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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도마뱀
외도 다른 남자 청완두 할례 아들 주유소의 여인 옮긴이의 말 |
Bernhard Sch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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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음 날 그녀와 만났을 때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자, 그녀는 몸을 뺐다. “그 전에 먼저 내게 책을 읽어줘야 해.”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나는 그녀가 나를 샤워실과 침대로 이끌기 전에 반 시간가량 그녀에게 《에밀리아 갈로티》를 읽어주어야 했다. 이제는 나도 샤워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그녀의 집에 올 때 함께 가져온 욕망은 책을 읽어주다보면 사라지고 말았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어느 정도 뚜렷이 드러나도록 또 인물들에게서 생동감이 느껴지도록 작품을 읽으려면 꽤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샤워를 하는 가운데 욕망은 다시 살아났다.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행위 그러고 나서 잠시 같이 누워 있기. 이것은 우리 만남의 의식이 되었다. --- p.60 해가 길어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황혼 속에서 그녀와 함께 침대에 머물고 싶어서 더 오랫동안 책을 읽었다. 그녀가 내 몸 위에서 잠이 들고, 마당의 톱질 소리도 잠들고, 지빠귀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그리고 부엌에 있는 물건들의 색깔 중에서 약간 밝거나 약간 어두운 잿빛 색조만이 남게 될 때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 p.63 내가 그녀를 쫓아버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내가 그녀를 배반했다는 사실을 바꾸어놓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유죄였다. 그리고 범죄자를 배반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으므로 내가 유죄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범죄자를 사랑한 까닭에 유죄였다. --- p.173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도 따라 일어섰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았다. 이미 벨이 두 번이나 울린 상태였다. 다른 여자들은 벌써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없었다. 그녀의 두 눈은 다시 나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나는 그녀를 두 팔로 안았다. 그러나 그녀의 감촉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잘 가, 꼬마야.” “당신도 잘 있어요.” --- p.2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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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주목할 만한 도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57주 연속 베스트셀러 안토니오 반데라스, 리암 니슨 주연 영화 [디 아더 맨] 원작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의 베른하르트 슐링크 첫 단편집 《슈피겔》지 57주 연속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만한 도서’에 선정되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첫 번째 단편집 《사랑의 도피》(2000)가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네 번째 권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책 읽어주는 남자》의 놀라운 성공과 슐링크에게 두 차례 독일 추리문학상을 안겨준 [젤프 시리즈], 《고르디우스의 매듭》 등의 작품을 통해 독일 현대 문단에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말 그대로 작가로서의 역량을 한껏 발휘한 단편 선집이다. 2008년 〈어톤먼트〉를 기획했던 리처드 이어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출간된 바 있으나, 당시에는 단편 한 편이 누락되고 동일한 테마로 일곱 편의 단편을 묶고 거기에 상징적인 제목을 붙인 작가의 의도(2010년 발표한 두 번째 단편집 역시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와는 관계없이 영화화된 단편의 제목([다른 남자])으로 출간되었었다. 이번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에서는 누락된 단편 [할례]를 번역 수록하고 제목 역시 복원시킨 완전판으로 독자에게 다시 다가가게 되었다. ‘감정의 고고학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섬세한 손길 아래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동굴 속에 감추어진 감정의 두개골들 《주말》과 《귀향》 같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장편들이 15세 소년과 36세 여인의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 속에 역사와 인간의 죄의식, 사랑, 윤리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었던 《책 읽어주는 남자》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면 단편집 《사랑의 도피》는 보다 일상적인 사랑과 번민을 주제로,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친근하고 문학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버지의 서재에 걸려 있는 그림 속 소녀와 사랑에 빠진 소년, 유대인 여자 친구를 위해 최고의 희생을 결심한 독일인 남자 친구, 세 곳의 집, 세 명의 아내와 동시에 가정을 꾸리게 된 어느 중년남자의 기막힌 사연,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임종까지 지켰지만 결국 아내의 죽음 뒤에 알게 된 그녀의 ‘다른 남자’를 통해 비로소 아내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된 남편의 이야기 등 작품집에 수록된 일곱 이야기 속 사람들은 모두 사랑 속으로, 혹은 사랑으로부터 도피하려 한다. 사랑하는 이 곁에서 잠이 들면서도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허무함, 피할 길 없는 죄의식…… 무력감, 분노 혹은 용서와 이해, 그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책 읽어주는 남자》의 한나와 미하엘뿐만 아니라 사랑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원죄이다. 가능하다면 그 상처가 이미 오래전에 아물어 고통조차 무뎌지기 전에 다독여주고 싶은, 하지만 그 시도들은 대개 실패로 끝나기 마련인. 이렇게 슐링크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정상적인 삶 속에 감춰져 있는 삶의 허구성,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원초적 감정들을 [타임]지의 평에 따르자면 ‘매혹적이고 시적인, 그러나 지적이고 책임의식도 갖춘’ 손길로 복원해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