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상황에 압도당하지 않는 방법, 상황에서 긍정적인 점을 보는 방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사람들을 과거의 삶에서 새로 바뀔 미래의 삶으로 안내하는 방법을 말한다.
---「프롤로그」중에서
재난에 휘말린 사람들이 마지막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길은 없다. 그들의 시신을 다룰 때는 잔인하게 갑자기 끝나버린 삶 속에서 그들이 못다 한 말과 못다 한 일이 부디 한으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장, 존엄한 몸」중에서
죽음은 자기만의 시계를 갖고 있다. 누군가의 시간이 다 되면, 말 그대로 시간이 다 된 것이다. 하지만 가끔 그 시계를 빨리 돌리려고 애쓰는 사람도 보인다. 나는 사람이 죽음의 시계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시계를 빨리 돌릴 수는 있다. 가끔 사람들은 운이 좋다고 느낀다. 마치 자기가 죽음을 따돌린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건 그냥 아직 진짜 시간이 안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라크에서 폭탄이 터진 호텔 두 곳에 머물렀지만 두 번의 폭발을 모두 피했다. 그건 행운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나의 때가 안 되었기 때문일까?
---「2장, 행운이 필요한 순간」중에서
생존은 행운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 핵심은 행운이 찾아올 시간을 버는 것이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행운이 일어날 기회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한 가족을 예로 들어보자. 이 가족은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가로지르다가 물 위로 뛰어오른 고래 때문에 요트가 부서지고 말았다. 이것은 큰 불운이다. 가족은 부서진 요트로 구명뗏목을 만들어 버텼고, 30일 정도 후에 지나던 화물선이 이들을 발견하고 구조했다. 이것은 행운이다. 다만 그들이 살아남아 구조라는 행운이 찾아올 시간을 벌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은 행운 때문이 아니었다. 이 가족은 차분한 마음으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이들은 행운이 찾아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2장, 행운이 필요한 순간」중에서
현대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은밀하고 조용한 호스피스에서 작별인사를 나누며 천천히 사라지는 죽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열린 공간에서 다수의 사람이 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에는 대체 어떻게 해야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곳이 바로 내가 개입해 들어가는 지점이다.
---「5장, 이름 속에 담긴 것」중에서
대량 사망 사고는 정말 엉망이다. 사망한 승객 중 한 명의 형제로부터 첫 질문이 나왔다. 그도 항공사의 직원이었다. 그는 가족 친척들한테 형의 사망 사실을 미처 알리지도 못했는데 벌써 언론에 형의 신원이 새어나갔다며 분노했다. 일부 친척이 형의 사망 소식을 뉴스 보도를 통해 접하게 됐으니 그가 분노한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우리는 그 시점에서 개인 소지품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나는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고 연락해주겠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사고 잔해를 찾으러 나섰던 어부 한 명이 지역신문 사진기자를 함께 데리고 갔던 모양이다. 그들은 사망자들의 지갑을 찾아냈고 사진기자가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신문에 실었다.
---「7장, 오래된 정상에서 새로운 정상으로」중에서
개인 소지품을 찾는 것은 단순한 과정이지만 사람의 여러 감정을 건드린다. 어느 사람이나 그 가족에 대해 몰랐던 무언가를 발견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잃어버린 줄 알았던 특별한 무언가를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 행복했던 날에 대한 기억 등. 이런 물품은 그냥 찾아서 돌려주면 끝나는 대상이 아니다.
---「8장, 가라앉은 보물」중에서
나는 일 때문에 밖으로 나다니는 일이 많다 보니 매년 꼭 시간을 내어 딸과 함께 여행을 하려고 했다. 나는 방학 때 딸과 함께 알래스카도 가고, 아프리카 사파리도 가고, 유럽 일주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재미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었다. 아파르트헤이트박물관과 나치 강제수용소 같은 곳을 찾아가 딸이 학교에서 배운 역사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딸이 운이 나빴던 사람들의 이야기나 저 끔찍한 일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이해하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그냥 방치해두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게 되리라는 것을 딸이 이해하기를 바랐다.
---「9장, 쉬운 해답은 없다」중에서
유족은 상실이 아니라, 상실에 대응하는 방식에 화가 난다. 유족에게는 이렇게 화를 낼 권리가 있다. 대응 시스템에서 더 잘 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14장, 오직 신만이 아는 이름」중에서
우리 문화권에서는 나쁜 일은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재촉한다. 나쁜 기억은 훌훌 털어버리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냥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넘어가버릴 뿐, 과거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며 그로부터 교훈을 얻지 않는다면 나쁜 일은 되풀이 될 것이다.
---「20장, 상실과의 타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