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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들어가며 1장. 오래된 만남 언캐니 게이트로 바이욘 사원의 그림 문자 둥그런 문자의 흔적 2장. 출생의 비밀 프놈 쿨렌에 흐르는 무한한 생명 인도 청년과 소마 공주 크메르 문자는 남인도 문자 가족 3장. 성장과 변화 엄지손톱을 기르는 스님 근본 있는 문자 4장. 중년의 위기 인도-차이나 틈바구니 그가 살짝 열어준 뒷문 A와 B 중에 고르라면, 난 C 5장. 단절의 아픔 헤비 북패커의 실망, 대실망(!?) 참담하고 푸르른 킬링필드 도서관이 사회악? 6장. 생의 갈림길 잿더미를 지나 갈림길에 서다 캄보디아에도 폰트가 있나요? 크메르 문자 해부학의 정수 안녕하세요 가이드 쏙입니다 나가며 참고문헌 부록 - 크메르 문자 보기집 |
노성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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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한때 고고학자가 되는 꿈을 꿨었다. 이집트에서, 아마존 밀림 한가운데서 고대 문명들을 찾아내고 과거의 신비를 푸는 인디아나 존스 같은 고고학자 말이다. 어린이의 설레는 꿈에서 언제인지도 모르게 깨버렸지만, 모험 영화와 불가사의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앙코르와트의 매력을 언젠가 내 온몸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을 한구석에 담아두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빠른 인파 속에 떠밀려 지내던 어느 날, 문득 모두 놔버리고 떠나고 싶어졌다. 그리고 주저 없이 캄보디아 씨엠립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 p.21
마음을 나누고 싶다면 소통을 위한 도구는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다. 말과 글이 통한다면 그것으로, 그렇지 않다면 그림이나 몸짓으로. 수백 년이 흐른 바이욘 사원에서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나에게도 그들의 삶이 전해지고 있었다. --- p.43 옛 크메르 문자를 발견한 뒤부터는 사원의 빼어난 조각이나 건축 요소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둥 옆에 한참을 서서 글자를 이리저리 관찰하고 사진에 담았다. 씨엠립 거리 간판이나 표지판에서 마주쳤던 정돈되고 날렵한 크메르 문자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둥글둥글 귀여운 모양에 눈길이 갔다. --- p.53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생각이 담겼으나 크메르 루주라는 현대사의 비극으로 그 내용이 단절되어 전달되지 못한 채 마치 ‘근본 없는 문자’가 되어버린 크메르 문자. 코칸 씨는 그렇게 지식 자산이 모두 사라진 폐허에서 사스트라 조각을 모아 전통을 지키고 있다. “내 꿈은 모든 크메르 사람이 크메르 문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오해 없이 읽는 것입니다.” 코칸 씨의 눈빛이 빨려들어갈 것 같이 강렬했다. 이 말은 인력거를 끌던 그가 더듬더듬 독학으로 시작한 연구를 30년 동안이나 묵묵히 할 수 있었던 이유로 느껴졌다. --- p.139 ‘발견-점령-전시-소유’로 이어진 신제국주의의 행태는 오늘날 많은 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지역을 가리키는 ‘인도차이나’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그 지역을 예쁜 포장지처럼 환상과 신비로 감싸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인도와 중국 틈바구니(Indo-China)의 ‘하이픈(-)’일 뿐인 그곳은 인도도, 중국도 아니다. 이렇게 타자화된 동남아시아 지역 사람들은 제국주의 시기를 거치며 자신들의 문화적 독창성을 어떻게 지키고 가꿔왔을까? --- p.155 킬링필드에 방문하기 전까지는 실망스럽거나 아쉬웠던 것들이 그제야 마음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가 왜 기반시설이 낙후된 채 관광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지, 왜 계속 경제 상황이 열악하고 품질 낮은 책이 만들어지는지…. 캄보디아 현대사의 슬픔을 알고 난 뒤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서점에서 책 디자인이 좋지 않다고 너무 쉽게 판단하고 실망했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비가 하염없이 내리던 그날, 여전히 고통의 현장인 뚜얼슬렝에 앉아 과거의 참상을 알리고 있는 생존자 부멩 씨를 만났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한 권 샀다. 그는 내게 책을 건네주기 전 말없이 앞 페이지에 싸인을 해주었다. 펜을 잡은 손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달라고,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 p.221 크메르 루주는 국립도서관에도 너무 큰 상처를 남겼다. 농민의 유토피아를 꿈꾸면서 지식인을 학살한 크메르 루주에게 지식의 보고(寶庫) 도서관은 ‘사회악’이나 다름없었다. 군인들은 국립도서관에 있던 책들을 모조리 밖으로 꺼내 불태웠고, 비워진 공간을 크메르 루주 군인들의 숙소로 사용했다. 이는 생각하는 힘과 인간성을 말살하고 공포와 폭력으로 사회를 움직였던 폴 포트 정권의 횡포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 p.230 크메르 루주는 지식을 어쩜 그렇게도 증오했을까? 민족의 지식과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을 넘어 그 기억을 기록한 책, 심지어 기록 도구까지 모조리 없애버릴 정도로 말이다. 사람을 닮은 크메르 납 활자가 하루아침에 총알이 되어 생명을 빼앗는 도구가 되었다. 스러진 생명이 살아날 수 없는 것처럼 사라진 기록도 돌아올 수 없다. 크메르 루주 이전 캄보디아인의 기록들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내전의 잿더미에서 자료를 모으고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울린다. --- p.245 실시간 소통이 특징인 모바일 시대에 캄보디아인들은 오히려 크메르 문자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언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고유 문자가 있음에도, 입력 방식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사용성 측면에서 차선책으로 밀려난 것이다. 크메르인들의 정신이 담긴 소통 도구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크메르 문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사용성에서 점점 밀려 서서히 사라질까? 아니면 문자 개혁이 일어나거나 획기적인 방식의 자판이 등장해 새로운 중흥기를 맞게 될까? 오랜 식민지배와 크메르 루주의 위기 속에도 생명력을 지켜온 크메르 문자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 p.251 그 옛날 크메르인들이 문자를 만들며 열망했던 것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순환하며 완성하는 크메르인의 공동체가 아니었을까. 크메르 철학의 정수는 바로 크메르 문자에 담겨 있었다. 크메르 사람은 니악모 기도문에 등장하듯 어머니와 아버지, 이웃과 왕, 스승과 함께 인연을 맺어 공동체를 이룬다. 그들은 다 함께 다르마 안에서 도움을 주고받고 순환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바로 그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꿨는지 모른다. --- p.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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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문자심포지아 2018 초청작가 선정작품
★ 제7회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정기회원전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의 정식출간판 ★ 2018년 월간 디자인 올해의 디자인 프로젝트 선정 작품의 정식출간판 ★ 출간을 위한 텀블벅 크라우드펀딩 목표금액 210% 달성 글자란 그것을 배태한 사람들의 고유한 우주관 · 세계관 · 인간관, 나아가 일상적인 몸의 움직임이며 감수성, 그리고 생활과도 분리되지 않으며, 이런 거시적인 맥락을 놓친다면 연구는 한 생명체의 일부만 떼어낸 듯 온전치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담은 이 책은 크메르 문자가 형성된 문화 전체를 조망하고 투영한 우주이자 도서관이다. ㆍ유지원(타이포그래퍼, 『글자 풍경』 저자) 구미권과 극동 아시아 국가의 세계로만 기술되었던 타이포그래피 조류, 그리고 글자를 기능주의적 매개체로서만 인식하는 문자관이 오랜 시간 지배적인 이곳에서 크메르 문자에 '꽂혀' '덕심'을 발휘한 저자 노성일의 -여행기를 빙자한- 이 연구는 기존 유통되는 그래픽 디자인 통념을 새로운 무대로 이동시킨다. ㆍ전가경(디자인 저술가, 사월의눈 대표) 글자의.속알과.뜻과.얼을.알고.나면..글자는.그냥.종이나.화면.속에.누워.있는.그림자가.아닌..우리에게.살아.있음으로.다가올.것이다..그의.책.그.글자.이야기에서.노성일은..캄보디아.사람들의.얼과.삶을.사랑으로.오롯이.마주하고.있음을.느낀다.. ㆍ안상수 (시각디자이너, 파티(PaTI).날개) 『크메르 문자 기행』은 캄보디아의 삶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크메르 문자'를 통해 살펴본 새로운 개념의 여행서이다. 이 책은 기존에 없었던 캄보디아 여행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며, 세계여행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ㆍ박동희, 앙코르유적 복원가, 한국문화재재단 연구원) 포스트 코로나 시기 여행기의 새로운 패러다임 코로나19로 여행이 어려워졌다.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그날을 기다리면서 나만의 소중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는가? 여행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의 여행은 이전보다 더 개인적이고 다양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누군가 짠 계획에 분주히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 호흡과 박자를 느낄 수 있고 관심사와 취향을 풍부히 누릴 수 있는 철저히 개인적인 여행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뜻이다. 『크메르 문자 기행』은 동남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를 걸으며 가장 개인적인 방식으로 호흡한 한 여행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시기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3년 간의 연구와 현지 전문가 취재로 탄생한 생생한 기록 저자 노성일은 낯선 크메르 문자의 매력에 빠져 직접 캄보디아를 누비며 전문가들을 만났다. 이 책에는 크메르 문헌 연구자, 캄보디아 그래픽 디자이너, 크메르 폰트 디자이너, 크메르 디자이너 커뮤니티, 캄보디아 출판사 편집장, 캄보디아 잡지 편집장, 고대 크메르 문헌 수집가, 크메르 유니코드 키보드 개발자, 크메르 모바일 키보드 개발자, 캄보디아 서점, 캄보디아 인쇄소, 캄보디아 국립도서관 사서, 크메르 폰트의 선구자, 앙코르 유적 복원 전문가, 대사관 캄-한 전문통번역사, 킬링필드 연구자, 크메르 캘리그래퍼, 고대 산스크리트어 연구자, 태국 폰트회사 등 캄보디아와 동남아시아 문자 전문가 40여 명을 직접 만나 듣고 배운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현직 디자이너인 저자가 직접 친절히 보여주는 낯선 문자 이야기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크메르 문자를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사진과 그래픽, 큰 글자로 이루어진 부록 등 시각 자료들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이 시각 자료는 현직 그래픽 디자이너인 저자가 『크메르 문자 기행』만을 위해 만들어낸 유일무이한 자료다. 매일 유심히 글자를 보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가의 시각으로 해석된 크메르 문자를 만날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팜나무 잎을 재료로 책을 만들었다. 『크메르 문자 기행』에는 팜나무 잎에 송곳 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글자를 새겼기 때문에 잎이 갈라지지 않도록 글자 형태가 둥글게 진화했다는 정보가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디자이너가 아니면 주목하지 않았을 놀라운 사실을 사실적인 그림과 자료로 만날 수 있다. 사람을 닮은 크메르 문자 이 책은 크메르 문자가 지나온 역사를 한 사람의 인생에 빗대 재조명한다. 그 이유는 바로 크메르 문자가 사람을 닮았기 때문이다. 크메르 문자의 자음 서른세 자는 각각 몸의 한 부위를 상징한다. 장기를 나타내는 글자는 그 장기와 모양이 비슷한 경우도 있다. 각 자음은 머리카락과 몸통, 발로 이루어진 온전한 사람의 형태이다. 사람을 존중하고 서로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크메르인의 철학과 지혜가 크메르 문자에 담겨 있다.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절친한 친구처럼 곁에 다가온 크메르 문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