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5년 04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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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534g | 153*224*30mm |
ISBN13 | 9788936472832 |
ISBN10 | 8936472836 |
출간일 | 2015년 04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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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534g | 153*224*30mm |
ISBN13 | 9788936472832 |
ISBN10 | 8936472836 |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이은 ‘또다른 참사’의 기록 “가족, 친구한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술술 다 꺼내놓고 말았네요.”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들의 최초 인터뷰집 세월호참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10대들의 이야기가 최초로 공개된다. 이 책은 참사 당시에 생존한 단원고 학생 11명과 형제자매를 잃고 어린 나이에 유가족이 된 15명이 털어놓은 2년여 삶의 구술이자, 그들이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속내를 담은 최초의 육성기록집이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하 작가단)은 서울과 안산을 수십차례 오가며 세월호 가족과 형제자매, 단원고 생존학생을 만나 그들과의 인터뷰를 수백분 분량의 녹음파일로 담아냈다. 이 책에 실린 스물여섯 편의 인터뷰는 참사 당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건 당사자’의 구술이자 진상규명활동에서 조연으로만 등장해온 ‘어린 유가족’의 또다른 선언이다. 개인의 살아 있는 증언으로서도 소중하지만, 생생한 육성과 날것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냈다는 점에서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잇는 “품격을 갖춘 집체적 르포르타주”이자 기록문학의 또 하나의 성취다. 무엇보다 이 구술자들이 ‘세월호세대’ 즉 10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이들아 미안하다”라는 표현은 지난 2년여간 전국에서 외쳐진 구호였다. 작가단은 생존학생·형제자매 인터뷰를 거치며 이 구호를 외치는 기성세대가 그럼에도 왜 여전히 어린 존재들의 의견을 묵살하는지 의문을 품은 데에서 집필을 시작했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은 “지켜줄 권한을 가진 어른들에게만 허용된 특권의 감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 되묻기를 반복했다. 우리가 건네는 위로의 말이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세월호세대 고유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내 아이의 죽음이란.
다시는 못 본다는 것.
오늘 있었던 일을 재잘대는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것.
우리 아이와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을 동료들과 화제로 삼지 못한다는 것.
오늘 저녁 뭘 먹을지 묻지 못하는 것.
저녁 내내 귓가에 들리는 남매의 싸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밥 제대 안 먹고 논다고 잔소리할 수 없는 것.
내 손을 꼭 잡는 그 손의 압력을 느낄 수 없는 것.
25년쯤 후 결혼식장에서 사위에게 건네줄 손이 없는 것.
가슴팍에 끌어올려 안았을 때 온몸을 다해 안기는 감촉을 느낄 수 없는 것.
내 몸통을 다리로 감는 가벼운 조임을 느낄 수 없는 것.
예전 앨범을 보며 그때를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지는 것.
사랑한다고, 꿈에서 만나자는 밤인사를 듣지 못하는 것.
초등학교에서 메고 다닐 새 가방과, 새 신발을 살 필요가 없어지는 것.
어린이집에서 하원시키려고 퇴근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지는 것.
좋은 아빠가 되려고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으로 살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
일곱 살, 다섯 살 짜리가 없어진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풀리고 죽겠다. 지난번 코로나 자가격리 2주를 하는 동안 식탁에 덩그러니 놓인 둘째의 젓가락을 보며 김광균의 <은수저>가 떠올라 눈물이 왈칵 났는데. 자식이 죽는 순간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 무력감을 느낀 그 속은...... 역설적이게도 그 사람들이 미쳐버리지 않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런 사람이 수백 명이었기 때문일까. 이런 초현실적인 슬픔 앞에서 나는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한다. 감히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다만, 너무 안 됐고, 속상해서 터지는 눈물같은 마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당장 내일 보지 못한대도 내가 아이에게 이렇게 행동할 것인가?를 늘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려 한다. 그럼 영어, 한글 공부가 아니라, 얼굴 한 번 더 보고 눈 한번 더 맞추고 귀찮은 티 덜 내고 화는 누르고 좋은 말과 공감의 말이 더 나가게 된다. 존재 자체가 고맙고 귀해진다. 미래에 아이가 제 갈 길을 찾는 것은 그의 몫이다. 나는 그저 나를 위해서 그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귀하게 여겨주려 노력할 따름이다.
학교에 가서는, 점점 잊혀져가는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 내고 감정을 증폭시켜 자라나는 연약하고 말랑말랑한 가슴에 각인시키려 한다. 진상 규명을 위한 목소리에 기계적으로 동감을 강요하기 전에 - 사랑했었는지도 잘 몰랐고 알았어도 잘 표현하지 못했던 -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최대한 공감하게끔 하려 한다. 적어도 그럼 입에 담을 수 없는 인간같지 않은 말을 내뱉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그 사람들이 새로운 상처를 받는 대신 자신이 지금 안고 있는 상처의 치유에 더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올해도 그랬고, 내년에도 그럴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들의 죽음을 읽으며 나는 나와 내 사랑하는 이들의 삶을 본다.
요즘 <강의>라는 책을 통해 고전을 얕게 나마 접하고 있다. 고전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것이 무엇일까를 계속 묻게 된다. 그러던 차에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지인이 빌려주어 읽게 되었다. 마침 푸르른 4월이다. 4년 전 4월에도 푸르른 날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 나이가 되기까지 많은 사건 사고 소식을 뉴스를 접했지만, 이렇게 명확히도 그 날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 나는 날은 드문 것 같다. 그리고 뉴스를 그리도 많이 의심했던 날도 없었던 것 같다.
앞선 질문에 지금 내가 소소하게 나마 찾은 대한 답은 바로 '인간으로서의 기본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그것을 행하는 내공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고전을 읽고, 책을 읽어야 하는 것같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우리 삶이 살아가기 괜찮아질테니까.
416세월호참사의 유가족들,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읽으면서도 계속 질문을 하게 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같은 나라 사람으로서 나는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우선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목소리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일이 제일 우선이었을텐데. 4년이 지난 지금 이 봄이 그들에게 따뜻할지 여전히 의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많은 가공없이 기록한 이 책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계속 붉어진다. 중간중간 사진들이 나올 때는 더 하다. 이 따뜻한 봄 한 없이 찬란하게 빛났을 그들일텐데.. 제발 더 이상 생존자라고, 유족이라고 그 이름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
p.102 저 혼자서 사람들 사이에서 받는 상처가..뭐랄까..여러 사람에게 쌓인 게 있으니까 한번 올 때마다 더 크게 받아요. 그게 좀 무뎌지면 좋겠어요.
p.278 아프지 말고, 힘들지 말고, 행복하게
어떤 책은, 끝까지 읽는 게 참 힘들다. 재미가 없어서 그런 거라면 주저하지 않고 덮으면 그만인데, 꼭 들어야 할 이야기라면 달라진다. 이미 이 내용으로 발행된 책이 여러 권일 테지만, 매번 접할 때마다 감정이 일렁인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이제 좀 무뎌지지 않았을까 싶으면서도, 그게 아니었나 보다. 누군가는 그날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던데, 누구 말처럼 그 날은 사고 당사자나 관계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기억할 만한 날이라고 했다. 나도 그랬다. 늦은 아침을 먹다가 놀란 건 당연하고, 저게 정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의문으로 계속 TV 뉴스를 보던 기억이 난다. 저런 일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하는 놀람은 계속됐다. 내 가족이 타고 있던 것도 아닌데, 종일 슬픔의 순간을 공유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희생자는 너무 많았다. 한 가정의 아들이자 딸, 누군가의 동생이자 언니 오빠, 아내이자 남편. 어디선가는 VIP 보고용으로 영상을 요구할 때, 누군가는 생사를 건 몸부림을 치고 있었던 거다. 그마저도 불가능해 결국 수장된 채로 아직 그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3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세월호의 모습은 처참했다. 세월호의 외관이 저러할진대, 그 안의 많은 것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찾아야 할 게 너무 많은데, 그건 언제쯤 이뤄질까. 지금도 뭍에서 자식의 흔적을 찾으려고 애가 타게 기다리는 부모의 목소리가 그 안에까지 들릴 것 같다. 어서 나오라고, 엄마 아빠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니, 늦게라도 좋으니 보고 싶다고... 그게 언제쯤 이뤄질지 모르겠다. 간절한 바람으로 어서 빨리 엄마 아빠 곁으로 오기를 같이 기다리는 마음이다.
우리는 매순간 형제자매를 그리워해요. 매일 밤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동생이고 언니고 형이고 아우인 그 아이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기억하곤 해요. 그런데 세상은 자꾸 잊으라고, 그만하라고. 그리움은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데 그만하라고만 해요. (330페이지)
이 책은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번째 봄을 맞이하여, 세월호 유가족 육성을 담은 기록이다. 세월호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은 11명이라고 한다.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단원고 학생, 세월호 참사로 희생한 단원고 학생의 형제자매 이야기다. 사고 당시 십 대였던, 이십 대 초반이었던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목소리다. 온몸으로 겪어냈다는 말이 무엇인지 그대로 들려온다. 어린 나이에 형제자매를 잃는다는 게 뭔지, 나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이라고 생각하면 달라진다.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 그런 순간이 있지 않겠나. 나에게도 마찬가지일 테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들의 이야기에 저절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사고 당시 순간의 일들, 오보에 안심하며 가졌던 희망, 불안함이 들고 온 소식, 이해할 수 없는 절차와 방식의 태도들에 좌절하며 보냈던 시간이 생생하게 들린다.
그들은 '생존학생' 혹은 '유가족'이라 불렸다. 어떻게 슬픔을 견디며 지내왔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공통된 말이 나온다. 가족이나 친구한테도 하지 못했던 말들이라고 했다. 가족에게는 더 아프고 슬플까 봐 차마 말하지 못하고,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까 봐 하지 못했던 말들이 가득하다. 그것뿐만은 아니겠지.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한마디로 정의될 수 없는 순간이 많기에, 그들이 다 말하지 못한 이유에 슬픔이나 불편함만이 있을 수는 없을 거다. 어디 털어놓을 수 없던 속내를 시간이 조금 지나니, 누군가 진심 어린 마음으로 물으니 대답할 수 있었다. 형식적인 위로가 아니라, 안타깝게만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같은 의미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 인터뷰이도 인터뷰어도 모두 바라는 건 하나다. 사람들이 함께 기억해주기를, 잊지 말아주기를...
세월호 이후에 저는, 어… 그냥 삶이 나눠진 것 같아요. 친구들을 잃었지만 그만큼 좋은 사람들도 생겼고 배운 것도 성장한 것도 많아서, 더 나쁜 삶이라고 말하기에는 제 주변에 좋은 사람들한테 미안하고. 그렇다고 그 친구들이 없는 삶을 더 좋은 삶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전환? 그냥 삶이 다른 거. (315페이지)
어떤 때는 '이해할 것 같다, 잘 알 것 같다'는 말이 위로가 된다. 공감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마음을 나눈다. 그게 어느 순간 힘이 된다는 걸 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건, 같은 경험으로 공유하는 슬픔과는 다르다는 거다. 기쁨보다는 같은 슬픔을 겪은 사이에서 생기는 유대감이 있다. 같은 가족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슬픔을 언제 어떻게 겪었느냐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한없는 마음을 보내다가도, 내가 이들의 슬픔과 고통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싶어 감히 말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그저 공통으로 겪은 '슬픔', 소중한 사람의 '부재', 견뎌내야 할 '고통'. 대개 이런 마음이었던 거다. 당사자의 아픔만큼 다가가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이 책을 한번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감히 잊힐 기억도 아니기에 더 그렇다. 그동안 세월호 관련하여 나온 책이나 소식들은 어른들의 눈과 입을 통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뒤에, 옆에 있던 10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 뒤로, 10대의 당사자가 품은 생각은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 이 책은 그동안 듣지 못했던 세월호 참사 희생학생 가족, 생존자인 10대들의 마음을 듣는 좋은 기회를 열어준다. 이미 끝난 일이 아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기에 더 들어야 할 마음들이다.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왔으니, 이제 또 다른 시작일지 모른다. 밝혀야 할 것들, 찾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잃어버린 친구들, 되찾아야 할 일상, 오늘을 살아갈 용기와 내일을 기다릴 희망, 아픔과 추억을 간직할 기억들, 진심으로 들어야 할 누군가의 마음, 상처 회복과 배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그 날을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이 이들의 마음을 들었으면 좋겠다.
* 현재 전자책 무료 배포중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전자책 무료 배포 기간 이용해도 좋을 듯...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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