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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의 비극
이병주 문학 기행
이병주
바이북스 201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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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스페인 내전의 비극
2. 아무래도 프랑코는 악이다
3. 세상에 그럴 수가
4. 톨레도 그리고‘死者의 골짜기’
5. 和性으로 기적 이룩한 곤살레스

저자 소개 1

李炳注, 호: 나림

현대사의 이면을 파헤쳐온 '한국의 발자크' 소설가 이병주는 1921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하였다. 일본 메이지대학 문예과와 와세다대학 불문과에서 수학했으며, 진주농과대학과 해인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부산 『국제신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지냈다. 1944년 학병으로 소집되어 중국 쑤저우蘇州의 일본군 수송대에 배치되었다가 일제 패망 뒤인 1946년 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1948년에 진주 농과대학과 해인대학(현 경남대학)에서 영어, 불어, 철학을 강의했다. 마흔네 살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92년 타계하기까지 27년 동안 한 달 평균 1만여 매를 써내는 초인적인 집필활동으
현대사의 이면을 파헤쳐온 '한국의 발자크' 소설가 이병주는 1921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하였다. 일본 메이지대학 문예과와 와세다대학 불문과에서 수학했으며, 진주농과대학과 해인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부산 『국제신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지냈다. 1944년 학병으로 소집되어 중국 쑤저우蘇州의 일본군 수송대에 배치되었다가 일제 패망 뒤인 1946년 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1948년에 진주 농과대학과 해인대학(현 경남대학)에서 영어, 불어, 철학을 강의했다. 마흔네 살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92년 타계하기까지 27년 동안 한 달 평균 1만여 매를 써내는 초인적인 집필활동으로 80여 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진실을 추구하는 기개와 용기를 지닌 사관史官이자 언관言官이고자 했던 언론인으로서의 오랜 경험은 그의 문학정신의 튼튼한 자양분을 이루며 한 시대의 '기록자로서의 소설가', '증언자로서의 소설가'라는 탁월한 평가를 받게 했다. 또한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공간, 남북의 이데올로기 대립, 6·25동란, 정부수립 등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작가의 개인적 체험은, 한 지식인으로서 누구보다 우리 역사와 민족의 비극에 고뇌하게 했고 이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킨 동력이 되었다.

1965년 「소설·알렉산드리아」를 『세대』에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이어진 「관부연락선」「지리산」「산하」「소설 남로당」「그해 오월」 등의 대하장편들은 그러한 작가의 문학적 지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구성으로 소설문학 본연의 서사성을 이상적으로 구현하고, 역사에 대한 희망,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시선으로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그의 문학은 역사의식 부재와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오늘날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문단을 문학 저널리즘이라고 봤을 때 저널리즘을 타기 전 습작 시대가 없었다고 말한다. 습작일 수밖에 없는 작품마저도 모조리 발표해 버린 것이다. 이는 그가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경위부터 살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1955년 우연히 부산에 놀러갔다가 부산일보의 편집국장과 논설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에 의해 "이 교수가 한번 써보라"는 권유에 취중의 호기로 대답한 것이 [부산일보]에 연재한 첫 소설 『내일 없는 그 날』을 쓰게 된 동기였던 것이다.

그는 애초에 소설을 쓰려는 마음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가 작가가 되기 전까지의 시기를 더듬어 볼 때 그가 소설가가 된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가 나라를 통치하던 시절로부터 해방공간을 거쳐,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 및 체제 대립과 6.25동란 그리고 남한에서의 단독정부 수립 등, 온갖 파란만장한 역사의 굴곡을 지나오면서 한 사람의 지식인이 이렇다 할 상처 없이 살아남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한 다산한 작가로도 대표할 만하다. 1965년 중편 『알렉산드리아』를 「세대」에 발표함으로써 등단한 후 1966년 『매화나무의 인과』를 「신동아」에 발표했다. 1968년에는 『미술사』를 「현대문학」에 발표하였으며, 『관부연락선』을 「월간중앙」에 연재하였다. 1969년에는 『쥘 부채』를 「세대」에, 『배신의』 「부산일보」에 발표하였다. 1970년에 『망향』을 [새농민]에 연재하였으며, 1971년에는 『패자의 관』을 발표하고, 『화원의 사상』과 『언제나 그 은하를』을 연재하였다.

1972년에는 단편 『변명』과 중편 『예낭 풍물지』, 『목격자』 발표하였으며, 장편 『지리산』을 「세대」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1973년 수필집 『백지의 유혹』이 간행되었으며, 1974년에 중편 『겨울밤』 『낙엽』을 발표하였다. 1976년 중편 『여사록』, 『망명의 늪』, 단편 『철학적 살인』을 발표하였다. 1978년 『계절은 끝났다』 『추풍사』를 발표함과 더불어 『바람과 구름과 비』를 「조선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1979년『황백의 문』, 1980년 『세우지 않은 비명』, 『8월의 사상』을 발표하였다.

1981년에는 『피려다 만 꽃』, 『허망의 정열』 『서울 버마재비』, 『당신의 성좌』를 발표하였다. 1983년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 『소설 이용구』, 『우아한 집념』, 『박사상회』를 발표하였다. 1984년 장편 『비창』을 간행하였고, 1986년 『그들의 향연』, 『무덤』, 『어느 낙일』을 발표하였다. 1987년 『소설 일본제국』, 『운명의 덫』, 『니르바나의 꽃』, 『남과여―에로스 문화사』를 간행하였다. 1989년 『소설 허균』, 『포은 정몽주』, 『유성의 부』, 『내일 없는 그날』을 간행하였고, 1990년 장편 『그를 버린 여인』을 간행하였다.

이렇듯 끊이지 않는 작품 활동을 해 오는 동안 1977년 중편 『낙엽』, 『망명의 늪』으로 한국문학작가상과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84년엔 장편 『비창』으로 한국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92년 『소설 제5공화국』 집필 중 지병으로 타계했다. 2008년에는 그의 출생지인 경남 하동군에 '이병주 문학관'이 개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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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08g | 130*190*20mm
ISBN13
9788992467759

책 속으로

무에르타 델 솔에서 마요르 광장으로 빠지는 골목은 굴곡이 심하고 좁다. 그 골목의 좌우엔 중세 마드리드의 정취가 풍기는 술집이 즐비하다. 굳이 비유하면 무교동의 대폿집과 비슷하다고 하고 싶지만 격식이 다르다. 줄잡아 2~300년의 연조를 가진 그 술집들에선 고야,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내란 전 내란 초엔, 말로, 헤밍웨이, 더스 페서스, 스펜서, W. H. 오든 등도 이 근처의 술집에서 흥청거렸을 것이니 말이다.

우리에겐 희망도 없고, 장래도 없는 것이란 비애가 솟구쳐 올랐다. 이런 엄청난 죄, 이런 흉포한 짓을 과거에 깔아놓고 그 민족이 무엇을 믿고 무엇을 하자고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전쟁에서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것도 나라의 대죄(?Z)인데 무저항한 국민을 이처럼 학살하고 배겨낼 수 있는 일일까. 나는 심각하게 조국의 부재(?:)를 느꼈다.

그런데 그 최종국 군이 죽은 것이다. 나는 스페인을 생각하면 최종국 군을 상기하고, 최종국 군을 회상하면 스페인을 상기하고 곤살레스를 뇌리에 그린다. 곤살레스의 머리칼은 숱이 많고 검다. 최 군의 머리칼도 숱이 많고 검었다. 얼굴마저 비슷한 데가 있었다. 푸에르타 델 솔의 비좁은 골목엘 찾아들면 어쩌다 최종국 군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있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소년 시절에 만난 스페인, 지식인으로 다시 만나다
“역사는 과연 정의의 편인가. 그렇다면 우리의 처지나 스페인의 처지나 중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양상은 부조리한 것이 아닌가. 원래 역사가 부조리하고 세상이 부조리한 것이라면 그 부조리를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이병주는 소년 시절 심취했던 앙드레 지드를 통해 스페인 내전을 알게 되지만 우리의 3·1 운동이 실패했듯이 스페인 내전이 프랑코가 이끄는 파스시트의 승리로 끝나게 되면서 역사에 대한 회의가 싹트게 된다. 이러한 스페인을 박정희 대통령이 죽은 후인 1980년에 방문하면서 독재자 프랑코의 죽음 이후 변화하는 스페인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한 지식인의 감상적 소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는 중요한 체험이다.

보수와 진보의 한판 승부였던 대선의 여진이 남아 있는 우리에게 수많은 예술가들의 가슴 절절한 일화가 담겨 있는 스페인 내전과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는 한국 전쟁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이 여행기는 진정한 힐링이 될 것이다.

스페인에서 발견하는 우리 현대사
“프랑코에 대한 찬양은 주로 그의 경제 정책에 대한 것이다. 어쩌면 박정희 대통령을 찬양하는 사람들의 의견과 그 내용이 그렇게 닮았을까 하고 나는 놀람을 금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팽팽히 맞선다. 그런데 우리는 스페인에서 우리와 똑 닮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당대를 지배하던 이데올로기의 대리전으로 참혹한 피해를 안긴 내전을 겪은 후 군부 독재로 인한 인권 탄압과 경제 성장이라는 명암이 공존하다는 것은 스페인을 보는 것이 곧 우리를 들여다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이기에 자유롭고 공정하지 못했던 시각이 이역만리의 역사를 바라봄으로써 ‘아무래도 프랑코는 악이다’라는 제2장의 제목처럼 바른 역사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여행기를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다시 읽는 것은 중요하다. 단순히 한편의 주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대할 땐 선의 씨앗을 찾고 선을 대할 땐 악의 씨앗을 찾아 내린 결론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특히 보도연맹 사건과 같이 우리가 진실을 밝히고 반성하는 것을 통해 극복해야 할 비극을 지근거리에서 증언하는 이병주의 목소리는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재자도 막을 수 없었던 예언자
“우나무노는 우리 스페인의 자랑입니다. 우나무노만 생각하면 용기를 얻게 되지요. 우리 마드리드 대학에선 교수는 물론이고 학생들도 모두 우나무노의 용기를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능한 독재자 프랑코도 우나무노를 숭배하는 스페인 사람의 감정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스페인의 68세대를 대표하는 철학자 우나무노는 상당수의 지식인들이 인민전선을 지지하는 것에 반해 교회에 대한 만행을 이유로 인민전선을 반대했다. 그러나 권총의 위협 앞에서도 ‘조리( )의 철학’을 강론한 우나무노는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렇듯 누구에게나 존경받을 만한 보수주의자가 있는가? 스페인 소장 학자의 같은 질문에 “너무나 존경할 사람이 많기 때문에 꼭 한 사람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옹색한 변명을 했던 이병주처럼 아직 우리는 그런 사람을 갖지 못했다.

우리는 이 여행기가 이미 지나간 이국의 풍경을 전하는 감상적인 글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각성을 요구하고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날카롭게 찌르고 있는 글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잔인한 사형 집행으로 공포 정치를 했던 프랑코마저도 금지시키지 못했던 우나무노의 삶과 그에 대한 존경을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다.

잃어버린 시간의 통절함이여!
“폭탄이 떨어지는 자리를 피해, 총탄의 빗속을 누벼, 뿐만 아니라 인간이란 이름의 이리들의 악의를 용케도 견디어내어, ‘나는 지금 마드리드의 뒷골목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감상이 예사로울 수가 없다.” 이 구절을 읽으면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 여행기를 끝까지 읽고 나면 단순히 나 자신이 미워지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애달픔으로 마무리하고 있지만 오욕의 역사를 넘어 민주주의와 자유를 스스로 실현해가는 스페인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도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도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민주화와 경제 성장이라는 결실을 이루었다. 비록 나라의 장래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상충된다고 해도 우리의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아직 그러한 결실을 보기 전에 미래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 속에서 안타깝게 내뱉은 이병주의 탄식에 우리가 대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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