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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2013-05-11
살다보면, 어느날 갑자기 달라진 내 모습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일 수도 있고, 병이나 사고를 겪어서, 사는 곳 혹은 일하는 공간이 달라진 탓일 수도 있죠. 더군다나 예전의 모습에 비해 지금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 어려워지요. 자꾸 옛날 생각이 나니까요. 이건 어른들만의 일은 아닙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지냈는데 갑자기 동생이 등장해서 형,오빠,언니,누나가 되어야 할 때,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더니 예전 학교와는 너무 달라서 적응하기 어려울 때, 아이들 역시 "예전이 훨씬 좋았는데"라는 생각을 할 겁니다, 당연히. <주차금지>에 등장하는 '주차금지'도 처음엔 그런 아이였어요. 어제까진 씽씽 달리는 바퀴였는데 '불의의 사고' 때문에 오늘부턴 똘이네 집 앞을 지켜야 하니까요. '주차금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지만 그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심통이 나겠어요. 그런데 '주차금지'는 똘이네 집앞에 머무르지 않아요. 똘이와 함께 씽씽 빙판을 달리다가 또 한번 '불의의 사고'를 당해 쓰레기더미에 처박히는 일을 겪죠. 이쯤 되면 '아 이제 정말 끝인 가보다' 하게 될 타이밍인데, 이때 '주차금지'에게 다가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할아버지입니다. 이렇게 만난 '인연'으로 '주차금지'는 손수레 밑에 자리를 잡고 손수레가 내르막길에서 멋대로 달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똘이네 집 앞에서 다른 차들이 서지 못하게 막는 '주차금지'의 일과 손수레 밑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 이 둘 중에 무엇이 더 좋다, 나쁘다를 딱잘라 판가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이제 '주차금지'가 자신의 일에 뿌듯함을 느낀다는 사실이죠. 예전처럼 씽씽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도 '충분히 좋다'는 자부심을 가질 때 추억은 반짝반짝 빛나게 됩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온가족이 함께 읽기 정말 좋은 그림책, <주차금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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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나게 달리고 싶어!
뾰족한 돌부리에 걸려 펑크 난 똘이네 차 앞바퀴. 똘이 아빠는 터진 앞바퀴에게 《주차금지》라는 이름을 붙여 줍니다. 이제 주차금지는 똘이네 문 앞에 멈춰 서는 차들에게 “여기 서지 마세요!”라고 말합니다. 주차금지는 이 일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예전처럼 씽씽 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래서 똘이네 차와 채소 파는 트럭, 포클레인에게 “네 바퀴가 되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지만, 하나같이 “안 된다”고 대답합니다. 자전거와 유모차에게 애원해 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주차금지는 이대로 똘이네 집 앞을 지켜야 하는 걸까요? 하얀 눈이 내린 다음날, 주차금지는 하루 종일 똘이와 미끄럼을 탑니다. 오랜만에 달리게 된 주차금지는 신이 나, 똘이도 태우지 않고 저 혼자 골목길을 미끄러져 내려가지요. 하지만 이렇게 달리는 것은 주차금지가 원하던 게 아닙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멋대로 굴러가면서 주차금지는 비명을 지릅니다. 고난 끝에 찾아온 새로운 역할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원하지 않은 역할을 맡게 된 《주차금지》. 주차금지가 해야 하는 일은 다른 누군가를 밀어내야 하는 ‘금지’의 역할입니다. 주차금지는 예전처럼 달리고 싶어 하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고난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언덕에서 굴러 떨어진 주차금지는 겨우 멈춰 서지만, 쓰레기로 처리될 위기를 맞습니다. 이때 주차금지에게 다가온 사람은 고물 줍는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는 손수레 밑에 주차금지를 매답니다. 그날부터 주차금지는 손수레가 내리막길에서 멋대로 구르지 않게 온 몸으로 버티는 일을 하게 되지요. 원했던 것처럼 다시 도로를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주차금지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쓰레기로 버려질 뻔했는데 새로운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바퀴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것도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주차금지는 자신을 쳐다보는 차들에게 이렇게 으스댑니다. “나 진짜 멋지지! 너희들은 안 시켜줄 거야!”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만나는 즐거움 일러스트레이터 오승민은 구멍 난 타이어의 형태와 페인트로 쓴 ‘주차금지’라는 글씨를 활용해 주인공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차들도 개성이 넘칩니다. 채소 파는 트럭은 뚱뚱한 아이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포클레인은 심술 맞은 아이로,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는 날쌘 개구쟁이로, 돌돌돌 굴러오는 유모차는 새침한 아이로 표현한 부분에서 작가의 유머가 느껴집니다. 또한 작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어 우쭐거리는 《주차금지》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신기한 듯, 부러운 듯 주차금지를 바라보는 주변 차들의 표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내, 자랑스레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주차금지의 모습을 따듯하게 담았습니다. 작가의 말 _ 백미숙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다가 골목길에서 만난 《주차금지》. ‘헌 타이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달리고 싶지는 않을까 ?’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이야기를 쓰게 됐어요. 그 아이가 자라 스무살이 된 이제야 책으로 세상에 내보냅니다. 바퀴는 씽씽 달리기 위해 태어났을 거예요. 그러다 뜻밖의 사고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지요. 그런 헌 타이어에게도 마음이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처음엔 모든 게 끝났 다고 여길 거예요. 그런데 끝이 아니에요. 다른 삶이 펼쳐지지요. 사람의 한평생도 그런 것 같아요. 세상이 정해 놓은 역할에 갇히지 말고 자유롭게 자신이 행복해 지는 일을 찾았으면 해요.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된 주차금지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어 주면 좋겠어요. 아이가 좌절하고 방황 할 때 불현듯 떠올라 힘이 되어 주면 더 좋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