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8년 09월 15일 |
---|---|
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352g | 130*190*20mm |
ISBN13 | 9788952793423 |
ISBN10 | 8952793420 |
출간일 | 2018년 09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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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352g | 130*190*20mm |
ISBN13 | 9788952793423 |
ISBN10 | 8952793420 |
MD 한마디
[글 쓰는 편의점 주인의 웃픈 하루하루] 6년 째 편의점 카운터에서 바라본 손님과 일상 이야기. 민폐 고객부터 요주의 인물부터 단골 손님과의 에피소드까지 다양한 편의점의 일상을 맛나게 들려주는데요. 손님과 주인도 좋지만 사람 대 사람이 더 반갑다는 그의 말을 곱씹어봅니다. 매일 아침 만나는 회사 옆 편의점 아저씨도 생각나고요. - 문학MD 김도훈
생활 밀착 에세이란 이런 것 글 쓰는 편의점 주인의 성실하고 치밀한 하루하루 6년 차 편의점 주인이 카운터 너머에서 관찰해온 손님과 일상 이야기. 하루 14시간씩 편의점에서 일하면서도 영수증 뒷면에, 박스 귀퉁이에, 휴대폰 메모장에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평범한 아저씨는 결국 ‘편의점 작가’가 되어 세상에 없던 편의점 에세이를 완성시켰다. 민폐 고객부터 요주의 인물, 단골에 이르는 여러 손님과의 에피소드는 주인공 특유의 오지랖과 아재 개그를 만나 격한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고, 손님 입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정보(주요 상품별 매입가와 판매가 비교, 1+1 행사의 비밀, 탕진잼을 부르는 진열의 법칙, 요일별로 잘 팔리는 상품 목록 등)들은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의 뒷모습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
프롤로그 제가 바로 그 아저씨입니다 1부 겨울 사직서와 투덜이스머프 특급 도둑님 돈의 힘, 돈의 노예 수상한 그녀 [편의점 토막 상식] 얼음컵은 살살 다뤄주세요 수상한 손님 2호 미련하게 쌓아두고도 불량 알바 [편의점 토막 상식] 편의점이라는 ‘발명품’의 탄생 대화가 필요해 직업병 안다니와 오지랖 너는 나의 에너지 2부 봄 당신의 편 자~알 놀아라 8과 48 사이 생리대 고르는 남자 니 아버지는 한라산인디? [편의점 토막 상식] 편의점 하면 얼마나 벌어? 암기 사항 버리는 인간 폐기의 비밀 노오란 열광 1+1의 차가운 비밀 미끼를 던지다 3부 여름 오후 5시, 소낙비 [편의점 토막 상식] 요일별로 잘 팔리는 상품이 있어요 짚신 장수, 우산 장수 삼진 아웃을 배상하라 여긴 왜 이렇게 비싸! 공동의 적 견해차 혹은 입장 차 마음까지 페이스업 [편의점 토막 상식] 1+1의 또 다른 비밀 좋은 오해 웰컴 투 헬 편의점 진짜가 되려거든 너도 북어지? 4부 가을 책 읽는 풍경의 편의점 제대로 살고 있는가 은근히 독해 [편의점 토막 상식]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그것 주화파와 척화파 - 나의 메이저 전향기 1 내가 당신을 위해 - 나의 메이저 전향기 2 외롭고 괴로울 때면 생각했어요- 나의 메이저 전향기 3 다시 월급쟁이가 되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정답은 없다 살짝, 망가져도 돼 1월은 길고 2월은 짧다 에필로그 오늘도 쓴다 |
이 책이 집 어딘가에서 계속 굴러다니길래, 한번 읽어볼까 해서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꽤 잼나네.
편의점 점주, 그것도 개인 편의점 사장을 하다 대기업 체인점 점주로 다시 시작한 입장에서의 에세이인데, 그 동안 전혀 알 수 없었던 편의점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일단 재미있다. 그래서 술술 읽히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책이다.
처음에는 참새가 방앗간 가듯 매일 편의점을 가는 사람의 이야기, 일명 편세권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편의점을 애용하는 사람이 아닌, 점주의 이야기라니...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첫 장부터 왠지모를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에 혼란스러움은 뒤로 하고 쭉쭉 읽어나갔다.
자영업자의 고달픔,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서비스 업자의 고뇌, 경쟁적인 편의점 업계에서의 살아남기 위한 방법, 그리고 1+1, 2+1, 폐기되는 음식물 등 우리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 등이 쉽고 재미난 스타일로 담겨 있다. 그리고 역시 자영업자는 어렵구나라는 것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되새기게 된다. 나같이 게으른 사람은 어떻게든 직장인의 생활로 마무리를 해야겠구나라고.
편의점에 가면 편의점의 구조와 음식물의 배치 등등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굴러다니던 이 책은 2호가 보고 싶어서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잘 샀네.
https://blog.naver.com/mate3416/221979309677
“무릇 ‘편의점 인간’이 되어가는 중이다.”
호텔경영을 하고 싶었으나 경희대나 세종대에 입학하지 못했고 미국의 코넬대학에 유학할 수 없었다. 아니다. 솔직해지자. 다시 공부하거나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테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취업한 선배들이 가끔 학교에 찾아왔다. 옷과 신발은 좋아졌는데 낯빛과 기운이 낡아보였다. 취업해 서울로 간 선배가 출근길을 이야기해줬다. 꾹꾹 눌러 담긴 지하철에 선 채 일터로 옮겨지고 있었는데 옆자리 여자의 하이힐이 발가락을 찍었단다. 여자는 발을 옮겨주고 싶어 했지만 다리를 빼낼 공간이 없었다. 도착지까지 가해자도 피해자도 꼼짝할 수 없었다. 여름이었고 선배는 맨발에 샌들을 신고 있었다. 피가 굳어 있었더랬다.
슬슬 직장인이 되어야 할 때였다, 나도.
스물넷 여름, 지방직 공무원 신분이 되었다. 두 달 뒤면 만 14년을 채운다.
여행길에 걸려있는 태극기와 새마을기가 깨끗하지 못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16시 20분처럼 24시간제로 시각을 표기한다. 축제나 행사가 있는 곳에서는 컨텐츠보다 그 곳 공무원들이 얼마나 어려울까를 먼저 떠올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손을 잡는 순간 뭉클한 역사에 가슴 찡했으나 의전 담당자들이 북한 땅 위의 시뮬레이션을 어떻게 돌렸을지, 북쪽의 담당자들과 얼마나 많이 수정하고 타진하며 고생스러웠을지 아연했다. 외숙모네 놀러 가면 “빨리 점심 해먹여야지. 쟤넨 12시에 점심 먹어야 돼.” 소리를 듣는다. 반박하고 싶지만 12시가 되면 기계적으로 밥을 먹기는 한다.
첫 발령은 자치행정과였다. 그 다음 면사무소로 발령이 났다. ‘면서기’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하다못해 면서기라도’에서는 당황했다. 면서기는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8급 공무원을 뜻하지만 그냥 면 직원들을 총칭한다. 5급 면장님도 면서기다.
도시에서 자란 9급 말단 어린 직원이 면 도라꾸(트럭)를 타고 마을로 출장을 가면 이장님들께서 집을 주겠다, 땅뙈기를 주겠다, 벼는 아느냐, 감은 아느냐 예뻐해 주셨다. 정미소를 하시는 이장님이 “김외과 앞으로 나와. 혼자 나와. 차 가져와.” 은밀히 속삭이시면 따라나가 햅쌀 한 봉지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저 먼 시골 면서기 같지만 내가 있던 곳은 아파트 밀집지이자 상업지여서 자연마을은 몇 곳 없었고 젊은 이장님들이 많았다. 선배 면서기들은 한나절씩 출장을 다니던 진정한 면서기 시절을 그리워했다. 어쨌거나 나는 내가 면서기여서 좋았다. 열심히 했다.
다시 시청으로 들어가 이런저런 업무들을 맡았다. 13년이 지났고 서기가 아닌 주사가 되어 면사무소로 돌아왔다. 여전히 이장님이신 몇 분은 여전히 “오냐오냐, 그려그려” 하시고 나는 그게 좋다.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아깝다. 다시 좋아서 좋다.
봉달호 씨는 호빵기와 탄산수로 계절을 안다. 300여 종의 음료수 중 데미소다 애플 캔이 몇 번째 열과 행에 놓여있는지 안다. 새로 만난 쿠키에게 초코칩 옆자리를 권한다. 2,233개 품목의 물건들에게 매일 묻는다. “안녕, 잘 있었어? 거기서 있을 만해?”
봉달호 씨는 편의점을 운영한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며,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정리하다, 창고에서 라면 상자를 치우다 말고 편의점 이야기를 썼다. 영수증 쪼가리에, 박스 뒷면에, 작은 휴대폰 창에 글을 쓰며 살아있음을 자각했다. ‘열댓 평짜리 편의점 여기저기에 휘갈긴 내 청춘의 곰보 자국 같은 흔적들’이라 소개한다.
쉽고 밝게 읽었지만 어렵게 쓰인 글임을 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여러 번 고민하고 이겨내지 않았으면 드러낼 수 없는 이야기들임을 안다. 훌쩍 읽어넘길 수 있는 이 책을 빚어낸 봉달호 씨의 사연 많았을 세월을 직업인으로서 응원하고 존중한다. 모든 사람들이 떳떳할 수 있는 직업인으로 살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세월이 자랑일 수 있기를 바란다. 젊은이들이 희망으로 직업을 탐색하고 설렘으로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세상이기를 간절히.
훌쩍 흘러가버린 나의 십수년 공직자 생활은 어떠했던가. 더 빠르게 흘러갈 앞으로의 시절은 어떠하려나. 직업에 대하여, 직업인으로 살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하여 어쩌면 조금은 과하게 골똘해진 독서였다는 후감을 남긴다.
아, 봉달호 씨의 직업병은 이런 것이다.
“지하철에 탄다. 맞은편에 사람들이 일렬로 앉아 있다. 패딩을 입은 사람, 코트를 입은 사람, 붉은 옷을 입은 사람, 검은 옷을 입은 사람, 머리가 긴 사람, 머리가 짧은 사람, 키가 큰 사람, 키가 작은 사람…. 뒤죽박죽 앉아 있는 모습이 꽤나 눈에 거슬린다. 종류별(?)로 구별해서 다시 진열(?)하고 싶어진다. 이게 다 직업병이다.”
-편의점 아저씨의 ‘이토록‘ 성실한 기록.
달리 수식어를 붙일 길이 없었다. 경험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편의점 운영은 나를 갉아먹는 짓(!)이다. 오래 전 나의 부모가 마지막으로 택했던 업종이 바로 편의점 운영이었는데, 막판에는 온 가족이 좁은 매장 운영을 위해 교대 근무를 서며 서로의 얼굴도 볼 새 없이 바빴다. 아르바이트 생을 들이지 않았으므로 매출이 늘어났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만큼 많은 걸 잃었다. 그게 벌써 15년 가량 전의 일이다. 너무 지친 탓인지, 이후 부모는 어떠한 생산적인 일도 않고 계시다. 아침에 일어나 텔레비전을 틀고는 식사를 위해 식탁에 앉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순간을 온갖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섭렵에 투자하고 계시다. 과연 글을 쓸 시간이 있긴 했을까. 손님은 언제 왔다 언제 사라진다는 예측 없이 등장하고 떠난다. 무언가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을 조건인데도 책을 냈다. 경이로웠다.
편의점마다 조건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저자의 매장은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주말과 야간에는 운영 않는다 했다. 각종 회사가 입점한 건물에 위치했으므로 어느 정도 고정 손님이 존재할 것이었다. 대신, 점포 임대에 들여야 하는 비용이 컸을 거다. 시간 개념은커녕 요일 개념조차도 갖기 힘들 정도로 24시간, 아예 365일을 일해야 하는 편의점주들에 비한다면 낫다고 말하기도 모호했다. 쉬는 만큼 매출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다. 쉬는날 손님들은 인근의 경쟁 점포를 방문할 것이고, 예민하다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할 것이다. 어차피 감당해야만 한다면 즐기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는 편이 나으리라. 앞서 개인 편의점을 운영하며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온 저자는 손님들의 특성을 포착했고, 그들에게 미스테리(?)한 이름을 붙여주면서 고된 시간을 견디었다. 매일 아주 작은 크기의 물품을 택배로 보내는 손님, 얼음컵 12개를 구입해 사라지는 손님 등은 그렇게 이름을 갖게 됐다. 이름을 불러주면 의미가 된다 했던가. 별 거 아닌 사연들이 주목의 대상이 된 순간 상대는 평범한 ‘손님‘에서 ‘특별한’ 존재로 격상됐다.
먹고 살기 위해 운영하는 편의점이므로 매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안 팔려 폐기 처분하는 물건을 최대한 줄이고, 팔리지 않았음에도 물건이 사라지는 일을 방지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아도 부족할 마당에 저자는 신제품을 먼저 제 입에 털어넣으며 호기심을 해결했다. 정기적으로 본사에서 나와 재고 파악을 할 적마다 뜨끔했을 테지만, 대신 손님들의 물음에 제깍 응대가 가능해졌다. 그건 앞으로의 장사를 위한 일종의 투자였다. 물건의 진열 또한 세심했다. 술과 안주처럼 으레 함께 팔리는 물건을 가까운 위치에 배치하는 건 물론이요, 커피의 경우 라떼, 아메리카노, 블랙 순으로 각을 잡았다. 잘 팔리는 물건 못지 않게 손님 손이 닿지 않는 물건에 대해서도 고려했다. 그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예 퇴출되는 상품들이 발생했다. 단순한 일이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했으나 누구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이 편의점 운영이었다.
옛 생각이 난 대목도 많았다. 가게에 발이 묶여 있다 보니 식사가 늘 변변찮았다. 갓 유통기한을 넘겨 더는 판매가 불가능해진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등이 늘 식탁에 올랐다.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목이 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컵라면을 하나 추가하곤 했다. 어쩌다 이를 먹는 10대 아이들에겐 별미요, 훌륭한 식사일 수도 있지만 내겐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집밥이 온갖 삼각김밥을 데워 만든 비빔밥이 되었는데, 배앓이가 잦았다. 컵라면도 그랬다. 편의점에는 라면 국물 따위를 버리는 통이 있기 마련인데, 그 통에서 나는 냄새가 무척이나 역겨웠다. 엄마는 하루에 두세 번씩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통을 닦아댔다. 난 아직도 삼각김밥을 못 먹는다. 컵라면도 가급적 집 밖에서는 안 먹는다. 나의 문장은 과거형인데, 저자에겐 현재형이다. 아마 그는 오늘도 팔다 남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거다.
책 한 권을 읽었는데 겨울-봄-여름-가을, 사계절이 흘러갔다.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진 않다. 이른 새벽에 눈을 뜨고, 손님에게 응대하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의미를 발견하는 건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비가 와 건물 안에 사람들 발이 묶이는 날이 대목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팔리는 품목에도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 역시도 저자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겐 관심사항이 아니다. 우린 각자 주어진 위치에서 제 나름의 몫을 하며 살고 있다. 쉬운 삶은 없다. ‘편의점이나 차려볼까‘ 같은 가벼운 표현은 이제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