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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1. 좋은 기사는 반드시 통합니다 | 박상규 2. SF로 미래를 연습하다 | 박상준 3. 드라마에서 찾는 인생 | 박해영 4. 어렵지만 쉬운 글쓰기 | 백승권 5. 문화 · 공연 기획자가 갖춰야 할 것들 | 유수훈 6. 연재노동자로 산다는 것 | 이슬아 7.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할까 | 장준환 8. 매일매일 다르게 놀기 | 정진영 9. 일상 밖으로 탈출하라 | 탁재형 10. 로컬에 미래가 있다 | 한종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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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단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공 분야의 지식과 정보의 습득은 대학이 제공하는 극히 일부의 역할일 뿐이다. 대학의 진정한 의미는 다른 데 있다. 대학은 미래의 삶을 연습하면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에 들어올 때까지 제대로 던지지 못한 채 유예해 왔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을 찾아보기에 대학 시절은 가장 좋은 시간이다. --- p.5
탐사보도를 한다는 것,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죠. 그런데 진실을 밝히는 것만 어렵습니까? 저는 이렇게 말하거든요. 여러분도 교수님이 숙제 내주면 그 숙제하기 어렵잖아요.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어요. 우리 모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일을 하면서 살고 있어요. 목수 경력 30년 되신 분들 인터뷰해 보세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집 짓는 일이라고 해요. 저는 기사 쓰는 게 가장 어려워요. 교수님은 가르치는 게 제일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가장 어려운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거예요. 지난 몇 년 동안 탐사보도해서 나쁜 사람 감옥도 보내고 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던 사회적 약자들이 누명을 벗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는 거였어요. 단발성 보도로는 결코 이룰 수 없지요. 탐사보도가 아니면 그런 결과를 볼 수가 없죠. --- p.36~37 SF는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고 문화 예술 콘텐츠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미래 사회학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SF를 보면서 거기에 나오는 우주선, 타임머신, AI로봇, 유전공학 기타 등등 이런 많은 것들을 재미로 보면서 은연중 ‘미래 사회에 내가 어른이 되면 이런 것들이 실제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래 사회를 전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과학기술이 우리에게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 윤리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걸 고민하게 하는 게 SF라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SF를 봐야 하고 또는 SF를 보지 않아도 시공간적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 p.70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글을 썼습니다. 저는 매일 대통령님하고 회의를 했습니다. 아침 여덟 시에 대통령님 관저에서 회의했습니다. 주로 글을 쓰는 청와대 행정관 비서관 일곱 명 정도가 회의 멤버였는데 지금 대통령이신 문재인 대통령님도 당시 비서실장으로 같이 계셨어요. 노무현 대통령님은 늘 그랬습니다. “정치는 곧 말이다. 그리고 글이다. 민주주의는 말이고, 글이다.” 과거 독재 시대에는 완력과 폭력으로 통치를 했죠. 하지만 민주주의가 된 사회에선 말과 글로, 대화와 타협을 합니다. 결국엔 말이나 글이라고 하는 것들은 민주주의의 수단이죠. --- p.134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영화를 만들면서 계속 더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것을 언제부터 받아들이고 어떻게 성장해 왔으며 또 우리 각자 개개인은 민주주의라는 것을 연습해 본 경험이 있었는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세대는 다 외우라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대학을 가는 것이 최대 목표였고 그것만이 성공의 척도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왔을 뿐이지 토론을 통해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어떤 결론을 내리고 그걸 실행해 나가고 그 결과물들에 대해 또 다른 비판과 혹은 평가와 이런 것들을 계속 이어나갔던 기억들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것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물론 제도적으로는 전 국민이 투표권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든 민주주의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민주적이고 평등하고 평화롭게 사는 민주주의를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성취해 나갈 수 있는가, 여전히 고민할 문제가 많습니다. --- p.210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단 하나의 계기라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몇 가지가 계속 겹치는 것 같아요. 인생의 길목에서 만나는 작은 계기들이 연결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자리에 와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분도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데 ‘이리로 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달려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것보다 더 풍부하게 내게 다가오는 여러 가지 상황들, 사람들, 사건들, 과제들과 계속 부딪히는 것. 그 경험이 소중하고 그것들이 어느 순간 또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다는 거죠. 그래서 가장 빠른 길, 가장 정확한 길에 너무 몰두해서 그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 p.226~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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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일의 가치
당장의 목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을 쓸데없는 일로 치부하고는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이 향하는 ‘쓸데없는’ 일들이 미래를 연습해 보는 기회는 아니었을까? 주어진 목표에 묵묵히 매진하는 것만이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10명의 강사들이 자신의 인생으로 보여준다. 10인의 강사 소개 탐사보도 전문 매체 ≪셜록≫을 창간해 운영해 온 박상규는 이른바 ‘양진호 사건’ 보도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했거나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사연을 취재 보도해 재심으로 이끌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을 해왔다. 자신이 취재하며 만나고 겪었던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담은 이 드라마는 [날아라 개천용]이라는 제목으로 완성되어 방송되었다. 박상준은 한국에서 거의 유일한 SF 기획자이자 저술가, 칼럼니스트다. SF가 과학기술이 열어나갈 미래를 미리 경험하고 사회의 변화 방향을 예측하며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게 해주는 장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술문명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의 모습이 SF에 담겨 있다. 박해영은 [또! 오해영]이나 [나의 아저씨] 같은 드라마로 큰 인기를 모으며 유명해진 드라마 작가다. 처음 작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건 [LA아리랑], [남자 셋 여자 셋] 같은 시트콤이었다. 여러 명의 작가가 함께 쓰는 일일 시트콤의 경우 작가들은 수시로 회의를 하고 서로의 대본을 평가하며 공과 과를 나눠 갖는다. 이 과정은 몹시도 고통스러웠지만 또한 매우 의미 있는 연습이자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집착을 내려놓는 겸손함,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끈질기게 계속할 수 있는 체력과 조급하지 않게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백승권은 글쓰기 강의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케이션컨설팅앤클리닉 대표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청와대에서 홍보 업무를 하며 다양한 글쓰기를 경험했다. 어떤 글을 쓰건 중요한 것은, 먼저 읽는 사람들의 관심을 낚아채고(fishing), 근거를 제시하며(reasoning), 메시지(message)를 전달하면서 마무리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유수훈은 숨엔터테인먼트라는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공연기획자이자 문화기획자다. 그는 오랫동안 환경운동에 참여하며 문화기획 일을 해왔고, 양심수 석방문화제, 제주4·3 70주년 국민문화제, 동학농민혁명 125주년 기념행사 같은 일들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지난 2016년 겨울 광화문광장에 엄청난 인원이 모여 함께했던 촛불문화제를 기획하고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는 이 강의에서 문화기획, 공연기획에 관심 가진 학생들이 그 일을 잘하기 위해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를 자신의 기획 경험을 통해 말해주었다. 이슬아는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연재노동자다. 재학 시절 ‘매스컴특강’을 듣던 학생이 강사로 돌아와 학생들에게 강의를 들려주는 특별한 자리였다. 이슬아는 대학 시절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가가 되었다. 학자금 융자 빚을 갚기 위해 ‘일간 이슬아’ 연재를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월 1만 원의 후원금을 받고 이메일을 통해 하루에 글 한 편씩 배달하는 프로젝트다. 작가는 자신이 글쓰기의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고민이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글쓰기에 필요한 건 재능이 아니라 꾸준히 하는 것이라 말한다. 장준환은 영화 [1987],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지구를 지켜라]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이다. 그가 만든 세 편의 장편영화는 각기 다른 장르, 다른 스타일이지만 주인공들이 외부적 영향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장준환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갖는 가장 큰 고민은 우리 자식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고 그의 영화 역시 그런 고민의 소산이다. 정진영은 천만 관객 영화 [왕의 남자]의 연산군 역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에서 개성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다. 1991년 전교조 해직 교사 이야기를 다룬 [닫힌 교문을 열며]에 출연하면서 영화배우의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 슬럼프를 겪지 않았다고 말한다. 슬럼프란 늘 같은 방식을 되풀이할 때 생겨난다. 어제와 똑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슬럼프는 오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탁재형은 여행 전문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여행 칼럼니스트다. 그는 오랫동안 오지 여행 다큐멘터리 외주제작사 PD로 일하며 지구상의 온갖 오지를 다니며 숱한 위험과 곤란을 겪은 체험이 지금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밑거름이다.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취향의 발견이라고 말한다. 그는 여행의 의미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삶에서 기억되는 순간들은 일상이 아니라 비일상의 순간들이다. 중요한 건 멀리 가는 게 아니라 일상을 낯설게 보는 것이다. 낯설고 새로운 감각으로 볼 수 있다면 가까운 동네에서도 아주 먼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한종호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 강원도를 기반으로 청년 창업을 돕는 일을 한다. 강원도는 그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고 경제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해 이 지역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을 만나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될 수 있도록 돕는다. 선박을 고치던 조선소가 카페로, 소주 공장으로 썼던 장소가 수제 맥주 브루어리, 폐광 지역에 코워킹스페이스가 만들어져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기도 한다. 한종호 대표는 거듭 강조한다. “미래는 지역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