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7월 07일 |
---|---|
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350g | 133*200*20mm |
ISBN13 | 9788954673105 |
ISBN10 | 8954673104 |
발행일 | 2020년 07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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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350g | 133*200*20mm |
ISBN13 | 9788954673105 |
ISBN10 | 8954673104 |
MD 한마디
[깊고 천천한 시선으로 포착한 생의 순간들]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 백수린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빠르고 강렬하지는 않더라도 그만의 속도로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시간과 시간, 장면과 장면 사이에 숨은 삶의 비밀들을 알아채고 또 그 너머를 바라보는, 작고도 큰 존재들의 이야기가 우아하고도 단단하게 그려진다. - 소설MD 박형욱
시간의 궤적 007 여름의 빌라 041 고요한 사건 073 폭설 107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139 흑설탕 캔디 169 아주 잠깐 동안에 205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235 해설 | 황예인(문학평론가) 나의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서 267 작가의 말 288 |
이십대 초반에 그녀는 계단에서 헛발을 디뎌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에 자주 휩싸였고 또 그만큼 자주 계단 앞에 걸어가는 사람을 그녀가 밀어 넘어뜨릴 것만 같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 폭설, 126p
그럼에도 이런 겨울 오후에, 각설탕을 사탕처럼 입안에서 굴리면서 아무짝에 쓸모없는 각설탕 탑을 쌓는 일에 아이처럼 열중하는 늙은 남자의 정수리 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어른거리는 걸 보고 있노라면 할머니는 삶에 대한 갈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또다시 차오르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 199p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습게도 느닷없이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이 들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 주는 즐거움. 계획이 어그러진 순간에만 찾아오는 특별한 기쁨. 다 잃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한여름의 유성처럼 떨어져내리던 행복의 찰나들. 그리고 할머니는 일어나서 브뤼니에 씨와 함께 탑 위에 각설탕 하나를 더 쌓았다. 하나를 더. 또 하나를 더. 그러다 탑이 무너질 떄까지. 각설탕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할머니와 브뤼니에 씨가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릴 때까지. / 201p
하고 싶은 말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고 닿고 싶은 마음의 크기와 그 모양이 단 1%라도 훼손되지 않고 그쪽으로 그대로 온전히 옮겨갈 수 있도록. 전하고 싶은 그것이 사랑이라면 그 바람은 더더욱 간절했다. 기대와는 정반대로 내 마음이 전혀 다른 색깔로 닿는다거나 아예 닿지도 않고 튕겨져 나온 일이 더 많았지만. 그래서 요즘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말과 글로 분명히 담아내는 사람들이 부럽다. 당신이 하는 말이 분명하게 나에게 들어올 때면 나 역시 그 힘을 받아 정확하고 솔직한 마음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절로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백수린 작가가 <여름의 빌라>에서 하고 싶은 말은 명확했던 것 같다. 8개의 단편은 모두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탄생했지만 결국 작가가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같은 선상에 놓여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목도하고 있듯이 이해는 오해로, 사랑은 혐오로 너무 쉽게 상해버리고, 그런 생각들을 하면 어둡고 차가운 방에 홀로 남겨진 듯 슬프고 또 무서워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을 살기 위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이해와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나는 여전히 믿고 있고, 이 소설들 역시 그런 믿음 속에서 썼을 것이다. 나에게는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직시하고 찬찬히 기록하는 것이 사랑의 방식이므로.
/ 작가의 말
책에는 완벽하게 아름다웠던 관계가 속절없이 망가지거나, 이미 망가져버린 관계를 뒤늦게 마주하기도 하고, 관계로 인해 '내'가 망가지기도 하는 등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와 그 결이 조금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을 덮고 보니 특이하게 느껴졌던 점은 망가짐의 끝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마음이 마냥 '슬픔'으로만 가득차지는 않았고, 그래서 그 인물이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여주는 결말 역시 '그리움'만으로 남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황예인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끝나버린 인간관계를 두고 회피"하는 것이 이토록 쉬운 이 시대에서, 인간관계에서의 단절과 이별이 주는 고통이 "드넓었던 나의 세계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순식간에 줄어들어버리는 것"과 같을지라도, 책 속의 인물들은 거기서 머물지 않고 마치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고자 하는 결연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책을 읽는 동안의 나는 소설 속 인물처럼 관계로 인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고 있던 와중이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되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라 나를 무너지게 했다. 마냥 슬펐다기보다, '이게 뭔데 나를 무너지기 해."라는 절망이 더 힘들었다. 경험을 통해 깨우치고 성장하는 것이 인간이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 앞에서 당장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까진 안됐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피하거나 안주하는 대신 슬픔에서 잠시 머물다 끝내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바람이자 분투라는 것. 그 여름 시끌벅적했던 나의 고군분투 속에서 백수린의 소설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부족했던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었다.
순전히 아들녀석때문에 구매하게 되었다. 백수린의 소설이 좋은 건 알았지만, 신작 소식에 바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종이책으로 구매할까, 전자책으로 구매할까 갈등중이었다고 해도 될까. 그러던 차에 백수린의 다른 소설을 읽고 있던 아들이 작가의 소설이 너무 좋다며 신작 구매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구매를 결정했다.
여태 읽어왔던 백수린의 소설답게 단정했고 거의 여성의 서사였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다양한 주인공들을 만났다. 때로는 사람때문에 힘겨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이별을 한후 뒤늦게야 후회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렇다고해도 이별한 사람에게 연락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저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몇 작품은 읽은 소설이라서 반가웠고, 다시 읽는 소설은 처음 읽었던 것과는 다른 감동을 주었다. 아무래도 소설을 다시 읽다보면 더 깊이 빠지게 된다.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어느 것 하나 좋지 않은 게 없었다. 작품 하나하나가 매력적이었다는 말이다. 젊은작가 수상작품집에서 읽었던 「시간의 궤적」이나 「고요한 사건」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고 다시한번 작가가 주는 매력에 빠졌다. 작품들 모두다 좋았지만 특히 언급하고 싶은 작품이 「흑설탕 캔디」와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이었다.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같은 경우, 내가 백수린 작가의 책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뭔가 백수린 작가 답지 않은 소설이라 여겼다. 사춘기, 이제 막 성에 눈을 뜨게 된 시기. 모든 것들이 호기심의 대상이며 만나는 친구들 또한 다양한 감정으로 만나게 된다. 부모님에게는 공부 잘하고 착한 딸이지만 사춘기를 지나는 주인공 '나'는 엄마가 사 준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밤마다 몰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읽고 있는 성에 눈뜨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찍힌 다미와 우연히 말을 하게 되며 그 아이가 말하는 직접적인 호기심으로 점점 다가간다. 소설 속에서 언급하던 것과는 다른 실제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다미는 베프 선주와는 다른 느낌의 친구다. 소설은 사춘기 소녀의 호기심을 주로 다뤘는데 그때는 금기의 단어였지만 이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닌 그저 한 시기의 추억이었음을 그녀의 웃음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시기에는 엄청 큰 사건이지만 지나고 보면 그저 삶의 궤적임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흑설탕 캔디」를 읽는데 어쩐지 그리움에 젖은 듯 울컥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전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았던 증조 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한 단편이었다. 물론 소설 속 주인공이 느꼈을 상황같은 건 없었다. 프랑스에 가지도 않았고 많이 배운 할머니도 아니었다. 기억나는 건 곰방대를 들고 앉아 계신 것만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왜 증조 할머니를 떠올렸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내게 할머니라곤 그 분밖에 없어 그랬는지도. 상우 말 때문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꿈을 꾼 주인공 '나'는 오래전 엄마가 돌아가신 후 자기들을 키워준 할머니를 떠올린다. 할머니의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 교육을 받은 할머니때문에 어렸을때 죽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했다. 아버지가 프랑스 주재원으로 발령이 난후 프랑스로 건너갔던 '나'의 가족은 가지 않겠다던 할머니와 함께 였다.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 사춘기를 지나고 있었던 '나'는 그곳에 적응하는 게 바빠 할머니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일본어는 잘하지만 프랑스어라고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할머니가 타국에서 겪어야 했던 마음에 신경쓰지 못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일기장을 들춰보며 그때의 할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이 살았던 1층에 거주한 브뤼니에 씨와 얽힌 이야기들을. 할머니는 피아노 곡이 들리는 소리에 그 집앞 창문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연주가 끝날 때까지 멈춰있었는데, 그 뒤로 할머니와 브뤼니에 씨는 불한 사전과 한불 사전을 놓고 이야기했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동안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느꼈을 향수를 음악과 브뤼니에 씨 때문에 버티지 않았을까. 할머니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약간의 자책과 그리움이 물씬 풍겼다.
표제작 「여름의 빌라」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9월이긴 하지만 여름에 나왔으므로, 또 여름에 구매하였으므로 여름에 어울리는 제목의 책이다. 「여름의 빌라」의 주아는 배낭 여행중 알게 되었던 독일에 살고 있는 베레나와 한스 의 초대로 캄보디아의 시엠레아프의 한 빌라로 향하게 된다. 다른 소설에서도 나타났지만 연인 혹은 부부가 둘 사이의 관계 회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초대하거나 그들의 초대를 받아들이는 걸 볼 수 있었다. 주아도 남편 지호와 함께 베레나와 한스를 만나러 가게 되었다. 배낭 여행때 만났었고, 지호의 유학시절을 포함해 5년 넘게 알아온 관계였다. 같은 공간에 머물다보면 서로의 생각이 달라 마찰을 빚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살아온 환경때문일 수도 있고, 각자가 처한 상황때문일 수도 있다.
사원들을 구경하고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수상가옥 마을에 가기로 했다. 건기에는 육지이지만 우기에는 톤레사프 호수가 범람해 모든 집들이 물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마을이었다. 수상가옥 마을을 다녀온 후 한스는 날씨 걱정도 없고 삶이 여유로웠다고 말하며 그곳으로 어떻게 돌아갈까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지호는 수상가옥 마을의 아이들이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거라고 한다. 나중에야 베레나와 한스의 딸이 한 사건으로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주아가 베레나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소설인데 결말에 그만 울컥하고 만다. 손녀딸 레오니와 있었던 일화였다. 네모난 선을 그렸던 레오니. 캄보디아의 아이들이 오자 그 아이들에게 다른 선을 그어 주었던 레오니였다. 선 밖에 있던 아이들에게도 선을 그어 선 안으로 들어오게 했던 것이다. 이처럼 생각지 못했던 것에서 어른과 아이의 다른 점을 알게 된다.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이 피부 색깔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된다. 하나의 선은 두 개가 될 수 있고, 세 개, 네 개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마음을 어떻게 여느냐에 다르지 않을까. 다양한 경험이 우리 삶의 커다란 자양분이듯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또한 우리 삶의 다른 자양분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친구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재산과도 같지 않은가. 다시 백수린의 소설에 매혹당했다.
#여름의빌라 #백수린 #문학동네 #책 #책추천 #소설 #소설추천 #책리뷰 #한국소설 #한국문학 #시간의궤적 #고요한사건 #폭설 #아직집에는가지않을래요 #흑설탕캔디 #아주잠깐동안에 #아카시아숲첫입맞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전반적으로 오밀조밀 잘 쓰여진 듯 그럴싸 해보이나, 읽고나니 알맹이가 없다.
즉, 스타일리쉬(?)하게 글은 쓰여졌지만, '도대체 이 책을 읽고 내가 뭘 느껴야하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8편의 수록된 단편들 중에서 두 편 정도만 그냥 저냥 읽어줄만한데, 그 마저도 어지간히 글 좀 쓴다는 작가들이 한 두번씩은 쓰게 되는 성장형, 가족형 이야기라서 새롭거나 신기할 것도 없다.
이 책이 별로인 조짐은 첫 단편 '시간의 궤적'부터이다.
얼추보면 프랑스 유학중이던 '나'와, 그 즈음에 알고 지내던 주재원 '언니' 에 대한 이야기로 작가의 의도는 뻔히 보이지만...일단 화자인 '나'가 조금 문제다. 그냥 별생각 없이 유학 갔다가, 공부는 안하고 일주일 내내 한국 교회만 줄창 다니면서 외로움을 달래다가, 체류증 연장을 위하여 현지인과 사귀다가 (다행히)결혼까지 갔지만, 언어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종종 경제적으로 까지) 외롭거나 괴로워하며 사는...그냥 실패 유학생 뒷 이야기. 특히 프랑스면 더욱더... 그러다보니, 작중 화자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고...'내가 저런 대책없이 사는 허접한 애의 이야기까지 들어야하나'하는 자괴감이 든다.
'여름의 빌라' 역시 뭔가 담은듯하나...주아와 지호는 시간강사이긴하지만, 유학파 박사라는 나름 먹고살만한 애들인데, 태국의 수상가옥을 보는 지호의 시선이 조금 당황스럽다. 뜬금없기도 하거니와...과연 그런말들이 그 입에서 나올 수 있을까,하는 면에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고요한 사건'은 일전에 다른 리뷰에서도 썼지만, 이 분야의 여왕은 '외딴방'의 신경숙이다. 심지어 김혜진 작가도 얼마전에 비슷한 내용의 책(아마도 '불과 나의 자서전'인가 하는 작품을 썼다. 그래서 잘 읽히는 소재를 선택했지만, 아무래도, 글빨이든 말빨이든 돋보이는 부분이 없다.
'폭설'은 뒷 마무리가 이상하고,
'아직 집에 가지 않을래요'는 착한 의사 남편을 둔, 순종적인 와이프의 불안함, 불균형 같은 것이 조금 웃긴다. 82년생 김지영도 나오고 했는데...그렇지 않을 바에야 그냥 집에 차려 입고 앉아서 백화점 쇼핑이나 다니면 될 것 같은데...뭐가 불만이람.
'흑설탕 갠디'는 깔끔하기는 하나 그냥 소품정도의 역활만 할 뿐이고...
'아주 잠깐 동안에'는 뭔가 흉내는 내고 싶은데 소재도 엉성하고, 임팩트도 없고, 남는 것도 없다.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역시 '고요한 사건'의 카피같은 느낌인데, 그냥 어딘가에서 수없이 봐왔던 이야기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고, 가족을 포함한 타인은 이러이러 하였지만, '나'는 무사히 잘(?) 살고 있다,는...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글인지 살짝 의구심이 생긴다.
혹시, 잘못 읽었나 싶어, 작품해설을 보니 칭찬 일색이고,
작가의 말도 그냥 공허하다. 영감을 받은 영화,음악,미술, 다른 문학작품에 대해서 풋노트를 달아놓았는데, 이는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고 연구하여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그냥 남의 인스타그램가서 타인의 삶을 훓어보고는마구 마구 상상해서 쓴 것 같다. 뭔가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백수린 작가의 글이 요즘 트렌드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나름 외국 생활을 하였고 그로 인한 배경의 신선함을 좋으나, 실상 열어보면 글에 '삶의 그 무엇'이 없다. 그냥 별거아닌 감정의 장난질에 썩 적극적으로 대처도 하지 못하는듯하며...그냥 카드들고 백화점에나 가서 신상 핸드백이나 사던지, 아니면 스타벅스에서 커피나 한 잔 마시고 수다나 떨면 끝날 정도의 이도 저도 아닌 심심함이 글 전반에서 느껴진다. 뭐 '죽고 싶을 정도는 아니지만, 샤넬 핸드백 하나들고, 커피는 꼭 스타벅스에가서 마실꺼야' 정도의 깊이.
이 책을 책장에 꽂아 넣으면서, 내 책장에 꽂혀있는 다른 책들을 살펴보았다.
책들은 겉표지만 봐도, 그 삶의 생생함이 전해져 칼같은 글들이 떠오르고, 그게 무엇이 되었든 송곳처럼 내마음을 후벼파 숨이 막힐 지경인데...이 작가의 작품은 그냥 겉표지가 예쁜 잡지 같다. 내 책장에서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으려나.
인간과 삶에 대한 이야기는 영원하겠지만, 스타일만 강조한 이야기는 생명이 짧다. 스타일은 쉽게 변하니까... 기대를 많이 했던 소설집인데, 정말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