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왜 부대찌개는 좋아하는데 김치찌개는 싫어할까
저자들은 먼저 우리 독자들에게 익숙한 한국 음식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호를 통해 중국의 맛에 접근한다. 김치가 들어가긴 마찬가지인 김치찌개와 부대찌개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인 스스로도 아침 식사로 자주 즐기는 죽을 한국에서는 먹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맛이란 혀에 분포한 맛세포 미뢰를 통해 느끼는 감각으로, 누군가는 설탕의 맛을 달게 느끼는데 다른 누군가는 쓰게 느낄 리는 없다. 또한, 즉각적인 에너지원이 주로 내는 단맛, 필수 생리활성 물질인 나트륨의 짠맛에 대한 선호는 인간이라면 공유하는 본능적인 맛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맛에 대한 선호가 이것만으로 설명될 만큼 단순하지는 않다. 각 민족이 저마다 가진 자연환경과 역사에서 비롯되는 독특한 식재료와 조리법, 그리고 생활방식이 맛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김치찌개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그 주재료인 김치에 대한 불호가 아니라 그 단순한 구성과 진한 맛에 대한 불호이며, 한국에서 죽을 먹으려 하지 않는 것은 죽 자체의 맛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자국에서는 간단한 아침 식사인 죽을 비싼 돈을 주고 사 먹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즉, 중국인의 입맛은 맛 자체뿐 아니라 맛을 조합하는 방식, 맛을 즐기는 관습이 모두 얽힌, 음식문화다.
고추의 매운맛 vs 화자오의 마라 맛
그렇다면, 먼저 살펴볼 것은 중국의 오미(五味)다. 다섯 가지 기본 맛(지금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에 감칠맛을 더하지만, 여기서는 감칠맛 대신 매운맛을 포함해 다룬다)으로 음식 맛을 내는 것은 한중 양국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다섯 가지 맛을 내는 식재료, 또 그 맛들을 조합하는 방식은 다르다. 예를 들어, 한국 음식의 매운맛은 고추를 주재료로 쓰지만 중국 음식의 매운맛은 화자오(花椒화초)나 마자오(麻椒마초)를 주로 써서 낸다. 맛을 내는 방식도 다르다. 한국에서는 고춧가루나 고추장의 형태로 고추를 직접 섭취해 입에서뿐 아니라 속까지 얼얼하지만 중국에서는 고추나 화자오, 마자오를 쓸 때 주로 기름에 튀기듯 볶아 매운 향과 맛을 뽑아내므로 입에서만 얼얼할 뿐 속까지 자극이 가지는 않는다. 물론 매운 국물을 마시며 속을 푸는 한국인의 식습관과 매운 국물을 마시면 ‘독한 놈’ 소리를 듣는 중국인의 식습관도 맛을 내는 조리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중국의 음식문화는 오미가 혼합된 쏸라(酸辣: 시고 맵고), 톈쏸(酸: 달고 시고), 톈셴(咸: 달고 짜고) 같은 복합적인 맛을 선호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설명인데, 저자들이 하나하나 짚어주는 오미의 대표적인 식재료와 조리법, 그것이 구현된 음식의 예를 따라가다 보면 중국 음식이 왜 낯설게 다가오는지에 관한 수수께끼가 풀린다.
한국의 김이 중국 식탁에 오르려면
어떤 음식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는 요소는 오미 외에도 다양하다. 한국인과 비교해 중국인의 음식 호불호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식감을 들 수 있다. 저자들은 “와, 이거 진짜 맛있는데 식감이 좀 별로다.”라는 한국인의 반응과 “이거 맛이 없네. 식감이 별로라서.”라는 중국인의 반응을 비교한다. 식감을 맛과 별개의 요소로 평가하는 한국의 식습관과 식감을 맛의 요소로 함께 평가하는 중국의 식습관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국 호텔의 조식 코너에서 시리얼이 홀대받는 이유나 중국의 피자 가게에서 반드시 토마토케첩을 함께 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또, 중국인이 쓴맛을 유난히 좋아하는 것이 아님에도 쓴맛 나는 쿠과(苦瓜고과: 여주)나 천피(?皮진피)를 차로 끓여 마시는 것은 물론, 음식의 재료로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을 통해 식약동원(食?同源)이라는 오랜 음식문화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외식업체나 식품업계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문을 오랫동안 두드려왔다. 삼계탕이나 조미 김처럼 중국인의 사랑을 받는 한국 음식이 실재하고,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중국인의 호기심과 호감도 컸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한국 음식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저자들의 진단에 의하면, 맛에 대한 중국인의 호불호의 배경이 무엇인지 깊게 탐색하지 않고 보이는 것으로만 단편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인에게 죽이라는 음식이 어떤 맥락에 위치하는지 살피지 않고 한국에 온 중국인들이 죽을 사 먹지 않는 것만 보고 중국인이 죽을 싫어한다고 판단하거나 중국인이 쓴맛 나는 여주나 진피를 즐겨 먹는 것을 보고 중국에서 판매할 식품의 쓴맛만 강화하는 식으로 말이다.
한국에 온 유커들의 짐 속에는 조미 김 제품이 꼭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인들이 김을 좋아하므로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김 제품이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중국인에게 김은 어떤 식재료이고, 한국의 김 제품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지에 관한 탐구가 필요하다. 이는 그저 시장 분석에 그쳐서 될 일은 아니고, 중국의 맛을 형성해온 역사와 문화 그리고 역동하는 현재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의 ‘중국의 맛’을 가장 잘 아는 저자들이 그 길을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