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2월 25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392g | 111*190*28mm |
ISBN13 | 9791167900821 |
ISBN10 | 1167900820 |
발행일 | 2021년 1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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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392g | 111*190*28mm |
ISBN13 | 9791167900821 |
ISBN10 | 1167900820 |
MD 한마디
[김초엽의 첫 SF 호러] 죽은 땅 위에 건설된 귀환자들의 마을 ‘므레모사’, 그곳에 초대받은 이들이 각자의 목적을 안고 특별한 여행을 시작한다. 풍경은 수상하고 이야기는 의문스러우며 인물들은 기대를 배신한다. 앞선 그의 소설과는 또 다른 색의, 아주 적절한 날에 찾아온 김초엽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읽는다. -소설 MD 박형욱
므레모사 9 작품해설 185 작가의말 200 |
나는 이해의 실패로부터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그 실패의 결과를 파국으로 밀어붙인 시도였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소설에는 몰이해에 대한 두 가지 군상이 등장한다. 므레모사의 비극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행자들, 그리고 주인공 유안의 비극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 이 이야기는 몰이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극으로 폐허가 된 므레모사의 투어 패키지에 당첨된 사람들이 모이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헬렌의 말을 빌리자면 '날것의 비극'을 마주하게 된 사람들인 셈이다. 사람들의 태도는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므레모사를 타자화하고 비극을 재단한다. 비극을 안쓰럽게 여기거나, '내가 겪은 비극이 이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하는 태도를 취하거나, 흥밋거리로 여기는 것이다.
반면 주인공 유안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레오의 말을 빌리자면 유안은 '다른 사람들이 므레모사를 대하는 태도를 불편해' 한다. 유안은 직업 무용사였으나 사고로 기계 다리를 부착하고, 환지증상으로 왼쪽 다리와 오른쪽 기계 다리 사이에 '그림자 다리'가 하나 더 있다고 느낀다. 춤을 추지 않고 고요히 누운 순간에야 그림자 다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사그라든다. 그러나 유안의 일상이 비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안의 말을 빌리자면 사고 후 일종의 '변신'을 경험하였을 뿐이다. '비극'은 타인의 관점일 뿐이다. 유안은 그저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상을 마주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여행자들이 므레모사를 타자화하고 비극을 재단하듯, 사람들은 유안의 사고를 가엾은 것으로 여기고 그 고통을 숭배한다. 유안이 기계 다리를 달고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고 감명받는 동시에 사고를 겪고 고통에 은둔하는 사람들을 힐난한다. 두 태도는 한 뿌리에서 나온다. 타자화와 시혜적인 시각이다.
'내가 더는 아름답지도 강인하지도 않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이따금 궁금했지만 그 결말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질문도 그만두었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군중에게 품은 질문을 뒤로 한 채 유안은 비극으로 점철된 도시, 므레모사의 여행길에 오른다.
외부적으로 보았을 때, 므레모사는 '커맨드'로 인해 도시 전체가 거대한 통제 하에 놓인 상태이다. 커맨드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들며 커맨드에 중독된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므레모사에 편입되고자 한다. 므레모사의 귀환자들은 이 커맨드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며 유안과 함께 떠나온 여행자들 역시 그 통제 하에 복속되거나, 복속될 여지가 없는 인물은 죽게 된다. 도시 자체가 거대한 덫과 같은 형태인 것이다.
그러나 유안은 타인의 몰이해를 벗어나 므레모사의 귀환자들에게서 선망하는 생의 형태를 찾는다. 므레모사의 귀환자들은 '커맨드'라고 불리는 생화학 무기로 인해 거대한 나무 기둥처럼 변모한 채 고요한 생을 이어나간다. 타인들은 그들을 힐난하지도, 섣부르게 감명받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 역시 하나의 생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유안은 커맨드에 중독되지 않고도 자발적으로 므레모사에 복속되고자 한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유안의 말로 끝난다. "당신들처럼 되고 싶어요. 부디 나를 받아주세요."
어떤 한 사람이 타인의 생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실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이 이야기의 중심축 역시 몰이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유안의 선택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에서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모든 것은 유안에게, 또 므레모사의 귀환자들에게는 그저 삶일 뿐이니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어떤 삶에 동정표를 건네고 작은 우월감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한다. 나 조차도 처음 읽을 때엔 유안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유안을 이해하려고 했을 때, 그때서야 수많은 몰이해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수많은 몰이해를 곱씹어보는 것이 이 책이 내게 남겨준 여운이었다.
6월3일에 다함께 참석하게된 김초엽 작가님 북콘서트를 맞아 각자 마음에 맞는 책을 꼽아 모이게 되었다.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인상깊게 읽어서 어떤 책을 고를지 고민했다. 이번에는 다른 느낌의 책이 궁금해서 <므레모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작가님의 책은 개인적으로 많이 끊어 읽게 되었는데, <므레모사>는 하루만에 전부 읽어버릴 정도로 몰입도가 좋았다. 다른 작품에 비해 미스테리와 호러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느 미스테리 소설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고, 나는 이 점이 김초엽 작가님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재난 현장을 보며 그 날을 잊지 않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다고 하지만 과연 진짜 그러한지. 그리고 질병과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눈물나는 극복 시나리오를 강요하고 있진 않은지. 김초엽 작가님는 이 두 가지를 소설에서 꼬집고 있다.
' 누군가에는 사건 이후의 종결일 테지만, 사건과 더불어 실재하는 삶. 그 삶은 누군가에게는 귀환자라 불리고, 누군가에는 정상성에서 멀어진 기형일 것이다. 그러나 귀환자들은 '목격의 대상'이라는 맥락 밖에서도 여전이 실재한다. 이들의 실재, '기형의 신체'들은 그 자신으로 존재해왔다, 존재한다.' 작품 해설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문단은 이것이다.
이른바 '사이다 결말'만을 추구하는 현재 속에서 김초엽 작가님만의 따뜻한 시선은 이렇게 뜻밖인, 좋은 결말을 만든다. 독자 입장에서만 후련함을 느낀다고 모두 좋은 결말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이런 결말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김초엽 작가님의 마음이 전달되어 좋다.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 몇몇개를 보고 나서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므레모사도 구입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받아보니까 작고 조그마해서 귀엽단 느낌이 많이 들었고 표지가 발랄해서 이게 무슨 내용이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소설은 잘 읽히는 편이었고 디스토피아 세계관이라서 취향에도 잘 맞았습니다. 그래서 금방 읽을 수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김초엽 작가님 다음 책도 나오면 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