을 걷고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변화한다. 청나라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오랑캐 나라라는 편견을 버리게 되고, 미천한 신분에다 글도 모르기에 꿈이 없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이가 조금씩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꿈을 키우게 된다. “모든 길을 다 밟을 수는 없으니, 가슴으로라도 밟도록 노력해야지. 그래야 네 세상이 넓어지는 게야.”라는 연암 나리의 말을 가슴에 담으며, 장복이와 창대는 진짜 새로운 세상으로의 첫 걸음을 내딛는다. 연암의 ‘열하일기’가 절묘한 풍자와 해학으로 시대를 성찰하였다면, 장복이와 창대의 ‘열하일기’는 나를 되돌아보고 나의 꿈을 되새기게 한다. 마두라는 천한 신분도 글을 모른다는 것도 꿈을 꾸고 키우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창대의 깨우침은, 이제 막 자신만의 꿈을 꾸기 시작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한국고전번역원의 “우리 고전 재미있게 읽기” 시리즈 우리 고전의 번역과 연구를 선도하여, 고전의 가치를 현재에 되살려내는 최고 번역 기관의 어린이를 위한 고전 도서 기획 발간했다. 필독서이지만, 원전의 난해함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우리 고전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시 쓰고, 새롭게 읽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