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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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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1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70g | 133*200*20mm
ISBN13 9788954676328
ISBN10 8954676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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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나이들수록 점점 더 금기어처럼 꺼려지는 ‘우리’라는 말을
그녀의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녀와는 언제까지나 ‘우리’로 엮이고 싶어진다.”
_김숨(소설가)


삶이 뒤통수를 치는 망연자실한 순간까지도 너른 품으로 끌어안는 작가 이현수의 세번째 소설집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가 출간되었다. 내년이면 등단 30주년을 맞는 작가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내공을 발휘해 써온 작품들을 한데 묶었다. 단편뿐만 아니라 이현수가 선보이는 미스터리 스릴러 성격의 첫 중편소설과, 장편 『나흘』(2013)에서 다뤘던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을 또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두 편의 연작소설까지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모은다.

의도치 않았으나 여지없이 타인과 끈끈하게 ‘엮이고’ 마는 인생사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는 이 소설들은 비록 우리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함께 맺는 관계에는 어떤 식으로든 진심을 담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진심을 다해 부딪치는 소설 속 인물들이 아니라면, 나아가 소설가 이현수가 아니라면 완성될 수 없을 묵직한 교류와 아련한 엇갈림이 책 속에 가득하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리플리 부인 … 007
마리나 나의 마리나 … 039
돈의 수사학 … 115
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 … 149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 … 173

인터뷰│황예인(문학평론가)
누구든 자꾸 이해해버린다는 말 … 201

작가의 말 … 216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둥근 고리 속에는 각각 다른 모습의 리플리 부인이 한 명씩 들어 있었다. 회초리 같은 다리를 가진 수줍은 그녀, 뾰족한 하이힐로 미싱사의 뒤통수를 까는 그녀, 재단대에 누워 양철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그녀, 구제 옷을 매장의 정품으로 둔갑시키는 그녀, 돈 많고 빨리 죽을 영감을 고르는 그녀…… 빙글빙글 돌아가던 둥근 고리의 중심이 팡팡 터지면서 그 빛이 사방에 흩뿌려질 때마다 장마철 흙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그녀가 잠깐잠깐 보였다. 흙탕물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그녀. 보이지 않는 어떤 손이 거센 힘으로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 같아 나는 망한 노래 바의 홀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리플리 부인」중에서

순수하고 청아하게 태어난 인간은 일생을 사는 동안 자신이 지닌 눈부신 빛덩어리를 힘껏 훼손하기만 하다가 결국 유해한 존재로 세상과 작별한다. 그러니 인간에게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길이라고 우희는 잘라 말했다.
---「마리나 나의 마리나」중에서

민자씨는 정말로 사업 신청서를 작성할 줄 몰랐던 걸까? 날 수정 마리나로 끌어들이기 위해 우희가 신청서를 작성하게끔 일을 꾸몄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채우지 못한 빈칸은 여전히 남는다. 내가 민자씨를 불신하기 때문에 그녀를 수상하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자신을 믿어준다고 느낄 때 좋은 사람으로 바뀔 의지가 생기는 법인데.
---「마리나 나의 마리나」중에서

돈을 다룰 때는 충동적이거나 즉흥적이면 안 된다. 때로는 영민하게 때로는 둔감하게 다뤄야 돈에 먹히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항상 돈 생각을 하게 되지만 많으면 보이지 않는다.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때부터 위험하다. 돈의 기운을 누를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돈의 수사학」중에서

모든 엄마에게 모성이 깃들지는 않는다는 것, 모성이 결여된 사람한테 그걸 요구하면 또다른 폭력이 된다는 것, 모성을 발현할 처지가 안 되는 엄마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는 걸 이제는 은주도 알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모성이 결여된 사람이 하필이면 자기 엄마라는 사실이 괴롭고 지금도 견디기 힘들었다.
---「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중에서

누군가 꽃길을 걸으면 다른 누군가는 이슬에 젖은 밭둑길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 가정의 법칙이다. 한사코 꽃길을 고집한 엄마는 내내 달콤한 장미 향을 풍겼고 일찍부터 배추가 심긴 밭둑길을 걸었던 은주의 몸에서는 엷은 거름 내가 났다. 세상의 모든 천사는 ‘그렇게’ 탄생한다.
---「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중에서

숨을 고른 그녀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남자는 심장 속에 쟁여둔 얘기를 털어놓았다. 은밀한 이야기는 자기와 무관한 사람에게 별 얘기 아니라는 듯 말하는 것이 옳다고 여겼기 때문에 남자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오해에서 피어난 강렬한 진심
결코 거짓일 수 없는 다채로운 만남과 결별에 관하여

 
소설집의 첫 수록작 「리플리 부인」은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신구 세대 여성 간의 엮임을 따라간다. 숙식을 제공한다는 지방의 한 의류매장에 쫓기듯 취직한 ‘나’는 나이든 여자 사장의 화려한 외양에 잠시 혹한다. 그녀는 소싯적에 미스코리아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고, 유명 디자이너의 후배였으며, 모델계의 전설이 된 남자에게 열띤 구애를 받기도 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런데 현재 사장이 ‘나’에게 시키는 일은 라벨 갈이나 구제 옷 되팔기 같은, 현실에 찌든 구질구질한 것들이다. ‘나’는 점점 사장의 눈부신 과거사가 거짓이리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러나 사장이 거짓말할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로 사장이 거짓말을 했을까? 그녀의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걸까? 증폭되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서사는 숨가쁘게 내달린다.

이현수의 최신작인 중편소설 「마리나 나의 마리나」는 이 혼란감을 어느 때보다 선득하게 포착해낸다. 불쌍해 보이는 이웃집 미망인 ‘민자씨’에게 선뜻 마음을 열었던 ‘영숙씨’는 민자씨가 벌인 마리나 사업에 전 재산을 투자한 후 나락으로 떨어진다. 영숙씨는 딸 ‘우희’와 작은 아파트에서 근근이 사는 데 만족해왔던 만큼 민자씨를 깊이 증오하기에 이른다. 민자씨가 투자금을 뜯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녀에게 접근했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영숙씨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민자씨에게 혐의를 씌운 뒤 그녀를 마음껏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면서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나가는 경험”을 통해 “어떤 사람에 대한 판단의 근육을 단련하는”(문학평론가 황예인, 인터뷰) 정신운동을 촉발하는 이 작품은 타인을 믿어보려는 마음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 끝에 선과 악의 경계를 무화하며 삶이라는 거대한 미스터리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게 한다.

「돈의 수사학」의 화자는 돈에 인색한 탓에 두 딸과 손자에게 원망만 받는 외로운 노인이다. 형편이 넉넉함에도 경제적 지원을 아끼는 노인을 가족들은 수전노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이 노인이야말로 경제를 읽는 감각이 탁월한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자영업을 하고 싶은 손자가 노인에게 손을 벌리지만, 그가 실패할 것이 눈에 훤한 노인은 선뜻 돈을 내주지 않는다. 실랑이가 이어지다 건강이 악화된 노인이 정신을 잃는 순간 손자의 비정한 진심이 그의 귓속으로 파고든다. 병실에 누워 가족들의 속내를 마저 엿듣게 된 노인의 굳은 결심과, 노인은 까맣게 잊었지만 딸들에게는 상처로 남은 노인의 과오가 뒤늦게 대비될 때 이 슬픈 가족사는 다층적인 결을 이루며 다시 한번 읽힌다.
 
서로를 서로의 색으로 물들인 끝에 탁해지고 마는 내면의 빛깔
그러나 어떤 ‘엮임’은 그 관계의 채도를 순식간에 끌어올린다

 
살아가는 한 우리는 타인과 엮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관계 맺다보면 어느새 상처 입고 상해버린 내면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타인과 엉겨붙어 뒹구느라 줄곧 탁해져가기만 하는 것일까.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리플리 부인」의 ‘나’에게 사장이, 「마리나 나의 마리나」의 영숙씨에게 민자씨가, 「돈의 수사학」의 노인에게 딸들과 손자가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기는 순간마다 인물들의 시야는 생생하게 채색되고 있다. 살아 있기에 느끼는 강렬한 실감으로 말이다.

그리고 어떤 관계는 강렬하다못해 지극히 투명하게 빛나기도 한다. 「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와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는 ‘노근리 연작’으로 묶어 읽을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 쌍굴에서 벌어진 참사를 겪고 살아남은 ‘남자’가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었던 “육십 년 전의 여자” ‘인영’을 찾기 위해 실버타운에 찾아오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남자의 사연을 듣게 된 안내원 ‘그녀’는 자신과 남자가 지독한 상실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낀다. 살아온 시대도, 겪은 사건도 다르지만 두 사람은 온갖 격차를 뛰어넘어 진심으로 교감한다.

그녀와 남자의 만남은 일 년의 공백을 두고 이어지는데, 앞서 수록된 「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가 일 년 후의 재회를, 이어지는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가 첫 만남을 담고 있다. 뒷이야기를 먼저 읽으며 감지했던 빈칸이 다음 단편을 읽을 때 꼭 맞게 채워지는 경험을 통해 그녀와 남자가 그렇듯 두 편의 이야기가 단단하게 결속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다른 존재들을 ‘우리’로 묶어주는 이 결속감에 대해 이현수 소설은 쓴다. 악연이든 선연이든, 그렇게 누군가와 엮였을 때 비로소 삶이 선명해진다고. 그렇게 자꾸만 엮고 엮이며 인생은 문학이 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는 이현수의 첫 소설집 『토란』 개정판과 동시 출간된다. 소설쓰기에 대한 열정과 초심을 잃지 않는 이 믿음직한 작가의 시작과 현재를 나란히 놓고 읽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한 사람을 바라보는 데 여러 겹의 시선이 필요했다고 한 선생님의 말처럼, 나에게도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드는 시차가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니까. 이해하지 못할 악인을 쓰는 게 꿈이라고 한 선생님의 말은 나에게 인간에 대한 이해의 범위를 지금보다 더 넓혀가고 싶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런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는 과정을 거치면서 선생님만의 독특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만들어질지 모르겠다고 상상했다. 언젠가 우리가 또다시 만나 2020년의 11월을 떠올리며 또 한 겹의 시선을 가질 수 있다면. 작가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누구든 자꾸 이해해버린다는 말이 나는 싫지 않았다. _황예인(문학평론가)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누구의 기억에도 없었더라면 좋았을 공간, 그러나 기억해야 할 공간이 있다. 소설가 이현수의 고향인 충북 영동 노근리에 있는 쌍굴도 그런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그곳에는 남녀노소 사백 명에 이르는 무고하고 무해한 피난민들이 있었다. 미군들은 나흘 동안 그들에게 십이만 발의 총알을 무차별로 발사했고, 그 흔적은 굴 곳곳에 크고 작은 구멍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리고 칠십 년이 지난 오늘,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는 걸 일깨우듯 쌍굴 밑으로 맑은 물이 너무도 조용히 흐르고 있다.

얼마 전 어떤 인연으로 그곳을 찾았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그녀였다. 그곳을 떠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사람도. 그녀는 그곳에서 온기로 떠돌며 그들을 끌어안고 가만가만 보듬고 있었다. 늙고 남루해진 인생마저 ‘애썼다, 위대하다’ 토닥여주고 높여주는 법을 터득한 그녀여서 다행이다 싶었다. 덕분에 나는 숙제를 면제받은 학생처럼 조금은 홀가분한 심정으로 그곳을 떠나올 수 있었다. 나이들수록 점점 더 금기어처럼 꺼려지는 ‘우리’라는 말을 그녀의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녀와는 언제까지나 ‘우리’로 엮이고 싶어진다. 그녀가 부디 오래오래 그들을, 저마다의 생의 조건에서 살아남은 자들인 우리를 끌어안아주었으면 좋겠다.
- 김숨 (소설가)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10.0

혜택 및 유의사항?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k*******2 | 2022.03.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도민우라고 아니? 모델계의 전설. 우리 때 엄청 날렸거든. 걔가 날 얼마나 따라다녔다고. 휴가를 얻어 집에 내려갔는데 글쎄. 연서를 보낸 거야. 시골집 주소를 어떻게 알아갖고..큰오빠한테 죽을 만큼 두들겨맞았지. 우린 그런 시절을 살았어." 그녀의 거짓말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그건 훈련한다고 되는게 아니다.타고나야 한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갈 뻔했다는 건 진실이고;
리뷰제목


"도민우라고 아니? 모델계의 전설. 우리 때 엄청 날렸거든. 걔가 날 얼마나 따라다녔다고. 휴가를 얻어 집에 내려갔는데 글쎄. 연서를 보낸 거야. 시골집 주소를 어떻게 알아갖고..큰오빠한테 죽을 만큼 두들겨맞았지. 우린 그런 시절을 살았어."
그녀의 거짓말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그건 훈련한다고 되는게 아니다.타고나야 한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갈 뻔했다는 건 진실이고 모델계의 전설 도민우가 따라다녔다는 건 거짓이리라. 추임새를 넣어주면 길어지므로 어디까지 듣고 일어설 것인지 미리 결정해야 한다. 애매하게 행동하면 거짓말에 잡아먹히고 만다. (-21-)


문제는 나다. 나는 그녀의 거짓말에 번번이 반응한다.도대체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다. 조곤조곤 얘기하던 그녀가 별안간 있지, 하고 목소리를 낮추면 내 심장이 격렬하게 뛴다. 거짓말를 그치게 하는 유일한 사명인 것처럼 나는 이제나 저제나 그녀의 말을 자르고 들어설 틈을 노리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딴전을 피우거나 하품한다. 그렇게 넌더리를 내도 그녀는 모르는 척 시침을 떼며 거짓말을 이어간다. 천부마트 기범이도 단번에 알아먹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데도 매장 앞을 지나던 누군가 우리를 지켜본다면 나를 형편없이 되바라지고 닳아바진 여자로 여길 것이다. 그녀의 거짓망이 매장 밖까지 들리는 건 아니니까. (-23-)


소설가 이현수의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에는 ''리플리 부인','마리나 나의 마리나','돈의 수사학','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 이렇게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연작으로 이어진 연작 소설이다. 이 소설을 접하게 된 건,우연히 내 현실앞에 놓여진 리플리 증후군에 대해서 좀 더 가까이 접해보고, 현실 속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누군가의 신리를 느끼고 싶어서다. 조현병이나,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과 같은  정신적인 질환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 있어도, 리플리 증후군에 대한 소설은 먾지 않다.영화 <리플리>는 나와 있지만, 실제 내 앞에 놓여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소설을 읽게 된 것도 내 앞에 어떤 현실적인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소설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주인공, 정하연이 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 정하연은 본명이 아닌 가명을 쓰고 있으며, 주인공은 그녀의 이름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혜경이라는 또다른 가명의 이름과 정복순이라는 본명을 찾게 된다. 진실과 거짓을 섞어가면서, 사람을 우롱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주인공 정복순의 행동 하나하나 본다면, 소설 속 주인공이자 가해자인 리플리 부인과, 리플리 부인에게 우롱당하는 피해자의 심경을 읽을 수 있다.천연덕 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정복순의 실체를 보면서, 정작 피해자인 또다른 주인공이 더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리플리 부인은 자기기만과 교연영색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내뱉는 거짓과 진실이 섞여 있는 말과 행동에 반응하는 사람, 크게 동요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다. 자신의 낮는 수준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능숙하게 거짓말을 사용하고 있다.내  안의 열등감이 거짓말을 반복하는 리플리의 본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것을 즐기면서, 여러 사람을 낚아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만들어 낸다. 적극적으로 피해자가 죄책감을 느끼고, 심장 박동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좌절과 고통 속에 휘말리는 것을 가해자는 즐기고 있다. 스트레스는 가해자 몫이 아닌 피해자 몫으로 남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특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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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이해와 오해가 애매한것이 삶l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건****탕 | 2021.03.0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2월의 마지막. 이상하게도 존치버 단편집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토란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던 걸까. 그 간절함을 이기지 못하고 작가님의 다른 책에 손을 뻗었다. 어쩌면 외쿡!정서보다 우리네 정서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라는 말의 의미도 뭉클하지만 표지 그림 속 그녀의 질끈 묶은 머리끈으로 자꾸만 시선이 고정된다. 가닥가닥;
리뷰제목

 

2월의 마지막. 이상하게도 존치버 단편집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토란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던 걸까. 그 간절함을 이기지 못하고 작가님의 다른 책에 손을 뻗었다. 어쩌면 외쿡!정서보다 우리네 정서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라는 말의 의미도 뭉클하지만 표지 그림 속 그녀의 질끈 묶은 머리끈으로 자꾸만 시선이 고정된다. 가닥가닥 흩어진 관계들. 한치 건너 또 한치 건너 이어져 있는 관계들. 그런 관계들이 서로 엮여 들려고 할 때 생기는 다양한 심리들. 아마 대충 그런 이야기들이 아닐까 짐작해보며 시작했다.

 

아직까지 나는 정체가 의심스러운 사람은 만나본 적은 없다. 간혹 개명한 사람이 주위에 한둘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의 삶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없었다. <리플리 부인>과 <마리나 나의 마리나>에 등장하는 여인은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많다. 그런 사람과 얽혀 있는 사람들은 상대에게 지속적인 의심을 품게 만든다.

 

의류 매장을 전전하다 지방 의류매장으로 이직을 한 여자는 <리플리 부인>이라 불리는 사장의 정체에 의심을 품는다. 그녀가 자랑하듯 떠벌리는 과거와 짝퉁 옷을 라벨갈이 하며 고객을 속이는 모습에서 그녀의 과장된 과거와 거짓된 삶을 의심한다.

정복순. 정하연. 정혜경. 리플리 부인.

그녀는 그녀의 이름이 바뀔 때마다 내버린 인생과 숨겨둔 자아를 늘려갔고 여자는 그런 그녀를 자신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한심하게도 자신의 이름마저 내버리고 온갖 고생 끝에 선택하려는 종착지가 돈 많고 명 짧은 영감이라니. 싼티난다고 해야 하나 솔직하다고 해야 할까. 온통 거짓뿐인 그녀의 삶에 진저리를 느끼며 다시 가방을 싼 여자는 계속되는 의문이 자신을 누르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진실 따윈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병신처럼 당하지 말라던 선임 직원의 말이 낳은 파동이 워낙에 강력하니까.

 

순수하고 청아하게 태어난 인간은 일생을 사는 동안 자신이 지닌 눈부신 빚덩어리를 힘껏 훼손하기만 하다가 결국 유해한 존재로 세상과 작별한다. -p.64

 

<마리나 나의 마리나>편의 영숙씨는 그런 믿음을 더욱 뒤흔들어 놓은 인물이다. 사람을 믿는 근간은 무엇일까. 그들의 관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믿음의 방향이 변화는 과정을 보게 된다. 민자씨에게 영숙씨는 그저 안으로 조여진 느낌이 없는 선명하지 않은 사람일 뿐이었으나 민자씨 딸에게는 눈빛부터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의심의 폭은 돈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금전적으로 얽히지만 않았어도 영숙씨는 그저 괜찮은 이웃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도움을 주던 외삼촌마저도 돈 앞에 계산적으로 돌변하지 않았던가.

 

<돈의 수사학>도 돈이 문제다. 아래층 집 도배하는 소리를 돈 세는 소리로 들은 조. 그는 돈을 귀하게 여기라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여태 받들며 살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아버지로서는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이 집의 가정사가 외손자의 한 마디로 귀결되버렸다. 영감, 존나 기 빨리게 하더니....

돈돈했던 아버지는 딸들에게는 원망스러운 돈줄이고 그런 관계를 지켜본 외손자 또한 마찬가지다. 자식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는 딸의 논리는 그 집안만의 법인가. 돈의 귀함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한 조가 딸들에게도 다른 방식으로 이해시킨 것 같아 씁쓸했다. 노년이 외로운 사람은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과 나누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런 거래요. -p.133 라는 말이 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면 백 프로 공감했을 것이다.

 

 

<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와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전쟁통에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할아버지와 얽히게 된 은주의 이야기이다. 할아버지는 사람을 찾기 위해 은주네 회사를 방문했고 몇 번의 만남 속에서 은주는 알 수 없는 연민에 사로잡힌다. 이 두 가지의 질문이 은주의 심경을 자극했을는지도.

흐르지 않는 시간에 갇혀 있다면 서은주씨는 어떤 기분일 것 같습니까? -p.170

모든 기억을 깡그리 잃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가씨는 어떤 선택을 하시겠소. -p.186

 

양념한 가지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은주네 집은 성실하지 못한 엄마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색깔별로 슬리퍼를 사는 엄마를 은주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들으며 어떤 공통점을 발견한다. 오로지 홀로 견디고 구축하며 삶의 불가능에 맞서왔다는 점은 은주의 나면 속 천사의 얼굴을 흔들어 깨운다. 할아버지에게 가족이란 단어를 연상하게 해 준 선물을 하면서도 그냥 무언가에 살짝 미쳤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은주도 할아버지도 서로 첫눈에 알아본 건 상실감의 눈빛이었다. 그 빈틈을 채워주고 싶었던 마음이 은주의 혈관에 흘러들어 진심이라는 연결고리로 엮은 것이다.

 

별사탕 한 알을 입안에 던져 넣고 이리저리 굴려가며 단물을 빼내는 동안 믿음과 진심이란 단어에 얽힌 관계의 의미를 굴려 보았다.

우리는 사람을 향한 믿음의 뿌리를 어디에 둬야 하고 무얼 근거로 그 믿음을 다져야 할까. 눈빛이 선하지 못함을 끝까지 의심해야 할지, 얼굴선의 선명하지 못함을 의심해야 할지, 관계의 시간 속에서 흐려진 의심을 믿어야 할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애매한 건 돋보기를 들이댈수록 거짓이 확대되어 보이는 자보다 믿음의 조직이 성글어져 보이는 자다. 사람 보는 눈을 기르는데 경험밖에 답이 없는 것일까. 하긴 진심이라는 것 또한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니까.

 

작가님의 글은 익숙한 지명이 등장하고 역사적 사건 속에서 파생된 이야기 때문에 친근하기도 하지만 가끔 군침도 돌게 한다. 조기의 연한 살점을 고사리로 휘감아 먹는 고사리 조기찜은 어떤 맛일까.

아쉬운 마음에 남은 별사탕 세 개를 마저 털어 넣었다.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님은 이해하지 못할 악인을 쓰는 게 꿈이라고 하셨다. 캐릭터를 자꾸만 이해하려 들어서 선과 악의 경계가 자꾸 모호해진다고. 그 말씀을 들으니 사이코 패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에 가졌던 의문이 조금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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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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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 |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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