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10월 03일 |
---|---|
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268g | 124*188*18mm |
ISBN13 | 9791191859041 |
ISBN10 | 1191859045 |
출간일 | 2021년 10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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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268g | 124*188*18mm |
ISBN13 | 9791191859041 |
ISBN10 | 1191859045 |
자네, 마음병이라는 거 아는가? 너희들은 자매야 저 새가 진짜 좋은 소식을 가져오려나 나는 못 걸으니까 아이들은 우리보다 언제나 더 현명하다네 잃어버린 게 있어서 슬픈 거지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이루어져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너는 내 딸이었어 마음이 다정해서 아마 다시 올 거야 너 외롭니? 나는 너야, 너는 나구 너는 정말 돌아온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같이 가자 마음의 말은 들어서 아는 게 아니잖아요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
귀한 자리.
거긴 하늘바위이고 산 밑 마을이다.
거긴 귀한 언어들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안타까운 우리 옛 것들이 사라져가는 기억과 함께 살고 있기도 하다.
우리들이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해 절로 말 못하고 눈 뜨지 못한 그 많은
우리의 귀한 자리가 아직은 우리에게 있지 싶어 가슴을 쓸어 보았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말들이 가득 담긴 어쩌면 어른을 위한 동화였다.
교통사고로 헤어져 살게 된 가로미와 늘메 남매의 따듯한 아픈 이야기였다.
사고가 난 산길 한구석에서, 신령한 매인 지킴이가 늘메를 늑대로부터
구출하여 하늘바위로 데려온다.
지킴이처럼 매인 산지니와 함께 자매로 산다.
만수 삼촌은 너무 미안하다.
늘메는 산에서 찾았지만 지금은 데려올 수 없고, 가로미와 함께 키울 수
없어서다.
너희들 앞일을 너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어른들 생각대로 결정해서다.
바퀴 의자에 앉아 지내는 가로미는 초의 영감에게서 약초 공부를 한다.
“삼촌, 내 발만 겨울이야, 다 봄인데. “
봄이 오려는지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이런 날, 가로미는 진짜 한번
걸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디 봄이 오는지 가보고 싶어서다.
만수 삼촌은 가로미를 번쩍 안고 말한다.
“...... 여기 안 가보면 죽겠구나 싶은 곳이 생기면,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지킴이는 늘메를 마을로 내려 보낸다.
사람이 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날은 꼭 삼백 날인, 산지니를 딸려서다.
산지니더러 사람의 남자를 너무 다정하게 쳐다보지 마라는 당부와 함께.
그렇게 가로미와 처음 만난 날, 늘메는 갈빛에 흰 점이 하나 박혀 있는
새의 깃털을 준다.
우리 엄마 거라고, 갖고 있음 마음이 착해지고 힘이 난다며.
늘메가 크게 얘기하는 바람에 가로미의 바퀴를 빠르게 밀어버렸고.
작은 트럭과 부딪는다 싶은 순간에, 푸드덕! 큰 새의 날갯소리가 들리더니
몸이 공중으로 솟구친다, 부신 햇살에 몸이 가볍다, 산지니 덕분이다.
남매가 칠 년 만에 그리 수선스럽게 만난 셈이다.
만수 삼촌은 늘메에게 가로미가 못 걷는 이유를 너무 무서운 일을 당해서
겁이 크게 생긴 거라고 한다.
늘메는 나랑 똑같다고, 산 밑에 내려오는 게 겁나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도망친 일이 있다고 고백한다.
방울새의 도움으로 하늘을 날 때 가로미가 뒤에서 늘메를 꼭 껴안는다.
늘메는 가로미에게 머리를 기댄다.
그건 다 안다는 뜻과 같았다.
“가로미야. 둥굴레꽃은 걸을 줄 몰라. 그 자리에 언제나 가만히 있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둥굴레는 따뜻한 말을 할 줄 알아.
그러니까 사람의 몸을 도와주지.
네가 만일 의사가 된다면 넌 가만히 앉아 있어도 그 뿌리를 착하게 키우는
그런 의사가 되어야 해.“
그렇게 늘메는 말한다.
가로미는 늘메에게 색동신을 선물한다.
말을 한 적은 없으나 늘메가 제 꼬마 동생일 거란 짐작을 가로미는 진즉
하고 있어서다.
산지니를 위해 향비파를 찾으러 가던 날, 산불을 보았고, 늘메는 사람을
구하러 간다, 불 한가운데로.
가로미는 두 발에 힘을 준다, 두 발로 저곳까지, 늘메에게로 걸어서 간다.
한참 산을 헤매던 산지니가 가로미를 발견한다.
가로미는 늘메의 어깨를 싸안은 채 정신을 잃고 있다.
가로미를 등에 태우고 부리로는 늘메를 물고는, 하늘에 불덩이 하나처럼
산지니가 솟아오른다.
그렇게 살아나고서도 늘메는 다시 약초를 지키러 간다, 산으로 간다.
택사, 맥문동, 부들, 참쑥, 질경이, 흰민들레, 둥글레, 개구리밥, 뱀딸기,
범의귀...
정답고 정겨운 식물의 이름들이 가로미에겐 좋은 약초가 될 것이므로.
“네 이놈, 공부하다 말고 웬 산은 그렇게.”
그렇게 초의 영감에게 호통을 들어도 가로미는 내내 행복하다.
우리나라에 흔한 텃새들이 날아와 포르르, 가로미 어깨 위에 내려앉아서다.
노랑턱멧새, 곤줄박이, 어치, 무당새, 청딱따구리, 동고비, 방울새, 직박구리,
박새...
늘메는 새랑 얘기도 하는데, 늘메의 친구라서.
내 친구도 되어서.
[뒷이야기]
가로미는 ‘밭을 갈다’라는 뜻을 가진 옛말이라고 하여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았으나 없다.
‘산에 대해선 언제나 할 말이 많다. 그래서 이름이 늘메란다. 늘 산이라고.‘
라며 정 있게 말해 준 작가의 말을 듣고 늘메도 찾아보니 단어 하나가
있긴 하다.
‘늘메 : 신랑이 신부의 집에 가서 혼인 잔치를 치르고 돌아왔다가
몇 달 뒤에 신부를 데려다가 자기 집에서 잔치를 베푸는 일.’이라는
다른 뜻이다.
따뜻한 가로미와 포근한 늘메는 귀한 자리 어디쯤 있겠지 싶어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