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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요

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요

악아 | 봄름 | 2019년 01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3 리뷰 38건 | 판매지수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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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14g | 130*188*20mm
ISBN13 9791185419787
ISBN10 1185419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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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소망하는 사랑받는 며느리, 착한 며느리, 자랑스러운 며느리가 되기 위해서는 참아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막말의 어퍼컷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했고, 어디서도 받아본 적 없는 은근한 무시와 멸시도 모른 척해야 했다. 나도 우리 집에선 더할 나위 없이 귀한 딸인데, 며느리 캐릭터를 장착한 순간 막말과 차별 대우, 대가 없는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시가의 비정규직 신세가 되고 말았다. --- p.5

자기 조상님 제삿날을 모르는 아들에게 남의 조상님 제삿날을 안 챙긴 며느리 흉을 보는 모습이라니. 장남이 제삿날을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제 막 시집온 며느리가 깜빡 잊는 건 불같이 화를 낼 일이 된다. 기승전‘며느리 수난 시대’다. --- p.43

단지 결혼한다는 이유로 기회를 놓쳤다. 경력 단절 여성이 되고 결혼과 육아 때문에 사회에서 낙오되는 것은 다 남의 일인 줄 알았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그건 능력 없는 그저 그런 여자들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내가, 30여 년을 제 잘난 맛에 살아온 내가 단지 ‘기혼녀’가 된다는 이유로 밀려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 p.88

아프다는 며느리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어머님은 결국 싸늘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더했다. “지금 너 때문에 우리 아들이 기분 나쁘잖아. 그런 기분으로 오면 뭐 하겠니? 됐다.” 헛웃음이 터지는 한 방이었다. 저녁 약속을 내일로 미룬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감히 며느리 따위가 당신 아들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다는 그 사실이 분노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아프거나 말거나, 며느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전화를 끊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숙취보다 더한 서러움과 치욕감에 다리가 풀렸다. 잘하고 싶었고, 잘하려고 했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의 존재감은 딱 그 정도였다. --- p.117~118

“그래도 돼? 그러다가 시어머니한테 미움받으면 어떡해.” “뭘 어떡해. 그냥 사는 거지.” 우리 중 누구 하나 말 잘 듣는 며느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결혼생활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시어머니께 예쁨을 받지 못 한다고 삶이 피폐해지지는 않는다. 물론 사이좋은 고부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를 위해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참고 맞춰주는 것이 과연 정답인지는 의문이다. 어른에 대한 예의를 바탕으로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 그 정도면 가정의 평화는 수호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선을 지키는 것은 며느리 혼자만의 몫이 아닐 테지만. --- p.149~150

“조카 선물 말고 누나 선물이요. 저희 누나는 누구의 엄마이기 이전에 독립적인 인격체예요.” 남자에게 눈길이 향했다. 그는 누나 선물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나를 포함한 모두가 아기의 선물만 떠올렸다. 누나가 뭘 좋아하는지, 취향은 어떤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출산을 했다는 이유로 그의 누나를 아기 엄마로만 단정 지었다. --- p.162~163

하지만 결혼과 연애는 아예 작품 세계부터 다르다. 연애가 해피 엔딩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면 결혼은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랄까. 사랑, 가족애, 코미디 등 모든 장르가 고루 녹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전쟁 영화가 따로 없다. 그것도 4DX VR이라 생생함이 남다르다.
--- p.2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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