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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꽃길 따라 꿈길 따라 가을길 매화 피다 산당화 삼월 청마제 다석화 꽃무릇 빈 마음 새벽에 꽃을 꽂다 봄의 노래 안부1 늦은 봄 어처구니 은방울꽃 산수유 피는 마음 풀꽃에게 2 햇차를 그리며 낙회 말 없는 말 꽃그림자 찻잔에 담아 세월 다인(茶人)의 손 수련차 학을 닮은 염원 숨은 진실 하지 벚꽃길 하동에서 광풍각에서 새벽 신묘년 한 해는 네가 있어 3 붉은 그리움 사랑 따라 이유 화병 그대라는 길 유월 엽서 언약 우정 겨울 안부 봄, 기다림 일광 산길 우체함 파도 안부2 다시 유월이 오면 그냥 인생 바람 부는 날 4 어머니 1 어머니 2 인연 따라 봄날 범어사 시는 노래, 노래는 시 진심 오륙도 아침 내리사랑 줄장미 사월이 간다 고향 충렬사에서 인연 새해 새날에 공자의 묘 유품 역마살 무교동 연가 시인들 그것을 모른다 여행 5 겨울꽃 마지막 남은 12월 차(茶)쟁이 시월에 차 책 말미에 적는 단상 / 황학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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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충순 시인의 시적 탐색은 소박하고 맑고 조심스럽지만 내면을 긋고 지나가는 투명한 빗방울처럼 서늘한 울림을 남긴다. 「산당화」에서처럼 먼 바다를 품은 산당화의 몸짓을 그리워하고 닮으려는 조응의 자세는 그가 지향하는 생의 모양을 그려줄 뿐만 아니라, 생의 굴곡과 아픔을 그 윤곽 안으로 집어넣는 고독과 인내의 비밀을 함께 보여준다. 다면적인 창의성을 생활 속에서 발휘하고 충분히 음미할만한 정도의 결실을 맺는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정갈하고 담백하게 읽혀지는 그의 시편 내부에 인간의 외로움과 애틋함이 번져 있는 것도 자기 스스로를 붙들고 고뇌하는 골방의 시간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집은 다섯 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꽃, 2부는 차, 3부는 사랑, 4부는 인연, 5부는 추억에 관한 시들로 묶여 있다. 이 모든 소재들은 엄연히 서로 다르지만 시인의 기억 속에서는 하나의 회로로 연결되어 있다. 삶에 대한 사색과 숙련을 통해서 그것들은 하나가 되었다가 둘 혹은 셋이 되었다가 한다. 아마도 꽃이나 차를 즐기는 일에 비하면 언어를 다루는 시 창작은 그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가장 치열한 순간을 살 수 있고, 그 힘으로 존재의 실상을 찾는 자신을 끝까지 밀고 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삶의 영역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넓어지고, 인식과 의지의 지평을 열어 보인다. 그런 생의 동력이 부럽고, 아름다움을 추동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시를 얻어내는 자세가 놀랍다. - 황학주(시인) [자서] 화도에 입문한 지 50년, 다도를 수련한 지 40년이 지났으니 꽃과 차를 중심으로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매순간 아름다운 빛과 혼에 젖어 살 수 있었고, 은연중 그 감흥과 심회를 몇 줄의 시로 적는 일이 제겐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배움 없이 혼자서 쓰는 시란 가당치도 않는 일이라, 아직도 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머뭇거림 속에서 시편들을 묶어내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생의 끝자락을 ‘시심’으로 물들이고 싶은 스스로의 약속 때문입니다. 남은 세월 부족한대로 끝까지 화인, 다인, 시인을 꿈꾸며 멀리 계시는 그리고 가까이 지내는 소중한 모든 님께 사랑 그 하나 마음을 전합니다. 2013년 7월 허충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