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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여름

[ 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6건 | 판매지수 2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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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84위 | 에세이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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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0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02쪽 | 230g | 135*195*18mm
ISBN13 9791198375308
ISBN10 119837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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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머리에

결혼

티파사에서의 결혼
제밀라의 바람
알제의 여름
사막

여름

미노타우로스 혹은 오랑에서 잠시 휴식
아몬드나무들
저승의 프로메테우스
과거 없는 도시들을 위한 간략한 여행가이드
헬레네의 추방
수수께끼
티파사에 돌아오다
가장 가까운 바다(항해일지)

옮긴이의 말
알베르 카뮈 연보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는 사랑과 욕망을 찾아 걸어 나간다. 교훈이라거나, 이른바 위대함이 요구되는 쓰라린 철학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 입맞춤, 야생의 향, 이 이외의 모든 것들이 헛되게 여겨진다.
--- p.20

각종 향기와 태양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이제는 선선해진 저녁 공기 속에서, 정신은 차분해졌고 이완된 몸은 충족된 사랑에서 비롯된 내면의 침묵을 음미하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았고,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둥글게 사그라드는 들판을 바라보았다. 나는 충족되었다.
--- p.26

가슴에 기이한 기쁨이 밀려들었다. 고요한 정신에서 비롯되는 바로 그 기쁨이. (……) 나는 내 배역을 훌륭히 수행했다. 인간이라는 내 직업을 완수했다. 내게는 하루 온종일 기쁨을 누린 것이 특별한 성취라기보다는, 어떤 경우엔 행복해야 할 의무가 부과된 우리 인간 조건의 감동적인 완수로 여겨졌다. 이후엔 고독이 찾아들었으나, 이번엔 만족감 속의 고독이었다.
--- p.26

잠시 후 압생트 풀밭에 몸을 던져 그 향이 몸에 배게 할 때, 나는 모든 편견에 맞서 진리를 실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리라. 그 진리는 태양의 진리이고, 또한 내 죽음의 진리일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내가 지금 내거는 건 다름 아닌 내 삶이다. 뜨거운 돌의 맛이 나는 삶, 바다의 숨결과 지금 울기 시작하는 매미들로 가득한 삶.
--- p.23

꽃, 미소, 욕망, 여자들을 떠올리며, 죽음에 대한 내 모든 공포가 삶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죽은 뒤에 살아있을 사람들을, 꽃과 여인에 대한 욕망을 그들의 살과 피로 감각할 사람들을 질투한다.
나는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기에는 삶을 너무 사랑하기에 시샘하는 것이다.
내게 영원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 p.36

나는 초인적인 행복이란 없고, 하루의 흐름 이외에 영원한 건 없음을 깨닫는다. 부질없으나 핵심적인 이 행복, 이 상대적 진실만이 오직 나를 감동시킨다.
그 밖의 것들, 그러니까 ‘이상적인 것들’을 이해하기엔 내 영혼으로 역부족이다. 바보처럼 굴어야 해서가 아니라 천사들의 행복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이 하늘이 나보다 더 오래 지속되리라는 것만을 안다.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되는 것, 그것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을 영원이라 부르겠는가?
--- p.53

이미 계절은 흔들리고 여름이 기운다. 숱한 폭력과 경직 끝에, 9월의 첫 비가 내린다. 마치 며칠 새 이 고장에 부드러움이 스며든 듯, 해방된 대지의 첫 눈물 같은 비다. 같은 시기에 캐롭나무가 알제리 전역에 사랑의 향기를 퍼뜨린다. 저녁이나 비가 내린 뒤에, 쌉싸름한 아몬드 향 정액으로 배를 적신 대지 전체가 여름 내내 태양에 바쳤던 몸을 쉬게 하고 휴식한다. 이제 이 냄새는 다시 인간과 대지의 결혼을 축복하고,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생생한 단 하나의 사랑을 일깨운다. 끝내는 스러질 것이나 너그러운 사랑을.
--- p.55

깊이 사랑하는 여인의 매력을 항목별로 조목조목 읊을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 그냥 전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굳이 감행한다면, 특유의 입술을 삐죽거린다든지 고개를 설설거리는 식의 사람 마음을 녹이는 한두 가지 구체적인 보기를 들 수는 있겠다.
--- p.133

‘나는 나의 시대를 증오한다.’ 죽기 직전 생텍쥐페리는, 내가 이야기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로 이렇게 썼다. 그러나 이 외침이 아무리 인상적이더라도, 인간을 경탄스러운 존재들로 여기고 사랑했던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이기에, 우리는 그 외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어느 때는 이 음울하고 삭막한 세상에 등 돌리고 싶은 유혹이 어찌나 강렬한지! 하지만 이 시대는 우리의 것이고, 우리는 자신을 증오하며 살 수 없다.
--- p.147

세계의 부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 찬란한 햇빛인가, 아니면 햇빛이 없던 날의 추억인가? 그 숱한 햇빛의 기억과 함께 나는 어떻게 무의미에 기댈 수 있었을까?
--- p.152

그 모든 세월 동안 나는 막연히 무언가가 아쉬웠다. 일단 한번 강렬한 사랑을 맛보면, 또 다시 그 격정과 빛을 찾느라 인생을 보내게 된다. 아름다움과 자신에게 주어졌던 감각적 행복을 포기하고 오직 불행만 섬기려면 위대함이 요구되겠지만, 내겐 그 위대함이 없다.
--- p.166

그렇게 나는 오래도록 방치하면 존재가 말라붙게 될 두 가지 갈증을 해소했다. 두 가지 갈증이란 바로 사랑하는 것과 찬탄하는 것.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그저 불운일 뿐이나, 사랑하지 않는 것은 불행이기 때문이다.
--- p.170

자정, 해변에 홀로 있다. 조금 더 기다린다. 그리고 떠날 것이다. 바로 이 시간, 전 세계에서 불빛들로 반짝이는 저 여객선들이 항구에 멈춰 검은 물을 비추고 있는 것처럼, 하늘 자체도 모든 별들과 함께 멈춰있다. 공간과 침묵은 똑같은 무게로 가슴을 누른다. 갑작스러운 사랑, 위대한 작품, 결정적인 행동, 빛나는 사상은 어느 순간 저항할 수 없는 매혹과 함께 견딜 수 없는 불안을 안겨준다. 존재의 달콤한 번민, 우리가 이름을 모르는 위험의 감미로운 임박, 그렇다면 사는 것은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 다시 한번, 쉼 없이, 우리의 파멸을 향해 달려가자.
--- p.188

회원리뷰 (6건) 리뷰 총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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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천재의 미문과 사유를 담은 아름다운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p****n | 2023.07.26 | 추천7 | 댓글0 리뷰제목
폐허를 뒤덮은 압생트 잿빛 솜털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압생트의 진액이 열기 속에서 발효하고, 하늘도 맥을 못 출 은은한 알코올이 땅에서 태양까지 온 천지로 피어오른다. 우리는 사랑과 욕망을 찾아 걸어 나간다. 교훈이라거나, 이른바 위대함이 요구되는 쓰라린 철학을 요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 입맛춤, 야생의 향, 이 이외의 모든 것들이 헛되게 여겨진다p20결혼, 여름;
리뷰제목
폐허를 뒤덮은 압생트 잿빛 솜털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압생트의 진액이 열기 속에서 발효하고, 하늘도 맥을 못 출 은은한 알코올이 땅에서 태양까지 온 천지로 피어오른다. 우리는 사랑과 욕망을 찾아 걸어 나간다. 교훈이라거나, 이른바 위대함이 요구되는 쓰라린 철학을 요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 입맛춤, 야생의 향, 이 이외의 모든 것들이 헛되게 여겨진다
p20

결혼, 여름
카뮈 作, 녹색광선 출판

--
결혼, 여름

내가 왜 삶의 기쁨을 부인하겠는가? 행복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나는 즐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를 바보라 부른다

(죽음을 인식하기에 삶을 더욱 갈구한다. 이 삶을 사랑한다)

잠시 후 압생트 풀밭에 몸을 던져 그 향이 몸에 배게 할 때, 나는 모든 편견에 맞서 진리를 실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리라. 그 진리는 태양의 진리이고, 또한 내 죽음의 진리일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내가 지금 내거는 건 다름 아닌 내 삶이다. 뜨거운 돌의 맛이 나는 삶, 바다의 숨결과 지금 울기 시작하는 매미들로 가득한 삶. 미풍은 상쾌하고 하늘은 푸르다. 나는 꾸밈없이 이 삶을 사랑하며 이 삶에 대해 자유로이 이야기하고 싶다.

부조리한 삶에 대한 냉소 대신 자연의 위대함을 긍정하며, 삶에 대한 내밀한 사랑을 고백한다

어느 순간엔 들판이 태양빛으로 새카매진다. 두 눈은 무언가를 포착하려 애써 보지만 들어오는 거라곤, 속눈썹 끝에서 일렁거리는 빛과 색의 무수한 점들 뿐이다

폐허를 뒤덮은 압생트 잿빛 솜털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압생트의 진액이 열기 속에서 발효하고, 하늘도 맥을 못 출 은은한 알코올이 땅에서 태양까지 온 천지로 피어오른다. 우리는 사랑과 욕망을 찾아 걸어 나간다. 교훈이라거나, 이른바 위대함이 요구되는 쓰라린 철학을 요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 입맛춤, 야생의 향, 이 이외의 모든 것들이 헛되게 여겨진다.

나를 온통 사로잡는 건, 자연과 바다의 거칠 것 없는 방종이다.

***

책을 열자 마자 탐나는 문장들이 빼곡하여 게걸스럽게 옮겨 쓰다가 스스로를 말려야 했다. 그대로 계속하다간 책 한 권을 다 베끼게 될 판이어서, 떨어진 독해력과 집중력을 보완할 겸, 문장들을 두 번 세 번 되풀이해서 음미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감각적인 미문을 즐기며 젊은 천재의 사유를 꼭꼭, 잘근잘근 씹어 쪽쪽 즙을 빨아 먹듯 탐닉하고 만끽했다. 육체의 세포 하나하나, 뉴런 하나하나가 환희한다.

공간상의 문제와 노안으로 폰트를 키울 수 있는 전자책을 주로 읽다가 오랜만에 손에 들고 읽는 종이책은 그동안 내가 잊고 놓치고 있던 것을 깨우쳐주었다. 책의 물성物性, 표지의 질감과 색감, 매끈한 아이보리색 종이와 검게 찍힌 글자의 또렷한 대비, 책갈피가 없어도 책장을 접을 필요없이 읽던 곳을 찾을 수 있게 배려해 준 가름줄의 존재까지, 손에 만져지는 책이란 물체의 아름다움을 탐하고 누렸다. 전엔 당연했던 것들이 새삼 고마워졌다.

사 두고 읽지 못한 책들이 산더민데도 이 책을 사게 만든 것은 녹색광선 박소정 대표의 열정과 능력이었다
우리 딸보다 몇 살 위, 아마도 내 아들 연배인 듯 보이는 젊고 예쁜 대표의 열정적인 1일 1카뮈 포스팅을 거의 1년 정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카뮈에게 중독되었고, 몇 해 동안 공간과 가독성 문제로 전자책버전을 선호해 왔지만, 이토록 정성스레 만드는 책은 너무나 궁금해서 꼭 사 보고 싶었다.
정말 보기 좋았다. 누군가가 그토록 몰두해서 뭔가를 하는 모습이.

얼마나 꼼꼼히 교열을 봤는지, 내 국어실력으로는 오류도, 오탈자도 찾아내지 못 해서 더 만족스럽다. 비문과 난독이 넘쳐나는 시대라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살지만, 그래도 돈 주고 산 책에서 틀리는 것이 눈에 띄면 정말 짜증 나거든.

60고개를 넘으면서 부쩍 노화가 체감되는 육신과 멘털로 힘든 데다가 철벽같던 어머니가 어느 순간 물러진 모습을 보며 인간존재의 허무에 대한 답이 없는 근본적인 회의에 시달리느라 요즘 많이 괴로웠는데 정말 오랜만에 잡념 없이 '탐독', '정독'이란 것을 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디지털의 편리에 중독된 정신이 아날로그적 독서와 필사로 정화되었다.

이런 중독은 언제나 환영이다. 아니, 늘 기다린다. 무해한 정도를 넘어 살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니까

벌써 녹색광선의 다음 책 기다림.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0
구매 포토리뷰 여름에 관한 계절감을 이만큼 담아낸 책은 없을 것이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더*드 | 2023.09.03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여름은 온 몸을 관통해 지나간다. 여름은 몸에서 흐르는 땀이고, 화장하지 않은 민낯이고, 찬물로 씻어내는 식지않는 열기다. 여름에 태어난 사람에게도 여름은 너무나 혹독하다. 사람은 고생을 좋게 기억하는 희망회로가 있는지 이 여름이 뚝 잘려나가고 겨울에 접어들면 이 계절의 가차없는 햇볕이 그립고, 한없이 얇게 입어도 상관없었던 여름날의 착장이 그리워진다. <여름>을;
리뷰제목

여름은 온 몸을 관통해 지나간다.

여름은 몸에서 흐르는 땀이고, 화장하지 않은 민낯이고, 찬물로 씻어내는 식지않는 열기다.

여름에 태어난 사람에게도 여름은 너무나 혹독하다. 사람은 고생을 좋게 기억하는 희망회로가 있는지 이 여름이 뚝 잘려나가고 겨울에 접어들면 이 계절의 가차없는 햇볕이 그립고, 한없이 얇게 입어도 상관없었던 여름날의 착장이 그리워진다.

<여름>을 노리고 나오는 책들은 많지만, 여름의 계절감에 대한 이만한 묘사는 결코 없으리라 단언한다.

녹색광선에서 출간한 알베르카뮈의 <결혼.여름> 이다.

녹색광선에서 출간되기 전 문고본으로 읽었었다. 그러나 새옷을 입은 책이 주는 기쁨이 있기에, 한 권은 선물을 하고 한 권은 이 여름을 기억하기 위한 장치로 소장(하기로)한다.

지드 <지상의 양식>, 장 그르니에 <섬>과 함께

프랑스 에세이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카뮈가 이방인을 쓰기(1942) 전쓰인 에세이와, 1939-1953년에 쓴 글들을 모아 낸 책이다.

 

이 책의 감정적 스펙트럼은 아주 넓다. 자신의 고향인 알제를 무한히 아끼면서도 알제 속의 마을 하나하나의 지루함을 나열한다. 여름이라는 계절에 흠뻑 취했으면서도, 대지를 끓어오르게 하는 태양을 향한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이쯤에서 일체의 아이러니를 거두고 말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에 관해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나는 알제리에 대한 것이라면 내 안에서 나와 알제리를 잇는 내면의 현을 건드려 내가 익히 아는 맹목적이고도 거대한 울림의 노래를 읊어댈까 늘 두렵다. 하지만 적어도 알제리는 내 진정한 조국이라고, 세상 어디서든지 그들만 마주하면 내 얼굴에 절로 퍼지는 이 우정의 웃음으로 알제리의 자식과 형제들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카뮈의 작품 '이방인'에서는 인과관계가 명확지 않아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그에 대한 각자의 해석으로 이 책에 대한 코멘트는 늘어만 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카뮈가 태양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알제의 태양은 우리가 태양하면 늘 떠올리는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지중해는 안개의 비극성과는 다른 태양의 비극성을 지닌다.

p141

 

이 문장에 카뮈가 바라보는 태양에 대한 소감이 담겨있다. 태양을 왜 그렇게 생각해요? 라는 질문은 이 책 전부가 대답이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알제의 여름 속에서 점점 나른해져가는 기분이 든다. 맡아본 적 없는 압생트 향에 숨이 멎을 것만 같고, 알제의 해안선을 따라 내리쬐는 그 여름의 태양에 무력해진다.

 

각각의 단편들의 첫 문장들이 얼마나 좋던지. 이미 읽은 부분인데도 또 다시 책을 펼쳐서 똑같이 읽고 싶다.



봄엔 티파사에 신들이 머문다. 태양과 압생트 풀 향기 속에서, 은빛 갑옷을 두른 바다 속에서, 본연의 색으로 푸르른 하늘 속에서, 꽃들로 빼곡한 폐허와 돌무더기에 세차게 부서져 내리는 햇살 속에서 신들은 말을 건넨다
p19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답게, 아름답지만 현실적인 그의 문장들이 내도록 머문다.

 

벨쿠르에서는 바벨우에드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결혼한다. 일찍부터 돈을 벌고, 한 인간의 일생에 걸친 경험을 10년 만에 전부 소진한다. 서른 살짜리 노동자가 이미 인생의 모든 패를 죄다 쓴 셈이다. 그는 이제 아내와 자식들 틈에서 인생의 끝을 기다린다. 그의 행복은 갑작스럽고 가차없었다. 그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우리는 그가 모든 것을 주었다가 모든 것을 거두는 고장에서 태어났음을 깨닫는다. 이 풍요와 과잉 속에서 삶은 느닷없고, 엄격하고, 너그러운 거센 열정의 곡선을 그려간다. 이곳에서 삶은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불태우는 것이다. 그러니까 심사숙고 한다거나 발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예컨대 지옥의 개념은 이곳에선 애교스런 농담일 뿐이다. 그런 종류의 상상력은 도덕군자들에게나 허용될 뿐이다. 확신컨데 도덕이란 알제리 전역에서 무의미한 단어일 것이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구매 결혼 여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g****n | 2023.08.01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이방인의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시지프 신화의 첫 문장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문장 하나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카뮈의 소설, 철학적 에세이들은 클래식 중의 클래식으로 남을 것 같다.  최근 타계한 밀;
리뷰제목


 

이방인의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시지프 신화의 첫 문장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문장 하나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카뮈의 소설, 철학적 에세이들은 클래식 중의 클래식으로 남을 것 같다. 

최근 타계한 밀란 쿤데라는 카뮈식 글쓰기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 소설 이방인과 철학적 에세이 시지프 신화가 일종의 짝이 되다는 평가처럼,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의 오마주가 되는 작품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실존주의 철학자 카뮈가 한때 사르트르와 함께 했다가 결별했던 소위 개인적 실존주의자라는 카뮈의 삶이 궁금하기도 했다.

"씁쓸함이 수반되지 않는 진실이란 없다"라 말한 카뮈, 이방인=부조리라는 등식을 자신은 받아드리지 않는다는 카뮈, 소설에서는 작가의 모습의 투영된다는 일반적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카뮈. 수수께끼같은 그의 문장들이 스친다. 

20세기의 거대한 사건, 세계대공황과 2차세계대전을 경험한 카뮈와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와의 간극이 굉장히 멀 것 같지만, 어쩌면 삶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멀지 않을 것 같다. 이방인과 시지프신화에서 죽음이라는 강력한 단어를 가볍게 혹은 무겁게 던진다. 그렇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보다는 죽음 주위에 드리워진 것들, 수수께끼같은 것들이 어쩌면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한줄평 (13건) 한줄평 총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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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글에도 취할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보니 알겠네요. 여름처럼 뜨겁고 바닷물처럼 서늘해요.
8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8
길* | 2023.07.26
구매 평점5점
새옷만큼 새로운 번역 신선하고. 녹색광선에서 까뮈의 여행일기도 나왔으면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YES마니아 : 로얄 t***********c | 2023.08.18
구매 평점5점
삶을, 바다를, 세상을 여름의 태양처럼 뜨겁게 사랑하는 작가 까뮈의 목소리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이*희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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