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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의 유럽 난민 리포트. 관용, 자유, 평등을 지향하던 유럽은 없다. 그리스 레스보스섬에서의 난민의 생활은 충격적이다. 부패와 폭력 앞에 고스란히 노출된 난민들에게 인간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인권은 없었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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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빛 레스보스섬
푸시백 작전 쏠쏠한 장사 ‘불법 인신매매’ 난민이 아닌 난민들 실패와 부패 올리브나무 숲 태풍 두 가족 이야기 지옥의 책임자 먹을 수 없는 식사 연대 위태로운 망명권 아이들 난민 보호의 역사 ‘그는 죽어 간다’ 공포 전략 부끄러움의 힘 옮긴이의 말 주 |
Jean Zieg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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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난민에 관한 장 지글러의 리포트
손민규(사회정치 MD)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이른바 혁명적인 사상에 끌린 적이 있다. 아나키스트가 쓴 글을 찾아서 읽어봤다. 엠마 골드만의 『저주받은 아나키즘』과 같은.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꼈다. 나쁜 정부가 개인의 삶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더 큰 비극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다. 난민이라는 존재가 바로 이를 증명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그간 크게 난민과 상관 없이 지내왔다. 그러다 2018년, 예민 난민이 제주에 입국하며 대거 난민 신청을 했다. 난민 입국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 허용하되 절차와 자격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입장, 난민 인정에 소극적인 현재보다 더 난민에 관대해야 한다는 입장 등 여러 입장이 부딪쳤다. 난민이 구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난민을 향한 처우는 논쟁이 될 터다. 여기서 '구조적'으로 발생한다는 의미는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같은 정부의 통제가 무너진 곳에서의 상황이 당분간은 빠르게 수습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지역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유럽은 난민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을까? 1948년에 제정된 세계 인권선언문 제14조는 "박해 앞에서, 모든 사람은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하고 그곳으로 망명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다. 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은 1951년 7월 8일에 제정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줄여서 '난민협약'이라고도 한다)에도 서명하고 이를 비준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난민협약'은 제대로 지켜주지 않는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난민으로 신청한 사람 중에 인정받은 비율은 높지 않다. 유럽은 현재 그리스의 에게 해의 다섯 섬(hot spot)을 지정해 유럽으로 망명을 신청하는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1차 접수 시설'인데, 명칭과 달리 1차 접수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일단 생명을 걸고 섬 안으로 다행히 들어오더라도, 식수와 음식이나 의복 등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구호 물품이 절대로 부족하다. 이곳에서의 만성적인 물자 부족과 달리, 군수 업체는 계속 돈을 번다. 핫스팟을 경호하기 위한 첨단 무기를 구비하는 데 돈이 쓰인다. 『인간 섬』은 이런 이중적인 모습에 분노하며, 책 마지막에서 힘 주어 쓴다. 우리는 모든 핫 스폿을,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건, 즉각적이고 결정적으로 폐쇄할 것을 요구한다. 그곳이 바로 유럽의 치부이기 때문이다. (171쪽)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절대 빈곤을 퇴치할 해법을 다소 소개해준 데 비해, 『인간 섬』에는 난민 문제를 해결할 단서는 보이지 않는다. 잔혹한 테러범이 난민으로 위장 입국한 사례도 있고, 난민들이 기존 사회에 동화하는 데 실패하는 증거가 나오면서 유럽 내에서도 난민 반대를 주장하는 정치인과 정치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 장 지글러도 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핫 스폿에서 자행되는 수많은 인권 유린을 눈 감아서는 안 된다. 시작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인간 섬』은 우리 함께 첫걸음을 떼보자고 제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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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그리스의 무장 경찰들이 해안 순찰에 나선다. 그들은 바위틈에 그럭저럭 몸을 숨기고 있는 난민들을 색출해 낸다. 들킨 난민들에겐, 때론 어린아이들까지도, 수갑이 채워진다. 체포된 난민들은 파란색 대형 버스에 태워져서 수용소가 있는 모리아로 이송된다.
--- p.14, 「에메랄드 빛 레스보스섬」 중에서 2015년에 이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TV 채널 [유로뉴스]를 통해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그리스의 해안 경비대는 무력을 사용해서 망명 신청자들을 태운 배들을 터키 영해로 쫓아냄으로써 이들 난민들의 생명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 이후, 실제로 푸시백 작전은 ‘우발적인’ 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양산했다. --- p.27, 「푸시백 작전」 중에서 2019년 1월 15일, 네 살짜리 여자아이가 바다에서 죽었다.(배 밖으로 튕겨져 나가 물에 빠진 걸까?) 아이를 태운 배는 당시 그리스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하레카지트≫지와의 인터뷰(2019년 1월 16일)에서 죽은 아이의 아버지는 “그자들(터키 해안 경비대)이 밧줄로 우리가 탄 배를 자기들 배에 묶었습니다. 그러더니 우리 주위를 점점 더 빨리 돌기 시작했죠. 우리 모두를 죽일 심산이었던 겁니다”라고 말했다. --- p.30, 「푸시백 작전」 중에서 모든 종류의 무기 제조업자, 무기 판매상, 무기 브로커 들에게 있어서 난민, 이주자들과의 전쟁은 시리아, 다르푸르, 예멘 등지에서 벌어지는 그 어떤 전쟁보다도 훨씬 이익이 많이 남는 장사다. … 브뤼셀의 관료들이 ‘국경 치안’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기 거래상들에게 천문학적인 이익을 보장한다. --- pp.36~37, 「쏠쏠한 장사」 중에서 사실 밀입국 안내원들이 직접 난민들을 빼곡하게 태운 엉성한 배를 모는 경우란 거의 없다. 이들은 난민들 가운데 한 명을 골라(대개 무리 중에서 가장 가진 것 없는 자가 선택된다) 기초적인 몇 가지 항해 규칙을 알려 주고는 그에게 배를 맡긴다. 그 대가로, 뽑힌 난민에겐 비용을 약간 깎아 준다. 그러므로 프론텍스 소속 경찰들에게 발각될 경우, 이 가엾은 사람이 밀입국 안내인으로 간주되어 그리스 법정에 서게 된다. 인신매매는 징역 25년까지도 가능한 중죄에 해당된다. --- p.46, 「‘불법 인신매매’」 중에서 박해를 받는 인간에게는, 불법 월경 따위란 있을 수 없을 터다. 1948년에 제정된 세계 인권선언문 제14조엔 “박해 앞에서, 모든 사람은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하고 그곳으로 망명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전 세계 193개국이 유엔에 가입하면서 이 문헌(그리고 유엔 헌장)에 서명했다. 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은 이 외에도 1951년 7월 8일에 제정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간단하게 난민협약이라고도 한다 ?옮긴이)에도 서명하고, 이를 비준했다. --- p.47, 「난민이 아닌 난민들」 중에서 유럽연합 회계감사원의 2017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망명 요청자가 최초로 서류를 접수(사전 접수)하려면 엄청나게 긴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이 대기 기간은 길면 3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 기다림 자체도 힘들지만 그 시간 동안의 거의 전적인 정보 부재는 당연히 망명 요청자들을 극도의 불안으로 몰아간다. 불확실성,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없다는 무력감, 막연한 기대감 등으로 말미암아 난민들은 외상을 유발하는 상황, 즉 고통과 오해가 쌓이는 상황에 놓이게 되며, 때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 pp.61~62, 「실패와 부패」 중에서 모리아에서 어디를 바라보건 누구와 말을 하건, 비극과 마주하게 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난민 대다수는 자기 나라에서 겪은 참혹함이나 그 후에 이어진 길고도 고통스러운 여정에서 참아 내야 했던 굴욕과 수치심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 p.85, 「두 가족 이야기」 중에서 레스보스 연대Lesbos Solidarity는 섬 주민들이 결성한 단체이다. 이 단체는 2015년, 해협에서 배가 전복하면서 22명의 난민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겪은 후에 첫발을 내딛었다. 사망자 22명 가운데 절반은 어린아이들이었다. 섬 주민들은 이들을 묻어 주기 위해 미틸레네 남쪽 해안에 묘지를 따로 마련했다. 이 단체는 병든 난민, 가족 없는 어린이들을 맞아 줄 장소의 건립을 지원하고 있다. --- p.103, 「연대」 중에서 스페인어로 모리아moria는 ‘그는 죽어 간다’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 모리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조금씩 죽어 간다. 서서히. ‘그는 죽어 간다’ 안으로부터. 처음엔 병이 든다. 그렇다, 언제나 시작은 그렇다. 피로와 부실한 식사, 위생 결핍. 그러다가 희망을 상실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엔 결국 그걸, 칼을 집어 든다. 섬 바깥세상 사람들은 애써 못 본 척하려는 그 칼을. 모두들 그런 건 다른 사람들에게만, 의지가 아주 약한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영문도 모르는 채, 우리 모두가 그들처럼 하게 된다. 피가 철철 흐르는 걸 보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 pp.152~153, 「‘그는 죽어 간다’」 중에서 카불에서 테러범이 던진 폭탄에 자식의 몸뚱어리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걸 목격한 아버지라면, 모리아 수용소의 상황이 얼마나 처참하건, 아직 살아 있는 나머지 자식들을 데리고 도망치기 마련이다. 터키군의 포격으로 집이 잿더미로 변했는데 기적적으로 가족들이 그 참극을 면하게 되었다면, 코반에 사는 쿠르드족 어머니에게는 머릿속에 딱 한 가지 생각밖에 없다. ‘당장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치자. 에게해 핫 스폿에 대해 아무리 흉흉한 소문이 돈다 하더라도, 아이들을 살려야 하니까.’ --- p.168, 「공포 전략」 중에서 우리 유럽 민족은 반反난민 국가들에게 제공되는 지원금의 즉각적인 중단을 관철시켜야 한다. 우리는 유럽 대륙 어디에서나 보편적 망명권이 엄중하게 존중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핫 스폿을,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건, 즉각적이고 결정적으로 폐쇄할 것을 요구한다. 그곳이 바로 유럽의 치부이기 때문이다. --- p.171, 「부끄러움의 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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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선진국들의 대륙 유럽,
그곳에서 난민 망명권은 어떻게 보장되고 있을까? 1948년 제3차 UN 총회에서는 인간의 망명권을 세계 인권선언문에 명시한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연이은 전쟁이 자신의 삶에 드리운 그늘을 매 순간 바라보아야 했을 사람들에게 망명권은 지난한 설득 없이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였을 것이다. 2020년 9월에는 그리스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 캠프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캠프는 잿더미가 됐고 1만 2천 명이 넘는 체류자는 식수도 없이 밖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가 어디서 왔든 사람은 사람이다” 독일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난민 추가 수용 촉구 시위를 열었고, 독일 1500여 명, 프랑스 등 400여 명의 추가 수용을 결정했다. 인권 선진국들이 한데 모인 유럽에서는 ‘망명권’이 마냥 외면받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신호일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탐욕의 시대』의 작가 장 지글러가 말하는 레스보스섬의 오늘 『인간 섬』은 우리에게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로 잘 알려진 작가 장 지글러가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레스보스섬 모리아에 방문하여 그곳의 실상을 담아낸 책이다. 레스보스섬 모리아는 유럽 최대 난민 수용 캠프가 있는 곳으로,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난민들이 전쟁을 피해 망망대해에 몸을 싣고 향하는 가장 첫 번째 도착지이다. 저자는 이곳을 가리켜 “유럽의 수치”라고 단언한다. 국경의 치안과 난민 보호라는 명목으로 무기와 경찰견 등을 이용해 난민을 무자비하게 저지하는 해안 경비대, 가까스로 살아남아 육지에 발을 디디면 심사를 받게 되기까지 계속되는 끝 모를 기다림, 열악한 숙소와 식사, 그 과정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는 정신적 내상….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을 떠받드는 심각한 정치적 부패들이 있다. 유럽연합과 무기 제조?판매?거래상과의 유착, 지원금 혜택을 받고도 난민 저지에만 열을 올리는 국가들, 난민 재배치 계획의 무산과 일방적 거부, 이 모든 상황을 함구하는 무기력한 현장 관리자들…. 저자는 눈으로 담은 난민 캠프의 실상과, 직접 들은 현장의 난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관리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 전하며 단호한 결론을 내린다. “모든 핫 스폿(난민 캠프)의 존재는 그 자체로 인권침해이며 즉각 폐쇄되어야 한다.” 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마을 원주민과 관리자 및 책임자까지 비극을 겪고 지켜보고 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낸 ‘설계된 비극’의 구조 난민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기존의 많은 자료들과 『인간 섬』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장의 여러 관계 당사자의 목소리가 한데 담겨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는 물론 마을의 원주민들과 장 지글러가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또는 오랜 동료로 만난 현장의 관리자와 정책 책임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들여다보며 독자들은 이 풍경을 도리 없는 고통의 단면이 아닌, 전략적인 방관과 과도한 공포로 설계된 고통의 구조로 이해하게 된다. “스페인어로 모리아moria는 ‘그는 죽어 간다’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 모리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조금씩 죽어 간다.”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 캠프를 방문한 국제 적십자 위원회 마틸드 베이벨 지부장 유럽연합이 바라마지않는 ‘유럽 내 국경 폐쇄(를 통한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솅겐 협약)라는 목표를 위해 유럽 밖의 경계는 오히려 굳건해야 한다는 판단, 난민 구조와 국경 치안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며 무기를 드는 해안 경비대, 어느 평화로운 해변에서 마주하는 관광객들과 조난당한 난민들…. 이 책을 따라 난민 핫 스폿의 풍경을 가까이에서 또 멀리에서 번갈아 보게 되면 이들 삶을 둘러싼 모순과 부조화가 더 뚜렷이 보인다. 절망 속에서 난민들이 삶을 포기하고, 좌절하고, 또는 의미를 찾고, 생활을 일구는 모습에서는 인간은 그 어떤 것의 부품이 될 수 없다는 새삼스러운 의식도 다시 환기된다. 비극이 설계되었다면 연대도 설계될 수 있을 것이다. 비극이 설계된 모습을 뜯어볼 수 있다면 연대를 어떻게 계획하면 좋을지 조금 더 자세히 드러날지도 모른다. 난민 캠프 안에서 비극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이 비극이 누군가에 의해 어떻게 이용되어 이익으로 치환되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난민’ 그리고 ‘망명권’에 대해 조금 더 상세한 마음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