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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메이블 이야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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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8월 2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664g | 135*215*30mm
ISBN13 9788960179486
ISBN10 8960179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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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는 줄무늬 날개를 탁탁 치고, 테두리가 검은 첫째 줄 칼깃의 뾰족한 손가락 같은 돌기가 허공을 가른다. 새의 깃털이 안달하는 고슴도치의 흩어진 가시처럼 곧추선다. 커다란 두 눈. 내 가슴이 철렁한다. 암매는 요술이다. 파충류다. 타락한 천사다. 동물 우화 그림책에 나오는 그리핀(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사자의 몸뚱이를 한 괴물)이다.
--- p.93

오랜 세월 매를 길들이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바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어린 매가 내 왼손에 앉아, 원색적이고 방어적인 공포 속에서 먹이를 발치에 두고 있을 때 내가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참매는 개나 말처럼 사교적인 동물이 아니고, 강압이나 체벌을 이해 못 한다. 매를 길들일 유일한 방법은 먹이를 선물하는 긍정적인 강화를 통하는 길뿐이다. 내가 준 먹이를 참매가 먹기를 기다린다.?이것이 매를 가르치는 첫걸음이고, 나는 결국 사냥 파트너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공포감과 먹이 사이에 크나큰 간격이 벌어져 있으면 함께 그것을 건너가야 한다. 예전에 나는 무한히 인내하는 것으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정도가 아니다. 나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되어야만 한다.
--- p.113

나는 수십 마리의 매를 훈련시켰고, 훈련의 모든 단계에 익숙했다. 하지만 각 단계에는 익숙한 반면, 그 단계를 밟는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폐허 더미 속에 있었다. 내 안의 깊은 부분이 스스로 다시 지으려고 애쓰고 있었고, 그 모델은 바로 내 주먹 위에 있었다. 매는 내가 되고 싶은 모든 것이었다. 혼자이고 냉정하며, 슬픔에서 자유롭고, 인생사의 아픔에 둔했다.
나는 매가 되어 가고 있었다.
--- p.142

거기 앉아서 매에게 행복하게 고깃점을 먹이는 중에 매의 이름이 내 머릿속에 쑥 들어온다. ‘메이블’, 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뜻이다. 구식의 느낌이 나는 약간 어리숙한 이름이고 유행이 지난 이름이다. 그 이름에는 할머니 같은 분위기가, 장식 달린 덮개와 애프터눈 티(영국 전통인 오후 3시경의 다과 시간) 같은 느낌이 풍긴다. 매잡이들 사이에는, 매의 능력은 이름의 포악함과 반비례한다는 미신이 있다.
--- p.148

나는 깊은 상처를 치유하려면 야생 세계로 달아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치유했다. 내가 읽은 자연에 대한 책들은 그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한이나 슬픔에 자극받아 탐구자가 되었다. 일부는 희귀한 동물들의 달인이 되는 데 매진했다. 어떤 이들은 흰 기러기를 찾아다녔다. 어떤 이들은 흰 표범을 쫓아다녔다. 땅에 집착해서 오솔길과 산길, 해안, 계곡을 걷는 이들도 있었다. 멀리서 야생을 추구한 이들도 있었고, 아주 절실하게 야생을 추구한 이들도 있었다. 존 뮤어(산림 보호를 처음으로 주장한 환경운동가, 작가)는 이렇게 썼다. “푸르고 고요한 숲 속에서 자연은 모든 고통을 치유하고 달래 준다. 땅에는 땅이 치유 못 하는 슬픔이 없다."
이제 나는 이 말의 본질을 알았다. 이것은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거짓말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그것이 내게 필요한 치료법이라는 무의식적인 확신에 화가 났다.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라고 있는 것이다. 손은 매의 횃대 노릇만 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야생은 인간 영혼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 p.342~343

나는 사색하는 기분에 젖는다. 나는 매를 내 세계에 데려왔고 그러다가 내가 매의 세계에 사는 체했다. 이제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분리된 채 행복하게 각각의 삶을 공유한다. 나는 손을 내려다본다. 손에 흉터들이 있다. 가늘고 하얀 줄들. 하나는 메이블이 허기져 화를 낼 때 발톱으로 긁은 상처다. 그것은 생살로 하는 경고처럼 느껴진다. 메이블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찾아다니다가 산울타리 사이에 들어갔을 때 블랙손에 찢긴 상처도 있다. 다른 흉터들도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메이블이 만든 게 아니라 아물도록 도와준 상처들이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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