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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아

[ 양장 ] 악보들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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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446g | 188*255*13mm
ISBN13 9791189356866
ISBN10 1189356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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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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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들’은 일종의 운동을 실행한다. 시간 안에서 변화하며 움직이는 소리를 음악이라고 한다면, 음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운동이다. 한 음악을 관찰하는 과정 역시 음악을 따라 시간 안에서 행하는 또 다른 운동과 같다. 곡과 곡 사이, 작곡가와 작곡가 사이, 시대와 시대 사이를 들여다보는 과정은 시간의 안과 밖을 횡단하는 운동에 가깝다. ‘악보들’이 실행하는 운동은 서양 음악의 안팎에서 음악을 작곡하거나 연주하거나 연구하거나 관찰하는 서로 다른 실천을 통해 얻은 경험의 교환을 동력으로 삼는다.

‘악보들’이 다루는 사례는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약 300년간 서유럽 지역에서 펼쳐진 음악들이지만, ‘악보들’의 운동은 지금-여기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동시대 음악 실험에서 ‘멜로디’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선이 사라지고, ‘음향’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덩어리가 그 자리를 대체한 현상이 출발 지점이다. 오랜 시간 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던 선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이며, 새롭게 등장한 덩어리적 음향의 근원은 어디인가?

‘악보들’은 음악이 운동해 온 흔적을 드러내기 위해 악보를 경유한다. 악보는 한 음악을 성립시키기 위해 필요한 특정 소리를 특정 기호로 명시한 목표 지향적 기록이다. 동시에 각각의 악보는 음악의 재료, 음악의 생산과 재생산 방식, 작곡가와 연주자와 관객의 관계 구조, 음악 생산자와 사용자의 권리 범주를 포함하여, 음악과 그 주변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단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각 권이 다루는 주제와 관점 역시 일련의 악보 더미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 짐작한다.

판타지아에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곡’ 안에 담겼다. 노래 바깥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선과 노래하는 선, 노래의 전통에 기반하지만 동시에 작곡가의 기술을 보여 줄 수 있는 대위적인 부분이 하나로 구성됐다. 음악은 즉흥성과 엄격함, 손의 기교와 노래하는 듯한 성부, 단선과 다성, 수평·수직을 오가는 입체적 텍스처와 선형적으로 평면적인 텍스처 사이를 횡단했다. 노래하는 선과 노래하지 않는 선은 교차하면서 서로 다른 곳을 향했다. 각 부분은 질서정연하고 균형 잡힌 구조를 이루기보다는 이질성을 또렷이 드러내며 차이를 강조했다.

판타지아에서는 대조적인 것들이 한 곡 안에 모여든다. 이들은 하나의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형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서로 다른 것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판타지아에서 발견되는 노래와 노래하지 않는 선의 횡단은 일관된 곡의 흐름을 뒤흔든다. 때로는 한동안 유지되어 온 흐름을 완전히 깨뜨리는 데 목적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앞의 텍스처를 가장 반대되는 형상으로 산산이 부순다. 이를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만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음악을 언제나 그 이전의 역사로부터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익숙함을 깨면서 등장한 ‘이상한 것’ 혹은 ‘이질적인 것’ 들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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