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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랑과 나의 사막

[ 양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소설 04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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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38g | 104*182*20mm
ISBN13 9791167901354
ISBN10 116790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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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상실이 지난 자리에도 희망이 필 거라고] 사막에 묻혔던 로봇 ‘고고‘는 ‘랑‘을 만나 생명을 찾았고, 랑이 떠난 자리에 혼자 남았다. 랑을 기억하며 그리던 고고는 랑이 가고 싶던 곳을 찾아 길을 떠난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멈출 수 없는 마음만이 남는다. 랑이 떠난 자리에 고고의 희망이 피는 것처럼, 우리의 상실에도 무언가 피어나길. - 소설 PD 이나영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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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감정이 들어가고 사진에는 의도가 들어가지. 감정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고 의도는 해석하게 만들어.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한다는 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는 것. 그래서 인간은 정지해 있는 그림을 보고도 파도가 친다고, 바람이 분다고, 여인들이 웃는다고 생각하지. 사진은 현상의 전후를 추측하게 하지만 그림은 그 세계가 실재한다고 믿게 돼.’
--- p.19

‘마음은 중요해.’
랑의 말에 나는 마음이 없다고 대답했고, 랑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목적이야. 네 목적에 가장 빨리 닿으려고 애쓰는 게 마음이야.’
내게는 랑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목적이 있다. 행복을 웃음과 편안함과 숙면 정도로만 추측할 수 있으면서 감히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다. 고로 마음에 드는 걸 가지라던 랑의 질문에 대한 옳은 선택은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선택이었으면 된다는, 너무 뒤늦게 해결책을 찾았다. 조개껍질 두 개, 전부 랑에게 주었으면 됐다.
--- p.44

나는 태어날 때부터 신성한 존재였고,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의 등에 몸에 깃든 불씨를 제거하는 그림을 그리며 자랐어. 뭣도 모르는 어린애 한 마디로 다음 목적지를 정했고, 내가 죽은 이들의 영혼을 사후세계에 안전히 안내할 거라고 믿었지. 희망을 얻기 위해서. 나는 그 역할만 하면 됐어. 그래서 아무 말이나 자신 있게 던졌지. 힘이 된다면, 그래서 살아갈 수 있다면 진실 따위 다 무슨 소용이겠어? 배도 부르지 않고 목도 축일 수 없는 그까짓 거. 여러 의미로 대단하지 않나? 인간이 망친 세상에서 살면서 인간을 믿는다는 게.”
--- p.70

“이제 너를 로봇으로, 나를 외계인으로 부를 인간이 우리 곁에 없어. 그렇게 구분 지어 부를 필요성도 사라졌고. 혹 마지막 남은 인간마저 사라졌다고 생각해봐. 그럼 너는 누구를 흉내 내고 있는 거야? 어떤 감정을 모방하는 거야? 인간은 사라졌고 너와 나만 남았다면.”
“……그…… 내 것.”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고개를 끄덕인다.
--- pp.133~134

랑을 다시 만나면 이야기해주고 싶다. 내가 만난 사막에 대해. 너를 만나기 위해 걸어온 나의 사막에 대해. 그렇게 늙어가는 랑의 곁에서, 조금씩 망가져 가는 내 몸으로 이야기하겠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로소 랑과 시간이 맞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한다. 이번에는 너와 함께 늙어갈 수 있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랑을 떠올리며, 더 깊은 어둠으로 내려간다.
간절하게.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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