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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빨강

편혜영 | 창비 | 2010년 02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2 리뷰 31건 | 판매지수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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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0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58g | 148*210*20mm
ISBN13 9788936433734
ISBN10 8936433733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절대고독의 한 남자, 누가 그의 아내를 죽였을까
편혜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편혜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제약회사의 직원으로 쥐를 잡는 능력을 인정받아 파견근무를 가게 된 C국에서 아내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쫓기다, 쥐를 잡는 임시방역원으로 일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에 밀도 높은 문장으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제약회사에서 약품개발원으로 근무하는 주인공은 파견근무를 발령받고 C국의 본사로 떠난다. 본국의 집에 가둬놓고 온 개가 생각나 동창생 유진에게 연락해 개를 풀어달라고 부탁한다. 유진이 주인공의 집에 가보니 난자당한 개와 칼에 찔려죽은 전처의 시신을 발견한다. 언제 생겼는지 모를 손바닥의 멍,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출국 전날밤의 기억, 유진과의 술자리 등 혼란스러운 생각에 휩싸여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해본바 집 근처 쓰레기장에서 자신의 지문이 묻은 칼이 발견되었고 자신이 유력한 살해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작가는 살인용의자로 지목되어 철저히 고립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의 인간성 상실과 절대고독을 나타낸다. 부랑 생활을 하며 쓰레깃더미를 뒤지고 위생은커녕 최소한의 인간적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하수도에서 생활하는 등의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현대문명에서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벌어지는 결과가 이토록 참혹한 몰락의 길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저자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인간성 상실, 소통의 부재로 빚어진 절대고독 등을 통해 현대문명의 이면을 치밀하게 파헤치고 있다.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어두운 인간세의 초상화, 어디에도 빈틈이 없다”
절대고독의 한 남자, 누가 그의 아내를 죽였을까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작가 편혜영의 첫 장편소설


일상의 야성성을 잔혹한 이미지로 주조해내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편혜영의 첫번째 장편소설 『재와 빨강』이 출간되었다. 제약회사의 직원으로 쥐를 잡는 능력을 인정받아 파견근무를 가게 된 C국에서 아내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쫓기다, 쥐를 잡는 임시방역원으로 일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에 밀도 높은 문장으로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인간성 상실, 소통의 부재로 빚어진 절대고독 등을 통해 현대문명의 이면을 치밀하게 파헤치는 이 작품은 그동안 두 권의 소설집을 통해 작가 편혜영이 그려왔던 작품세계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묵시록적이고 기괴한 요소들이 다분하면서도 비현실적인 가상의 상황에서 현실적인 공감이라는 주제의식을 긴장감있고 집요하게 추구했다는 점에서 잘 빚어진 장편의 세계를 확인시켜준다.

어두운 인간세의 초상화

제약회사에서 약품개발원으로 근무하는 주인공은 파견근무를 발령받고 C국의 본사로 떠난다. 마침 C국은 감기와 유사한 전염병이 창궐하여 위생검열이 강화되었고, 전염병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비상태이고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배정받은 제4구의 숙소에서 출근 개시와 명령을 기다리고 있지만 본사 담당자 ‘몰’은 연락이 없다. 문득 본국의 집에 가둬놓고 온 개가 생각나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전처와 재혼했다가 다시 이혼한 동창생 유진에게 연락이 닿아 개를 풀어놔달라고 부탁한다. 다음날 유진은 주인공의 집에 가보니 난자당한 개와 칼에 찔려죽은 전처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해온다. 언제 생겼는지 모를 손바닥의 멍,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출국 전날밤의 기억, 유진과의 술자리 등 혼란스러운 생각에 휩싸여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해본바 집 근처 쓰레기장에서 자신의 지문이 묻은 칼이 발견되었고 자신이 유력한 살해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뜻밖의 소식에 당황하던 차에 누군가 숙소의 문을 두드리자 깜짝 놀란 주인공은 창밖 쓰레깃더미로 몸을 날린다.
전처의 죽음이라는 1부 결말부의 충격적인 사건은 일견 이 작품을 추리소설적인 분위기로 이끌 듯싶고, 낯선 장소에 버려지거나 고립되는, 편혜영 전작들에 흔히 출몰하는 전형적인 주인공이 변주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2부와 3부에서는 편혜영 소설의 괴기스럽고 묵시록적인 소재들이 전면적으로 부각되지 않는 대신, 부랑자 생활을 하고 지하에 갇히고 쥐잡는 방역 일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이 소통의 부재로 인해 겪는 절대고독의 상황이 전면화하며 여기에, 전처와의 지난 추억이 병치된다.
쓰레깃더미에서 살아난 주인공은 공원 근처와 아파트 근처를 오가며 부랑 생활을 하며, 본사 담당자 몰을 찾아가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자 복잡한 면담신청만 해놓고 돌아온다. 그러다 전염병에 걸린 부랑자를 보디백에 싸서 버리듯이 주인공도 삽시간에 보디백에 싸여 하수구에 버려지는 신세가 된다. 지하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쥐를 잡아달라는 민원으로 하수구에 내려왔던 방역팀장의 손에 붙잡혀 집단수용시설에 수용되면서 방역원으로 일하게 된다. 방역활동을 하면서도 본사 주위를 맴돌며 몰을 만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 본사에 잠입하지만 몰이 전염병에 감염되어 회사에서 퇴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설 수밖에 없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쥐를 잡는 방역활동을 계속하던 주인공은 어느 집에서 쥐꼬리 숫자를 속이려 한 자신을 위협한 주인여자를 죽인다. 며칠 동안 자신이 묵었던 제4구의 대형마트에 방역을 나갔던 주인공은 전염병이 진정되고 쓰레기가 치워져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음을 확인한다. 유진을 찾아 다시 본국에 전화를 걸지만 연락처를 알아내지 못하고, 전처와 동명인 여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통화를 시도하지만 끝내 실패한다. 또다시 본사에 가서 몰을 찾지만 여전히 같은 대답을 듣게 되고, 본국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자기 자신을 찾지만 ‘그런 분은 없다’는 답만 듣곤 한다.
자신을 본사로 불러들인 ‘몰’은 자취를 찾을 수 없고, 본국의 누구와도 통화가 성사되지 않고, 전처의 살해용의자란 신분으로 ‘몰’이라고 불리며 C국에 숨어사는 주인공은 철저하게 고립된 인물이다. 부랑 생활을 하며 쓰레깃더미를 뒤지고 위생은커녕 최소한의 인간적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하수도에서 생활하는 등의 극단적인 상황에서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인간성 상실과 절대고독이란, 결코 본국에서는 상상도 못해봤지만 주인공에게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찾아온 시련이다. 현대문명에서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벌어지는 결과가 이토록 참혹한 몰락의 길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놀랍도록 섬뜩한 실감으로 다가온다.

현실로의 복귀를 간절히 꿈꾸는 주인공과 실감의 서사

문학평론가 차미령은 이 작품의 어느 구절을 읽는다 해도 편혜영이라는 작가의 존재감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앞서 발표된 단편소설들의 자취와 행로를 모두 담고 있는 편혜영 소설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는 특징이 곳곳에 산재한 작품이라고 논하면서도 그 차이를 이렇게 정리한다.

그러나 『재와 빨강』의 세계는 불쾌의 미학을 독보적으로 구축했으나 그만큼 비현실적인 괴담처럼 다가오기도 했던 『아오이가든』의 세계와도, 현대적 일상의 심부를 탁월하게 묘파하고 있으나 다소 전형적인 수작으로 읽히기도 했던 『사육장 쪽으로』의 세계와도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재와 빨강』은 통상적인 기대를 배반하는 가상적인 상황을 전개하고 있으되, 플롯의 측면에서 가장 기본적인 층위의 개연성을 놓지 않으며, 현대 자본주의세계의 출구 없는 미로를 다루면서도, 그 미로를 통시적인 보편이 아닌 공시적인 실감으로 육박하게 한다. ―차미령, 「해설―재와 피로 덮인 얼굴」

다소 비현실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전염병이 창궐하고 쥐가 들끓는 C국에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가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설정이고 배경이다. 편혜영의 전작들에 난무했던 피와 살점의 혐오스럽고 불편한 세계가 현실적인 공감과는 별개로 반문명적인 상상력의 미학을 구축했다면 『재와 빨강』의 세계는 ‘공시적인 실감’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있을 법한, 개연성이 충분한 이야기인 것이다.
이는 이야기 속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는바, 주인공은 전처와 함께했던 일상의 기억과 여행의 추억을 잔잔하게 회상하며 어쩌면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본국으로의 귀환과 그곳의 ‘현실’을 간절하게 그리워한다. 장편 『재와 빨강』의 모티프들이 이전의 여러 단편에서 움트고 있었으나, 세계를 등지고 서 있는 주인공에게 초점이 맞춰져 주인공의 내적·외적 변화에 서사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논한 문학평론가 복도훈(계간 『창작과비평』 2010년 봄호 「K」) 역시 이를 편혜영의 전작과 차별되는 특징으로 꼽았다. “비현실적인 유령의 세계에서 현실과 접촉”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하지만 그에게는 전처와의 아름다운 기억이나마 한모금의 생수 같다.

그는 낯선 목소리의 상대에게 누구를 바꿔달라고 해야 하는지 생각하다가 누구를 찾으시느냐고 묻는 친절한 목소리에 현혹된 듯 매번 자기 이름을 말했다. 대부분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한번 이름을 물었다. 그는 어른의 이름을 얘기하듯 자신의 이름을 한자 한자 불러주었으나, 그때에도 “죄송하지만 그런 분은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 그럼에도 몇차례 더 전화를 건 것은 자신을 아는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다면, “그분은 퇴사하셨습니다”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을 아는 누군가와 잠깐 목소리를 나눈 셈이므로 그것만으로 기뻐하며 전화를 끊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걸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다시 말해달라는 말과 “죄송하지만 그런 분은 없습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여러 번 되풀이된 일이었으므로 그는 실망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C국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고 유일한 사람인 ‘몰’의 행방을 그토록 애타게 찾아헤매는 이유도, 나아가 본국의 여기저기에 수신자 없는 전화를 걸어 누구든(심지어 자기 자신이라도) 찾고자 애쓰는 이유도 모두 현실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이 현실을 향한 간절함이 소설의 실감을 더한다.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상상력과 불편한 진실을 다룬 작품세계로 특징지어졌던 작가 편혜영이 장편이라는 형식으로 축조해낸 공간은 소재면에서 그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 단편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밀도높은 문장과 빈틈없는 서사의 전개는 공들여 쓴 장편의 호흡을 실감하게 한다. 주인공이 그토록 그리던 현실은 곧 작가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현실적 상상력과 맞닿아 있는 것이 분명하고, 작가 편혜영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편의 세계는 ‘어디에도 빈틈이 없’이 ‘지독하고 정교’(성석제 「추천사」)하여 주제면으로나 기법면으로나 한걸음 더 나아간 완성도를 확인시켜준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벽돌 같은 단단한 문장으로 치밀하게 축조된 어두운 인간세의 초상화, 어디에도 빈틈이 없다. 편혜영만의 독보적인 소설 카트는 인간세의 쓰레깃더미와 탐욕의 잔해, 폐허의 연기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그 바퀴는 부드럽게 구르며 동행자를 불러 모은다. 편혜영의 소설은 지독하고 정교하다. 나는 이 소설에서 젊은 날 헌책방에서 느꼈던 클래식한 책 냄새를 맡는다.
성석제(소설가)

회원리뷰 (31건) 리뷰 총점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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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재와 빨강]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크***스 | 2019.08.0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방역업체 약품 개발원인 남자는 본사가 있는 C국의 파견 직원으로 가게 된다.전날 기억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던 남자는 출국 전 간단하게 짐을 챙겨 비행기에 올라 C국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는 최근 폭발적인 확산을 보이는 전염병으로 인해 검역원이 있었고, 감기 기운이 있던 남자는 공항에 억류되어 검사를 받게 된다. 하루가 지나서 나온 검사 결과는 확진은 아니었;
리뷰제목

 

방역업체 약품 개발원인 남자는 본사가 있는 C국의 파견 직원으로 가게 된다.

전날 기억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던 남자는 출국 전 간단하게 짐을 챙겨 비행기에 올라 C국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는 최근 폭발적인 확산을 보이는 전염병으로 인해 검역원이 있었고, 감기 기운이 있던 남자는 공항에 억류되어 검사를 받게 된다. 하루가 지나서 나온 검사 결과는 확진은 아니었지만 추후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며 남자는 체류 예정지를 확인시켜주고 본사에서 마련해준 숙소가 있는 제4구에 가게 된다.

 

온갖 쓰레기로 넘쳐나는 제4구에는 쓰레기에서 흐른 구정물과 역한 냄새가 가득했다.

냄새를 뚫고 숙소인 아파트에 도착하자 전화가 걸려온다. 본사의 인사담당자인 몰이 당분간 출근하지 않아도 좋다며, 내부 회의를 거쳐 일주일이나 열흘 후에 결정될 거란 말을 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쥐와 같은 처지라는 게 무서웠고 나중에는 쥐를 잡을 때에만 쥐와 같은 처지가 아니라는 안도를 느끼게 되어, 그 안도감 때문에 틈나는 대로 쥐를 잡으려고 하는 게 무서웠다. 쥐 한마리가 이끈 우연의 행보가 두려웠고, 그 행보를 원망하듯 어떤 독한 약이나 험한 매질에도 죽지 않는 쥐를 끝끝내 죽이고 싶어 하는 자신이 무서웠다. p.228~229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주인공인 남자가 언어도 잘 알지 못하는 C국의 파견 직원으로 가게 된 건 쥐 때문이었다. 지사장 앞에서 쥐를 단번에 때려잡았다는 이유로 남자는 본사에 갈 직원으로 결정된다. 파견 직원은 차기 지사장 선발에 유리할 거라는 점 때문에 남자는 회사에서 보란 듯이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외톨이가 된 남자는 쫓기듯 출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C국 공항에서부터 억류 사건이 있었고, 지독한 쓰레기 냄새로 가득한 숙소에서는 감염자가 있다는 이유로 경찰이 아파트 전체를 격리시켜 주민들을 통제한다. 이런 상황에 남자는 숙소에 들어왔을 때 문밖에 잠깐 놔둔 트렁크를 누가 훔쳐 간 바람에 그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새 출발을 하기 위해 도망치듯 모국을 떠났는데 안 좋은 일만 일어나 남자의 앞날이 어두우리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핸드폰도 트렁크에 있었기에 남자는 숙소에 있는 전화로 모국으로 연락을 시도한다. 이혼한 전처의 바뀐 연락처를 알아야 했기 때문에 전처와 재혼했다가 최근에 이혼한, 자신의 학교 동창인 유진에 대해 어렴풋이 기억나는 정보로 연락을 시도해 통화를 하게 된다. 남자가 그토록 연락하려고 했던 이유는 전처가 키우던 개를 모국의 집에 두고 왔기 때문이었다. 굳이 전처에게 연락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남자는 유진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집에 있는 개를 밖에다 버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유진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을 때, 이 개념 없는 남자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개가 칼에 갈기갈기 찢겨 죽어있었고, 심지어는 전처마저 칼에 찔리고 폭행을 당해 얼굴이 뭉개져 있었다고 했다. 놀라 경찰에 신고한 유진은 조사를 받았다고 했고, 곧이어 C국에 있는 남자의 숙소에까지 누군가가 찾아와 그는 베란다에서 쓰레기 더미로 뛰어내린다.

 

재난 상황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전처와 개의 죽음 이후 소설의 전개를 예상할 수 없었다. 쓰레기 더미로 뛰어내려 스스로 쓰레기 혹은 쥐가 된 남자는 부랑자가 되었고 나중엔 하수도에서 살아가는, 밑으로만 꺼져가는 인생을 살게 된다.

전처와 개를 누가 죽인 건지는 뻔히 예상할 수 있었다. 소식을 듣고 칼을 쥐어본 남자는 묘한 익숙함을 느꼈고, 아직 이혼하기 전 전처와 외국 여행을 갔다가 일어난 사건을 회상함으로써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줬다. 남자는 극한의 상황에 놓였을 때 마음속에 있는 분노가 격하게 표출되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 사실을 몰랐을 땐 남자의 상황이 안됐다고 여겨졌는데,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이후에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쓰레기처럼 살았고 밑바닥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쥐 같은 사람이었다.

 

 

 

소각이 막 끝나 검은 재와 잔불이 남은 쓰레기 더미에서 갓 쏟아져 나온 쓰레기를 뒤지고 있노라면 한마리 쥐가 된 느낌이었다. p.118

 

 

 

쓰레기를 뒤지며 살던 남자의 상황이 변해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상황에서 이 남자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건 왠지 익명성에 기대 무슨 짓이든 저지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낯선 타국에서 자신을 증명할 그 어떤 서류도 없이 부랑자로 살아가다 쥐를 잘 잡는다는 이유만으로 일자리를 얻게 되어 어떤 장소든 갈 수 있게 됐고, 보호복 덕분에 자신이 누군지 숨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약이긴 하지만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고통을 주는 악플러와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짧은 소설은 계속 놀라운 사건이나 과거가 드러나는데도 시종일관 덤덤하게 상황을 서술했다. 어쩐지 소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문체를 유지했기 때문에 남자에게 그 어떤 동정이나 연민을 느낄 수 없었다.

편혜영 작가님의 책을 세 번째로 읽는 건데 왠지 작가만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감정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글이기 때문에 소설 속 상황을 냉정하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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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빨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g*****2 | 2017.10.1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편혜영이라는 작가를 대체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선의 법칙도 뛰어난 소설이었지만 이 책도 그 못지 않다. 삶과 죽음과 쥐와 전염병, 그리고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으며, 깨끗함이 있으면 더러움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과 밝음이 짝을 이루는 것은 아니고, 같은 맥락에서 죽음이 어두움과 짝인 것은 아니;
리뷰제목



 편혜영이라는 작가를 대체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선의 법칙도 뛰어난 소설이었지만 이 책도 그 못지 않다.

 삶과 죽음과 쥐와 전염병, 그리고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으며, 깨끗함이 있으면 더러움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과 밝음이 짝을 이루는 것은 아니고, 같은 맥락에서 죽음이 어두움과 짝인 것은 아니다.

 삶이 더러움과 어둠과 짝을 지을 수도 있다. 그 끝을 보여주는 작품.

 생존이 긴박해지는 상황에서 인간의 질긴 생명력이 어떠한 삶을 보여주는지, 놀랍다.

 인간의 존엄성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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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을 다루는 이야기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e****s | 2017.06.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주변이 내가 전혀 인지하거나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나에게 요구되는 것들의 맥락에 대해서 파악하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알고 보니 내가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데, 3자적 시각에서 보면 그의 주변 또한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소설은 병에 걸린 사회에서 병에 걸린 개인이 어떠한 식으로 몰락하고 또 적응하는지, 그런 이야기를 그렸다고 하겠다. 그런 소설은 아주;
리뷰제목

주변이 내가 전혀 인지하거나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나에게 요구되는 것들의 맥락에 대해서 파악하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알고 보니 내가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데, 3자적 시각에서 보면 그의 주변 또한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소설은 병에 걸린 사회에서 병에 걸린 개인이 어떠한 식으로 몰락하고 또 적응하는지, 그런 이야기를 그렸다고 하겠다. 


그런 소설은 아주 많은 것 같다. 카프카에서 허리우드 액션까지. SF 토탈리콜 또한 이런 맥락이라고 큰 범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 소설만의 특징은? 언뜻 떠오르는 것은 더러움에 대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하드코어 직전까지 가는 더러움에 대한 표현들, 사실 작가의 글쓰기 특징은 제대로 다 안읽은 비평가의 글에 언급되는 것 같은, 정신질환, 변태의 모티브라기보다는 그와 관련된 표현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욕지기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뭔가 계속적으로 몰락해 가는 주인공이 각종 주변에 대해 표현하는 더러운 것들이 꽤나 다기롭다. ... 다만 뭔가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느낌은 어쩌면 번역문일 경우, 원문의 그 느낌을 그대로 알지 못해서 가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이 폴란드에서 오늘의 소설? 그런 것으로 뽑혔다고 하던데... 의아스런 일이긴 하다) 어쩌면 작가가 의도했던 그 표현의 질감을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도 같다. 살짝 궁합은 안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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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7건) 한줄평 총점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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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4점
익명성에 기대어 쥐처럼 살아가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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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스 | 2019.08.09
구매 평점4점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뭔지 모를 찝찝함이 남는... 주인공은 왜 그런선택을 하는걸까...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라**바 | 2018.10.31
평점2점
별로였다 어설펐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로얄 m***g |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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