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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살고 죽고

번역에 살고 죽고

: 치열하고도 즐거운 번역 라이프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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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92g | 133*201*15mm
ISBN13 9788960906822
ISBN10 8960906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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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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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번역한 일본문학을 읽으며 자랐다는 편집자들이 번역 의뢰를 해올 때도 많다. 번역을 시작할 때 태어난 아기가 올해 서른이 된 세월이다. 그 세월 동안 나는 변함없이 철들지 않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지만, 덕분에 변함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번역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 p.12

인생은 참 잘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 같다. 누구의 인생이든 말이다.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든 실패한 인생이든 관계없이. 어쩜 그렇게 곳곳에 절묘한 복선을 장치하고, 사건을 만들고, 희로애락을 심어놓는가. 살아가면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시기별로 분류하여 적재적소에 데려다 놓고. 이보다 아귀가 잘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시나리오도 없을 것이다.
--- p.49

기본적으로 나는 멋 부린 글, 어려운 글, 딱딱한 글을 싫어한다. PC통신 시절부터 요즘 블로그까지 십여 년 넘게 온라인에 글쓰기를 즐기고 있는데, 항상 내 모토는 ‘무학자無學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쓰기’다. 부모님이내 글을 읽으실 일은 없지만, 언제나 기준은 무학자인 그분들이다. 한글만 읽을 줄 알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
--- p.93

돈보다 건강인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사람들은 돈을 벌 기회가 눈앞에 닥치면 건강보다 돈을 선택한다. 된통 아파보지 않으면 건강과 돈의 우선순위가 헷갈린다. 내가 이런 일을 했다고 말하니, 동료 번역가 선생님이 나를 나무랐다. “번역은 장거리 경주예요. 마라톤이라고요. 그렇게 100미터 달리기하듯이 전력 질주하면 지쳐서 오래 못 해요. 한두 해 번역하다 말 거 아니잖아요?” 후배들에게도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 p.123

역자는 원문의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단어 하나, 조사 하나가 모두 필요한 부품처럼 느껴져서 선뜻 버리질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품이 알고 보면 부품이 담긴 비닐봉지일 때가 있다. 판매할 때는 부품을 담을 비닐봉지가 필요하지만, 조립할 때는 봉지가 필요 없다. 부품인지 비닐봉지인지 구분하는 안목은 아무래도 경험에서 나오겠으나, 되도록 깔끔한 번역을 위해서 군더더기가 될 것 같은 단어나 조사는 미련 없이 버리자.
--- p.188~189

“아사다 지로의 우아하고 수려한 문장에 반했어요.” 이것은 내가 번역한 작품에 붙은 독자의 평이다. 나는 내 손가락이 굳기 전까지 기꺼이 훌륭한 작가를 위한 들러리 역자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내게 맞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p.243

그렇지만 글 쓸 때도 번역할 때만큼이나 행복하다. 아직도 아동문학가와 소설가가 되고 싶던 어릴 때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번역 마감에 쫓겨서 차마 시작할 엄두를 내진 못하지만, 요즘도 글은 쓰지 않으면서 습관처럼 이런 저런 문학상 작품 응모 마감 날짜에 집착한다. 『완득이』처럼 멋진 성장소설 한 편 쓰는 게 나의 꿈이다.
--- p.24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글을 아름답게 쓰는 것은 큰 재주이고, 큰 재주는 대개 타고나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을 예술로 분류하는 것이리라. 반면 글을 재미있게 쓰는 것은 재주라기보다 쓰는 이의 사람됨, 살아온 내력, 충분히 삭힌 경험에서 얻어지는 솜씨다. 권남희 씨의 글이 바로 그렇다고 말한다면 혹시 그에게 잠재한 큰 재주와 예술성을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자신이 이 책에서 “내 모토는 무학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쓰기”라고 말했으니 틀린 판단은 아니겠다. 게다가 아름다운 글은 심미안을 지닌 소수에게 감동을 주지만 재미있는 글은 무작위의 다수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는가. 그의 글은 항상 감동보다 즐거움을 우위에 두는 내 성정과도 맞다.
직업은 없어도 일거리는 많은 번역가로서 자신의 삶과 경험을 내밀하고 생생하게 드러내는 이 책은 지은이가 표방하는 재미있는 글쓰기의 지향과 부합한다. 지은이는 자신을 ‘소심쟁이’이며 ‘은둔형외톨이’라고 거듭 강조하지만, 글에서 엿보이는 그의 내면적 일상은 소심하거나 외톨이이기는커녕 발랄하고 다채로우며 극히 자유롭다. 번역가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그 세계를 꼼꼼하고 소상하게 안내해주는 대목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책 읽기와 글쓰기와 번역을 사랑하는 한 번역가의 따뜻한 에세이로 읽힌다.
- 남경태 (故, 번역가, 인문학 저술가, 『개념어 사전』 저자)
이 책은 일본문학 번역가로서 최고 반열에 올라 있는 권 씨가 번역 입문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을 진솔하게 담은 책이다. 에세이 형식의 글들을 모았는데,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한달음에 읽힌다. 경쾌한 보법을 사용하는 문장 속에 유머와 휴머니티가 담겨 있어서 자주 미소를 짓게 된다.
- 장재선 (〈문화일보〉 기자)
내용은 실로 치열한 분투기인데 글은 절로 웃음 짓게 만든다. 지은이가 인터넷 유머 작가로도 활동한 덕분이다. 행여 소재가 ‘번역’이라고 겁먹지 마시길. 단순히 번역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책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읽고 나면 번역을 넘어 책이란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 구본준 (故,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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