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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필요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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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52g | 140*210*22mm
ISBN13 9788954685986
ISBN10 8954685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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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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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이 아침에 피곤한 상태로 눈뜨게 된 것은 더 노련하고 더 엄격하지 못했던 당신의 잘못인 것이다. 그래서 일하다 말고 가만히 서서, 당신이 과연 이 세상에 어떤 보탬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그저 뻐근하고 지친 몸과 나약한 마음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당신은 다시 웅크리고 앉아 딱딱한 흙을 끌로 파낸다.
--- p.21

그러나 결국엔 익숙한 절차들과 삽, 끌, 망치, 면도날의 움직임이 오랜 세월 그랬던 것처럼 그녀를 위로했고, 그녀를 잠식했다. 집중력에 장악되었고 시간이 그녀를 지나쳐 흘러갔다. 발굴 현장에 들어가 집중할 때면 몰리는 자신이 어머니라는 사실을 잊었다. 그녀는 한 쌍의 눈과 손 이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 p.64

그녀의 이름이 열정과 필요에 의해 하루에도 수십 번 불리는 그곳. 그녀의 침대에 각기 다른 크기의 네 개의 몸이 번갈아 드나들어 항상 따듯하게 유지되는 그곳. 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해 퇴적물을 느리게, 끊임없이 파내는 발굴 현장의 시간과는 정반대인, 어수선하고 북적이는 혼돈의 그곳.
--- p.64~65

그녀의 몸이 희망 없이, 아무데도 묶인 데 없이 떠도는 것 같았다.
주말 아침에 네 명이 커다란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그녀의 몸이 얼마나 묶여 있는 기분이었던가. 종종 벤은 기저귀만 차고 발가벗은 상태였고, 비브도 발가벗은 채 누구라도 옷을 입히려고 하면 화를 냈다. 엄마와 아빠는 발가벗은 조그만 두 개의 몸을 둥글게 감싸고 있었다. 그곳보다 안전한 곳은 없었다. 옥시토신이 그들 사이에서 휘몰아쳤다. 세상이 끝나야만 한다면 지금 끝나기를. 우리가 여기 이러고 있을 때. 그 외의 다른 모든 것들은―한 주간의 피로에서부터 진화 자체에 이르기까지―다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이 순수한 욕망의 부재 상태.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이것에 대한 욕구.
--- p.95

“나도 당신이 아는 만큼만 알아요. 히틀러가 그저 예술가였던 세계? 콜럼버스의 배가 침몰했던 세계? 아니면 어느 동굴에 살던 여자가 어느 오후 이 딸기가 아니라 저 딸기를 먹은 세계? 그걸 누가 알겠어요.”
이런 세계. 저런 세계.
깨달음이 전류처럼 몰리를 관통했다.
그녀가 아주 오랫동안 알면서도 알지 못했던 것. 불가해한 화석들. 불가해한 물건들. 우주에 존재하는 다른 세계의 증거들.
--- p.103

몰리는 언제나 이 모든 것이 얼마간 기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우유를 주고, 책을 읽어주고, 봉제인형들을 놓아주고, 아무 일 없다고, 무서워할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보드라운 잠옷을 입혀 아이들을 재우는 방식이. 마치 잠이 십육분의 일 정도의 죽음이 아니라는 듯이. 아이들이 잠들기를 거부할 때면, 사실상 이것이 죽음의 예행 연습임을 직감하곤 그 길고 외로운 시간을 거부할 때면, 우리는 아이들의 등을 어루만지며 속삭인다, 그들은 절대 죽지 않을 거란 듯이.
--- p.282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녀의 오랜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두 곳에 동시에 있는 것. 두 개의 몸을 갖는 것. 그녀 자신이 회복하는 동안 그녀와 똑같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것.
--- p.323

그들은 한 명의 살아 있는 아이와 한 명의 유령 아이를 가진 두 여인이었다. 그들은 네 명의 아이를 가진 두 여인이었다. 그들은 여섯 명의 아이를 가진 세 여인이었고 열여덟 명의 아이를 가진 아홉 여인이었으며 백 명의 아이를 가진 쉰 여인이었고 천 명의 아이를 가진 오백의 여인이었다. 한 개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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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필요한 세계』는 현실의 본질을 심오하게 파고들고, 모성애란 주제를 거침없이 시험하며 우리에게 긴장감을 주는 소설이다. 이 시대 가장 재능 있고 흥미로운 작가 중 한 명인 헬렌 필립스의 비범하고 유혹적인 소설.
-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소설가, 『스테이션 일레븐』의 저자)
이 책은 나를 인질로 삼아 내 꿈과 현실 세계를 모두 지배하고, 내 사고방식까지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헬렌 필립스는 무엇보다 근본적이지만 오직 그녀만의 것인 작품 세계를 이룩했다. 『당신이 필요한 세계』는 모성애를 다룬 가장 이상한 책인 동시에 가장 좋은 책이다. 이 사실이 놀랍진 않지만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 리베카 마카이 (소설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것들에 대한 책. 삶에 도사리고 있는 끔찍한 가능성, 사랑의 맹렬함, 모성애라는 미스터리에 대한 두려움과 짜릿함. 헬렌 필립스는 SF와 심리적 사실주의를 결합해 환상적이고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마법처럼 만들어냈다.
- 알렉산드라 클리먼 (소설가)
헬렌 필립스는 모성애로 인한 격렬한 섬망을, 우주의 섭리를 이해하려는 열망을, 그리고 놀랍고도 두려운 시간이란 미스터리를 날카롭게 포착해낸 실존적인 페이지터너를 탄생시켰다. 『당신이 필요한 세계』는 불가해하고 비극적인 소설이며, 헬렌 필립스가 이 시대의 가장 매혹적인 작가라는 완벽한 증거다.
- 로라 밴덴버그 (소설가, 『세번째 호텔』의 저자)
『당신이 필요한 세계』는 마음을 동요하게 만드는, 거부할 수 없이 매혹적인 소설이다. 이 작품은 낯익은 것에서 언캐니(uncanny)한 것을 찾아내, 우리의 일상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기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정교하게 절제되어 생각을 환기하는 산문을 통해 필립스는 초현실적이고 끔찍하고 본능적인 모성애의 경험을 그려냈다.
- 데이나 스포이오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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