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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의 유럽 음식 방랑기

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의 유럽 음식 방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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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500g | 140*210*30mm
ISBN13 9788967354466
ISBN10 8967354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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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끓고 있는 파바다 냄비의 뚜껑을 열어 안을 살펴보자. 안에서 무슨 마법이 일어나는 걸까. 스페인식 고춧가루가 들어간 초리소에서는 소시지 특유의 감칠맛과 매콤한 맛이 배어 나온다. 여기에 구수하면서도 시큼털털한 맛을 주는 모르시야와 염장 삼겹살 토시노가 주는 독특한 풍미가 어우러진다. 이렇게 장시간 끓인 파바다를 접시에 담고 한 숟갈 떠먹어보면 곧 익숙한 맛이 떠오른다. 머릿고기가 듬뿍 들어간 순대국밥과 다진 양념을 한껏 푼 돼지국밥, 그리고 녹진한 내장탕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낯설지만 익숙한 겨울의 맛이다. 영혼까지 감싸주는 진한 국물과 부드럽게 익은 파베스를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면 추위도 배고픔도 먼 나라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겨울의 맛」중에서

알 덴테는 이런 파스타의 고급화과정에서 요리사들이 최적의 면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며 만들어낸 개념으로, 조리 과정 ‘도중’의 면 상태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알 덴테는 접시 위에 담긴 파스타 면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며, 손님이 먹기 직전의 파스타는 단면을 잘랐을 때 심지가 보일 정도로 덜 익어 있어서는 안 된다. (…) 파스타는 알 덴테로 삶되, 손님 앞에 나갈 때는 완벽하게 익힌 상태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이탈리아식 파스타를 만드는 요리사의 기본이다.
---「알 덴테 파스타에 관한 오해와 진실」중에서

육류와 해산물 중 하나를 선택하면 알아서 요리를 갖다주는데, 외국인 입장에서는 편하기도 할뿐더러 무엇이 나올지 은근히 기대를 품게 하는 재미가 있다. 옆 테이블에 올라온 싱싱한 생선을 막 보고 자리에 앉은 터라 나도 주저 없이 해산물을 주문했다. 환한 미소와 함께 바옌이 가져다준 요리는 알루비아스 콘 칼라마르시토Alubias con calamarcito. 익힌 강낭콩을 꼴뚜기와 함께 오일에 볶아낸 요리다. 콩의 구수한 맛과 진득한 질감이 짭조름한 꼴뚜기의 바다 내음과 입안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꽤 맛있다. 여기에 곁들여진 약간의 비니거 소스의 산미가 자칫 지루해질 뻔한 맛을 균형 있게 마무리해준다.
---「보케리아 시장에서 찾은 맛의 비결」중에서

하링 한 접시를 주문하면 손질한 하링과 함께 잘게 썬 생양파와 피클 몇 조각이 얹혀 나온다. 빵 사이에 끼워 먹기도 하는데 하링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그냥 먹는 게 낫다. 맛은 어떨까. 예상과는 달리 품질 좋은 신선한 하링은 비릿한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 첫 느낌은 물컹하니 낯설지만 씹을수록 고소함과 감칠맛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약간의 발효취가 나지만 품질 좋은 생치즈에서 나는 것과 비슷한 정도다. 같이 나온 양파를 곁들이면 느끼함이 좀 덜해진다. 여기에 피클로 마무리하면 입안에 맴돌던 생선 맛이 한번에 정리된다. 굳이 입안을 정돈하려고 박하사탕을 먹지 않아도 된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생선 청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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