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8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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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0쪽 | 534g | 153*210*30mm |
ISBN13 | 9791189426071 |
ISBN10 | 1189426072 |
발행일 | 2018년 08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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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0쪽 | 534g | 153*210*30mm |
ISBN13 | 9791189426071 |
ISBN10 | 1189426072 |
시작하는 글 1장 삶과 질병 그리고 죽음 2장 의료 현장에서 경험하는 죽음의 여러 모습 3장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4장 삶의 종말체험: 죽음 직전에 보이는 환영 5장 죽음 이후는 알 수 없는 세계인가? 6장 최면퇴행을 통해 본 사후세계 7장 환생에 대하여 8장 죽음이 사라진다면 축복일까, 재앙일까? 9장 훌륭한 죽음과 아름다운 마무리 10장 안락사를 바라보는 시선들 11장 왜 자살하면 안 되는가 12장 죽음 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을 마무리하며 부록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기 참고 문헌 |
마흔을 코앞에 둔 무렵, 엄마의 자서전을 대신 쓰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엄마가 '엄마'라 불리기 이전의 나날을 알 수 없는 나로서는, 아침이면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는 엄마를 붙잡고 다짜고짜 녹음기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해댔다. 엄마의 입에서 마지못해 흘러나온 이야기들은 짠하고 애달퍼서 나는 슬그머니 내 방에 들어가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그날 이후 엄마의 삶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연스레 언젠가 다가올 엄마의 죽음을 걱정하게 되었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에서 산다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엄마가 정말 행복이라는 걸 조금도 느껴보지 못한 채 떠나버리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에 한밤중에 자주 뒤척이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살짝 안도했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옮겨감'일 뿐"이라는 것. "삶은 끝이 없고 우리는 죽지 않으며 실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과 생 사이를 건너는 것일 뿐"이라는 저자의 말에 갑자기 세상이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그 말이 맞다면, 앞으로 다가올 엄마의 죽음을 마냥 두려워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그 때가 오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엄마가 남은 생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딸로서 응원하고 지지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다음 생을 계획하고 준비하기 위해 현생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우리는 모두 고귀한 영적 존재라는 사실. 그러므로 타인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분명히 있었는데 없어지고, 만질 수 있었는데 만질 수 없고, 생각나서 전화하면 언제든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전화번호를 아무리 다시 눌러도 절대 연결이 되지 않는...... 죽음은 ‘단절’ 또는 ‘영원한 사라짐’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 노환으로 돌아가신 나의 엄마였지만 그래도 산 자인 나에게 엄마의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상실감과 우울이 몇 년을 두고 나를 힘들게 했으니 말이다.
‘다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라는 느낌은 너무 차갑고, 막막하고, 매정하고, 잔인하다. 그 느낌 때문에 난 죽음이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에 대한 나의 인식은 ‘존재는 빛, 죽음은 어둠 그리고 소멸’이었기에 현실에서 직간접적으로 목격했던 죽음의 모습에는 늘 허무와 공포가 뒤따랐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갖게 된 자연스러운 관심이었는지 나는 죽음과 관련된 강연이나 영화, 드라마를 찾아서 보고, 책도 몇 권 읽어보기도 했는데 이번 달 수독회의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된 정현채 박사의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가‘도 죽음에 대한 나의 인식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사후세계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그 실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조금 더 이해하기가 편했다. 책에 소개된 많은 사례들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사후세계로 옮겨가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죽음은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도 여전히 죽음은 답답하고 두렵고 캄캄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면, 사후세계의 존재를 믿고 그곳에서 먼저 간 그리운 이들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그리 외롭거나 두렵지는 않을 것 같다.
책의 많은 부분들이 공감됐지만 특히 내가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조병화 시인의 시를 이 책에서 만났다는 게 너무 반갑고 기뻤다.
내가 좋아했던 조병화 시인의 시중 최애 시는 ’주막‘이라는 시였는데 그 시는 아직도 가끔 읊조리게 되는 시다. 이 책에 소개된 ’의자‘라는 시가 있었는 줄도 몰랐는데 여기서 읽으니 그 의미가 너무나 새롭다. 아마 고등학교 때 읽었으면 그 의미를 잘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조병화 시인 / 의자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
->그렇다, 묵은 의자를 비워주고 떠나는 것, 죽음이 그리는 풍경이 아름답다.
p37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은은 옮겨감이나 또 다른 깨어남이므로 모든 삶의 다른 국면에서처럼 어느 경우든 환영해야 한다. -> 백세까지 살다간 미국의 사회운동가 스콧 니어링
p38 심폐소생술은 물에 빠졌다가 구출된 후 숨을 쉬지 않거나 교통사고로 인한 치명상으로 심장이 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응급처치법이다. 그러나 말기암 환자의 심장박동이 멈췄다고 하여 소생술을 하는 것은 오히려 편안한 죽음을 방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트랙을 수십바퀴 돌아 지쳐 쓰러지기 직전의 경주마를 채찍으로 치면 조금은 더 간신히 달리겠지만 이때 말의 심정은 ‘아이고 힘들어. 쉬고 싶어라’일 것이다.
p44 말기 환자의 경우 의식은 없어 보여도 청각과 촉각은 가장 마지막까지 유지된다. 따라서 의식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p135 신비가들에 따르면 인간은 육신이 죽은 후 소멸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파동의 에너지로 존재하게 된다. 영혼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파동으로서만 존재하는데 비슷한 파동을 지닌 영혼들은 서로 모이게 된다. 즉 영혼은 유유상종이라고 할 수 있다.
p176 사람들의 가슴 밑바닥에 숨어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많은 돈으로도, 어마어마한 권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항구적 공포다. 하지만 삶은 끝이 없고 우리는 죽지 않으며 실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과 생 사이를 건너는 것일 뿐이다.
p187 가족이란 전생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이생에서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도로고 맺어진 인연이다. 각자 역할을 맡아 영적인 성장을 서로 돕는다. 리사윌리엄스
p198 운전 중에 난폭운전을 하는 운전자를 만나면 필자는 욕을 하기보다는 어렵게 인간세계로 들어온 상대가 좀 더 영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빌어준다. 전생에 동물이었을 때 드넒은 들판을 마구잡이로 뛰어나디던 습성이 아직 남아서 그러려니 하고 말이다.
p211 지인의 죽음에 대해 슬픔이나 애도뿐만 아니라 어깨의 짐을 벗음에 대한 선망의 느낌이 들었다는 내용이 매우 신선하고도 인상적이었다.
p215 우리에게 무언가 인생의 은총 같은 게 있을까요
“우리 모두 죽게 된다는 점이죠.”
p218 하늘과 땅은 나를 생겨나게 하고, 삶으로 나를 괴롭게 하며, 늙음으로 나를 한가롭게 한다. 또한 죽음으로 나를 쉬게 한다. 그렇기에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죽음을 선한 것으로 대해야 한다. -장자-
p218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우리가 이 지구별에 온 의미를 찾는 일이고 생을 완성하는 일이다.
p219 죽음은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축복 중에 최고의 축복이다. 소크라테스
사후 세계가 이승에서 보면 그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지만 저승에서 보면 산자의 죽음은 하나의 새로운 탄생의 순간일 것이다. 결국은 탄생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죽음은 늘 산 자의 곁을 따른다. 언젠가 나를 쉬게 할 그 좋은 친구를 외면하지 않도록 할 일이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젊어서부터 열심히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노후의 다음 과정인 죽음에 대한 준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자기 삶의 과정에 ’죽음‘은 있지도 않은 것처럼 말이다.
사실 죽음은 인생의 하이라이트이며 가장 강렬한 순간이 된다.
그런 순간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두렵다는 이유로, 혹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터부시해왔다
인생의 대미를 장식할 위대한 죽음의 순간을 우리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두려워서 벌벌 떨 것인가, 아니면 인생을 다 살아온 승자의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남은 이들에게 안녕을 말할 것인가!
탄생이 그러했듯 죽음 또한 역시 나의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축복된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쫓기듯 떠나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TV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말하는 죽음에 대해서 본 적이 있는데 참 많은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되었던 장면이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을 기이한 현상으로 생각하지만, 물리학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우주에서는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예요. 지구를 이루고 있는 많은 물질들(땅, 돌, 바다, 자동차 등등)은 대부분 죽은 상태로 존재하며, 지구밖에서도 생명체를 본 적이 없어요. 즉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고 죽음이 가장 자연스러운 우주의 상태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니까, 원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죽은 상태로 있다가 어느 날 우연한 이유로 모여서 생명이 돼요. 생명이라는 이상한 상태로 잠깐 머물다가 죽음이라는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면 내가 살아있다는 찰나의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돼요. 원자는 영원불멸해요. 지금은 모여서 내 몸을 이루고 있지만 죽으면 뿔뿔이 흩어져서 나무가 되거나 지구를 떠나 별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우린 이렇게 원자의 형태로는 영생할 수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원자의 형태로 내 주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또 위안을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