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SUH,JHUNG-JOO,徐廷柱,미당(未堂)
서정주의 다른 상품
|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미당 서정주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민족 정서를 수려한 모국어에 담아낸 언어의 연금술사다. 한국의 현대시사와 궤적을 같이하는 60여 년의 긴 시력은 물론 그가 남긴 텍스트의 미학적 성취도와 양적인 규모는 한국 문학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줄기찬 탐색의 연대기로서 문학사의 한 시대를 장식할 만하다. 미당의 시 세계를 많은 연구자들은 대략 세 시기로 나누어 조망하고 있다. 초기에 속하는 시집은 ≪화사집≫(1941)과 ≪귀촉도≫(1946)이며, 중기에 속하는 시집은 ≪신라초≫(1960), ≪동천≫(1968)이고, 후기에 속하는 시집은 ≪질마재 신화≫(1975), ≪떠돌이의 시≫(1976) 등이다. 초기 시에서 서구적인 감수성으로 인간의 원죄 의식과 원초적인 본능, 악마적인 육성의 세계를 노래했다면, 중기 시에서는 한국 문학의 전통과 고전적 가치를 인식하며 불교적 상상력과 신라의 정신세계를 탐색하고 있다. 해방 이후 그는 초기의 상징적이고 악마적인 시풍에서 벗어나 동양적인 사상으로 접근해 심화된 시적 정서와 민족적 정서를 세련된 시풍으로 표현해 냈다. 특히 불교 사상과 신라의 설화적 요소를 기반으로, 시인 스스로가 ‘영원주의’라 일컫는 문학 정서를 부활시켰다. “초기엔 대지적 존재로서 인간의 조건과 본능의 몸부림을 보들레르적 탐미주의로 승화시키려 하였으나 이의 한계를 깨닫고 곧 동양의 영원주의로 회귀한다. 중기 이후에 그가 몰두했던 신라 정신과 신화 혹은 설화적 세계는 바로 그의 이와 같은 정신세계를 보여 주는 것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후기 시는 초기 시와 중기 시의 세계를 더욱 심화하고 승화시켜 한국의 토속 세계와 신화적 상상력으로 나아가는 뚜렷한 변화의 궤적을 보여 주고 있다. 두 번에 걸친 세계 여행 경험과 자전적 체험을 담아내거나, 역사와 민속, 자연 풍물 등에 대한 천착을 통해 시 세계를 확장해 온 것도 그의 후기 시의 중요한 특징이다. 오세영은 ≪질마재 신화≫의 시 세계를 “성스러운 세계로부터 속된 세계로”의 ‘하강’이라 표현하고 있다. “현실적, 일상적, 세속적인 세계”에 대한 천착을 통해 정감 어린 삶의 모습들과 인생 순리에 대한 체득, 운명에 대한 달관의 경지를 보여 주고 있는 서정주의 후기 시는, 서정시의 기율적 완성이라 할 만한 원숙한 표현의 경지를 보여 준다. 비록 그의 문학 노선이나 친일 행적과 관련해 역사의식과 현실 감각의 결여를 비판하는 논의들이 많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미당이 없는 한국 현대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미당의 정치적 행적이 얼마나 잘못되었고, 우리 민족사에 누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당의 시가 그런 이유로 매도당하는 것은 엄청난 민족 문화의 손실이다.” 미당은 일찍이 <시의 표현과 그 기술-감각과 정서와 표현의 단계>에서 시의 단계를 감각적인 시와 정서적인 시, 그리고 예지의 시로 구분하는데, ‘감각’을 극복해야 할 단계로 보고, ‘예지의 시’를 가장 고차원적인 단계로 설정한 바 있다. 신기로운 언어적 기술과 감각의 추구에 몰입해 온 현대시를 넘어, 한국 전통과 풍속으로부터 자연과 우주, 인류의 삶에 대한 근원적 탐색까지 아우르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한국 현대시의 정수이자 예지의 시로 일컬어지기에 손색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