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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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352g | 140*200*17mm |
ISBN13 | 9788967821296 |
ISBN10 | 8967821298 |
발행일 | 2021년 0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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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352g | 140*200*17mm |
ISBN13 | 9788967821296 |
ISBN10 | 8967821298 |
Prologue - 팬데믹,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에서의 고립 12일째 | 마흔 살엔 같이 세계 일주를 떠납시다 Chapter 1 남극에서 - 섀클턴의 항로를 따라서 우수아이아, 세상의 끝에 다다르다 남극행 티켓을 잘 구하려면? 마지막 티켓을 잡아라 파타고니아의 여름을 보내고 남극 1일차 - 우수아이아로 모이는 사람들 남극 2일차 - 섀클턴의 항로를 따라서 | 객실 413호 | 울부짖는 40도, 사나운 50도, 절규하는 60도 남극 3일차 - 지구상에서 가장 험한 파도를 건너 | 한 배를 탄 292명의 사람들 | 드디어 남극 수렴대를 지나다 | 남극에서의 랜딩과 야외활동 | 다양한 크루즈 이벤트 남극 4일차 - 남극에 첫 발을 내딛다 | 남극은 어느 나라의 소유인가요? 남극 5일차 - 작은 빙하 조각이 떠있는 바다를 헤치며 | 빙하 사이로 혹등고래와 펭귄과 물범이 남극 6일차 - 희망을 찾아서 | 플랜C, 유빙들 사이로 붉은 노을이 | 펭귄, 자유의 상징 남극 7일차 - 스웨덴 탐험가들의 조난기지, 폴렛 섬 | 레오파드 물범의 펭귄 사냥 | 남극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 |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져라 | 눈뜨면 날마다 새로운 곳에 | 지구 최대의 사막, 남극 남극 8일차 - 직경 150km의 거대한 빙산, A-68 | 아문센과 스콧, 세기의 남극 경쟁 | 위대한 실패자, 섀클턴 | 남극으로 떠난 배, 우주로 떠난 배 | 남극의 고양이 한 마리 | 신비로운 안개가 덮인 엘리펀트 섬 | 한 달 후에도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모두 이곳을 탈출하라 | 사우스조지아가 하이라이트라고? 남극 9일차 - 악명 높은 드레이크 해협, 뱃멀미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 남극 크루즈에서의 하루 남극 10일차 - 체력방전과 이틀간의 휴식 | 우리들만의 사진 콘테스트 | 사우스조지아, 섀클턴이 잠든 곳 | 남극권에서 벌어진 전쟁 | Don't cry for me, Argentina 남극 11일차 - 사우스조지아의 피오르드 협곡에서 | 남극 동물들은 대체 무엇을 먹고 살까? | 조디악을 타고 사우스조지아 크루징 남극 12일차 - 킹펭귄들에 둘러싸이다 | Never say never | 펭귄계의 좀 놀아본 오빠 남극 13일차 - 사우스조지아에서 만난 패셔니스타 | 섀클턴의 보트가 도착한 킹하콘 만 남극 14일차 - 믿겨지지 않는 야생동물의 천국, 솔즈베리 평원 Chapter 2 대한민국까지 - 18일간의 선상 고립생활 고립 1일차 - 세상에서 들려온 소식 | 최대 속력으로 당장 돌아가야 한다 고립 2일차 - 입항을 거절당했습니다 고립 3일차 - 뱃머리를 돌려 땅끝 마을로 고립 4일차 - 다시 배를 돌려 부에노스아이레스로 | 데킬라로 부탁해 | 배 안의 모든 승객은 객실 내에서 격리하라 | 바다 한가운데에서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다 고립 5일차 - 호주 정부에서 자국민을 위해 전세기 협상 중 | 부에노스아이레스 입항 허가를 기다리며 고립 6일차 - 세 번째 입항 거절 | 이번엔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를 향하여 고립 7일차 - 미국으로 향하던 코랄 프린세스 호 | 배 안의 갈등과 또 다른 목소리 | 출국 티켓이 있다면 하선할 수 있다 고립 8일차 - 세상은 문을 닫고 있다 | 어떻게든 배에서 내려야 한다 고립 9일차 - 직접 항공티켓을 알아보는 행위는 이기적 행동? | 우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기억해주세요 고립 10일차 - 첫 번째 하선자들 | 개인적으로 구매한 비행기 티켓이 있다면? | 대한민국 영사님이 항구로 찾아오다 고립 11일차 - 땅을 밟고 서는 것이 이토록 간절하다니 | 너도 네 살 길을 찾아가 고립 12일차 - 드디어 비행기 표를 구하다 | 버릴 것과 가져갈 것 | Why you are so special? 고립 13일차 - 오늘도 43명의 사람들이 하선했다 | 지구 반대편에서 전해지는 한국의 정 | 그렉 모티머 호의 운명 | 우리는 혼자 떠나지 않겠습니다 고립 14일차 - 천국과 지옥의 시간 고립 15일차 - 하선하는 날, 그러나 우리는 | 그들은 떠나고, 나는 배 위에 남겨졌다 | 우리가 탔어야 할 비행기는 떠나고 고립 16일차 - 대한민국 영사님들의 긴밀한 대처 덕분에 고립 17일차 - 원망과 걱정, 꺼져가는 희망 | 아아, 마지막까지… 고립 18일차 - 마지막 16시간, 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몬테비데오의 마지막 새벽 | 페르난도와 아리엘이 불러준 노래 | 너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 4월 1일 오후 5시 35분, 비행기가 이륙하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아침의 나라로 Epilogue - 두렵고 불안한 날들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
1.
여행, 하면 떠오르는 웬만한 긍정적인 단어와 매칭이 되지 않는 새로운 류의 여행 에세이였다. 어쩌면 삶에 대한 전반적인 통찰이 더 크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남극이라는 낯선 여행 장소에 멈칫했지만, 가까운 이가 들려주는 엉뚱하고도 웃겼던 여행담을 듣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마냥 웃을 수는 없었지만??)
2.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딱 하나일 수도 있다. 살아냄의 의미. 우리가 여행을 갈구하는 이유는 이러한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3.
누군가를 믿는 선함이 때로 나에게 눈물짓는 일로 돌아올 수 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그 선함을 믿고 의지하는 누군가를 존경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평생토록 응원하고 살아내는 우리네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믿음을 산산조각 내는 사람들이 여전히 숨 쉬고 살아있더라도.
4.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 예기치 못한 어떤 사건을 겪고 난 후에는 이전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삶의 기반이 변화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Part 1에서 황홀했던 남극에서, Part 2의 그리운 대한민국까지의 여정이 그러할 것 같다.
?? 32쪽
언젠가 여행 중에 만난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도시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은 아침 햇살이 도시를 비추거나 노을이 지는 순간이 아니라고. 도시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은 그 도시를 떠날 때라고 하던.
?? 111쪽
잠시 후 파도가 잠잠해졌을 때, 다니엘이 어서 내려오라는 손짓을 했다.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가) 손으로 그의 팔목을 잡고, 다니엘 역시 손으로 내 팔목을 잡았다. 거친 파도로 인해 배가 심하게 흔들릴 때는 배에 탄 사람과 배를 향해 타는 사람이 서로 잡아주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잡는 방식을 'Seaman's grip', 또는 'Sailor's grip'이라고 불렀고, 악수하듯 손을 잡지 않고 서로의 손목을 잡음으로써 손을 잡는 것보다 미끄러지지 않고 서로를 견고하게 잡을 수 있었다.
: CCC에서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배울 때, 처음 알게 된 방법이었다. '내가 놓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있었던 나에게 누군가 말해줬다. 내가 하나님의 손을 놓아도, 하나님은 이렇게 나의 손을 붙들고 계신다고. 이러한 '붙잡음'의 방식을 알고 난 후 나는 항상 이 맞잡음에 대해서 잊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읽으니까 새삼 새롭고 반가웠다 :)
?? 192쪽
그리고 조금 망설이다, 그는 말을 이었다.
"우리 직원 모두, 혜진 양의 얼굴을 매일매일 봐 왔어요. 혜진 양이 나타나면 1초 안에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어요. 기운 내세요."
part 1. 남극에서
_섀클턴의 항로를 따라서
5대양 6대주라는 익숙한 말에 '흐음-' 하면서 첫 장을 넘겼다.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지리 시간에 남은 거라곤 많지 않았다. 그나마 기억하고 있던 반가운 단어였지만, 그다음 단락에 입술이 '오(O)' 모양이 됐다.
사실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대륙이 하나 더 존재한다. 유럽, 오세아니아보다 크고, 중국과 인도를 합친 크기의 대륙. 국제 협약에 의해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동의 땅으로 관리되는 곳. 일곱 번째 대륙, 남극이다.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18쪽
실제 대부분의 나라는 이미 남극까지 포함하여 지리를 가르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여전히 6대주로 대륙을 정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건 왜 빠릿빠릿하지 않은 것일까? 곧바로 그렇다면 '북극은?'이라는 물음표를 띄운 나에게 책은 자연스럽게 또 새로운 사실을 알려줬다.
북극은 남극처럼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바다와 빙하로만 이루어져 있어 '북극해'라는 표현을 쓴다.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19쪽
누구나 그러하듯, 선뜻 나서기 어려운 여행지라 책의 시작 부분에서도 그 고민의 흔적이 다다했다. 가격의 부담과 그럼에도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사라진 티켓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기적처럼 찾아온 조금 더 낮아진 금액의 좋은 일정. 여행에서의 시작은 그렇게 행운과도 같이 다가왔다.
"혹시 이렇게 심하게 흔들리는 게 정상인 거야?"
내가 물었다. 배가 이렇게 흔들리다가 전복이라도 되는 건 아닌지 밤새 걱정하느라 뒤척인 내게 스티븐은 "오늘은 파도가 매우 잔잔한 편"이고, 평소엔 이것보다 훨씬 심하다며 마음을 놓아도 된다고 했다.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40쪽
낯선 곳으로 향할 때에는 오만가지의 감각이 다 열린다. 어쩌면 그래서 여행을 다니며 영감을 얻고자,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많은 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항해에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기준점' 같은 건 모두 하찮아진다.
"심하게" 흔들린다고 느꼈던 것은 "매우 잔잔한" 정도로 판가름이 난다. 그래서 여행은 폭이 넓어지는가 보다. 무언가를 비교하게 되는 게 아니라, 그냥 '오잉?' 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포용하는 폭이 넓어진다. 책을 읽으며 몇 종류 알지 못했던 펭귄이 18종이라던가, '바다 새(Seabird)'의 일종이라던가, 열대 지방이나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펭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듯이.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77쪽
가장 인상 깊었던 사실은 빙하의 색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저 투명하거나 희뿌연 하얀색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빙하의 색이 더 궁금해졌다. 새삼스럽게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행 에세이 ... (위험해 ... ??)
빙하는 하얀색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푸른색에 가깝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빙하의 윗부분은 옅은 푸른색을 띠는 반면, 빙하의 아랫부분은 쌓인 눈과 얼음의 무게로 오랜 시간 높은 압력을 받아 푸르다 못해 짙은 남색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대한 압력이 가해지는 빙하의 밑 부분은 하얀 눈 덩어리이기보다는, 짙은 남색의 투명한 얼음에 가깝다.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78쪽
+) 지식의 새로움에 '인간의 멍청함' 같은 건 들어있지 않기를 바랐는데. 남극의 모든 생물들이 크릴새우를 먹으며 생태계를 희한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생태계의 여러 포식자들이 단 한 가지의 먹잇감을 먹는 이 독특한 환경은 남극 외에는 지구상 어디에서도 없다. 그리고 남극에 사는 동물은 모두 크릴을 먹는다. 크릴은 남극의 생태계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139)")에 이어, 꽤 눈에 띄었던 크릴새우 관련 약품의 사실도 알게 되어버렸다. 빙하를 녹이고, 새로운 전염병을 탄생(?)시키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다 못해. 하다 하다 못해, 벼룩의 간을 빼먹는 인간이란.
?? 139쪽
최근 들어 인간들도 크릴을 대량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크릴은 비리고 맛이 없어 식재료로 사용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크릴을 잡아 기름을 짜낸다. 그리고 잡은 캡슐 형태로 만들어 혈관에 좋다는 광고를 하며 팔고 있다. 그런데 사실 크릴 오일은 의약품으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아무런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다.
어쨌든.
그리고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을 과감하게 즐기거나, 이전의 나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자유로움. 남극에서는 어떤 게 있나, 싶었는데 정말 '남극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이라는 게 존재했다. 폴라 플런지(Polar Plunge) 인간은 뭘까. 목숨을 걸고 재미를, 혹은 짜릿함을 추구하는 존재는 없지 않을까.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87쪽
그리고 또 하나를 꼽자면, 모두가 찡그리며 일어나는 아침이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순간(89)"이 될 수 있다는 것.
?? 89쪽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떠 창밖을 보면 밤새 달린 배는 아침마다 새로운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어떤 날은 하얀 빙하들 위로 파란 하늘이 보였고, 어떤 날은 안개가 자욱한 대륙이 보이기도 했으며, 또 어떤 날은 펭귄과 물개들이 우리의 배 주변을 맴돌며 물 위로 점프하고 있을 때도 있었다. 어제와 다른 산과 바다,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새로운 경치에 매일 아침 커튼을 젖히는 일이 즐거웠다. 살면서 본 적 없는 독특한 풍경 속에 있으면서, 다음날이 올 때마다 새로운 환경으로 변하는 날들이었다.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은 아침마다 잠에서 깨어 방 안에 커튼을 젖히는 일이었다.
지리 이야기인지, 역사 이야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문센과 스콧, 세기의 남극 경쟁]을 읽으면서 꽤나 재미있게 지식을 쌓았다. 왜 역사 시간에 이런 건 들을 수 없었던 걸까, 싶다가도 그때는 또 관심이 없었을 때겠지 싶다.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책에서 꽤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섀클턴, 그의 '포기하는 자세'였다.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이에게서 받는 기대만큼 무거운 게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주목을 받고 있던 당시였지만, 섀클턴은 160km 남짓 남았던 곳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식량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대원들의 목숨을 지키고자 했음이다. 그리고 그들은 엄청난 역경을 뚫고 '극지방 탐험으로는 매우 드물게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무사히 귀환(100)'한다.
전문 산악인도 겨우 넘었던, 그 험난한 산을 가다가 모두 몸을 말아 절벽을 미끄럼틀 삼아 데구르르 굴러가는 그 결정. 그리고 그 모든 결정을 따랐던 대원들, 그리고 섬에 남아있었던 부대장 및 다른 대원들의 믿음까지. 삶 그 자체가 영화보다 드라마틱 했다. 이 책을 쓴 작가님의 삶 역시 그러했지만.
part 2. 대한민국까지
_18일간의 선상 고립생활
그렇게 마무리까지 자연의 신비함과 거대함에 입 벌리다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이때는 (현재 우리가 진절머리나게 겪고 있는) 코로롱이 시작되는 때였다. 2년 전부터 들어가기로 되어있던 항구부터 시작해서 모든 항구가 문을 닫기 시작했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때야 진짜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던가. 점차 사람들은 지쳐갔고, 이곳저곳에서 말이 나왔다. 그렇게 배 위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다가, 항공 티켓이 있다면 배에서 내릴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당연히 한국인의 빠름빠름 민족답게 곧바로 티켓을 예약하려고 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래리는 사람들에게 약 50명의 비 호주권 승객들이 스스로 항공권을 검색해 보는 것을 멈추어 달라고 했다.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항공권 검색 사이트에 접속해서 몬테비데오를 떠나는 항공표를 조회하면 항공권의 가격이 올라갈 테니, 자신의 표를 사기 위해 티켓의 가격을 올리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모든 사람에게 가장 좋은 표를 내일까지 끊어주겠다고 했다.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196-197쪽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는?
혼자서 모든 사람들에게 최적의 루트로 가는 항공권을 구해줄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개인의 표를 끊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일단은 나도 검색을 하지 않고, 래리가 구해주는 표를 받기로 했다.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197쪽
그리고 결국, 래리는 비 호주권 이들이 지인이나 영사관을 통해 알아본 경로나 비용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과 경로의 비행기 표를 알려준다. "하지만 배에서는 여전히 승객들이 직접 표를 알아보는 것을 금지했다(203)"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멋있는 사람은, 여전히 멋있다. 천정부지로 뛰는 티켓값 앞에서 안 그래도 부족한 예산을 살피고 있을 때,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이 어른을 아버지로 둔 딸은, 무엇보다 값진 경험을 얻었을 것이다.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갈지에 대한 고민만 하던 사람들은 평소보다 세게, 오래 박수를 쳤다. 잊지 않고 그들은 그들에게 관대했고, 해야 할 일을 했기를.
?? 205쪽
"우리의 여행은 이미 끝났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모두 여행을 끝내지 못하고 이렇게 모두 바다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부디 잊지 말아주십시오. 지금도 아침저녁으로 여러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저 사람들을. 객실을 청소하고 매일 여러분의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승무원들을 가리키며) 저 뒤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들을 위해 추가 근무(over-time)을 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들 중에 누가 먼저 이 배를 나갈지, 언제 이 배에서 내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내리는 날, 리셉션에 들러서 저분들에게 추가 노동의 대가(팁)을 지불하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저들에게 관대하시고 해야 할 일을 하시기를."
그렇게 서로를 위하는 날들이 이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첫 번째 하선자들에는 약 10명. 그중 승객은 단 3명이었고, 나머지는 탐험 팀의 스태프들이었다. 그들이 승객보다 먼저 배를 떠났다는 그 문장에 떠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믿음을 저버리는 일들은 위험하다. 마치 도미노처럼 하나, 둘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나머지를 쓰러뜨린다. 그래서 더더욱이나 누군가를 믿고 기다리는 마음을 어리석게 보지 않기를 기도한다. 물론 그 마음을 무참히 망가뜨린 이들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거기다 더 웃긴 것은 "개인적으로 구한 표가 있다면 들고 오라"는 말이었다. 개인으로 구하지 말라 해놓고, 혹여나 있다면 오라니? 읽으면서도 '에이, 설마'라는 불길하고 딱 들어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4일 후, 래리는 결국 각자의 표를 각자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긴다. ?? (나라면 진짜 ... 어떻게 했어야 했지 ? 바로 너 뭐여. 진짜 탈탈 털려볼 ... ? 아오 ...)
이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높아진 티켓값을 감당하지 못하겠다 울던 승객에게 "우리는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을 두고 혼자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던 이들. 서로서로 어떻게 해야 잔고가 부족한 이들의 몫을 커버할 수 있을지를 계산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또 무언가를 떠올렸다.
이뿐 아니라 코로롱으로 인해 고립된 배 위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티켓은 구하기 힘들었고, 어렵게 구한 티켓은 직원의 실수로 탈 수 없게 되었다. 나라면, 이쯤 되면, 좌절을 넘어서 분노했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딱 하나였다. 하루빨리 땅을 밟는 것.
그리고 거기에는 밤낮으로 노력하는 친구들, 대한민국 영사님들이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니, 새삼스럽게도 대사관에 대한 존경스러움이 생겨났다. 모든 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이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게 결제가 된 다음 기뻐하던 그들의 모습에 함께 박수 치고 싶었다.
"영사님 지금 결제가 된 것 같습니다. 대한항공 시드니에서 결제 문자가 왔습니다."
"와… 정말요? 와아아아아아… 아하하하하… 으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와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순간, 우리는 몇십 초 동안 우린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질렀다. 한 사람을 바다 위의 배 안에서, 다른 한 사람은 그 바다를 품고 있는 도시에서.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197쪽
그렇게 대한민국까지, 도착했다. 사실 읽으면서도 '와, 어떻게 이렇게 스펙터클하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남극에서의 일정도, 대한민국까지의 일정도 모두 정말 기적 같았다. 힘들고 나빴던 것들보다 귀하고 소중했던 것들이 더 오래, 더 크게 남기를 기원하게 된다.
읽으면서 마치 투명한 재질의 일기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남극에서의 황홀함과 몸이 들썩거리는 기쁨이 그대로 전해져왔고, 기다림의 시간 동안 만났던 귀한 이들과 멋있는 행동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이 겉없이 자랑스러웠다. 남극으로 향했던 그 결심의 마음이 삶을 이렇게나 뒤바꿨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이라지만, 새삼스럽게도 깨달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둠 속의 빛과 같은 이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갑작스레 휩쓸릴 사건 속에서 그런 멋있는 이가 되고 싶다는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 관대하고,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 우여곡절 많은 탈출기를 읽으며 배운 삶의 태도였다.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펴냄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졌을 때, 국경 봉쇄로 발이 묶여 고립된 많은 여행자들이 있었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언젠간 이 상황이 끝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이참에 푹 쉬자는 생각으로 저렴한 숙소를 잡아서 더 여행을 하고 핸드폰도 하며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고립된 상황이 바다 위라면?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바다 위라면?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는 이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여행 에세이, 아니 남극 탈출기(?)이다. 저자 김태훈은 세계 여행을 꿈꾸는 IT 엔지니어이다. 언젠가 떠날 세계 여행은 점점 현실로 다가왔고, 독특하게도 유럽 일주, 남미 일주가 아닌, 남극 일주를 하게 된다. 남극의 시작은 세상의 끝인, 아르헨티나의 도시 우수아이아에서 시작된다. 2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챕터 1에서 우수아이아를 시작으로 하는 14일의 남극 여행기가 이어지며, 챕터 2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배 위에서 고립된 18일의 고립생활이 이어진다.
우수아이아에서 시작되는 남극 여행 루트는 전설적인 남극 탐험가 섀클턴 탐험대의 항로를 따라 여행하는 노선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험한 파도가 치는 드레이크 해협을 건너 4일차에 드디어 남극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남극 여행은 주로 다양한 해양 생명체와의 만남, 그리고 상쾌한 자연이 위주가 된다. 저자의 여행기를 읽으니 3년 전 중남미 여행을 떠났을 때, 우수아이아에서 접했던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가 생각난다. 언젠가는 나도 꼭 남극 여행을 떠나 솔즈베리 평원에서 귀여운 펭귄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온할 것만 같았던 저자의 남극 여행은 책 중반쯤이 지나고서 고립생활이 시작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 세계 바이러스 창궐 소식, 이로 인해 중지된 남극 여행. 빠른 속력으로 귀항을 시도했으나 계속되는 입항 거절. 예정된 귀항지 푸에르토 마드린에서의 입항을 거절당하고 차선책이었던, 출발지 우수아이아.
이미 많은 배들이 우수아이아에서 입항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 번째 대책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이다. 며칠 일찍 먼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있던 대규모 크루즈 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며, 대륙을 눈앞에 두고 바다 위에서, 배 안에서 고립 생활이 이어진다. 일단 입항을 해야 비행기를 타고 귀국을 하든 어떻게 할 텐데, 입항조차 거절당하니 이 얼마나 막막한 상황인가. 설상가상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의 가격은 몇 배나 오르고, 이어지는 가까운 나라들의 외국인의 입국 금지에, 힘들게 구한 비행기 표마저 하루 전에 취소되고...
영화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고스란히 하루하루 담은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책 제목과 표지만 보기에는 언뜻 남극 탐사기처럼 느껴졌지만, 다 읽고 보니 어쩌면 남극 탐사기보다 더 극한의 여행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나마저 끝내 입국을 허락해 준 뉴질랜드와 호주 정부에게 감사하단 마음이 들 정도였다. 워낙 해외여행을 좋아하기에 많은 여행 에세이를 읽어왔지만 이보다 더 역동적인 여행 에세이가 있을까? 무사히 귀국한 해피 엔딩을 읽고 나서야 이 경험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저자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계기, 혹은 좋은 교훈이 되리라고 간절히 바라며 서평을 이만 마무리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개인적으로 표 검색을 하게 되면 그것이 수요로 반영되어 티켓 가격이 올라간다. 제발 친구나 가족에게도 티켓을 검색하지 말아달라고 전해 달라.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 209
처음부터 스스로 내 살 길을 야무지게 챙기지 못한 나의 탓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어쨌든 이젠 시간이 너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중에 아파하자. 나중에 아파하자. 지금은 이곳을 먼저 빠져나가자. - 216
결국 승객들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탐험 팀 리더를 비롯한 일부 스태프들이 승객들보다 먼저 배를 떠났고, 개별로 티켓을 구하지 말라는 지시에 따르고 있던 부부는 지시를 어기고 개별적으로 티켓을 구해 하나하나 탈출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나마의 가능성도 희박해진 상황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과연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세월호 아이들이 자연히 스쳤다. 그대로 있어라, 라는 그 말만 믿고 기다렸을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고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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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여행에세이와는 또 달랐던 이번 책.
남극을 여행한다는 이야기로도 충분히 신선하고 반가웠는데, 지난 몇년간 지독하게 경험했고, 지금까지도 겪고 있는 코로나 시대, 타국에 머물며 봉쇄조치라는 상황 속에서 하늘길도 바닷길도 막혀 자유롭게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타국에 머물러야만 했던 사람들의 시간과 당시의 감정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 책,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