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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늙는 기분

서른다섯, 늙는 기분

[ 친필 사인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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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52g | 124*188*15mm
ISBN13 9791192097206
ISBN10 1192097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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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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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라는 노래 제목을 들으면 빅뱅보다 god가 먼저 떠오르는 나는, 명백하고도 투명하게 늙어가고 있다. (…) 내 몸의 자유 이용권 만기를 온몸으로 느낀다. 신께서 내게 선사하신 성장의 나이는 서른다섯이다. 그러나 나는 신께서 만든, 막 나가는 엉망진창의 피조물이다. 몸에서 여러 신호를 보내도 나는, 과학의 힘을 빌리겠다. 지적 호기심을 멈추지 않고 진화하겠다, 고 선포한다. 해야 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처럼, 이젠 나를 지키는 일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 「자유 이용권은 여기까지입니다」 중에서

나는 노산이나 잠재적 가임기 여성이라는 비좁은 진단을 훌훌 던져버리고 새 삶을 살고 싶다.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하루라도 더 빨리 결혼해야 애도 낳고 이상적인 삶을 살지 않겠냐고. 이상적인 삶은 누가 선택한 기준일까. 나는 신체적으로 생리 일수가 약간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건강하다. 호르몬은 내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냥 그렇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다. 이는 가임기 여성의 숙명이다. 생각해 본다. 여성은 폐경이라는 것이 있다. 남성은 그렇지 않다. 이 차이 때문에 여성은 늘 나이 듦에 대해서 괴로워해야 한다. 신은 정말로 여성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창조했음이 틀림없다.
--- 「생리 주기와 우주의 섭리」 중에서

서른이 되었을 때는 정말 즐거웠다. 성인이 된 지 10년째 되는 해였으므로 어려운 일이 닥쳐도 어느 정도 초연하게 넘길 수 있었다. 생각도 제법 성숙해진 것 같았다. 게다가 체력은 이십 대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체중은 먹으면 늘고 안 먹으면 안 늘었다. 아파도 금방 나았고 술을 밤새워 마시고도 다음 날 태연하게 출판사 미팅을 갈 수 있었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작 5년이 지나 서른 중반에 들어서면서 나는 내가 달라졌음을 여실히 느낀다. 조금만 힘들어도 스트레스를 받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덤으로 흰머리까지 듬성듬성 나버린 지금, 종합비타민과 유산균, 콜라겐까지 종류별로 영양제를 입에 털어 넣어야 하는 지금 온갖 인풋이 들어가도 아웃풋을 내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 「앉아 있는 자의 숙명」 중에서

어른이란 별것 아니다.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기댈 그늘을 찾는 것보다 내가 더 빨리 잘되는 게 이 집안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게 어른이다. 어른이란 질문이 적어지는 것이 어른이다.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라는 동요의 말은 틀렸다.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는 어른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에게 과한 기대를 가진 동요 작사가에게 묻겠다. 어린 시절 얼마나 산타 할아버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울지 않았던가. 그깟 선물 하나를 받기 위해 감정을 통제당했지. ‘착한’ 어린이가 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애썼던가. 어른은 말이지, 울어도 된다. 착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책임만 지면 된다. 그거면 된다.
--- 「어른과 어린이」 중에서

듣거라. 삼십 대가 왜 망했는지 말해주고 싶다. 일단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 나는 일단 나로서는 망하지 않는다. 근데 사회가 망했다. 사회가 날 보는 태도는 망할 대로 망가져 있다. 나는 가만히 있지만 사회는 나를 늙은 여자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내가 신체적 노화에 대해서 구 구절절하게 썼지만 사실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내가 쓸모가 없어질 것이라는 것. 노처녀라는 농담을 내게 던지면서도 본인의 수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부딪쳐야 한다는 것. 이제 여기서 무럭무럭 자라도 내가 뭔가 더 대단한 것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일이나 가정 둘 중 하나의 선택이 왜 여성에게만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 이것은 모두 삼십 대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다. 이게 내가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교훈이다.
--- 「교훈을 주는 사람」 중에서

늙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낡고 싶지 않다. 자연스럽게, 멋지게 늙고 싶다. 그것이 나는 낡지 않고 늙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다가올 삼십 대를 무서워하지 않길 바란다. 당연히 당신에게 다가올 일이며, 그 일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이 마음을 모르겠다. 몸의 노화를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입으로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나는 내일을 받아들일 자신이 있다고. 서른다섯 살에 이런 글을 쓰지만, 마흔에도 그리고 칠순 잔치에서도 후회 없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단 하루도 어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누구나 부러워할 아주 멋진 삶을 나는 살아왔다고.
--- 「내일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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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호의 산문을 읽고 있자니 거울을 보는 것 같다. 삼십 대가 되어 늘어난 (새치 아니고) 흰머리, (자국 아니고) 주름, 신경증과 통증, 빠지지 않는 살, 집중력 저하와 함께 빛의 속도로 지나쳐가는 시간 속에서 일만 붙잡고 살며, 와중에도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새롭게 맺는 것이 가능할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모습이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을 알고, 앞으로 더욱 취약해질 모습까지도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나를 돌보는 방법을 익혀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말이 쉽지 너무 많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니 변화를 알아차리고 소화할 새도 없다. 그렇지만 오늘도 이소호는 이소호를 사랑하고 이랑은 이랑을 불쌍히 여기며 살아있다. 비슷하게 흘러가는 서로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어제보다 나은 삶으로 향하는 주문을 크게 외친다.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른!’
- 이랑 (37세, 아티스트)
이소호 시인의 산문은 정말이지 아주 솔직해서, 독자가 세우고 있던 경계를 여지없이 무장해제시킨다. 그렇지. 삼십 대 중반에 접어든 여자 시인에게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때로는 더럽고 치사한 일들이, 때로는 그래도 좋은 일들이.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결혼 정보 회사에서 상처 주는 말을 해도, 흰머리가 슬슬 늘어나도, 술을 마시며 밤을 샐 수 없어도 삶은 이어진다. 삼십 대 중반을 목전에 둔 작가로서 어떤 대목은 처절히 공감했고 어떤 대목은 씁쓸하게 웃었다. 어쩌겠는가? 꿋꿋이 글을 쓰며 살아가는 수밖에.
- 김겨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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