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곧 고객가치의 이동을 뜻하며 동시에 미디어산업의 생태계가 플랫폼이 주도하던 판에서 콘텐츠가 주도하는 판으로 흐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플랫폼이 소외되거나 열위가 되지는 않을 것이나, 이제는 콘텐츠의 차별화가 플랫폼을 결정하며 콘텐츠가 더 이상 플랫폼의 부속품이 아닌 독립적인 사업 모델이 됐음을 뜻한다. 또한 더 나아가 양질의 콘텐츠를 다량으로, 즉 ‘집단화된 콘텐츠 IP’를 소유한 자가 곧 플랫폼과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 p.26
물론 넷플릭스는 단 한 번도 조기 종영한 TV시 리즈나 실패한 오리지널 무비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을 한 적은 없으나, 이처럼 조기 종영의 수모를 당한 TV시리즈는 전체의 40%(위키피디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준)를 훌쩍 넘어서는데 이들 작품은 가입자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에서조차 외면 받는다. 이것은 즉, 오리지널 콘텐츠 왕국 넷플릭스의 가입자를 움직이고 주가를 요동치게 하는 것은 소수의 히트작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하나의 콘텐츠가 사업을 흔들거나 서비스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대변할 만큼의 영향력으로 시장에서 담론화되는 경우에, 이런 콘텐츠를 ‘스쿠프Scoop(특종) 콘텐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전체 비중의 8%에 불과하지만 시청 시간으로는 전체의 37% 비중을 차지(2018년 12월 기준)하는 쏠림 현상에서도 역시, 소수인 스쿠프 콘텐츠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 p.50
하루 10시간 이상을 영상 편집에 매달리고, 온 세상의 스크린에서 자막과 폰트만 보이고, 세상의 모든 단어가 영상 업로드할 때 써야 할 해시태그 키워드로만 보인다. 하루 종일 나의 콘텐츠와 유사한 콘텐츠들에 댓글을 달고 이를 상위에 올린 뒤에 해당 채널의 구독자를 내 채널로 유입시키는 (개미 유튜버들은 이를 ‘빨대 효과’라 부름) 교활한 작업까지 불사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유튜브 제국의 주인인가? 아니면 노예인가?” 이 질문에 개미 유튜버들은 이렇게 답한다.
“노예요? 아니에요. 유튜브가 우리에게 바라는 건 하나도 없거든요. 우리가 구독자 싸움을 하든, ‘관종’ 짓을 하든, 봉지 라면 40개를 먹다가 새벽에 응급실에 실려가든 아무 상관을 안 해요. 우리가 없으면 유튜브는 죽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유튜브 제국의 주인이죠.” --- p.112
이렇듯, 지금 유튜브는 거대한 콘텐츠 크리에이팅 웹Contents Creating Web 즉, CCW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하나의 IP에서 파생된 콘텐츠는 다양한 가지치기로 파생된 서브 IP로 또 다른 콘텐츠를 낳고 유사한 카테고리의 콘텐츠끼리는 ‘좋아요’와 ‘댓글’이 상호 공유되며 채널 구독자와 시청자가 교환되고 그렇게 또 다른 은하계와 태양계 그리고 행성과 위성끼리 얽히며 CCW는 정교하게 뻗어간다. 그리고 새로운 소셜 트렌드는 또다시 새로운 은하계를 낳는다. --- p.117
주위에 10~20대가 있다면 물어보라. “페북이요? 안들어간 지 꽤 오래됐어요. 친구들이 안 쓰니깐 들어갈 일이 없어요. 초등학생들이 페메Facebook Messenger는 좀 쓰더라구요.” (초등학생들이 페이스북은 안 쓰면서도 페이스북 메신저 기능만 사용하는 이유는, 본인 소유의 모바일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고 어른들이 말을 걸지 않는 그들만의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많은 우려들 속에서도 전 세계 23억 명(유튜브의 사용 자 수는 20억 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소셜 미디어의 생명이 시시콜콜한 것들을 담아내는 데 있고, 이러한 일상의 기록들이 결국 사용량과 광고주를 움직이는 동력임을 전제한다면 지금의 페이스북은 역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시콜콜함을 잃은 소셜 미디어, 그것을 여전히 ‘소셜’ 미디어라고 할 수 있을까? --- p.123
이렇듯, 지금 디즈니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지식재산권 사업의 확장 전략이다. 거대한 M&A를 통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같은 슈퍼 IP 콘텐츠를 가진 브랜드들을 수평적으로 수집하더니, 이제 고전 만화를 실사 영화로 제작하는 수직적 확장을 통해 어릴 적 ‘심바’와 ‘무파사’의 가족애에 울었던, 어느새 서른 중반이 된 부모들과 그 자녀들을 함께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구상에 디즈니만큼 지식재산권 사업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콘텐츠 왕국은 아마 없는 것 같다.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 2012년 스타워즈 IP를 보유한 루카스필름 그리고 2019년 21세기 폭스의 인수로 막강한 슈퍼 IP 콘텐츠들이 디즈니의 자체 콘텐츠 IP에 더해지며 지금 디즈니는 창립 이래 최정점에 다다른 르네상스 역사를 쓰는 중이다. --- p.59
그래서 지금,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기업, 매장, 식당들이 번잡한 유튜브 채널 운영 대신 인스타그램 계정을 선택하는 추세다. 사진과 동영상이 효율적으로 배분된 인스타그램의 사용 속도와 근접성 외에도 쌓여가는 해시태그가 만들어내는 검색 결과의 신뢰도 때문이다. 이쯤 되면 지구상에 이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한 생활 포털이 있을까 싶다. --- p.140
이제 당당하게 “엄마, 나 게임 좀 하고(보고) 올게!”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혹시 아직 게임이라는 말만 꺼내도 엄마가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낸다면 이 책을 쓱 건네시길 바란다.) 2018년에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 머, 페이커의 소속 구단인 T1 단장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다. “현재 페이커는 우리나라 전체 프로 스포츠 선수 중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연봉의 정확한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는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 중 가장 고액 연봉을 받는 야구 선수 이대호의 연봉 25억 원보다도 높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스포츠 선수보다도 e스포츠 선수가 높은 대우를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 p.158
“디즈니, 아마존, HBO보다 더 큰 경쟁자는 포트나이트다” 2019년 초, 넷플릭스 실적 발표회에서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한 말이다. 경쟁 OTT 서비스가 아닌 게임 콘텐츠인 포트나이트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고객 시간을 경쟁 OTT 업체가 아닌 게임 회사에 뺏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미 2018년 기준 전 세계 포트나이트 이용자 수는 2억 명 이상으로, 2018년 기준 1억 4천만 명인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또한, 포트나이트 게임은 PC, 모바일, 콘솔에서 모두 플레이되기 때문에 넷플릭스 시청이 가능한 모든 디바이스와 정확히 겹치기도 한다. 이제 이종 콘텐츠 산업 간에도 시청 시간 점유율을 뺏고 뺏기는 전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 p.168
이는 국내 음악 산업에 있어서 매우 중대한 변화다. 획일적으로 인기 차트를 듣던 것에서 세분화?개인화된 취향으로 음원을 듣는 기준이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며, 이로 인해 음원 홍보와 마케팅 방식도 대중을 공략하는 매스 마케팅에서 개인의 취향을 공략하는 개인화 마케팅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기존과 같이 차트에 진입하기 위한 매스미디어 중심 마케팅이 향후에는 큰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앞으로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쟁력은 기성복처럼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를 얼마나 많은 대중이 사용하게 하는 지가 아니라, 맞춤복처럼 ‘개취(개인의 취향)’를 얼마나 잘 고려하는지에 달렸다. 이와 같은, 개개인의 취향과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은 21세기의 주크박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 p.199
팟캐스트 광고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가능한 이유는 합리적인 광고 단가로 ‘타깃팅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영상 광고 대비 단가가 저렴하고, 음악에 비해 보다 구체적으로 사용자의 취향이나 패턴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가수와 장르, 성별, 연령대, 거주 지역의 정보만으로는 피상적인 맞춤형 광고밖에 할 수 없으나, 테크와 비즈니스 분야의 팟캐스트 방송을 즐겨 듣는 사람은 ‘IT 신제품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는 취향이 파악되므로 새로 나온 IT 디바이스를 노출하는 타깃팅 광고가 가능한 것이다. --- p.222
본연의 콘텐츠는 결국 개인의 매력이 발전시켜 가는 이야기로 갈음되며 여기에 재미와 희소한 정보들이 더해질 때 규모감 있는 팔로워 수를 동반하게 된다. 즉,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것은 제품의 가치와 인스타그래머가 갖고 있는 서사 중간 어디쯤이며, 이는 곧 ‘소셜 미디어에서의 콘텐츠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스토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 p.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