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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이동
백수린 | 창비 | 2022년 10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57건 | 판매지수 48,456
베스트
에세이 60위 | 에세이 top2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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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242g | 115*188*15mm
ISBN13 9788936438869
ISBN10 8936438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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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행복을 곁에 두고 함께 걷는 길] 소설가 백수린이 한 오래된 동네에 자리 잡고 살면서 써 내려간 사람과 사랑의 이야기. 작가는 새로운 집, 이웃과의 시작, 반려견 ‘봉봉‘과의 만남과 이별 등을 단정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기록한다. 언덕 위의 집에서 그가 보았을 생의 반짝이는 순간들이 여기 우리에게 도착했다. - 에세이 P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 나의 작고 환한 방

장소의 기억, 기억의 장소
나의 이웃들
여름 식탁 단상
마당 없는 집
무용(無用)의 아름다움
그 겨울의 풍경
애쓰는 마음
밤이 오기 전

2부 산책하는 기분

사랑의 날들
초여름 산책 1
일기 1
일기 2
일기 3
일기 4
슬픔이 가르쳐준 것
다시 운동화를 신고
초여름 산책 2
5월

3부 멀리, 조금 더 멀리

새처럼, 바람처럼
타인을 쓴다는 것
나의 창, 나의 살구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
봄의 일기
마흔 즈음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언니가 그렇게 말한 건 케이크를 먹던 중이었다.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 말이야.”
그 말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 p.40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 p.59

무엇이 되었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한없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존재는 사랑을 줄 줄 안다. 봉봉은 차갑고 이기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한 내 안에도 사랑이 이렇게나 많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준 존재다.
--- p.102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봉봉에게 속삭였다. 봉봉아, 저게 반달이야, 아름답지? 앞으로도 더 많은 반달을 함께 보자. 봉봉은 집에 오자마자 휘청이면서도 혼자 씩씩하게 화장실로 걸어갔다. 우리의 이별은 필연적이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둘 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주려는 듯이. 미래에 당도할 슬픔에 쉽게 마음을 내맡기는 대신 최선을 다해 지금의 ‘함께 살아 있음’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그 작은 몸을 통해 배운다.
--- p.120

모든 것에 예민해지고, 촉각과 시각과 청각이 잠에서 깨어난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은 전에 없이 날카로운 촉수를 얻는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존재는 단 하나의 부재로 하루아침에 낯설어진 세상의 변화를 온몸에 아로새긴다.
--- pp.130~131

나의 운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이는 아주 난감한 얼굴로 나는 새처럼, 바람처럼 정착하지 못하는 사주를 타고났으며, 결혼을 아주 늦게 하거나 남자 대신 가장이 될지도 모르는 사주라고 말했다. 사주풀이를 해준 이는 미안해했지만 나는 나의 사주가 퍽 마음에 들었다. 새처럼, 바람처럼 자유롭다니! 이보다 더 멋진 운명이 있을까? 나는 ‘결혼을 아주 늦게 하거나 남자 대신 가장이 될지도 모르는 사주’라는 그의 말을 경제적으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되는 운명이라고 해석했는데, 그건 내가 꿈꾸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아주 근사한 인생이었다.
--- p.175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스무살이었던 나의 빈곤한 상상 속 마흔과는 다르지만 나의 40대가 즐겁고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하리란 걸 나는 예감할 수 있었다. 어린 날들에 소망했듯 나 자신을 날마다 사랑하고 있진 않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앞으로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페이지들에는 내 바깥의 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사랑을 적어나갈 테다.
--- pp.224~225

여기에 실린 글들 중 일부는 올여름 창비 온라인 플랫폼 ‘스위치’에 연재한 것이지만 나머지는 내가 작가가 되고 언덕 위의 집과 인연을 맺은 이후 몇년간 틈틈이 썼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썼던 원고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세월이 흘러 변한 것들이 내게는 보인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예전에 썼던 글들을 매만지는 동안 내가 상실했다고만 생각했던 존재들이 가만히 내 곁에 다가와 함께 있어주었는데, 시간이 많은 것들을 사라지게 하더라도 내게는 글이 있어 잃었던 것과 몇번이고 다시 함께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산문집에 실을 마지막 원고를 송고하고 잠시 떠났다가 글을 다시 쓰기 위해 며칠 만에 언덕 위의 집에 돌아왔을 때 내가 목격한 것은 힘들게 심고 길렀던 식물들이 내가 돌보지 못한 사이 시들고 죽어 있는 풍경이었다. 한동안 떠났다 돌아올 때마다 반복해서 보게 되는 풍경인데, 매번 그 자리에는 내가 심지 않은 풀과 꽃이 만발해 있다.

예전의 나라면, 죽어버린 것들에 집중했을 것이다. 애써 노력해봤자, 소중한 것은 우리가 돌보길 그치는 순간 얼마나 쉽게 상해버리고 망가지고 마는지. 없애야 할 것들은 반면 얼마나 끈질기고 집요한 생명력을 지녔는지. 마치 비관적인 생각이나 낙담으로 기우는 마음, 미움과 오해, 깊은 곳에 숨겨둔 열등감처럼. 하지만 이제 나는 살아 있는 것들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내 제한된 돌봄의 능력 바깥에서 태어나 세상의 빛을 본 것들. 내가 멈춘 그 순간에 뜻밖의 선물처럼 주어진 생명들. ‘내’가 전부이지 않은 세상이 좋다. 내가 심지 않은 것들이 피어날 땅을 남겨두며 살고 싶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이 산문집에 실린 글을 쓰고 정리했다. 나의 작고 환한 방에서 시작해 멀리, 조금 더 멀리로 나아가는 이야기들을.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 소설이 아닌 형식의 글을 묶을 때면 늘 주저하는 마음이 되지만 이글들이 누군가 필요한 이들에게 잘 가닿기를 바란다.
(…)
끝으로 내 마음속 움직이지 않는 별이 된 봉봉에게 무한한 애정이 담긴 감사의 입맞춤을 보낸다. 이 책에 실린 내 글에 조금이라도 사랑이 깃들어 있다면 그건 온통 봉봉이 가르쳐준 것이다.

가을 초입에 언덕 위의 집에서,
백수린
---「작가의 말」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빛나는 에세이스트 백수린이 빚어나가는 삶이라는 산책의 즐거움


1부 ‘나의 작고 환한 방’에는 백수린 작가가 언덕 위의 동네를 만나게 된 사연과 그곳에서 만난 이웃들, 공동주택에서 살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월동준비와 제설작업, 재개발로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르는 동네의 현실에 대한 소회가 촘촘하고도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어릴 적 책상 밑에 들어가 앉아 있는 걸 좋아했다던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듯 폐쇄적인 나만의 세계를 좋아했던 작가가 오래된 동네를 만나 우리의 세계를 꿈꾸게 된 이 이야기는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운다. 특히 프랑스에서 수도생활을 하다 10년 만에 귀국하여 육체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50대 여성 E언니의 이야기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되묻는 듯하다.

작가는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주변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하지만, 친구들을 초대해 정성스러운 음식을 대접하고 찾아갈 때마다 작은 선물이라도 들려 보내는 E언니를 보며 부와 가난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꼿꼿이 세우게 된다.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이되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하는 E언니의 말은,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언제나 더 많이 갖고자 애쓰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백수린 작가는 이곳에서 경험한 삶을 통해, 언제나 무용(無用)한 것을 사랑해온 자신의 면모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이렇듯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일 것이므로.

2부 ‘산책하는 기분’에는 작가가 17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해온 강아지 ‘봉봉’과의 첫 만남과 이별을 통해 배운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봉봉은 차갑고 이기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한 작가 자신에게 이토록 많은 사랑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한 존재이다. 자신만을 온전히 신뢰하는 작은 생명체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며 성장하기도 한 작가는 봉봉이 노령견이 되어 투병할 때 “미래에 당도할 슬픔에 쉽게 마음을 내맡기는 대신 최선을 다해 지금의 ‘함께 살아 있음’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별은 필연적인 것. 작가는 반려동물의 죽음과 애도를 통해 ‘슬픔이 가르쳐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십여년간 함께한 가족을 잃었음에도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슬픔을 전혀 이해받지 못했던 경험, 오히려 상처가 됐던 주변인들의 서투른 위로 등에 대한 이야기는 펫로스 증후군과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으로 고통받았던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것이다.

작가는 “기쁨은 선명하고도 투박한 감정”이지만 슬픔은 “단 한 사람씩만 통과할 수 있는 좁고 긴 터널”이라는 걸 깨달으며 이 애도를 통해 다시 한번 타자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나간다. 한편, 특별한 방법으로 생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알았던 한 친척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글 「5월」에는 “어둠 속에서도 싱싱하게 자라나는 기쁨을 기어코 발견해내고 삶을 마지막 순간까지 찬란히 누리는” 아름다운 사람이 등장하는데, 죽음을 앞두고도 ‘살아 있음’ 자체를 사랑할 줄 알았던 이의 이야기는 크나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3부 ‘멀리, 조금 더 멀리’에는 백수린 작가가 ‘여성’으로 또 ‘여성작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자아이’로 성장하는 내내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지 못했던 작가는 리베카 솔닛의 책을 읽으며 자신에게도 새로운 서사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느끼기도 하고, 동네에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과 교류할 때 자신이 그에게 우월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음을 서늘하게 환기하며 본질적으로 타인을 대상화할 수밖에 없는 소설 쓰기의 한계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기도 한다.

행복의 감각이 차오르는 아름다운 책

1인가구 여성이 혼자서 살아가되 이웃과 교류하며 사랑을 배워나가는 이 성장 이야기는 ‘나의 작고 환한 방’에서 시작하여 ‘멀리, 조금 더 멀리’ 나아가는 미래를 찬란하게 펼쳐놓는다. 이 에세이의 말미에 작가는 마흔살 생일을 맞이한 날에 경험한 작지만 소중한 행복의 풍경을 보여주며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라는 진실을 말한다. 스무살 언저리에 상상했던 화려한 마흔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40대가 즐겁고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하리란 걸 예감하기도 한다. 어떤 이의 눈에는 소박해 보일지언정 작가가 담담하게 밝힌 인생에 대한 포부는 언제나 행복을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기 자신을 날마다 사랑하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살아가며 더 많은 존재들을 사랑하겠다는 것.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의 감각은 아주 오랜만에 우리 곁에 내려앉으리라.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요즘 좀처럼 없었던 일인데, 글을 읽다 말고 황급히 남은 분량을 확인해보았다. ‘벌써 10분의 1을 읽었구나, 하지만 이런 글을 아홉배 더 읽을 수 있다니 행복하다’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선택한 삶의 모습으로 중요한 것을 알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억을 품은 모서리가 남김없이 부서지고 빠르게 새것으로 뒤덮이는 이 도시에 살면서, 나는 백수린 작가가 어느 높고 낡은 집에서 지내는 모습을 그려본다. 유리병 가득한 부엌에서 음식을 멋대로 만들어 먹고, 오늘도 해 질 녘 천천히 산책을 하겠지. 그런 상상을 하면 마음이 왠지 둥글어지고 고요해진다. 부유하지 않은 방식으로 부유하게, 넉넉하지 않은 방식으로 넉넉하게. 이 책을 열면 내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M이모와 봉봉을 만나 함께 좁은 골목길을 걸을 수 있다. 이 책을 열면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걸음마다 슬픔과 행복을 머금은, 언 땅이 발밑에서 녹는 산책 같은 글이다.
- 김하나 (작가)
인간이 집을 선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집이 인간을 선택한다는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 이 책은 내 오랜 생각에 대한 증명이다. 백수린 작가 역시 “허름한 산동네의 낡고 작은 단독주택”의 선택을 받았다. “쓸모와 효용”의 잣대로 보면 얼마간의 불편이 따르지만 “세월의 무게”를 따진다면 “품위와 존엄”을 가진 집. 이 집에서 그는 대체 불가능한 사랑을 배우고 무수한 삶의 비밀들을 목격하며 한층 깊은 눈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는 집 안에 고요히 머물며 계절과 마음의 흐름을 읽는다. 자신의 계단에 잠시 앉았다 가는 타인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도 한다. 슬픔의 골짜기를 지나 삶의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이 느린 산책에 동행하며 내 안에 생의 의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걷는 것은 그인데 도리어 내가 아름다워져도 되나. 책장을 덮은 뒤에도 내내 환하고, 구들 같은 온기가 이어진다. 덕분에 나 또한, 아주 오랜만에 충만하다는 느낌. 근래 만난 가장 아름다운 책이다.
- 안희연 (시인)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이 책을 읽고 나서 남은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려 한다. 따뜻하고 아릿한 그 행복이 많은 이들에게 가닿기를.
- 정지아 (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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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및 유의사항?
주간우수작 [23-010]깊고 섬세한 행복의 단상(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_백수린/창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잔* | 2023.02.09 | 추천15 | 댓글0 리뷰제목
  2021년 10월 어느 도서관 독서문화 프로그램이었다. 4명의 작가님들이 한 주에 한 명씩 '소설이란 장르'란 제목으로 유튜브 강의를 하는 식이었다. 두 번째 주를 맡아주신 백수린 작가님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어렴풋'이란 이유는 내가 그때 저녁을 하던 참이어서 강의에 온전히 집중할 순 없었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강의를 듣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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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어느 도서관 독서문화 프로그램이었다. 4명의 작가님들이 한 주에 한 명씩 '소설이란 장르'란 제목으로 유튜브 강의를 하는 식이었다. 두 번째 주를 맡아주신 백수린 작가님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어렴풋'이란 이유는 내가 그때 저녁을 하던 참이어서 강의에 온전히 집중할 순 없었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강의를 듣고 '이 작가님 책은 읽어봐야겠다'생각을 하게 해준 강의였기 때문이다. 무슨 내용이 내 마음에 와닿았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생각해 보니 '친애하고, 친애하는' 이 책도 잘 읽었었네!)

 

그러나 이렇게 책으로 다시 만났네요!!

작가님이 책 속에 살고 있는 동네를 알려준 건 M이모였다. 그 이모 덕에 자신의 첫 집을 갖게 되었고, 단독주택을 살아보게 됐다. 언덕이 있는 동네, 너무 추운 날엔 분리수거를 수거하지 못해 폐지를 들고 주민센터까지 가야 하는 수고를 담은 동네, 젊은 사람보단 나이 드신 분이 많은 동네, 서서히 들어오고 재개발의 소문에 터전을 떠날 걸 걱정하는 분들이 사시는 동네, 성곽길이 있는 동네라는 정도로 작가님이 살던 (책 속의) 동네를 알 수 있었다.

보통의 사람은 그렇게만 알고 있을 동네지만, 작가님이 살던 동네는 달랐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이 있었고 행복이 있었다. 거기서 수녀가 될 뻔한 언니와의 추억, 강아지 봉봉이와의 추억, 그곳에서 겪은 여러 가지 동네의 일들.. 일상적이면서도 공감하지 않고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단순히 공감의 이야기라고 보기엔 이 책은 조금 더 묵직한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 매일을 살며 겪고 거쳐가면서도 내가 갖고 있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헤아리지 못해 지나쳐 버린 감정들이 있었다. 그게 너무도 많은 게 탈이지만, 이 책에서 그것들 중 일부들이 하나하나 어루만져짐을 느끼고 위로가 됐다. '나란 존재는 후회가 습관인 인간(p.19)'에서 작가님의 어깨를 치며 '어머!!! 나도 그런데!'라고 작가님한테 아는 척 힌번 하고 싶었다.

 

기쁨은 선명하고도 투박한 감정이다. 누군가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대 우리는 그 사람이 느끼는 기쁨의 고유한 결과 무늬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다. 다른 이가 겪고 있는 그 기쁨을 미루어 상대의 마음을 짐작해도 되고, 그가 실제로 느끼는 기쁨과 내가 짐작하는 기쁨 사이에 간극이 있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기쁨 앞에서 우리는 쉽게 관대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픔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상대의 슬픔에 공감하는 일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쁨과 달리 슬픔은 개별적이고 섬세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겪어낼 수밖에 없는데, 그건 슬픔에 잠긴 사람의 마음이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쉽게 긁히는 얇은 동판을 닮아서다. 슬픔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끝내 포개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없이 예민해지고, 슬픔이 단 한 사람씩만 통과할 수 있는 좁고 긴 터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슬픔에서 빠져나온 이후엔 그 사실을 잊은 채 자신이 겪은 슬픔의 경험을 참조하여 타인의 슬픔을 재단하고, 슬픔 간의 경중을 따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와 크기로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쉽게 말한다.

p.131

 

기쁨과 슬픔의 차이를, 알듯한 데 표현할 수 없는 그 둘의 차이를 어떻게 이렇게나 잘 말할 수 있을까? 기쁨은 간극이 있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말, 슬픔 앞에서 각자의 감정이 포개지지 않는다는 말, 슬픔은 개별적이고 섬세한 감정이라는 말에 감탄하고 또 납득했다. 특히 최근 지인의 슬픔을 지켜보면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던 나의 무력함을, 각자가 갖고 있는 슬픔의 간극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답답했던 마음들이 상당히 해소되었다. 어찌할 수 없는 간극에 대한 부담과 나 자신의 무력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별할 모든 관계들을 떠올렸다. 친정아빠와 멍멍이 희동이, 아가씨와 고양이 베리, 그리고 나와 가족들, 나와 지인들. 가족들이 받아들이게 될 충격과 이별, 그리고 상실을 당한 가족을 옆 자리에서 돌아봐 주어야 하는 것도, 그리고 내가 직접 닥쳐야 할 이별도... 미리 헤아려보면 두렵고, 그 슬픔을 어떻게 마주하면 될까 상상해보면 아득하기만 하다.

 

과거에 지나왔던 낡은 집들에 대한 기억들도 하나하나 떠올랐다. 추위와 불편함, 그리고 문의 재질인 나무의 틀어짐으로 잘 닫히지 않는 현상까지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내가 겪을 땐 그저 짜증스럽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불편함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런 상황들이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 건 작가님의 시선과 표현력 때문인가? 그런 상황 속에 흐드러지게 핀 꽃과 창문을 통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고양이들을 떠올리는 작가님의 글을 보며 '역시!! 예술가는 황무지에서도 꽃 한 송이를 보는구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이웃님들 한 명 한 명의 모습은 살갑지는 않아도 온정이 느껴지는 말과 도움에 추운 날 부드럽고 따뜻한 옛날 담요를 몸에 두른 듯 기분 좋았다.

 

세심하고 차분한 문장이 마음을 깊숙하게 울리게 해 줘서,

무엇인지 모를 세심한 것들을 건드려 몇 가지의 단어와 비유로 (내 대신) 단박에 표현해줘서 백수린 작가님 글이 좋다.

일상과 따스한 시선 그리고 우리의 섬세한 무언가를 건드리는 글을 찾는다면

백수린 작가님의 이 에세이 정말 추천이다!

잘 넘겨지면서도 글이 좋아 넘기기 아쉬운 책이랄까?

 

참고로 전 꾸준히 백수린 작가님의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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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이야기의 힘, 시간의 역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블* | 2023.01.01 | 추천10 | 댓글2 리뷰제목
  작가의 소설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소설가가 보고 느끼는 감정들이 소설의 형태로 나타나기에 소설가의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 글이 소설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읽다 보니, 작가의 에세이가 정말 좋았다.   단독 주택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그곳에서 거주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다. 편법으로 생각한 게 농막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리뷰제목

 

작가의 소설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소설가가 보고 느끼는 감정들이 소설의 형태로 나타나기에 소설가의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 글이 소설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읽다 보니, 작가의 에세이가 정말 좋았다.

 

단독 주택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그곳에서 거주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다. 편법으로 생각한 게 농막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서 지내보니 너무 좋아 주말마다 다녔다.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심어 점점 좋아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작가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오래된 주택가가 주는 느낌이 있다. 다소 불편하지만, 옛정서가 남아있는 장소가 주는 묘미가 있는 것이다. 아마 그걸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서울의 외곽 오래되고 허름한 주택을 그려 본다. 골목이 좁아 차가 들어가지 않을 뿐 아니라 마을버스도 없는 낙후된 주택에서 글을 쓰고 계절을 실감하게 되는 장소. 생활하는데 있어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기꺼이 감수하게 되는 곳. 글을 쓰는 노동자로서 피할 수 없는 허리 통증을 이기기 위해 걷기 위해 산책을 나서는 사람. 그가 백수린 작가다. 최근의 에세이에서 요리하는 작가로 다가오더니 이번 에세이에서는 반려견과 오래된 주택에서 기거하는 작가를 상상하게 된다.

 

노견이 된 봉봉이를 잃고 슬퍼하는 작가. 아직 반려묘를 저세상으로 보내지 않아 그 감정에 백 퍼센트 공감한다고 여기기는 어렵겠지만, 반려견을 잃은 친구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는 있다. 친구는 반려견을 보내고 1년 가까이 울면서 보냈다. 경험해보지 않아 유달리 심하다고 여기기는 했으나 그건 그 사람이 느끼는 고유한 감정인 거다. 우리가 느껴보지 못한.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봉봉을 사랑하게 된 이후 나는 세상의 모든 동식물을 조금 더 애틋한 눈을 바라보게 됐다. 나의 개가 소중한 만큼, 다른 모든 존재들 또한 그러할 것이므로 사랑은 고이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곳을 향해 흐르는 강물일 것이므로. 끝내 모두를 살게 하는 것이므로. (151페이지)

 

내 의지는 아니었으나, 딸아이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 딸이 직장 때문에 멀리 떠난 후, 고양이 집사는 내 차지가 되었다. 딸아이만 졸졸 따라다닌 고양이가 의지할 데가 없어 나한테 딱 달라붙은 모양새였다. 자기도 누군가한테 의지하고 싶었으리라. 지금은 안방 침대의 발치에서 떠나지 않는다. 고양이를 키우며 길고양이들에게도 관심을 주었으며 안쓰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비로소 동물을 사랑하는 감정을 배운 것 같다. 고양이를 잃는다는 생각만 해도 울음을 나올 것처럼 푹 빠져 지낸다. 그러므로 작가의 봉봉이에 관한 애틋한 감정이 나에게까지 전이되었을 것이다.

 

낡은 주택에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담았다. 어느 때는 불편한 이웃 때문에 힘들고, 어떤 때는 살갑게 다가와 주는 아주머니 때문에 살만한 곳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유달리 추운 겨울에 옥상의 수도가 터져 골목길을 얼음장으로 만드는가 하면, 터진 수도를 봐주는 이웃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작가가 퍽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대하는 것을 보고 느꼈다. 일부러 모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자 했고, 일부러 주민센터에 전화해서 알아보는 걸 귀찮아하지 않았다. 또 살구를 파는 할머니에게는 어떻게 대했나. 마음이 밟혀 다시 돌아와 묻는 작가를 그려 본다.

 

엄마 산소에 갔다가 어렸을 적 살았던 마을을 돌아보았다. 빈터가 된 곳임에도 그 장소에서 머뭇거리며 오래전 일들이 떠올랐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곳이 되었지만 유년시절을 겪은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작가 또한 아빠의 고향을 다녀온 적이 있었기에 자기가 살고 집에 살았다는 여성들을 집에 들였다. 기억의 파편은 이처럼 오래가는 것이다. 과거의 흔적이 사라졌음에도 기억에 의존하여 그때의 감정을 떠올릴 것이다. 자신들의 역사를 간직한 옛집을 향한 그리움을 알기에 기꺼이 문을 열었을 작가의 마음에 다가가 본다. 과거의 시간들이 현재가 되고 현재는 또 미래의 시간을 예견할 수 있다. 현재를 사는 일이 곧 미래를 산다는 아주 기본적인 것을 터득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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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2
파워문화리뷰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나*****간 | 2022.10.25 | 추천8 | 댓글4 리뷰제목
    ㅋ알록달록 파스텔톤의 털실로 짠 포근포근한 스웨터같은 책이다. 어쩜 이 작가의 언어는 다채롭고 아름다운데다가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걸까... 감탄에 감탄을 하며 한장 한장 읽었다. 휘리릭 읽으면 않될 아끼고 아껴 읽은 책!! 어여쁜 그림의 표지를 하고있는 아담한 크기의 책은 작은 책갈피와 작가가 독자들에게 직접 보내는 정성어린 손편지로 첫만남부터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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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알록달록 파스텔톤의 털실로 짠 포근포근한 스웨터같은 책이다.
어쩜 이 작가의 언어는 다채롭고 아름다운데다가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걸까...
감탄에 감탄을 하며 한장 한장 읽었다.
휘리릭 읽으면 않될 아끼고 아껴 읽은 책!!

어여쁜 그림의 표지를 하고있는 아담한 크기의 책은 작은 책갈피와 작가가 독자들에게 직접 보내는 정성어린 손편지로 첫만남부터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손편지를 읽으며 과거 팬시점에 들러 어여쁜 편지지를 골라 친구들과 사촌동생과 주고받던 풋풋한 어린시절이 떠올라 잠시 생각에 잠길수 있었다.

"아주 오랫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이란 도서의 제목처럼 나도 이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그 느낌을 만끽했다.

저자는 어느 작은 동네로 이사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사건들, 느낌들, 깨달음들, 수많은 그것들을 책을 통해 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비가 오고 있다. 대기중엔 습기. 젖은 풀 냄새.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빗소리. 시든 장미 꽃송이들을 잘라주었더니 핑크색과 크림색의 작은 꽃봉오리들이 다시 맺혔다. 밤사이 큰 비가 내리고 나면 새로운 날엔 새로운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 있겠지. 그건 또 얼마나 놀라운 아름다움일지.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기에 내 글은 언제나 형편없이 느리다. 나는 매번 가까스로 헐떡이며 그 뒤를 쫓아갈뿐. P50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빗소리라니... 나에게 빗소리는 배고픔을 불러 일으킬 뿐이었는데.. 갑자기 비가 오길 기다리는 나를 만났다. 나도 빗소리를 들으면 이번엔 기필코 그리움을 불러일으켜 보리라 다짐해본다. 과연 어떤 그리움을 마주하게 될지 설레이기까지 한다.

페이지가 줄어드는 걸 아까워하며 넘기는 새 책의 낱장처럼, 날마다 달라지는 창밖의 풍경을 아껴 읽는다. 해의 각도와 그림자의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숲의 초록빛이 조금씩 번져나가는 걸 호사스럽게 누리는 날들. P.78

눈물나게 감동적인 작가의 언어 표현력에 난 정말 이 책을 읽다말고 끌어안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그리곤 표지안쪽에 수록되어있는 작가의 얼굴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어떻게 이런글을 쓸수 있는건지 믿을수 없다는듯한 의심어린 표정을 한채... 정말 놀랍고 경이로움 그 자체다.

강아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면, 나는 이 넓은 우주에서 우리가 만나 이렇게 서로에게 특별해질수 있게 만든 힘이 무엇일지 궁금해지곤 했다. 우리의 존재가 서로에게 깃들고, 이렇게 서로에게 비춰주는 조그만 빛이 될 수 있게 해준 그 힘이. 말도 통하지 않고 종마저 다른 둘사이에 사랑의 시간이 쌓여 서로가 서로의 불안을 잠재울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기적이 아닐까? 빗줄기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비도, 천둥도 곧 그치고 어둠은 새벽의 빛으로 허물어질 거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아침이 늦게 찾아오더라도 괜찮다고 나는 생각했다. 강아지가 좀 더 내 몸 가까이 파고들었다. 아주 오랫만에, 행복하다는 느낌.p.105

 

한달에 이틀뿐인 나의 휴일. 그날은 두시간코스의 등산을 고집하는 편이다. 항상 함께 산에 올라주던 신랑이 하루는 혼자 다녀오기를 권했다. 한참의 고민끝에 너무나도 화창한 하늘을 보니 가만히 집에 있을수가 없어 무작정 집을 나섰다. 심심하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은 온데간데 없고 신랑과 함께 오를때는 들리지 않던 새소리,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소리, 낙옆밟는 소리, 물흐르는 소리 등등 산은 소리로 가득했다. 산 중턱에 다다랐을까 몸은 땀으로 흠뻑 젖고 마스크때문에 숨은 턱까지 차올라 지쳐갈때쯤 어디선가 부는 시원한 한줄기의 바람이 내 몸을 스쳐지나가는데 그 순간 '시원하다!!' 가 아닌 '와!!! 너무 행복하다!!'라는 느낌이 내마음안에 가득찼다. 기분이 너무 좋아 날아갈것같았다. 갑자기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하니 조금 낯설기까지 했는데 이런 나자신이 보기좋았다. 어찌보면 별거 아닌 것에 행복해하는 나를 바라보는 나. 어색하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겠지만 슬픔이 너무 커서 세상에 대해 원망만 가득했던 마음이 찬란한 가을 햇살 속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풍경들에 황홀함으로 물드는 걸 느낄 때마다 나는 아름다움은 어쩌면 삶을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정해놓은 목적지도 없이 팔랑팔랑, 느릿느릿 걷는 매일매일이 쌓이는 동안 내 눈길이 오래 머무는 모든 것의 이름 또한 틀림없이 '아름다움'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도처에서 저마다의 빛을 품은채 자라고 있다p.142

작가의 말대로라면 우리 주변에 아름다움을 느낄 존재는 너무나도 많지 않을까. 그걸 우리는 어쩌면 바쁘고 반복된 일상에 가려져 보지못한채 살아가고 있는것이 아닐까 싶어 한편으로 안타깝기까지 했다.
 

추워지는 가을 서늘해지는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줄수 있는 책이었다. 내가 에세이를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의구심이 들정도로 행복했고 좋았다. 틈틈히 쉬는 시간마다 취미로 하고 있는 독서마저도 어제의 나보다 더 발전된 나를 만들기 위해 갈고 닦고 노력하고 변화하려 애쓰느라 자기계발도서의 틀에서 벗어나질 못하던 나에게 잠시나마 마음 편히 온전히 책과 하나되어근심, 걱정없이  휴식을 맘껏 누릴수 있었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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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3건) 한줄평 총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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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글을 읽다보면 작가가 느끼는 행복에 같이 젖어든다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b*****n | 2023.04.30
구매 평점5점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의 책.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골드 w********t | 2023.02.14
구매 평점5점
따뜻하고 감성적인 글을 만나다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플래티넘 블* | 202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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