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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

[ 양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소설선 029이동
리뷰 총점8.9 리뷰 20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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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72g | 104*182*20mm
ISBN13 9791190885294
ISBN10 1190885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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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선 만약 길을 걷다가 유령을 마주쳐도 그게 유령인 줄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마을 노인들이 이미 유령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 p.15

맞아, 세상 전체의 물은 한 덩어리지. 그 한 덩어리의 거대한 물이 지구 곳곳에 흩어져 있는 거야. 수억 수천만 개의 빗방울도 호수와 합쳐지면 하나가 된다. 그는 지구가 물을 위해 생겨난 것임을 깨달았다. 물, 이라는 물렁물렁하면서도 단단한 덩어리를 담고 있는 거대한 그릇. 그게 지구 아니던가.
--- p.61

여기 아무도 없다는 건, 굳이 둘러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잠깐 비웠을 때와는 완연히 다른, 오래도록 텅 비어 있던 집 특유의 냄새가 가득했던 탓이다. 일종의 무생물적 냄새라고나 할까.
--- pp.81-82

첫 장면은 벽면 전체를 뒤덮은 하얀 점들이었다.
커졌다 작아지기도 하고,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도 하는 수많은 하얀 점들.
그런데 점인 줄 알았던 것을 클로즈업하니, 그건 노인들의 하얗게 세어버린 뒤통수였다. 사실 그건 웃기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광경이었다. 세상을 가득 채운 것이 노인들의 하얀 머리라니. 일러스트로 표현된 지구에서 흰 점들이 순식간에 증식하여 대륙 전체를 뒤덮었고, 넘쳐나는 노인들은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해 우주 공간 밖으로 튕겨 나가고 있었어.
--- pp.88-89

노인을 혐오하고 그들을 증오하게 만들려는 거대한 음모. 그 중심에 우리, 뉴 제너레이션이 있단 말이지. 아니, 아직 이야긴 안 끝났어. 잘 들어봐. 우린 타인이 노인을 미워하게 만들려고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야. 최종 목표는 다른 데 있지. 그건 바로…… 노인들 스스로가 자신을 혐오하게 만드는 것. 스스로를 무용지물로 여기게끔 몰아가는 것. 그리고 잘 알겠지만, 자기에 대한 혐오의 귀결은…….”
--- pp.115-116

물론 ‘뉴 제너레이션’이란 조직은 없었다. 하지만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선장은 분명 그 조직이 비밀 기관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증거는 다른 곳에, 그러니까 평범한 뉴스나 칼럼, 사람들의 댓글 같은 것들 속에 숨어 있었다.
--- pp.14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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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노인의 자살이 만연한 재난적 현실에 음모론의 형식을 덧씌움으로써 진실을 더욱 선명히 보이게 하고, 그 선명한 진실에 대한 피로 때문에 망각해온 죽음과 비참한 생의 조건을 바라보게 한다. 한 개인의 선택이라 단정했던 그 죽음들을 혐오와 모멸의 감정 속에서 재생산되는 구조적 재난으로 다시 바라볼 때, 그 죽음을 자연화함으로써 재난 없는 세계로 꾸며졌던 현실의 이면이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내 보인다.
- 김요섭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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