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6년 05월 24일 |
---|---|
쪽수, 무게, 크기 | 158쪽 | 224g | 120*190*20mm |
ISBN13 | 9791195622719 |
ISBN10 | 1195622716 |
출간일 | 2016년 05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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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8쪽 | 224g | 120*190*20mm |
ISBN13 | 9791195622719 |
ISBN10 | 1195622716 |
2019 그리핀시문학상 수상 시집! 한국 현대 시의 쾌거! 『죽음의 자서전』에 쏟아진 세계 언론의 관심과 찬사 “『죽음의 자서전』은 김혜순 시인이 구축한 놀라운 건축물이다. 사회적 참상과 개인의 죽음, 그 둘 사이의 연관을 구조적으로 직조해내고 있다.” _Publishers Weekly 김혜순 시인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누리고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에서 인정받는 시인이다. 미국 독자들의 배타성과 번역에 대한 거부감을 감안하면 김혜순 시인의 위상은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혜순 시인이 영어권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협업에 가까운 번역을 해낸 최돈미 번역자의 능력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형식과 깔끔한 형식주의를 거부하는 김혜순 시인의 천재성과 생뚱맞고 거북한 것들을 다루는 기교와 유머감각 때문일 것이다. 이 시집에서 각 개인과, 쓰러진 신체는 자신만의 죽음을 경험하지만, 김혜순 시인이 표현한 죽음(대문자D의 Death)은 복수적이고 집단적인 죽음이며, 정치적 비극과 방지할 수 있었던 참사에 의해 희생된 총합적인 죽음이다. |
출근-하루 달력-이틀 사진-사흘 물에 기대요-나흘 백야-닷새 간 다음에-엿새 티베트-이레 고아-여드레 매일 매일 내일-아흐레 동명이인-열흘 나비-열하루 월식-열이틀 돌치마-열사흘 둥우리-열나흘 죽음의 축지법-열닷새 나체-열엿새 묘혈-열이레 검은 망사 장갑-열여드레 겨울의 미소-열아흐레 그 섬에 가고 싶다-스무날 냄새-스무하루 서울, 사자의 서-스무이틀 공기의 부족-스무사흘 부검-스무나흘 나날-스무닷새 죽음의 엄마-스무엿새 아 에 이 오 우-스무이레 이미-스무여드레 저녁메뉴-스무아흐레 선물-서른날 딸꾹질-서른하루 거짓말-서른이틀 포르말린 강가에서-서른사흘 우글우글 죽음-서른나흘 하관-서른닷새 아님-서른엿새 자장가-서른이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든 까마귀-서른여드레 고드름 안경-서른아흐레 이렇게 아픈 환각-마흔날 푸른 터럭-마흔 하루 이름-마흔이틀 면상-마흔사흘 인형-마흔나흘 황천-마흔닷새 질식-마흔엿새 심장의 유배-마흔이레 달 가면-마흔여드레 마요-마흔아흐레 시인의 말 感 / ‘죽음’이 쓰는 자서전_조재룡 |
출근
하루
-김혜순
지하철 타고 가다가 너의 눈이 한 번 희번득하더니 그게 영원이다.
희번득의 영원한 확장.
네가 문 밖으로 튕겨져 나왔나 보다. 네가 죽나 보다.
너는 죽으면서도 생각한다. 너는 죽으면서도 듣는다.
아이구 이 여자가 왜 이래? 지나간다. 사람들.
너는 쓰러진 쓰레기다. 쓰레기는 못 본 척하는 것.
.
.
.
죽음의 엄마
스무엿새
-김혜순
엄마는 모르지만 너는 다 알아.
엄마의 가슴 한구석 까맣고 작은 점 하나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것.
그것이 노래가 되는 것. 멋진 독창이 죽음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것.
깊어가는 가을밤처럼 청아한 노래.
죽은 사람들의 끝없는 환영 인사. 내면이란 다 그런 것.
흐르는 노래 위를 침을 뱉으며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엄마의 홍채가 땅 속에서 부화하고 거기서 태어난 홍체들이 땅 속의 별처럼 떠다니는 것.
넌 다 알아. 넌 엄마의 죽음이니까.
엄마는 모르지만 넌 다 알아.
엄마의 머리칼 위에 집을 지은 까마귀 한 마리.
바늘 없는 괘종 시계처럼 서 있는 엄마의 몸 안에서 째깍째깍 영원히 다음 생을 기다리는 물구나무선 아기들. 엄마의 고막을 먹으려고 기다리는
귓속의 검은 염소들. 엄마의 발등 위에서 푸드덕거리는 죽은 새 두 마리의
날갯죽지, 그 썩은 냄새. 넌 다 알아. 엄마의 몸 속에서 쫓겨나온
넌 다 알아. 따뜻한 모에서 확 뽑혀 북극으로 쫓겨가는 철새의
헐벗은 두 발처럼 시린 알몸의 검은 하늘, 날아봤자 무덤 속인 그곳,
넌 다 알아. 너는 죽음의 엄마니까.
49편의 시. 49일의 시간. 죽은 자를 위로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 시는 슬프다. 쓰일 수밖에 없는 시가 있다는 건 슬픈 일이다. 아직 죽음의 행렬은 끝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자들은 살아 있지 않았다. 이미 죽어 침묵의 강을 건너고 있다.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해서 시는 쓰인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해 허망하게 떠난 죽음에게 바쳐지는 시. 하루에 한 편을 읽고 한 편을 받아쓴다.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바다는 말이 없고 푸른 하늘은 울기만 한다. 지독한 하루가 시작되고 다시 살아야 한다. 좋은 일은 더디 오는데 슬퍼해야 할일만 여기 도착한다.
미움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넓은 가슴으로 살아야지. 다짐을 쓰고 청소를 한다. 내가 살아 있다. 죽음을 대비하는 일. 달보다 별보다 높게 살아 있다. 어둠 안에 빛을 만들어 간절한 네 눈에 넣어주고 싶다. '넌 다 알아. 너는 죽음의 엄마니까.' 유효하지 않은 승차권을 받고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갈 수 없는 그곳에 너는 있다. 안녕이라는 말을 아껴둔다.
'밖은 왜 늘 아픈가.(86)' 이 책에서 얻은 한 줄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해야 할지, 이것만 얻어서 섭섭하다고 해야 할지 글을 쓰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쉽게 와 닿지 않았다. 마치 죽음처럼. 내게는 여전히 먼 내 죽음처럼. 딱 남들이 겪는 죽음처럼만 읽혔다. 그만큼의 거리와 그만큼의 상실과 그만큼의 안타까움과 그만큼의 절망으로. 이래서야 공감도 연대도 없는 셈인데, 글자로만 읽히는 죽음의 낱낱과 이미지는 또다른 삶만큼이나 어려운 과제를 던지는 듯했다.
죽는다. 죽을 것이다. 죽기 전까지는 모른다. 그걸 알아차렸다고 말하는 시인. 살았는데도 죽었다고 말하는 시인. 산 사람의 입으로 전해 받는 죽음. 모를 일이다. 정녕 죽어도 모를 일이다. 내가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많은 죽음을 보아도 아무리 지독한 죽음을 보아도, 나는 살아 있고, 나의 살아 있음에 다행이라고 느낄 것이고,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만다.
적어도 모른 척 하고 살아서는 안 된다는, 양심의 가책을 받을 일이 두려워 이 시집을 읽었다.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자연스러운 죽음만이 축복인 세상이다.
원래도 시집보다 ㄴ소설이 맞는 체질인데.
이 시집은 작가의 시인의 평판에 솔깃해서 샀는데.
와우.
너무 나랑으 ㄴ맞지 않아서 예스에 되팔았다.
진짜 원래 이런 무거운 주제는 안맞아서 첫 작품만 보고 바로 책을 덮었다.
너무 직관적이고 비관적인 것.
그 틈바구니에서 희망을 찾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고통이기에
나 말고 다른이들이 읽으면 한다. 그분들에겐 이 작품들이 알맞길 바라며
보낸 책에 아주 작은 안부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