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승선
북극해 얼음 조각 |
Tor Even Svanes
Hwasue S. Warberg
손화수의 다른 상품
|
취조실 밖의 사람들 속에서 마리의 변호사가 말했다.
“이 여성은 지금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지난 일을 시간 순서대로 기억해 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 p.7 “여기서 니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이, 화냥년 같으니. 이게 다 니가 자초한 거야. 니가 스스로 원한 일이라고. 너도 알고 있을걸. 니가 이 배에 올라탄 게 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는 걸.” --- p.8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성 감독관! 해당 물범잡이 어선에서 감독관으로 일했던 사람은 여자였습니다! 유머 감각이라곤 전혀 없는 젊은 여자였지요. 보아하니 그녀는 선원들의 유머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농담에 상처를 받기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 p.18 샤워를 마치고 수건을 몸에 두른 채 문밖 의자에 둔 옷을 가지러 나갔다. 그런데 옷이 없었다. 놀라서 서둘러 객실로 돌아가 보니 차곡차곡 개어진 옷이 있었다. --- p.38 담배 연기에 섞여 희미한 소리도 함께 들렸다. 마치 누군가 담배를 피우며 그녀의 객실 문 바로 앞에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49 실수로 언급했던 총 이름은 두고두고 마리를 궁지로 몰았다. 그 때문에 신뢰를 잃었고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어떤 일이 사실 관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네티즌은 절대 그걸 놓치지 않는다. --- p.56 새끼 물범이 사망 선고를 받기 전에 거쳐야 하는 이 모든 잔악한 과정에 마리는 몸을 떨었다. 총탄. 몽둥이. 갈고리. 내장 기관의 파열과 출혈. 물범은 출혈이 지속되어 피가 마르면 그제야 죽은 것으로 간주된다. --- p.74 총에 맞았지만 숨이 붙어 있는 물범은 필사적으로 얼음을 벗어나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 p.77 아렌츠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힘을 꽉 주었다. “먼저 나가시죠, 아가씨. 이 배의 선장은 납니다. 누가 선교를 벗어날지 결정하는 것은 내 권한이기도 합니다.” “나는 아가씨가 아니에요.” 그녀는 겨우 말을 이었다. --- p.84 마리는 망대 위에 올라갔을 때 몸이 보냈던 신호를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긴 안전해. --- p.85 아침을 먹기 위해 문을 열자 누가 오줌을 싸 놓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하마터면 거기에 발을 디딜 뻔했다. --- p.89 다음 날, 그녀는 갑판에 나가 녹색 나일론 줄로 걸어놓은 골판지 팻말을 보았다. 경고! 보지 소유자 금지 구역! 허가받은 자만 출입할 것! --- p.101 얼음 위로 피가 흥건히 흘러내렸지만 물범의 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물범은 바닷속으로 도망가려고 얼음 가장자리 쪽으로 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서 움직였다. 108 잡년, 잡년, 잡년. 그녀가 들은 말은 이것뿐이었다. --- p.124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다시 단추를 누르고 말을 이었다. “본인에 대한 성폭력입니다.” --- p.149 이걸 얼음 조각이라고 부르기는 적합하지 않다. 수면 위로 보이는 얼음 조각은 일부에 불과할 뿐 나머지 부분은 바닷물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 p.174 |
|
약자로 산다는 것, 그 공포에 대한 이야기
남성과 여성, 인간과 동물, 세상이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펼쳐 보이는 세상 노르웨이의 봄은 물범 사냥 시즌이다. 빙하로 뒤덮인 북극해로 향하는 물범 잡이 배에 젊은 수의사 마리가 감독관으로 승선한다. 젊은 여성이라고는 그녀뿐이다. 마리는 낯선 남자들과 폐쇄된 공간에서 6주를 보내야 한다. 책은 낯선 북극해에서의 물범 사냥이라는 배경을 통해 동물학대와 물범사냥, 여성문제와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권력 관계와 연대 심리 등에 대해 다룬다. 이 책의 저자인 노르웨이 작가 토르 에벤 스바네스는 철학을 공부하고, 홀로코스트와 종교적 소수에 대한 연구를 한 인문학자다.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여성과 동물을 대비시키며 약자로 산다는 것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북극해에서 벌어지는 물범 사냥의 잔혹한 현실과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현실은 다른 게 있을까. 갓 태어난 새끼 물범의 모피와 고기, 기름을 얻기 위한 인간의 탐욕과 공고한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느끼는 공포감이 강렬하게 대비된다. 이야기는 심리 스릴러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공포는 극대화된다. 그들만의 영역에 뛰어든 자와 지키려는 자들의 심리 전쟁이 팽팽하고 치열하게 그려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평등할까? 저자는 험악하고 거친 세상의 파도 앞에 약자인 여성과 물범의 반응을 현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세상이 평등하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에게 현실 세계를 펼쳐 보인다. 강고한 남자들의 연대에 뛰어든 마리와 잔인한 인간의 연대에 스러지는 물범을 통해 과연 남성과 여성, 인간과 동물은 평등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묻는다. * 덴마크, 독일, 러시아에 판권이 판매되었고, 노르웨이에 영화 판권이 판매 되었다. 마리는 감독관으로 낯선 남자들과 물범 사냥 어선에서 6주를 보내야 한다 모든 일의 시작은 그녀가 그들만의 배에 승선했기 때문일까? 물범 사냥철이 다가왔다. 수의사인 마리는 해수부 소속 감독관으로 난생 처음 물범 사냥 어선에 올랐다. 친구들이 동물병원에서 일할 때 마리는 누군가는 동물을 보살피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승선 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옷이 사라지고, 등이 꺼지고,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무전기는 고장 난다. 그녀가 머무는 객실 앞에는 밤마다 누군가 지키고 있는 것 같다. 폐쇄된 공간, 고립된 곳, 선명해지는 공포감. 감독관의 임무를 다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냥 첫날부터 불법으로 규정된 행위는 매 순간 일어난다. 동물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사냥 방법은 태연하게 행해진다. 잘못을 지적하고 맞설수록 선원들과의 심리적 거리는 멀어진다. 점점 더 엉켜가는 상황.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마리가 그들만의 배에 승선했기 때문인 걸까? 독자는 과연 마리의 편에 설까, 아닐까? 감독관으로서 마리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