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을 보지 않습니다. 저자를 봅니다. 책은 딱 저자만큼입니다. 책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보는 저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있는가. 둘째, 독자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셋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가. 이 책은 이 세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글이 저자와 일치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그녀가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독자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지극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 p.5~6, 「추천의 글 | 마음이 이루는 기적」 중에서
저는 칠흑 같은 어둠 속 아파트 바닥에 주저앉아 스타킹이 다 찢어지는지도 모른 채 울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제 울음소리를 참아주며 한참을 듣고만 계시던 기사님이 이런 말을 건네셨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서럽게 우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손님보다 조금 더 살아보니 아무리 힘이 드는 일이라도 다 지나갑디다. 그러니까 너무 울지 말아요. 아이고, 왜 저렇게 울어.”
--- p.18, 「곁들이는 글 | 먼 길을 돌아 지금 이곳에」 중에서
오래가는 생명력을 지닌 식당을 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생명력이라는 것은 본질에 다가갈수록 강해지겠지요. 맛의 근본에 이를수록,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가닿을수록, 어떤 큰 위기가 닥쳐도 손님들의 귀한 선택을 받으리라 믿습니다.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 언제 들어도 좋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음악처럼요.
--- p.45~46, 「1장 설렘 | 장사는 손님이 오기 전부터 시작된다」 중에서
아기막국수 메뉴는 아이를 데리고 국수를 먹으러 온 엄마의 마음에서 나왔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함께 비빔국수를 먹을 때는 매운 양념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양념이 묻은 부분을 물로 헹궈야 했습니다. 아이가 먹을 양만큼 덜어야 할 때는 면이 끊어지지 않고 줄줄 딸려오는 바람에 난감하기도 했지요. 국숫집을 시작할 때 아기막국수를 먹던 딸아이는 어느덧 저와 함께 어른 막국수를 먹습니다. 이제는 같은 국수 맛을 느낀다는 것이 어찌나 좋은지요.
--- p.111, 「2장 맞이 | 화려한 서비스보다 정교한 진심으로」 중에서
이렇게 저는 사람들에게 다정한 말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가르쳐주신 분들을 ‘손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딘가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고객’이 아니라, 정겨운 ‘시옷’ 발음이 단정한 ‘니은’ 위에 내려앉아 입 속에서 ‘님’으로 퍼져나가는 말 ‘손님’. 저는 이분들을 평생 모시기로 했습니다.
--- p.176, 「3장 사이 | 손님과 주인의 ‘관계’가 ‘사이’가 될 때」 중에서
음식을 구상하고 어떻게 조리할지 반복해서 머릿속에 다 넣은 뒤에는, 손끝에서 이런 것들이 묻어나야 합니다. 재료를 대하는 태도, 집중하는 마음, 손님에 대한 존중 말이지요. 손님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한 끼에서 인생의 행복을 떠올립니다. 저희는 그 한 끼를 준비하는 사람이고 그 한 끼를 내어갈 때 손님과 마음을 다해 교류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믿습니다.
--- p.218, 「4장 정성 | 음식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중에서
국숫집을 시작했던 건 사실 먹고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사 그 자체가 주는 재미를 알게 되었지요. 새로운 손님이 오시는 게 신기했고, 한 번 오셨던 손님이 다시 오실 때 가장 짜릿했습니다. 그 재미로 ‘왜 어떤 손님은 다시 들러주실까’ ‘무엇 때문에 또 오시는 걸까’ 그 이유를 찾고 또 찾았습니다.
--- p.251, 「5장 여운 | 음식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중에서
이 책을 쓰면서 간절히 바랐습니다. 제목에 끌려서 덜컥 사셨든, 페이지를 넘기다가 이 글을 발견하셨든, 온라인 서점의 ‘미리 보기’를 띄워놓고 고민하셨든, 이 책과 인연이 닿은 모든 분이 제 삶으로 흠뻑 들어오시기를 말이지요. 스르륵 넘겨보면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이야기가 갖는 힘을 많은 분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진심을 다하고, 기본을 지켜나가기’가 제 삶을 관통하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p.297, 「마치는 이야기 | 결국 손님의 마음에 스며드는 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