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06월 09일 |
---|---|
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272g | 125*185*16mm |
ISBN13 | 9788994981840 |
ISBN10 | 8994981845 |
출간일 | 2021년 06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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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272g | 125*185*16mm |
ISBN13 | 9788994981840 |
ISBN10 | 8994981845 |
우리 함께 괜찮아져요 시인 이병률이 ‘장작화덕만큼이나 뜨겁다’고 말한 『시골책방입니다』의 작가 임후남의 시골책방에서 띄우는 편지글. 연서도 아닌 이 글을 읽고 누구는 몸을 추스르고, 누구는 이제 나도 괜찮아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작가 자신의 고백과도 맞닿는다. 하루하루 살아냅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점점 괜찮아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직도 방황하고, 실수하고, 잘못한 것들을 어쩌지 못해 안절부절하기도 하고, 상처를 주고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아픈 마음을 지나 시골책방에서 만난 자연과 책과 사람들. 그것들은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이 아닌,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열고 닫힙니다. 그것들은 저를 묵직하게 다독입니다. 봄비가 내리는 마당에 서면 흐뭇합니다. 새순들이 봄비를 머금고 훌쩍 자랄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책들 앞에 서면 즐겁습니다. 혼자만의 유영이 은밀하고 온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올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남기고 가는 파동은 어떤 무늬론가 남습니다. 시골에서 책방을 하면서 나는 점점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
프롤로그 1장 책을 읽는 그대에게 1. 햇살 한 줌, 바람 한 줄기를 동봉합니다 2. 두릅 한 줌, 사소한 것들로 행복을 누려요 3. 그리움도 마음이 부드러울 때 생기지요 4. 혼자도 즐거운 생활, 꽤 괜찮아요 5. 계신 곳에서 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6. 아픈 몸과 아픈 마음들을 지납니다 7. 저의 생활은 꽤 낭만적입니다만 8. 지속하는 것이 미니멀라이프, 밑줄을 그었지요 9. 속이 텅 빈 날, 그냥 책을 읽었습니다 10. 모닥불을 피워놓고 시 낭송을 했습니다 11. 오늘 하루도 괜찮았습니다 12. 따듯한 햇살을 택배로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만 13. 우리, 그 방에서 만나요 14. 깜빡, 나에게 속고 살아요 2장 시골에 살고 책방을 해요 1. 천사의나팔이 꽃을 피웠다 2. 봄을 먹어야지! 3. 밭이 정원, 정원이 밭 4. 사는 대로 만들어지는 인생 5. 딴전을 피우다 6. 새순을 틔우는 감나무처럼 7. 망초꽃 그리고 누드베키아 8. 금계국이거나 수레국화처럼 9. 아름다움을 찾는 일 10. 꽃보다 아름다운 들깻잎 11. 오늘의 안부 12. 식물의 위로 13. 나이 들어가는 일에 대하여 14. 동화된다는 것에 대하여 15. 시골에 산다는 것 3장 생활이 좀 호사스럽습니다 1. 지적 허영과 지적 허기 속에서 2. 바라보는 즐거움 3. 이 좋은 날을 4. 빗속의 음악회 5. 수재의연금 6. 함께 늙어가는 책방 7. 참 좋은 소설 8. 묵은지 같은 글 9. 겨울 정원 10. 방황 11. 어떤 여행자 12. 눈 13. 편지 14. 오홋! 봄이 온다 4장 나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1. 할아버지와 냉이꽃 2. 머리 질끈 동여매고 코로나19를 지나다 3. 명절에도 문 엽니다 4. 나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5. 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6. 스물세 살 청년의 고백 7. 생활의 즐거움 8. 어슬렁거리며 살아요 9. 시골책방이 북적였어요 10. 서점의 언어 11. 사람이 좋다 12. 명이나물이 새순을 티웠다 13. 여기는 시골책방입니다 14. 문화공간으로서의 책방 15. 책은 왜 정가를 주고 사야지요? 에필로그 |
가보고 싶었던 그 곳을 찾은 어느 가을 아침,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운전을 하다가 마지막 5분은 이런 곳에 책방이 있다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더랬다. 혹시나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닐까 조바심이 날 무렵 이정표가 나타나 날 안심시켜 주었고 잠시후 시골책방 ‘생각을 담는 집’에 도착했다.
읽고 싶은 책이었지만, 꼭 이곳에서 사고 싶어 미루어두었던 책방지기 임후남 작가님의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는 그렇게 내게 왔다. 작가님의 싸인과 함께.
책방지기님(임후남 작가님)의 책들을 모아놓은 의자
이 책에는 시골책방에서 보낸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이, 그 풍경을 함께 하고 또 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는 그 이야기들을 손편지에 적어내려가 듯 꼭꼭 눌러적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향해 건네준다.
안녕하시냐, 안부를 묻기가 참 그런 시간입니다. 그래도 계신 곳에서 안녕하시리라 믿습니다. 일상을 잘 지내고 계시지요 p.24
시골책방의 봄을 보내드립니다. 햇살 한 줌, 봄바람 한 줄기를 동봉합니다. 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p.17
내가 다녀온 시골책방을, 그리고 이 책에 쓰여진 글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한참을 골똘히 생각했다. 이 책에 적힌 조용조용 따뜻한 글들을 다 옮길 수도, 시골책방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주루룩 나열할 수도 없으니 며칠동안 글을 적었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문득, 글마다 적힌 제목들에 눈길이 갔다. ‘햇살 한 줌, 바람 한 줄기를 동봉합니다’, ‘따듯한 햇살을 택배로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만’ 그리고 ‘명이나물이 새순을 티웠다’ 같이 제목만 봐도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글들을 나누면 좋겠다 싶어졌다.
물론, ‘깜빡, 나에게 속고 살아요’, ‘딴전을 피우다’처럼 무슨 이야기일지 궁금한 제목들도 있을테지만 그 궁금증은 이 책을 펼쳐볼 기대감으로 남겨두는 것도 좋으리라.
2021년을 보내는 시간, 아팠던 일들은 조금만 덜 아파하고, 좋았던 날들로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마음을, 아름다운 나날을 만들어가는 그런 인사를 건네고 싶은 요즘이다.
좋은 날을 많이 갖고 살자. 오늘의 좋은 기억으로 내일을 살자. 그러니 오늘 아픈 것은 마음에 담아 두지 말자. 그리고 기도하자..(중략)..부디 모두 아프지 않기를 기도하자. p.29
생활이 낭만이 아니어도 저는 낭만적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중략)..아름다운 생활, 그것이 뭐 별거 있을까요. 밥 한 그릇이라도 예쁘게 담아 먹고, 좋은 음악으로 마음을 위로하고,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그러다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하늘도 보는 것. 흙을 꾹꾹 밟으며 살아가는 것. 그러다 내 마음을 가만 들여다보는 것. 내 상처를 꺼내 다독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
부디 아름다운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p.47
* 목차를 소개합니다 : )
1장 책을 읽는 그대에게
햇살 한 줌, 바람 한 줄기를 동봉합니다 / 두릅 한 줌, 사소한 것들로 행복을 누려요 / 그리움도 마음이 부드러울 때 생기지요 / 혼자도 즐거운 생활, 꽤 괜찮아요 / 계신 곳에서 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 아픈 몸과 아픈 마음들을 지납니다 / 저의 생활은 꽤 낭만적입니다만 / 지속하는 것이 미니멀라이프, 밑줄을 그었지요 / 속이 텅 빈 날, 그냥 책을 읽었습니다 / 모닥불을 피워놓고 시 낭송을 했습니다 / 오늘 하루도 괜찮았습니다 / 따듯한 햇살을 택배로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만 / 우리, 그 방에서 만나요 / 깜빡, 나에게 속고 살아요
2장 시골에 살고 책방을 해요
천사의나팔이 꽃을 피웠다 / 봄을 먹어야지! / 밭이 정원, 정원이 밭 / 사는 대로 만들어지는 인생 / 딴전을 피우다 / 새순을 틔우는 감나무처럼 / 망초꽃 그리고 누드베키아 / 금계국이거나 수레국화처럼 / 아름다움을 찾는 일 / 꽃보다 아름다운 들깻잎 / 오늘의 안부 / 식물의 위로 / 나이 들어가는 일에 대하여 / 동화된다는 것에 대하여 / 시골에 산다는 것
3장 생활이 좀 호사스럽습니다
지적 허영과 지적 허기 속에서 / 바라보는 즐거움 / 이 좋은 날을 / 빗속의 음악회 / 수재의연금 / 함께 늙어가는 책방 / 참 좋은 소설 / 묵은지 같은 글 / 겨울 정원 / 방황 / 어떤 여행자 / 눈 / 편지 / 오홋! 봄이 온다
4장 나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할아버지와 냉이꽃 / 머리 질끈 동여매고 코로나19를 지나다 / 명절에도 문 엽니다 / 나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 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 스물세 살 청년의 고백 / 생활의 즐거움 / 어슬렁거리며 살아요 / 시골책방이 북적였어요 / 서점의 언어 / 사람이 좋다 / 명이나물이 새순을 티웠다 / 여기는 시골책방입니다 / 문화공간으로서의 책방 / 책은 왜 정가를 주고 사야지요
*덧붙이는 말
책방지기이자 저자인 임후남 작가님께서 싸인을 해주시며, 이름을 물어보셨다.
내 이름을 이야기할까 하다가 ‘기쁨’이라고 써주세요, 말하자
“기쁜 일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예요?” 웃으시며 글을 적어주신다.
(아, 솔직히는 Joy라고 불러주세요..하려다가 왠지 쑥쓰러웠다는건 안비밀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
죽음이 당장 제 눈앞에 놓이지 않았어도 어느 순간 죽음에 이르렀을 때 저는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좋은 날들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질 것이고, 나쁜 날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겠지요. 사는 동안 좋은 날들이 그래서 많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p.28
사는 일이 그렇지요. 지금 내게 오지 않은 일들, 혹은 내게 지나간 일들이 있게 마련이지요. 어쩌면 누군가는 지금 겪고 있을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 날들을 위해 지금의 평온한 날들을, 지금이 날씨를 맘껏 누립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대로 생각하고, 오지 않을 일들은 그때 생각하자, 하면서 말입니다. p.33
심심해야 바람소리가 들리고, 햇빛이 내 몸에 닿는 것도 느낍니다. 책이나 음악도 이럴 때는 의미가 없지요.
봄입니다. 부디 계신 곳에서 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p.39
하루를 살고, 한 달을 살고, 일 년을 살고. 그래서 일생을 살아갑니다. 일생은 결국 오늘의 연속이지요..(중략)..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것은 결국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습니다. pp.41-42
예전 같았으면 발을 동동 구르고, 한숨을 쉬었을 텐데 이상하리만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좀 나이 들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살아 보니 건강을 잃거나 크게 마음을 다치는 일 만큼 큰일은 없구나 싶습니다. p.45
매일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것. 그것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겠지요.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닌 것은 몸뿐만이 아니라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중략)..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어야겠습니다. p.52
새해에는 우리의 생활을 윤기 있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생활이 책과 함께, 생각과 함께 반짝이길 바랍니다. 오늘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pp.74-75
평안하신지요.
별일 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좋은 삶이지만 사는 게 때때로 살아내야 하는 것이어서 오늘 당장은 힘들더라도 내일은 평안하리라 믿고 또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p.82
오늘 하루를 살아갑니다. 오늘의 만남이 내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마음에 들어오고 무늬를 만드는 일. 물론 그것은 반드시 사람과의 일뿐만 아니지요. 책, 영화, 그림, 음악, 장소 등등. 코로나 시대.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만남을 많이 갖고 지내시길 바랍니다. p.70
안개 속을 걸으려고 하지 말고, 그냥 멈춰 서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안개는 걷힌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살면서 안개 속에 갇혔다 싶을 때는 헤매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 나의 일과 마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74
풍경 속 먼 산은 그대로지만, 그 산을 이루고 있는 나무와 풀들은 매일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겠구나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어제의 내가 다르고 오늘의 내가 다르겠지요. 오늘 하루, 나에게 속지 말고 지내야겠어요. p.83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사는 것이지만, 매일 사는 대로 만들어지는 게 인생이니까요. p.93
젊었을 때는 나이를 비슷하게 먹지요. 그러나 나이 들면서 서로 다르게 늙어갑니다. 어떤 사람은 나이 들어서도 더 멋있고 건강해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냥 ‘늙어갑니다’..(중략)..누구나 늙어갑니다. 그러나 모두 똑같이 늙지는 않습니다. 새순을 틔운 오래된 감나무처럼 내 삶의 새순을 틔우고 살고 싶습니다. p.99
아름다움도 찾아야 보입니다. 그리고 오늘이 내일보다 예쁩니다. p.109
아픈 사람 앞에서는 사실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그의 얼굴을 보고 손잡아 주고 이야기를 듣는 게 전부일 뿐입니다. p.114
책을 읽는다고 다 이해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그렇지요. 나의 그릇만큼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책을 읽을수록 마음이 풍족해진다는 것입니다. p.135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 않습니다. 사는 일 앞에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멈추고, 방황합니다. 그러다 앞으로 한발 내딛습니다. 꿈은 그 한 발을 내딛게 하는 힘이지요.
사는 일도, 꿈도 온전히 혼자만의 몫입니다. p.165
볼 것도 많고, 모든 것이 넘치는 시대에 나만의 시선을 갖고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무엇을 보는가는 결국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곧 내가 됩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그가 내게 던진 숙제였습니다. p.205
매 순간 선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같은 시간, 같은 비용. 무엇에 쓸 것인가. 그에 따라 인생의 결이 달라집니다. p.228
누구나 저마다의 기준으로 살아갑니다. 오늘 나의 기준이 내일도 같을 수는 없습니다. 나의 시야는 늘 한계가 있고, 나이 들어서도 흔들리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p.247
숲노래 책읽기 2021.7.28.
인문책시렁 202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임후남
생각을담는집
2021.6.9.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임후남, 생각을담는집, 2021)는 책이름처럼 “예전에는 안 좋았(괜찮)다”가 이제는 차츰 좋아지는 길을 걸어가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예전에는 무엇이 어떻게 안 좋았을까요? 서울이라는 고장에서 살아갈 적에는 서울이라는 크기하고 빠르기하고 부피에 맞추어야 하기에 우리 몸이며 마음을 느긋이 돌아보며 알맞게 다스리기가 어렵기 마련입니다. 서울이라는 고장에서 벗어나 우리 삶자락에 맞추는 시골자락을 보금자리로 가꾼다면, 빠르기나 부피나 크기가 아닌 오롯이 삶이라는 길을 바라보기에 좋습니다.
서울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다만 서울에는 빠르기하고 크기하고 부피가 한복판을 차지하면서 힘하고 이름하고 돈이 바탕이 되어 흐릅니다. 시골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다만 시골에서는 바람하고 해하고 비가 한복판을 차지하면서 흙하고 풀하고 냇물이 바탕이 되어 흘러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어떤 터전을 보여주고 누리도록 이끌 적에 아름다우면서 즐거울까요? 아이한테 물려줄 삶자락을 생각하는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어떤 터전에서 뛰놀고 자라면서 살림꽃을 피울 슬기로운 마음이 되도록 할 적에 사랑스러우면서 빛날까요?
우리 모두 곱게 나아지는 길을 걸으면 좋겠어요. 우리 누구나 마당하고 뒤꼍을 누리면서 보금자리에 나무 여러 그루를 심어서 돌보는 살림이 되면 좋겠어요. 아이가 맨발로 노래하고 춤추고 뛰놀 만한 곳을 집으로 삼으면 좋겠어요. 해바라기 비바라기 별바라기 꽃바라기 풀바라기를 실컷 누리는 집에서 살아가면 좋겠어요.
누구나 숲이라는 책을 읽고서 숲이라는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들이라는 책을 곁에 두고서 들빛내음이 넘실거리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요. 누구나 바다라는 책을 마음에 얹고서 생각을 바다처럼 넉넉하고 너르며 너그러이 가꾸면 좋겠어요.
푸르게 자라기에 즐거운 아이입니다. 파랗게 빛나는 하늘처럼 생각하기에 신나는 아이입니다. 하얗게 반짝이는 눈송이처럼 참하게 소꿉을 놀기에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 숲이 되는 살림길을 걸어가고 살림살이를 짓는 어른으로 이곳에 서는 날을 그려 봅니다.
ㅅㄴㄹ
심심해야 바람소리가 들리고, 햇빛이 내 몸에 닿는 것도 느낍니다. 책이나 음악도 이럴 때는 의미가 없지요. (39쪽)
서울에 살 때 저는 집을 자주 떠났습니다. 가까운 곳도 가고, 멀리도 갔습니다. 한동안은 제주 올레길을 비롯힌 북한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강화 둘레길 등 오래 걷기 위해 일부러 떠났습니다. 지금은 집을 떠나지 않습니다. (92쪽)
큰나무에도, 이름 짠한 꽃들에도, 잡초에도, 돌에도 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나에게도. (174쪽)
교복을 입고, 단발을 하고, 획일화된 시절을 살아온 저는 지금처럼 다양한 세상에서 사는 것이 참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더욱더 다양한 세상에서 각자의 숨을 쉬며 살게 하고 싶습니다. (260쪽)
사소한 것들이 만들어 내는 고독한 행복은 어쩌면 나이 들어서 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p. 19
그동안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갔다. 사소한 것은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사소한 것이 더 이상 사소하지 않게 되었다. 마스크를 벗고 산책을 하는 시간이, 마스크를 벗고 조용한 책방이나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지금도 기다린다.
부모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241
부모의 삶을 사는 것.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가 않다. 나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항상 집에 계셨다. 학교에 갈 때까지,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어머니는 집에서 우리와 함께 해주셨다. 그때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크고 나서 알게 되었지만 어머니는 우리를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셨고 우리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로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을 자신한테 쓰지 않으시고 오롯이 우리의 교육을 위해 쓰셨다. 어른이 된 지금, 아이의 부모가 된 지금, 어머니와 같은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머니에게 자식만을 위한 삶을 살지 말고 본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라고. 하고 싶은 일을 하시며 살아가라고 그렇게 이야기해드리고 싶다. 얼마 전,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어머니의 20대 때, 아니면 30대 때에 우리를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더 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시면 사셨으면 어떠했을 것 같은지 여쭈어 보았다. 어머니께서는 잠깐 생각하시더니 그랬으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선택들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때의 어머니가 자신을 위한 선택들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어머니가 자신을 위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
어릴 때 세 발 자전거를 타다가 두발 자전거로 바꿀 때 부모님은 자전거 뒤에서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신다. 그러다 자전거에서 손을 떼고 자식이 혼자의 힘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자전거가 넘어지면 달려와 누구나 그렇게 넘어지며 배운다고 다시 혼자 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다. 부모의 역할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자식이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