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저희한테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참 많이 해요. 근데 저희 일상은, 일상이 뭐냐 하면 우리 수현이가 옆에 있어서 수현이랑 같이 밥 먹고, 티격태격하고, 같이 공원에 놀러도 가고, 같이 가족끼리 복작복작, 그 사는 게 일상이거든요. 저희한테 일상은 그건데 자꾸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우리한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가 지금도 수현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데, 이게 저희한테 일상일 수가 없거든요. 저희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냥 버텨가는 거예요.
--- p.15 「수현 엄마 이영옥」 중에서
“참 저기 찬호라는 학생은 이런 학생이었구나” 어디까지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듣고 나면 사람들이 “아, 얘는 참 행복한 아이였구나. 그 아이로 인해서 부모도 행복했었구나. 근데 참 안 됐다” 안 됐잖아요, 속도 상하고 저는 그랬어요. 속이 좀 많이 상했죠. (면담자 : 추억을 많이 안겨줬군요) 많이 안겨줬어요, 이 녀석이.
--- p.23 「찬호 엄마 남궁미녀」 중에서
그래 가서 보니까 우리 동혁이한테 일주일 전에 사 준 운동화가 있어요. 그니까 항상 저는 운동화를 사 주면 △△이하고 똑같이 사 줘요. 근데 항상 △△이 게 닳아가지고 같이 사는 거지, 동혁이는 많이 닳지는 않아요. 굉장히 좀 조심스러운 애가 돼가지고. 근데 신발을 사 줬더니 그 전 신발이 멀쩡하다고 이거는 갔다 와서 신는다 했어. 신어만 보고는 그냥 간 거야. 내가 “이거 신고 가” 했더니 또 그걸 안 신고 갔어요. 그래서 (15일) 11시 반에 통화할 때 내가 “왜 신발 안 신고 갔냐?” 그러니까 “여행 갔다 와서 신을게요. 아껴 신으려고요, 너무 이쁘잖아요” 이래. 그렇게 했던 애였거든. 그 신발을 이제 올려놨어요, 거기에 빈소 위에다가.
--- p.31 「동혁 엄마 김성실」 중에서
그 행진 대열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그렇게 많았었거든요. 저희는 처음에 유가족들 가면 시민들이 옆에서 그냥 응원 해주고 피켓 들고, 그렇게만 생각했었는데 그분들이 같이 걸어가시는 거예요. 광명에서… 안산에서부터 같이 걸어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광명 지나서 마포대교 쪽인가, 그 한강 건너갈 때는 오르막길에서 뒤돌아보니까 끝이 안 보이더라고요. 그때 진짜 놀랐습니다. ‘아… 이 아픔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걸 느껴가지고. 아, 저분들은… 솔직한 얘기로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같이 아파해 주시고, 다른 말 필요 없이 그저 손만 잡아 주는 게 그렇게 고맙더라고요, 그때는. 지금도 물론 고맙고, 그 시민분들이 같이 해 주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거 같기도 합니다.
--- p.33 「수정 아빠 김종근」 중에서
그전에는 오로지 한 달 한 달 벌기 위해서 삶을 살았다면 지금은 그런 삶이 아니고 생명의 존중, 소중함을 알고 또는 그 약자들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하는 삶, 이런 노래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아픈 사람들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삶
--- p.57 「창현 아빠 이남석」 중에서
저 같은 경우는 ‘아 이걸 끝까지 하자. 되든 안 되든 해본다면, 무슨 이야기를 후회도 없이 해야지, 왜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고 안 될 거라고 단정을 짓냐?’
…
끝까지 해보고, 끝까지 해야 되고, 안 된다 해도. 힘들겠죠, 쉬운 게, 세상에 쉬운 게 없겠죠. ‘여기서 힘들다고 하면 내 자식보다 더 힘들었겠냐, 그 순간에’ 그런 생각도 많이 해요. ‘우리 애가 힘들게 죽었는데 이게 뭐가 힘드냐. 죽은 사람도 있는데. 억울하게 죽고, 힘들게 죽은 사람도 있는데. 산 놈이 이게 힘들다 하면 안 되지’(라고 생각해요).
--- p.77 「예진 아빠 정종만」 중에서
정말 오래 보고 싶었어요, 이 아이의 삶을. 솔직히 우리 큰딸도 소중하고 그렇지만 더더욱 저는 승희를 한 번, 어 떤 삶을 살아갈지 보고 싶었어요(울음). 저한테는 정말 아까운 것 같아요. 너무 큰 손실이고… 어쩌면 저한테는 삶의 한 영양소 같은 거였는데(침묵). 그게 슬퍼요, 걔를 못 본다는 게(울음). 어른들이야 이제 가니까, 그렇게 간 아이 들이니까 다들…
그런 아이들이 잘 기억이 되어서 다른 소중한 아이들도 건강하게 살아 있게 해주세요
--- p.103 「승희 아빠 신현호」 중에서
“지금 소원이 있다면 하루가 아닌 단 1시간만이라도 고운이를 만날 수 있으면 만나고 싶다”고 그게 소원이라고, “어느 날 갑자기 작별 인사도 못 하고 못 하고 갑자기 떠나버린 고운이를 만날 수 있으면 만나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어루만져 주고 싶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 p.117 「고운 엄마 윤명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