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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빌라

여름의 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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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tvN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에 등장한 책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50g | 133*200*20mm
ISBN13 9788954673105
ISBN10 895467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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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깊고 천천한 시선으로 포착한 생의 순간들]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 백수린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빠르고 강렬하지는 않더라도 그만의 속도로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시간과 시간, 장면과 장면 사이에 숨은 삶의 비밀들을 알아채고 또 그 너머를 바라보는, 작고도 큰 존재들의 이야기가 우아하고도 단단하게 그려진다. - 소설M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시간의 궤적 007
여름의 빌라 041
고요한 사건 073
폭설 107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139
흑설탕 캔디 169
아주 잠깐 동안에 205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235

해설 | 황예인(문학평론가)
나의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서 267

작가의 말 288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쩌면 좋을지 망설이는 사이, 언니가 먼저 우산을 펼쳐 들고 빗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우산을 써봤자 아무 소용도 없는 비였다. 언니는 이내 우산을 접더니 비를 쫄딱 맞은 채 나에게 빗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우리는 폭우 속을 달렸다. 웃음을 터뜨리면서. 머지않아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고 해가 날 거라는 사실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처럼.
--- P.39 「시간의 궤적」 중에서

긴 세월의 폭력 탓에 무너져내린 사원의 잔해 위로 거대한 뿌리를 내린 채 수백 년 동안 자라고 있다는 나무. 그 나무를 보면서 나는 결국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폭력과 증오가 아니라 삶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 p.68 「여름의 빌라」 중에서

창밖에는 커다란 눈송이가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깃털처럼 부드러운 눈송이가. 역청빛 어둠을 덧칠한 이웃집의 지붕 위에도, 옥상 위의 장독대와 비탈 아래쪽의 앙상한 나무초리 위에도, 고요하게.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것은 정말 내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커다란 눈송이였다. 마른눈. 자국눈. 가랑눈. 국어사전에서 내가 발견했던 무수한 단어로도 형용하기가 충분치 않던 눈송이. 그토록 숨막히는 광경을 나는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본 적이 없었다.
--- p.104 「고요한 사건」 중에서

“엄마한테는 세상에서 연애가 가장 중요해?”
“가장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취업보다야 연애가 훨씬 중요하지. 사랑받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건데.”
--- p.135 「폭설」 중에서

그는 틀림없이 욕망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어봤겠지? 불현듯 그녀는 자신이 지금껏 누구에게도 떼쓰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일찍 철이 든 척했지만 그녀의 삶은 그저 거대한 체념에 불과했음을.
--- p.165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중에서

브뤼니에 씨가 건넸다는 그 말에 대해서 할머니는 대명사 두 개와 동사 한 개라고만 적어놨으므로 그 안에 감춰진 말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당신을 기다릴게요 Je vous attendrai”일 수도 있고, “그리울 거예요Vous me manquerez”일 수도 있고, 내가 상상하는 것처럼 “사랑해요Je vous aime”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이 진짜로 무엇이었는지 나로서는 영영 알 길이 없다.
--- p.203 「흑설탕 캔디」 중에서

우리의 맨종아리를 간지럽히던 싱그러운 연초록빛의 풀들. 햇살에 투명하게 반짝이던 나비들. 유속이 느린 수면 가까이에서 천천히 날다가 순식간에 저만치 솟구치던 작은 새들. 다미의 말에 얼마만큼의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다미가 들려주는 것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로 이루어진 매혹적인 서사였으니까.
--- p.254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작 수록!
백수린 세번째 소설집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不可解라는 축복
비로소, 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등을 통해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백수린. 대체 불가능한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으로 문단과 독자의 신뢰를 한몸에 받아온 백수린이 세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를 선보인다. 현대문학상(「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문지문학상(「여름의 빌라」), 젊은작가상(「고요한 사건」 「시간의 궤적」) 수상작을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는 『여름의 빌라』는 오직 백수린만이 가능한 깊고 천천한 시선으로 비로소-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을 담은 작품집이다.

“머뭇거리면서, 주저하며 나아가는 날들 중 언젠가 내 글에도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바라던 『폴링 인 폴』의 시절, “사라진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흔적을 애틋한 마음으로 주워모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참담한 빛』의 세계를 고스란히 품은 채 『여름의 빌라』에 당도한 작가는 이제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직시하고 찬찬히 기록”(‘작가의 말’)하기를 소망한다. 2016년 여름부터 2020년 봄까지를 갈무리한 총 여덟 편의 이야기 속엔 작가의 눈앞과 마음 안에서 펼쳐진 풍경을 직시한 파노라마가,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라는 축복이, 한 겹의 베일을 걷어내면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한 생의 이면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인생의 불가사의에 대해 가장 우아하게 말하는 법.
그런 걸 찾는다면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_박연준(시인)

이제 백수린의 소설은 두 팔을 뻗어 자신이 스스로 단련한 근육을 통해
모어와 모국, 모성의 세계의 불균질함까지 나아간다. _김금희(소설가)

백수린 소설의 화자는 모름지기 조심스럽다. 이 사려 깊은 인물들이 지나온 “결정적인 한 장면”(「고요한 사건」)을 둘러싼 계절과 세월을 함께 좇아가보는 일이 그의 소설을 읽는 주요한 독법이자 체험일 것이다. ‘결정적인 한 장면’이란 그저 작가가 그려내는 클라이맥스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자신의 최선으로 사려 깊었기에 피치 못한 시차視差와 사각死角을 ‘이제 와’ 되짚고 대면하는 여정에 더욱 가깝다. 표제작 「여름의 빌라」와 「시간의 궤적」은 그때는 미처 보지 못한 이면의 진실이 오랜 시차를 두고 당도하는 이야기다.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을 가진 ‘나’와 ‘언니’(시간의 궤적」), ‘주아’와 ‘베레나’ 부부(「여름의 빌라」)가 일식하듯 포개어졌다 다시금 멀어지는 과정을 반추하며 비로소 생생한 과거에 다다르는 과정을 작가는 그려낸다. 선명한 상실의 감정 앞에서 단절이 아닌 마주하는 용기를 택하는 소설 속 화자들에게 상실은 더이상 상처가 될 수 없다.

모국에서든 이국에서든 유배의 감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화자들, 이를테면 ‘전학생’ ‘아시아인’ ‘여성’으로서 내 안의 소수자성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제 위치를 살피는 백수린의 화자들에겐 딛고 선 모든 땅이 언제나 이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 경계는 쉬이 지워지지 않지만, 내 안의 이인異人을 부단히 인식하는 인물들은 타자의 삶을 예단하는 대신 자신의 삶으로 들여놓으며, 반대로 감히 타인이 되어보기를 경계하기에 고독해지는 인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재개발지역에 불시착한 듯한 한 가족과 그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나의 고독과 한계를 한 폭의 정물화로 그려낸 「고요한 사건」, 어느 밤 힘겨워하는 노인을 돕는 ‘착한 일’이 초래한 비극으로 자꾸만 그날로 되돌아가는 한 남자를 그린「아주 잠깐 동안에」에는 작가가 오래도록 천착해온 경계의 윤리가 촘촘하게 구현되어 있다.

한편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는 이번 소설집 안에서도 “아주 우아하게 다른 방향으로 결을 뻗은 놀라운 작품”(김금희)이다. 모체에 가두어져 있던 욕망이 서서히 발화하는 과정을 담은 이 소설은 아주 낯선 아름다움을 목도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또한 「폭설」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흑설탕 캔디」는 백수린이 그리고자 하는 여성과 여성의 욕망을 이채롭게 변주한 삼부작으로도 읽힌다. 더이상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아닌, 이제는 거울이 필요 없는 “자신의 인생을 특별한 서사”(「흑설탕 캔디」)로 다시 쓰는 여성들의 우아한 여정이 이 소설들엔 담겨 있다. 소설집의 마지막에 실린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은 백수린의 한 시절을 닫는 소설로 부족함이 없다. 과거와 현재를 이음매 없이 오가는 한없이 서정적인 문장 속에서 순수와 도발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한 시절 역시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로 이루어진 매혹적인 서사”로 채워질 것이다.

“어떤 이와 주고받는 말들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는 사실”

이제 그는 선량한 호기심으로 나와 타인을 가르는 경계선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복잡한 갈등을 외면하지 않은 채로 공존의 공간을 모색하면서 말이다. (…) 낙관이나 비관으로 섣불리 기울어지지 않고, 손쉬운 납득을 위해 인물을 납작하게 그리고 싶은 유혹을 떨치면서 계속 이야기를 써나가겠다는. 백수린의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_황예인(문학평론가), 해설 「나의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서」에서

백수린 소설의 화자들은 더이상 여리거나 약하지 않다. 그들은 누구보다 기민하게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고, 천천히 균열을 직시하며, 관계의 어긋남을 아프게 헤아린다. 그 예민함으로 외면을 택하기보다 공존을 모색하기에 조용하게 단단해진다. 손쉬운 이해나 혐오에 빠지지 않고 사랑으로 이행하려는 이의 행보와 입술은 언제나 무거울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기에 백수린이 그려내는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흔들림의 자취, 고요한 열정은 언제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동반한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응시할 때 담기는 풍경, 그리하여 너머와 다음을 예비하는 시선에는 때론 결기마저 서려 있다. 명쾌한 이치를 제시하기보다 복잡하게 아름다운 세계를 찬찬히 기록하려는 반짝이는 눈동자는 빛으로 형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 사이에 징검돌을 놓는 듯한 섬세한 문장과 그것보다 더욱 촘촘하게 직조한 감정의 플롯은 비좁은 나의 세계에서 벗어나도록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상처와 과오를 기꺼이 꺼내 보이는 용기는 낯설지만 더 넓은 세계로 데려다놓는 길이 된다. “상서로운 눈이 내린다던 소설小雪의 밤”(「고요한 사건」)에서 소서小暑의 여름의 빌라에 이르기까지, 그 길에서 만나는 애틋함도 슬픔도 기쁨도 불가해함도 모두 축복이 되기를.

작가의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을 살기 위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이해와 사랑 말고는 달리 아무것도 없다고 나는 여전히 믿고 있고, 이 소설들 역시 그런 믿음 속에서 썼을 것이다. 나에게는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직시하고 찬찬히 기록하는 것이 사랑의 방식이므로. (…)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나는 당신이 안온한 혐오의 세계에 안주하고픈 유혹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랑 쪽으로 나아가고자 분투하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나는 이 여름, 그런 당신의 분투에 나의 소설들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2020년 여름의 문턱에서,
백수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백수린의 문장은 우아하고 침착하다. 함축적이지만 꼼꼼하다. 조약돌을 손에 쥔 자가 지휘하는 단단한 음악 같다. 끝나면 음악도 지휘자도 사라지지만, 손에 조약돌 하나가 쥐어져 있는 ‘수상한 환희’를 느낄 수도 있다. 이곳에서 슬픔은 머금은 슬픔이다. 아름다움은 흐르는 아름다움이다. 고독은 “눈처럼 소리 없이 쌓이는 것”이다. 소설을 읽다 종종 턱을 괴고 먼 데를 보거나 종이에 의미 없는 표식을 그리곤 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불투명한 창문 유리 그 너머, 그 너머로, 비밀스러운 날갯짓을 흘리며 날아가는 새를 본 듯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불가사의에 대해 가장 우아하게 말하는 법. 그런 걸 찾는다면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 박연준(시인)

『여름의 빌라』에는 그동안 백수린이 그려온 세계에서 아주 우아하게 다른 방향으로 결을 뻗은 놀라운 작품들이 들어 있다. 특히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는 현실이 조용히 진동하는 것, 완벽해 보이는 일상이 실은 어떤 위장막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 위장막은 자본이나 제도나 계층 같은 것들로는 다 포섭되지 않는 아주 불투명하고 유동적인 균열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 백수린의 소설은 두 팔을 뻗어 자신이 스스로 단련한 근육을 통해 모어와 모국, 모성의 세계의 불균질함까지 나아간다. 평상시와 다른 엄마의 낯선 아름다움에 겁먹고 울먹이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이 과정에 완전히 매혹되었다.
- 김금희(소설가)

회원리뷰 (67건) 리뷰 총점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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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북클러버 후기_레몬딜버터] 여름의 빌라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0*******n | 2022.08.28 | 추천36 | 댓글27 리뷰제목
이십대 초반에 그녀는 계단에서 헛발을 디뎌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에 자주 휩싸였고 또 그만큼 자주 계단 앞에 걸어가는 사람을 그녀가 밀어 넘어뜨릴 것만 같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 폭설, 126p   그럼에도 이런 겨울 오후에, 각설탕을 사탕처럼 입안에서 굴리면서 아무짝에 쓸모없는 각설탕 탑을 쌓는 일에 아이처럼 열중하는 늙은 남자의 정수리 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리뷰제목

이십대 초반에 그녀는 계단에서 헛발을 디뎌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에 자주 휩싸였고 또 그만큼 자주 계단 앞에 걸어가는 사람을 그녀가 밀어 넘어뜨릴 것만 같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 폭설, 126p

 

그럼에도 이런 겨울 오후에, 각설탕을 사탕처럼 입안에서 굴리면서 아무짝에 쓸모없는 각설탕 탑을 쌓는 일에 아이처럼 열중하는 늙은 남자의 정수리 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어른거리는 걸 보고 있노라면 할머니는 삶에 대한 갈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또다시 차오르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 199p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습게도 느닷없이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이 들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 주는 즐거움. 계획이 어그러진 순간에만 찾아오는 특별한 기쁨. 다 잃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한여름의 유성처럼 떨어져내리던 행복의 찰나들. 그리고 할머니는 일어나서 브뤼니에 씨와 함께 탑 위에 각설탕 하나를 더 쌓았다. 하나를 더. 또 하나를 더. 그러다 탑이 무너질 떄까지. 각설탕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할머니와 브뤼니에 씨가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릴 때까지. / 201p

 


 

하고 싶은 말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고 닿고 싶은 마음의 크기와 그 모양이 단 1%라도 훼손되지 않고 그쪽으로 그대로 온전히 옮겨갈 수 있도록. 전하고 싶은 그것이 사랑이라면 그 바람은 더더욱 간절했다. 기대와는 정반대로 내 마음이 전혀 다른 색깔로 닿는다거나 아예 닿지도 않고 튕겨져 나온 일이 더 많았지만. 그래서 요즘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말과 글로 분명히 담아내는 사람들이 부럽다. 당신이 하는 말이 분명하게 나에게 들어올 때면 나 역시 그 힘을 받아 정확하고 솔직한 마음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절로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백수린 작가가 <여름의 빌라>에서 하고 싶은 말은 명확했던 것 같다. 8개의 단편은 모두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탄생했지만 결국 작가가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같은 선상에 놓여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목도하고 있듯이 이해는 오해로, 사랑은 혐오로 너무 쉽게 상해버리고, 그런 생각들을 하면 어둡고 차가운 방에 홀로 남겨진 듯 슬프고 또 무서워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을 살기 위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이해와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나는 여전히 믿고 있고, 이 소설들 역시 그런 믿음 속에서 썼을 것이다. 나에게는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직시하고 찬찬히 기록하는 것이 사랑의 방식이므로.

/ 작가의 말

 

책에는 완벽하게 아름다웠던 관계가 속절없이 망가지거나, 이미 망가져버린 관계를 뒤늦게 마주하기도 하고, 관계로 인해 '내'가 망가지기도 하는 등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와 그 결이 조금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을 덮고 보니 특이하게 느껴졌던 점은 망가짐의 끝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마음이 마냥 '슬픔'으로만 가득차지는 않았고, 그래서 그 인물이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여주는 결말 역시 '그리움'만으로 남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황예인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끝나버린 인간관계를 두고 회피"하는 것이 이토록 쉬운 이 시대에서, 인간관계에서의 단절과 이별이 주는 고통이 "드넓었던 나의 세계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순식간에 줄어들어버리는 것"과 같을지라도, 책 속의 인물들은 거기서 머물지 않고 마치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고자 하는 결연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책을 읽는 동안의 나는 소설 속 인물처럼 관계로 인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고 있던 와중이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되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라 나를 무너지게 했다. 마냥 슬펐다기보다, '이게 뭔데 나를 무너지기 해."라는 절망이 더 힘들었다. 경험을 통해 깨우치고 성장하는 것이 인간이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 앞에서 당장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까진 안됐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피하거나 안주하는 대신 슬픔에서 잠시 머물다 끝내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바람이자 분투라는 것. 그 여름 시끌벅적했던 나의 고군분투 속에서 백수린의 소설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부족했던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었다.

 

3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6 댓글 27
구매 파워문화리뷰 『여름의 빌라』인생의 여름, 그 한복판에서 느끼는 감정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블* | 2020.09.14 | 추천12 | 댓글0 리뷰제목
순전히 아들녀석때문에 구매하게 되었다. 백수린의 소설이 좋은 건 알았지만, 신작 소식에 바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종이책으로 구매할까, 전자책으로 구매할까 갈등중이었다고 해도 될까. 그러던 차에 백수린의 다른 소설을 읽고 있던 아들이 작가의 소설이 너무 좋다며 신작 구매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구매를 결정했다. 여태 읽어왔던 백수린의 소설답게 단정했고 거의 여성;
리뷰제목

순전히 아들녀석때문에 구매하게 되었다. 백수린의 소설이 좋은 건 알았지만, 신작 소식에 바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종이책으로 구매할까, 전자책으로 구매할까 갈등중이었다고 해도 될까. 그러던 차에 백수린의 다른 소설을 읽고 있던 아들이 작가의 소설이 너무 좋다며 신작 구매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구매를 결정했다. 


여태 읽어왔던 백수린의 소설답게 단정했고 거의 여성의 서사였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다양한 주인공들을 만났다. 때로는 사람때문에 힘겨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이별을 한후 뒤늦게야 후회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렇다고해도 이별한 사람에게 연락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저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몇 작품은 읽은 소설이라서 반가웠고, 다시 읽는 소설은 처음 읽었던 것과는 다른 감동을 주었다. 아무래도 소설을 다시 읽다보면 더 깊이 빠지게 된다.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어느 것 하나 좋지 않은 게 없었다. 작품 하나하나가 매력적이었다는 말이다. 젊은작가 수상작품집에서 읽었던 「시간의 궤적」이나  「고요한 사건」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고 다시한번 작가가 주는 매력에 빠졌다. 작품들 모두다 좋았지만 특히 언급하고 싶은 작품이  「흑설탕 캔디」와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이었다.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같은 경우, 내가 백수린 작가의 책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뭔가 백수린 작가 답지 않은 소설이라 여겼다. 사춘기, 이제 막 성에 눈을 뜨게 된 시기. 모든 것들이 호기심의 대상이며 만나는 친구들 또한 다양한 감정으로 만나게 된다. 부모님에게는 공부 잘하고 착한 딸이지만 사춘기를 지나는 주인공 '나'는 엄마가 사 준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밤마다 몰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읽고 있는 성에 눈뜨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찍힌 다미와 우연히 말을 하게 되며 그 아이가 말하는 직접적인 호기심으로 점점 다가간다. 소설 속에서 언급하던 것과는 다른 실제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다미는 베프 선주와는 다른 느낌의 친구다. 소설은 사춘기 소녀의 호기심을 주로 다뤘는데 그때는 금기의 단어였지만 이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닌 그저 한 시기의 추억이었음을 그녀의 웃음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시기에는 엄청 큰 사건이지만 지나고 보면 그저 삶의 궤적임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흑설탕 캔디」를 읽는데 어쩐지 그리움에 젖은 듯 울컥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전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았던 증조 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한 단편이었다. 물론 소설 속 주인공이 느꼈을 상황같은 건 없었다. 프랑스에 가지도 않았고 많이 배운 할머니도 아니었다. 기억나는 건 곰방대를 들고 앉아 계신 것만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왜 증조 할머니를 떠올렸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내게 할머니라곤 그 분밖에 없어 그랬는지도. 상우 말 때문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꿈을 꾼 주인공 '나'는 오래전 엄마가 돌아가신 후 자기들을 키워준 할머니를 떠올린다. 할머니의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 교육을 받은 할머니때문에 어렸을때 죽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했다. 아버지가 프랑스 주재원으로 발령이 난후 프랑스로 건너갔던 '나'의 가족은 가지 않겠다던 할머니와 함께 였다.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 사춘기를 지나고 있었던 '나'는 그곳에 적응하는 게 바빠 할머니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일본어는 잘하지만 프랑스어라고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할머니가 타국에서 겪어야 했던 마음에 신경쓰지 못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일기장을 들춰보며 그때의 할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이 살았던 1층에 거주한 브뤼니에 씨와 얽힌 이야기들을. 할머니는 피아노 곡이 들리는 소리에 그 집앞 창문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연주가 끝날 때까지 멈춰있었는데, 그 뒤로 할머니와 브뤼니에 씨는 불한 사전과 한불 사전을 놓고 이야기했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동안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느꼈을 향수를 음악과 브뤼니에 씨 때문에 버티지 않았을까. 할머니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약간의 자책과 그리움이 물씬 풍겼다.   




표제작 「여름의 빌라」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9월이긴 하지만 여름에 나왔으므로, 또 여름에 구매하였으므로 여름에 어울리는 제목의 책이다.  「여름의 빌라」의 주아는 배낭 여행중 알게 되었던 독일에 살고 있는 베레나와 한스 의 초대로 캄보디아의 시엠레아프의 한 빌라로 향하게 된다. 다른 소설에서도 나타났지만 연인 혹은 부부가 둘 사이의 관계 회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초대하거나 그들의 초대를 받아들이는 걸 볼 수 있었다. 주아도 남편 지호와 함께 베레나와 한스를 만나러 가게 되었다. 배낭 여행때 만났었고, 지호의 유학시절을 포함해 5년 넘게 알아온 관계였다. 같은 공간에 머물다보면 서로의 생각이 달라 마찰을 빚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살아온 환경때문일 수도 있고, 각자가 처한 상황때문일 수도 있다. 


사원들을 구경하고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수상가옥 마을에 가기로 했다. 건기에는 육지이지만 우기에는 톤레사프 호수가 범람해 모든 집들이 물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마을이었다. 수상가옥 마을을 다녀온 후 한스는 날씨 걱정도 없고 삶이 여유로웠다고 말하며 그곳으로 어떻게 돌아갈까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지호는 수상가옥 마을의 아이들이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거라고 한다. 나중에야 베레나와 한스의 딸이 한 사건으로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주아가 베레나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소설인데 결말에 그만 울컥하고 만다. 손녀딸 레오니와 있었던 일화였다. 네모난 선을 그렸던 레오니. 캄보디아의 아이들이 오자 그 아이들에게 다른 선을 그어 주었던 레오니였다. 선 밖에 있던 아이들에게도 선을 그어 선 안으로 들어오게 했던 것이다. 이처럼 생각지 못했던 것에서 어른과 아이의 다른 점을 알게 된다.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이 피부 색깔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된다. 하나의 선은 두 개가 될 수 있고, 세 개, 네 개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마음을 어떻게 여느냐에 다르지 않을까. 다양한 경험이 우리 삶의 커다란 자양분이듯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또한 우리 삶의 다른 자양분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친구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재산과도 같지 않은가. 다시 백수린의 소설에 매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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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여름의 빌라-백수린] 내용 평점2점   편집/디자인 평점2점 행***자 | 2020.07.26 | 추천11 | 댓글5 리뷰제목
전반적으로 오밀조밀 잘 쓰여진 듯 그럴싸 해보이나, 읽고나니 알맹이가 없다.즉, 스타일리쉬(?)하게 글은 쓰여졌지만, '도대체 이 책을 읽고 내가 뭘 느껴야하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8편의 수록된 단편들 중에서 두 편 정도만 그냥 저냥 읽어줄만한데, 그 마저도 어지간히 글 좀 쓴다는 작가들이 한 두번씩은 쓰게 되는 성장형, 가족형 이야기라서 새롭거나 신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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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오밀조밀 잘 쓰여진 듯 그럴싸 해보이나, 읽고나니 알맹이가 없다.

즉, 스타일리쉬(?)하게 글은 쓰여졌지만, '도대체 이 책을 읽고 내가 뭘 느껴야하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8편의 수록된 단편들 중에서 두 편 정도만 그냥 저냥 읽어줄만한데, 그 마저도 어지간히 글 좀 쓴다는 작가들이 한 두번씩은 쓰게 되는 성장형, 가족형 이야기라서 새롭거나 신기할 것도 없다.


이 책이 별로인 조짐은 첫 단편 '시간의 궤적'부터이다.

얼추보면 프랑스 유학중이던 '나'와, 그 즈음에 알고 지내던 주재원 '언니' 에 대한 이야기로 작가의 의도는 뻔히 보이지만...일단 화자인 '나'가 조금 문제다.  그냥 별생각 없이 유학 갔다가, 공부는 안하고 일주일 내내 한국 교회만 줄창 다니면서 외로움을 달래다가, 체류증 연장을 위하여 현지인과 사귀다가 (다행히)결혼까지 갔지만, 언어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종종 경제적으로 까지) 외롭거나 괴로워하며 사는...그냥 실패 유학생 뒷 이야기. 특히 프랑스면 더욱더... 그러다보니, 작중 화자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고...'내가 저런 대책없이 사는 허접한 애의 이야기까지 들어야하나'하는 자괴감이 든다. 


'여름의 빌라' 역시 뭔가 담은듯하나...주아와 지호는 시간강사이긴하지만, 유학파 박사라는 나름 먹고살만한 애들인데, 태국의 수상가옥을 보는 지호의 시선이 조금 당황스럽다. 뜬금없기도 하거니와...과연 그런말들이 그 입에서 나올 수 있을까,하는 면에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고요한 사건'은 일전에 다른 리뷰에서도 썼지만, 이 분야의 여왕은 '외딴방'의 신경숙이다. 심지어 김혜진 작가도 얼마전에 비슷한 내용의 책(아마도 '불과 나의 자서전'인가 하는 작품을 썼다. 그래서 잘 읽히는 소재를 선택했지만, 아무래도, 글빨이든 말빨이든 돋보이는 부분이 없다. 


'폭설'은 뒷 마무리가 이상하고, 

'아직 집에 가지 않을래요'는 착한 의사 남편을 둔, 순종적인 와이프의 불안함, 불균형 같은 것이 조금 웃긴다. 82년생 김지영도 나오고 했는데...그렇지 않을 바에야 그냥 집에 차려 입고 앉아서 백화점 쇼핑이나 다니면 될 것 같은데...뭐가 불만이람. 

'흑설탕 갠디'는 깔끔하기는 하나  그냥 소품정도의 역활만 할 뿐이고...

'아주 잠깐 동안에'는 뭔가 흉내는 내고 싶은데 소재도 엉성하고, 임팩트도 없고, 남는 것도 없다.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역시 '고요한 사건'의 카피같은 느낌인데, 그냥 어딘가에서 수없이 봐왔던 이야기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고, 가족을 포함한 타인은 이러이러 하였지만, '나'는 무사히 잘(?) 살고 있다,는...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글인지 살짝 의구심이 생긴다. 


혹시, 잘못 읽었나 싶어, 작품해설을 보니 칭찬 일색이고, 

작가의 말도 그냥 공허하다. 영감을 받은 영화,음악,미술, 다른 문학작품에 대해서 풋노트를 달아놓았는데, 이는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고 연구하여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그냥 남의 인스타그램가서 타인의 삶을 훓어보고는마구 마구 상상해서 쓴 것 같다. 뭔가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백수린 작가의 글이 요즘 트렌드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나름 외국 생활을 하였고 그로 인한 배경의 신선함을 좋으나, 실상 열어보면 글에 '삶의 그 무엇'이 없다. 그냥 별거아닌 감정의 장난질에 썩 적극적으로 대처도 하지 못하는듯하며...그냥 카드들고 백화점에나 가서 신상 핸드백이나 사던지, 아니면 스타벅스에서 커피나 한 잔 마시고 수다나 떨면 끝날 정도의 이도 저도 아닌 심심함이 글 전반에서 느껴진다. 뭐 '죽고 싶을 정도는 아니지만, 샤넬 핸드백 하나들고, 커피는 꼭 스타벅스에가서 마실꺼야' 정도의 깊이.


이 책을 책장에 꽂아 넣으면서, 내 책장에 꽂혀있는 다른 책들을 살펴보았다.

책들은 겉표지만 봐도, 그 삶의 생생함이 전해져 칼같은 글들이 떠오르고, 그게 무엇이 되었든 송곳처럼 내마음을 후벼파 숨이 막힐 지경인데...이 작가의 작품은 그냥 겉표지가 예쁜 잡지 같다.  내 책장에서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으려나. 


인간과 삶에 대한 이야기는 영원하겠지만, 스타일만 강조한 이야기는 생명이 짧다. 스타일은 쉽게 변하니까...  기대를 많이 했던 소설집인데, 정말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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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03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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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제일 좋아하는 구절 “오후는 더없이 느리게 흘렀고 나는 쉽게 무한같은 것들을 떠올렸다.”
8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8
c****4 | 2020.07.14
구매 평점5점
문체도 차분하고 고급스러우면서 쉽게 읽혀내려가는 책. 감성을 더해주는 책.
4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4
h******1 | 2020.09.28
구매 평점5점
잠자기전 다른이의 삶을 엿보며, 다음날 밤을 기대하게 만든다. 작가님팬 등극!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YES마니아 : 로얄 음**사 |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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