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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 양장 ] 민음의 시-294이동
리뷰 총점8.8 리뷰 12건 | 판매지수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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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412g | 133*219*17mm
ISBN13 9788937409141
ISBN10 8937409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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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제40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물리학을 전공한 시인은 탁월한 에너지로 시의 형식과 틀을 과감히 해체하며 현실의 표면을 뚫고 본질을 향해 무섭게 돌진한다. 몸 안과 밖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마침내 존재는 자유로움을 찾아 나선다. 허물이 남은 자리엔 다른 가능성들이 고개를 내민다. -시 MD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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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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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 시체가 가득하다
땅만 보고 걷지 않았으면
알아챌 일도 없을 텐데
--- 「걷 기」 중에서


차마 번역하지 못한 시큼한 단어들이
긴 손톱을 끌며 칠판 위를 거니는 밤

내 몸속에는 백 명의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데
나는 단 한 명분도
살아 내지 못하고 발가벗긴 침묵 중
--- 「저글링」 중에서


너와 먹고 싶지도 자고 싶지도 않다. 나는 너를 박제하고 싶다. 약품 처리된, 내장이 없는, 까맣게 구슬이 되어 버린 눈동자, 그런 박제 말고 너의 가장, 가장 표면에 있는 것들이 너의 가장 아득한 곳을 담을 수 있도록, 가장 표면에 있는 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숨도, 생명도, 심지어 내장이 라 할지라도. 너만은 시간의 흐름에서 구해 주고 싶다. 그것은 박제와 가깝지만 박제는 아니다. 그것은 어떤 흔들림의 보장, 니가 하루 종일 거울 앞에 서 있을 자유, 니가 끝없이 스스로에게 빠져들 자유, 끝없이 자신을 소모할 수 있을 힘.
---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중에서


색이 없어진다는 것이 주는 만족감. 명도와 질감으로만 된 세상. 그것은 조금 덜 혼란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이거야. 색을 없애는 것. 이것이 내가 찾던, 몸으로부터 이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완전한 소멸이자 새로운 탄생이 될 것이다. 한번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모든 것이 아다리가 맞았다. 나는 몸을 태우고, 색을 없애고, 완전히 소멸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 몸 밖으로의 완전한 이사를 뜻한다고 확신했다. 이것이야말로 어떤 궁극적인 이사가 될 것이다.
--- 「말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중에서


소년도 소녀도 아닌
오차도 찰나도 아닌
이름을 불러 주세요
이름을 부르지 마세요
안은 여러 개지만 밖은
하나예요 이제 같은 길은
없어요

뾰족한 모래 위 몸 둘 곳 없어 정처 없이 없었던 집을 헤매는 발 디딜 데 없는 얕고 짙은 물자국 속 뒤섞인 발자국 겹쳐진




그 위로
성난 파도
--- 「백야」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일상과 세속에 직접 육박해 들어가는 과감함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 이수명 (시인·문학평론가)
“사유의 시계에 포착된 바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밀고 가는 힘과 그 사유의 리듬을 과감하게 변주하는 이미지들의 조화가 돋보인다.”
- 조강석 (문학평론가)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수줍은 듯 상황을 미학적으로 환기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 허연 (시인, 기자)
“어디로 가는지보다는 어디에서 벗어나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처럼 최재원 시의 화자는 이후의 행방보다 지금-여기의 억압으로부터 탈주를 희망한다. 이는 지금보다 “조금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는 불가항력적이고 불합리한 믿음”에 기인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믿음, 기댈 곳 또한 오직 자신뿐인 이가 행하는 온몸의 이동은 그간 화자가 귀 기울여 왔던 존재의 성장과도 닮아 있다. 제 몸과 꼭 닮은 허물을 남기고 떠나는 매미처럼 몸을 벗어난 자리에는 낯설지 않은 신체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있었던 자리”는 더 이상 타인에 의해 존재가 지워진 장소가 아니다. 그곳은 ‘나’의 선택과 의지로 떠나온 과거의 장소이자 기억이며 정체성이다.
- 소유정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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