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2월 17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412g | 133*219*17mm |
ISBN13 | 9788937409141 |
ISBN10 | 8937409143 |
발행일 | 2021년 12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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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412g | 133*219*17mm |
ISBN13 | 9788937409141 |
ISBN10 | 8937409143 |
MD 한마디
[제40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물리학을 전공한 시인은 탁월한 에너지로 시의 형식과 틀을 과감히 해체하며 현실의 표면을 뚫고 본질을 향해 무섭게 돌진한다. 몸 안과 밖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마침내 존재는 자유로움을 찾아 나선다. 허물이 남은 자리엔 다른 가능성들이 고개를 내민다. -시 MD 김소정
1부 해 마 다 모 른 다 모 조 13 걷 기 14 차 15 신 선 16 때 17 고 장 18 소 리 19 날 기 20 올 해 21 복 식 24 거 절 25 침 묵 26 FULL VOLUME 27 가장 아름다운 소년 28 유리눈알 32 2부 밤의 숫자놀이 밤의 숫자놀이 37 자장가 38 자장가 40 자장가 41 저녁시소 42 이런 게 0이다 44 삭는 육각형 48 묵사발이 될 줄 알아 50 적자상속 52 시케이다 소나타 54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55 안녕. 잘 지냈어? 60 거품목욕 68 신호등을 건너면 보라색 별이 있다 71 종로 3가에서의 죽음 76 3부 연착 순간 이동 81 자수 82 나는 너의 목소리로 말한다 84 저글링 88 산책 90 배양 91 가위바위보 92 사우나 93 가시와 뿔 96 퇴근길 98 공복 100 호주머니 속에 굴러다니는 것들 104 꿈뿔 106 너를 생각하면 내가 108 그녀가 가져온 케이크에 촛농이 흘러넘치도록 나는 사족을 다한다 110 시 114 너에게 가는 길은 115 신사역 사거리 실라리움 성형외과 118 4부 구멍을 찾을 수 없는 나사 시속 40킬로미터의 소리 123 성실 127 거울이 있어야 할 곳에 130 냉 131 소리 132 본드 136 흰자만 자꾸 나온다 138 물고기와 아이와 개의 시간 140 나사가 자꾸자꾸 떨어진다 142 나사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 144 날파리 랩소디 145 곡 146 너의 뒤에 너의 뒤에 너의 뒤에 너 148 점멸 151 새하얗게 걸린 나의 가죽 152 5부 이동 중 목격하는 집 155 히포맨 158 원뿔 161 아무도 들어 주지 않는 직선 162 외마디 164 은색 그물인 달 166 참수 170 강남이 무너진 날 172 미아 174 엽서에 담긴 파리에서 탈출하는 방법 175 말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179 너는 시 197 너는 상 198 너는 아름다운 미라가 될 거야 자기야 200 무제, 1966, 김환기 202 백야 203 그대여 206 작품 해설 213 비규정을 향한 탈피의 시 _소유정(문학평론가) |
재작년 내 생일에 출간된 이 시집을 생일 기념으로 구입하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작년 내 생일을 기념으로 지난 달에 읽고 싶었는데, 캘리포니아는 작년 12월부터 한달 가까이 비가 오고 있어(그래서 비상 사태까지 선포되었다. 겨울 폭풍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전도 됐었고 인터넷도 며칠씩이나 안 됐다) 이래저래 모든 것들이 불안정했다. 계획대로 된 건 하나도 없고 돌발적인 변수들에 그때그때 대응해가며 즉흥적으로 버텨낸 한 달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 생활에도 적응이 되어 새해가 되고 나서 늦게나마 이 시집을 보게 되었다.
이 시집의 띠지에는 세 명의 시인 혹은 문학평론가의 추천평이 들어가 있는데, '육박해 들어감', '과감함', '변주', '능청스러움과 냉정함' 등으로 최재원(최재원은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 혹은 그녀의 시에서 젠더 혹은 성 정체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의 시를 설명내지는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한 마디로 요약하는 법을 나는 알고 있다. 바로 이렇게 말하면 되는 것이다.
"혹시 「Love Me If You Dare」라는 영화 봤어? 거기 마리옹 꼬띠아르가 나오거든. 딱 그 영화에 나온 마리옹 꼬띠아르같은 시들이야."
「Love Me If You Dare」를 본 사람이라면, 이 한 마디로 이 시집의 분위기나 이미지를 단박에 캐치할 수 있을 것이다. 1975년생인 마리옹 꼬띠아르가 2003년 작인 「Love Me If You Dare」에서 보여준 소피라는 인물, 그 인물을 문자화해서 시로 표현한다면, 최재원의 시들이 될 것이다.
역으로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 특히 표제작인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와 마지막에 수록된 「그대여」를 인격화해서 표현한다면, 「Love Me If You Dare」에서 마리옹 꼬띠아르가 분했던 소피가 될 것이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이 시집의 리뷰가 된다고 생각하고, 여기서 무언가를 덧붙인다면 사족이 되고 말 것이라고 여긴다.
이 시집에서 최재원이 펼쳐낸 다양하고 왕성한 시들(시집임에도 불구하고 200쪽이 넘는다. 이렇게 두꺼운 시집은 근래에 처음이다. 이 '왕성함'은 소피의 쉼없는 에너지와 열정과도 닮았다)은 모든 경계와 금기들을 전복하면서 자유롭게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Love Me If You Dare」의 원제는' Jeux D'Enfants'인데, 최재원의 시들도 전략적으로 '애들 장난'처럼 보이는 쪽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그 장난스러움이 그 어느 것보다 도발적이다.
「Love Me If You Dare」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이 영화의 결말이 파격적이라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테고, 그래서 그 영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데, 아마 최재원의 시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20대의 마리옹 꼬띠아르를 내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듯이 말이다.
감히 말하건대, 당신이 감당할 수만 있다면, 가장 인상적인 사랑을 선사할 시인이다.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재밌는 제목 같아요. 지인 선물로 보낸 책인데 제목보고 이런쪽은 영 모르는 저에게도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표지도 심플해서 좋았습니다. 선물드린 그분과 제목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네요. 잠깐 펼쳐보았을때 저 말 하는 사람이 엄청 가벼운것에 비해 화자?가 굉장히 생각이 많아보여서 대비되어 보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쉽지 않은 시를 읽는다. 반복해 읽으면 이해가 가능할까. 아니, 시를 이해하려 든 것 자체가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뇌리를 스친 많은 언어들을 조심스레 주워 담아본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를 살포시 묻게 된다. 정답은 없다. 해설을 읽을까 하다 말았다. 그 안에 갇히고 싶지가 않았다. 정해진 무언가를 갈구해온 내 자신이 가려는 방향을 심히 잘 알아서 멈추어야만 했다. 차라리 몇몇 시를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궁금증이 일었다. 우린 과연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가. 나를 둘러싼 세상에 그가 들어와도 이와 같은 시가 완성될 것인가.
때론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마치 삼장법사 손 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손오공 마냥 꿈꾸는 모든 것은 좌절로 귀결된다. 날개가 없어서 날지 못한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뱉는 나와 달리 저자의 의외의 행동을 감행한다.
‘죽음에서 떼어 낸 / 날개를 달고 날아간다’
죽음이란 무어였던가. 내가 소멸로 이해해온 것을 그는 ‘헤매지 않아도 되는 곳’이자 ‘땅만 보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설명한다. 왠지 매혹적이다. 생이 곧 고통은 아닐지라도, 벗어나는 게 실패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소년의 심성이 반복됐다. 이제는 딸을 더 선호하는 시대라지만, ‘아들’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내음은 남다르다. ‘고귀한 얼굴을 한 / 가장 아름다운 소년 / 우리 아들 / 우리 아들 / 우리 아들 / 아들 아들 아들’. 씁쓸하지만 이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다. 엄마가 꼭 여성이어야만 하는 건 아닐 테지만, 엄마의 역할을 떠안은 이가 남성이라면 왠지 이처럼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부모, 특히 엄마에 의해 소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이 된다. 급기야 잘못을 고백하는 소년에게 엄마는 당당함을 입힌다. 아들의 고결함은 엄마의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대견함이라는 포장지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그것은 보호받는 것일까, 숨 막히는 것일까, 나는 헷갈린다.
여러모로 불편함이 이어졌다. 눈 앞에 그려지는 심상은 왠지 금기에 가까웠고, 심지어 소리조차도 그러했다. 아무도 감지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벽지의 낙하 소리에까지 저자는 귀를 기울인다. 쇠가 울고, 수도관이 진동하며, 공기조차 신음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가 갈 방향을 잃었다고 외친다. 뭉크의 절규가 떠오른다. 세상 모든 존재가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다면, 그 안에서 불안에 떠는 나는 지극히 정상이려나. 정상과 비정상. 선 하나 넘나드는 것에 불과한데, 이를 기어코 재단하려 드는 내가 우습다. 동시에, 불편함을 모두가 공유하는 감정이라고, 다른 이들도 힘드니 징징대지 말고 침묵하라고 요구하는 사회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가를 묻게 된다. 완전무결에 가까운 존재로 그려진 엄마조차도, 백 번 구하려 들었으나 백 번 다 구하지 못할 대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타인의 도움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엄마 스스로가 탈출을 시도해야만 한다고. 이는 비단 엄마에게만 주어진 과업이 아니라고.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우리는 ‘아이고’라 소리친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떨쳐내기다. 달리다 말고 돌아오는 너에게 걱정 말고 “달려가”라고. 그 끝에서 다른 너와 내가 비로소 하나될 수 있다고. 당신이 스스로 알을 깨고 성장하는 동안 나 역시 지금과는 사뭇 다른 존재로 거듭나겠다고. 너 그리고 나 모두가 지금과 다른 모습이 되어 만나 “그대여”를 외치는 순간의 환희를 상상하자는 저자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린다. 나는 지금 무엇이 하고 싶은가. 나를 부정함으로써 진정한 나로 거듭나는 일을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물음은 끊이질 않는다. 정답은 결코 없다. 다시 한 번 강렬히 묻는다. 당신은 하고 싶은 게 무언가. 나는,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