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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했던 첫사랑의 기억 - 루마니아*빨링꺼
불 속에서 정련된 포도의 향기 - 이탈리아*그라파 술 한 잔에 담긴 조르바 정신 - 그리스*치쿠디아 왕실에서만 맛보던 비밀의 맥주 - 독일*바이스비어 소년이 동경한 어른의 세계 - 영국*위스키 맛이 없을수록 맛있다 - 러시아*보드카 맥주 덕후의 성배 - 벨기에*시메이 맥주 행복한 사람들은 향기를 마신다 - 덴마크*아콰빗 아프리카에서 청심환이 필요할 때 - 남아프리카공화국*아마룰라 끝내 사라지지 않을 금단의 열매 - 수단*아라기 지구 반대편, 같은 아픔을 공유한 술 - 말라위와 페루*까냐주와 까냐소 아마존 정글의 막걸리 - 페루*마사또 잉카의 항아리에 담긴 유럽의 혼 - 페루*피스코 커피와 술이 건네는 극단적 위로 - 베네수엘라*미체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한 잔의 위로 - 볼리비아*싱가니 체취를 닮은 열대 칵테일 - 브라질*까이삐리냐 불타는 축제의 연료 - 콜롬비아*아구아르디엔떼 엘도라도처럼 희미해진 순수함 - 에콰도르*뿌로 진정한 남자의 술 - 멕시코*테킬라 고마워요, C.C. 할머니 - 캐나다*캐나디언 클럽 술 한 모금에 깃든 삶과 죽음 - 캄보디아*쓰라 써 물아일체의 판타지를 마시다 - 동서양*침출주 인류 최초의 증류주 - 아랍*아락 한 잔의 술에 담긴 기억 - 라오스*비어라오 선입견을 깨우친 화전민의 술 - 라오스*라오라오 세계 정상을 노리는 중국의 자존심 - 중국*바이지우 이름에 담긴 초원의 자부심 - 몽골*칭기즈 보드카 히말라야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묘약 - 네팔*럭시 지독한 추위 뒤 최고의 한 모금 - 네팔과 스위스*무스탕 커피와 글뤼바인 대나무를 닮은 장인의 마음 - 대한민국*죽력고 에필로그 라이브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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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충분히 즐길 시간을 주고 나서 천천히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는 포도를 수확한 그날, 농가의 소녀들이 맨발로 포도 알갱이를 으깨던 현장의 향기다. 가볍게 입안으로 털어넣자 농축된 건포도 향기가 퍼지는 동시에 달콤한 불길이 식도를 타고 달렸다. 발랄하면서 섬세하고,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달콤함이 비강 속에 오래도록 머물며 잠시나마 세상살이가 만만할 수도 있겠다는 낙천적인 생각의 꽃구름을 피워 올린다.
---「불 속에서 정련된 포도의 향기(이탈리아*그라파)」중에서 어느 자리에서든 되도록 환영받는 손님이 되어야 하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의 숙명상, 애써 권하는 술잔을 마다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신랑 신부가 잔칫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신 보드카만 벌써 한 병이 넘어가고 있었고, 취재를 마치기까지 그만큼을 더 마셔야 했다. 틈이 날 때마다 출연자와 손을 맞잡고, “알지? 한국인은 정신력이야!”라고 외치며 서로를 노려보지 않았다면 진즉 테이블 밑에 뻗은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맛이 없을수록 맛있다(러시아*보드카)」중에서 “쿠란(이슬람교의 경전)엔 ‘술 마시고 취하지 말라’는 말씀은 있어도 ‘술을 마시지 말라’는 말씀은 없거든. 그리고 신은 우리가 불완전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시지.” 신께서 우리의 불완전성을 이미 알고 계시다는 말만큼 애주가의 불안한 영혼을 달래주는 것이 또 있을까. 그 한마디에 우린 신자로서의 죄책감, 취재의 성패에 대한 불안감 따윈 잠시 접어두고 눈앞의 비밀스러운 즐거움에 집중하기로 했다. ---「끝내 사라지지 않을 금단의 열매(수단*아라기)」중에서 그가 아직 외지 사람에게 싱가니를 대접할 돈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술잔을 들어 올릴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이 문득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살룻(Salud)!" 그의 주름진 눈을 바라보며 건배를 하고, 싱가니를 가만히 입에 머금었다. 앞날에 뭐가 있든 없든, 그 순간만큼은 햇살이 찬란했다.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한 잔의 위로(볼리비아*싱가니)」중에서 찹쌀을 발효시킨 후 산에서 캐낸 갖은 약초를 더해 증류한 그 술의 이름은 ‘라오라오(Laolao)’였다. 쌀로 만든 술 특유의 화려한 향기와 미세한 단맛 그리고 증류주의 불맛이 더해진 술잔을 천천히 들이켜자니, 왜 나는 술맛을 음미할 때처럼 이 사람들에 대해 시간을 두고 다가가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섣부른 판단 따윈 유보하고, 천천히 입술과 목울대를 적시고 위장과 코안에 그 술의 진짜 향기가 가득 찰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왜 그렇게 다가가지 못했던 걸까. ---「선입견을 깨우친 화전민의 술(라오스*라오라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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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하루, 한 잔의 술이 건네는 위로
여행 다큐멘터리 PD라고 하면 “돈 벌며 여행까지 하니 좋겠다”라는 부러움 섞인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보통 한 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 짧게는 보름에서 길게는 몇 달이 걸린다. 그런데 40분짜리 여행 다큐멘터리의 경우 보름 안에 네 편을 만들어야 한다. “취재 예산을 절감하느라 스위스에서 다른 프로그램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떠나온 참이었다. 시차에, 일에 치여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인 상태에서 ‘행복’에 대한 취재를 한다고?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씹던 스위스 초콜릿 포장지에 인쇄된 젖소가 웃을 일이었다.” _본문 중에서 탁재형 PD는 촉박한 일정과 한정된 예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에서조차 우울함을 느낀다. 그가 일하는 모습은 ‘돈 벌며 여행까지 하는’ 게 아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그는 숙소 근처의 바에서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아콰빗’을 주문한다. 첫 모금에 쓰다고 느낀 순간, 허브와 오렌지 껍질의 향기가 입안에서 꽃을 피우며 지친 마음까지 위로해준다. 『일은 핑계고 술 마시러 왔는데요?』는 마치 한 잔의 술처럼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되어준다. 저자가 맛보는 술 한 모금을 통해 햇살이 쏟아지는 크레타, 비가 퍼붓는 히말라야의 산자락, 끝없이 펼쳐지는 러시아의 초원까지 다다르게 될 것이다. 술에 관련된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에피소드 벨기에의 수도원에서 생산되는 시메이 맥주는 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라질 뻔한 걸까? 미국의 금주법 시행이 어째서 캐나다 위스키 시장에 영향을 끼친 걸까? 이 책에는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는 술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마셔온 술 한 잔에 한 나라의 역사와 한 개인의 삶까지 담겨 있다. 특히 자신의 장례식에서 대접할 술을 미리 담가놓은 땀뿐족 마을의 할아버지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진한 통찰을 전한다. “이곳 사람들은 일찍부터 죽음을 준비해. 난 마흔다섯이 되던 1979년부터 시작했어. 정령이 꿈에 나타나서 이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거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잖아. 운전하다가 죽기도 하고 농사를 짓다가 죽기도 해. 죽는다는 건 확실한데 그것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정말 멍청한 짓이지.” _본문 중에서 저자는 해외 관련 프로그램의 PD가 된 덕에 여러 나라의 술로부터 세상을 배웠다고 말한다. 사탕수수즙을 증류한 카샤사의 향과 브라질의 뜨거운 태양을 등치시키는 법을 배우고, 얼음 띄운 맥주를 마시며 전력 사정이 부족했던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떠올리고, 혈관을 터뜨릴 듯 뜨겁게 달궈진 사우나에서 얼음물로 뛰어든 뒤 마시는 보드카 한 잔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애정으로 풀어낸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진중함과 가벼움을 넘나드는 탁PD만의 유쾌한 술자리에 합류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