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6년 04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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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906쪽 | 1350g | 128*188*60mm |
ISBN13 | 9788932906744 |
ISBN10 | 8932906742 |
움베르토 에코 클립펜 증정(포인트 차감)
출간일 | 2006년 04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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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906쪽 | 1350g | 128*188*60mm |
ISBN13 | 9788932906744 |
ISBN10 | 8932906742 |
20세기 최대의 지적 추리소설이자, 움베르토 에코의 대표작 20세기 최고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가 쓴 놀라운 지적 추리 소설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랜시스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에, 에코 자신의 해박한 인류학적 지식과 현대의 기호학 이론이 무르녹아 있는 지적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중세 수도원 생활에 대한 가장 훌륭한 입문서로 알려져 있고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모든 신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잡고 있는 움베르토 에코의 필생의 역작이다. 1327년, 영국의 수도사 윌리엄은 그를 수행하는 아드소와 함께 모종의 임무를 띠고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에 잠입한다. 수도원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연쇄 살인이 〈묵시록〉의 예언에 따라 벌어지고 있었고, 사건의 열쇠를 쥔 책은 그들 눈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미궁을 꿰뜷는 거대한 암호를 풀어낸 윌리엄은 어둠 속에서 수도원을 지배하는 광신의 정체를 응시하게 되는데……. |
누군가 어떤 종교에 관해 이야기하면 나는 그 종교가 가지고 있는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지 항상 난해하고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기만 했다. 『장미의 이름』 역시 신학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서 당연히 어렵게 느껴지며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장벽을 물리치고 책을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이 가진 빈틈없이 치밀한 스토리 구성과 철저한 고증에 따른 역사적 소재의 사용으로 소설이 실화라고 느껴질 만큼 생생한 스토리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뛰어난 필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수도원이라는 배경이 기본적으로 어떠한 사건을 완벽하고 재미있게 꾸며 넣기에는 그다지 훌륭한 배경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책의 서두에서 7일간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솔직히 7일 가지고 뭘 그렇게 거창하게 수백 장에 이르는 책을 쓴 것인지 의문이 들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작가는 이 책에서 뛰어난 기호학자로서의 역량을 한없이 뽐내었고, 추리물과 서스펜스물 사이의 아슬아슬한 중간점 어딘가를 지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소한 단서들을 엮어내어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재능에 『장미의 이름』이 어떻게 수많은 소설들 속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이름을 떨쳤고, 영화화에 이르게 되기까지 하였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어렵거나 지루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여 읽을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다면 분명 자신의 인생에 주어진 지적인 만족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값진 기회 중 하나를 스스로 저버리는 어리석은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신학이나 철학, 중세사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각 페이지에 있는 친절한 주석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값진 독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장미의 이름』을 읽기 시작할 것을 강력하게 권유한다.
소설을 끝낼 즈음엔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열세창고
『장미의 이름』
장미의 이름.
시작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에 이어 희극편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만약에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가정했던 것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필사본 시학의 2부 희극이 어딘가에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살인 사건은 용의자로 지목되는 수도사들 또한 예측불허의 사고로 연이어 죽어 나가는 연쇄 살인 사건으로 확장된다. 이 살벌한 의문의 살인 사건은 종교적을 금서로 지정된 이 희극편 책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웃음을 멸시하고 사탄의 것이라고 여기는 그리스도 교단의 원칙주의자들과 새로운 시대 신지식 혁명의 젊은 과학자들 사이의 갈등이 점화되면서 시작되었는데 이는 비단 소설 속에 설정된 픽션으로 머물러 있지만은 않았다. 실제 그 당시의 신앙과 지식의 문제였던 것이다.
책을 둘러싼 장서관에서의 사건과 그당시 종교와 중세의 권력 다툼이라는 두 가지 맥락을 하나의 주제로 통일한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자이자 철학자로서 이 두 가지 거대 흐름을 자신만의 사상으로 녹아내 우리에게 종교와 과학의 공존 시대에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현대는 과학적 사고가 우세하여 반드시 검증된 진리만 진리로 받아드리고 있다. 하지만 종교적 사고는 그렇지 않다. 신과 믿음은 우리가 증명할 수 없는 검증 밖의 정신적 진리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종교 갈등도 마찬가지다. 교황과 황제의 권력 다툼이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 교황은 교회의 권력상징으로 신념과 신앙이 우위인 것이고 황제는 도덕, 법, 규칙들로 논리와 과학적 규명과 사고로 점철된 것들이 우위인 것이다. 교황권에서 황제권으로 급변하는 시대의 이야기인 것이다.
장미의 이름은 종교와 과학의 암투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잔인무도한 독선, 독단적 방식으로 기득권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종교의 가식적이고 부패한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러므로 장서관이 화염에 휩싸여 불타오르는 장면은 반드시 필요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장미의 이름 상,하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악마라고 하는 것은 물질로 되어 있는 권능이 아니야.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이런 게 바로 악마야!
장미의 이름 (하). 801페이지
이런 것들이 악마라면 악마로부터 자유로운 이는 얼마나 될까? 붙잡고 있는 진리 하나를 절대적 진리로 맹신하고, 두 귀를 막고 두 눈을 가린채 제 할 말만을 떠드는 이들을 드물지 않게 본다. 굳이 종교에 국한해서 생각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상식이라 불리는 편견과 아집들이 교만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킬 때 그 사람은 불통의 아이콘이 되기 십상이다.
<장미의 이름>에서는 잘못된 종교적 신념이 살인을 하고도 죄책감은 커녕 살인을 정당화하는 비뚤어진 신앙을 보여준다.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중략)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장미의 이름 (하). 823페이지
책 말미에 윌리엄 수도사가 아드소에게 건네는 충고는 보편적으로 인생 전반에 적용해도 틀리지 않다.
<장미의 이름>은 추리소설의 외형을 한 중세 종교 소설이지만 종교라는 제한된 시야에서 벗어나 좀 더 크게 바라본다면 철학서라 해도 될만큼 깨달음을 주는 보석같은 문장들이 빛난다. 옛 속담에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 믿음, 신앙이 지나침을 더해 방향마저 잃으니 종교가 갖는 원초적인 의미마저 퇴색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과연 신앙뿐일까? 모성애나 애국심은? 방향설정이 잘못된 지나친 사랑도 대상이 무엇이든 상대에겐 폭력이 되고 공포가 될 수 있다. 자신이 믿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는 자들이 보이는 극단적인 선택과 행동력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어진 것일까?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에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이것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