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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인간에게 약속된 운명이다. 그러나 평소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08년 영국 보건부가 발표한 생애 말기 돌봄 경로 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좋은 죽음’이란 익숙한 환경에서 인간적 존엄을 유지한 채 가족이나 친구와 더불어 고통이나 기타 증상 없이 편안하게 맞이하는 죽음을 말한다. 과연 현대인에게 좋은 죽음은 실현 가능한 것일까?
--- p. 098-099
이 병의 가장 악독한 측면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요소들을 앗아간다는 점이다. 치매 말기에 이르면 익숙한 장소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해하고 공감하고 보살필 줄 알았던 인격이 파괴된다. 정신착란을 경험하거나 자제력을 잃고 분노를 표출하며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일조차 어려워진다. 가장 가까이서 나를 보살피는 사람에게 정신적, 물리적,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 여기에 품위 있는 죽음이 끼어들 틈은 없다.
--- p. 105
도시에 사는 현대인은 동물원에 갇힌 얼룩말과 같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최고 수준의 의료 혜택을 누린다 해도 몸과 마음은 너른 사바나를 갈망하며 시름에 잠긴다.
--- p.107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잦은 기아와 싸워 이겨야 하는 몸을 가진 사람들은 저렴하면서도 열량이 높은 설탕, 밀가루, 기름과 가공식품을 거부할 수 없었다. 달고 짠 맛으로 가공된 음식들은 포만감을 주는 대신 더 많은 음식을 원하게 만든다. 가난한 사람들은 섭취한 칼로리에 비해 영양분이 부족한 ‘텅 빈 고칼로리’ 식단에 금세 길들었다. 그들의 비만은 가난을 먹고 자랐다. 반면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만은 피로를 먹고 자란다.
--- p.123
인체가 진화의 산물이라고 해서 모든 적응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몸에는 바람직한 설계와 부적절한 설계가 공존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몸의 설계를 이해하는 지적인 존재이므로 스스로 본성을 제어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 p.165
어릴 적 맨발로 땅을 밟고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뛰놀았던 아이들은 꽃가루나 땅콩 때문에 괴로워할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더러운 환경에서 키워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수혜를 입은 아이들은 어디까지나 자연의 품 안에 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 p.207
찻잔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티컵 강아지는 인형처럼 깜찍한 외모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들은 치와와나 요크셔테리어 같은 소형견 중에서도 유독 몸집이 작고 허약한 강아지를 교배한 결과로 탄생했다. 그러다 보니 유전적 질환이 많고 각종 질병에 취약해서 수명이 짧고 버림받는 경우가 잦다.
--- p.246
현대의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미 암을 치료하고 난치병과 장애를 극복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언제까지고 질병 치료의 영역에 가둬놓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간의 상상력과 실험 정신을 억누른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우리는 결국 그 이상을 원하게 될 것이다.
--- p. 279
우리는 자연선택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진화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파괴적 기술 혁신으로 인한 위험사회의 도래를 막으려면 기술적인 해법보다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포스트휴머니스트는 주장한다. 기술은 우리 몸을 개선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살 만한 세상이 꾸려져야 한다. 그리고 그 세상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력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 p. 098-099
이 병의 가장 악독한 측면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요소들을 앗아간다는 점이다. 치매 말기에 이르면 익숙한 장소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해하고 공감하고 보살필 줄 알았던 인격이 파괴된다. 정신착란을 경험하거나 자제력을 잃고 분노를 표출하며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일조차 어려워진다. 가장 가까이서 나를 보살피는 사람에게 정신적, 물리적,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 여기에 품위 있는 죽음이 끼어들 틈은 없다.
--- p. 105
도시에 사는 현대인은 동물원에 갇힌 얼룩말과 같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최고 수준의 의료 혜택을 누린다 해도 몸과 마음은 너른 사바나를 갈망하며 시름에 잠긴다.
--- p.107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잦은 기아와 싸워 이겨야 하는 몸을 가진 사람들은 저렴하면서도 열량이 높은 설탕, 밀가루, 기름과 가공식품을 거부할 수 없었다. 달고 짠 맛으로 가공된 음식들은 포만감을 주는 대신 더 많은 음식을 원하게 만든다. 가난한 사람들은 섭취한 칼로리에 비해 영양분이 부족한 ‘텅 빈 고칼로리’ 식단에 금세 길들었다. 그들의 비만은 가난을 먹고 자랐다. 반면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만은 피로를 먹고 자란다.
--- p.123
인체가 진화의 산물이라고 해서 모든 적응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몸에는 바람직한 설계와 부적절한 설계가 공존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몸의 설계를 이해하는 지적인 존재이므로 스스로 본성을 제어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 p.165
어릴 적 맨발로 땅을 밟고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뛰놀았던 아이들은 꽃가루나 땅콩 때문에 괴로워할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더러운 환경에서 키워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수혜를 입은 아이들은 어디까지나 자연의 품 안에 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 p.207
찻잔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티컵 강아지는 인형처럼 깜찍한 외모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들은 치와와나 요크셔테리어 같은 소형견 중에서도 유독 몸집이 작고 허약한 강아지를 교배한 결과로 탄생했다. 그러다 보니 유전적 질환이 많고 각종 질병에 취약해서 수명이 짧고 버림받는 경우가 잦다.
--- p.246
현대의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미 암을 치료하고 난치병과 장애를 극복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언제까지고 질병 치료의 영역에 가둬놓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간의 상상력과 실험 정신을 억누른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우리는 결국 그 이상을 원하게 될 것이다.
--- p. 279
우리는 자연선택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진화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파괴적 기술 혁신으로 인한 위험사회의 도래를 막으려면 기술적인 해법보다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포스트휴머니스트는 주장한다. 기술은 우리 몸을 개선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살 만한 세상이 꾸려져야 한다. 그리고 그 세상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력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 p. 31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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