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8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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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02쪽 | 230g | 135*195*18mm |
ISBN13 | 9791198375308 |
ISBN10 | 1198375302 |
발행일 | 2023년 08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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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02쪽 | 230g | 135*195*18mm |
ISBN13 | 9791198375308 |
ISBN10 | 1198375302 |
책 머리에 결혼 티파사에서의 결혼 제밀라의 바람 알제의 여름 사막 여름 미노타우로스 혹은 오랑에서 잠시 휴식 아몬드나무들 저승의 프로메테우스 과거 없는 도시들을 위한 간략한 여행가이드 헬레네의 추방 수수께끼 티파사에 돌아오다 가장 가까운 바다(항해일지) 옮긴이의 말 알베르 카뮈 연보 |
여름은 온 몸을 관통해 지나간다.
여름은 몸에서 흐르는 땀이고, 화장하지 않은 민낯이고, 찬물로 씻어내는 식지않는 열기다.
여름에 태어난 사람에게도 여름은 너무나 혹독하다. 사람은 고생을 좋게 기억하는 희망회로가 있는지 이 여름이 뚝 잘려나가고 겨울에 접어들면 이 계절의 가차없는 햇볕이 그립고, 한없이 얇게 입어도 상관없었던 여름날의 착장이 그리워진다.
<여름>을 노리고 나오는 책들은 많지만, 여름의 계절감에 대한 이만한 묘사는 결코 없으리라 단언한다.
녹색광선에서 출간한 알베르카뮈의 <결혼.여름> 이다.
녹색광선에서 출간되기 전 문고본으로 읽었었다. 그러나 새옷을 입은 책이 주는 기쁨이 있기에, 한 권은 선물을 하고 한 권은 이 여름을 기억하기 위한 장치로 소장(하기로)한다.
지드 <지상의 양식>, 장 그르니에 <섬>과 함께
프랑스 에세이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카뮈가 이방인을 쓰기(1942) 전쓰인 에세이와, 1939-1953년에 쓴 글들을 모아 낸 책이다.
이 책의 감정적 스펙트럼은 아주 넓다. 자신의 고향인 알제를 무한히 아끼면서도 알제 속의 마을 하나하나의 지루함을 나열한다. 여름이라는 계절에 흠뻑 취했으면서도, 대지를 끓어오르게 하는 태양을 향한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이쯤에서 일체의 아이러니를 거두고 말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에 관해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나는 알제리에 대한 것이라면 내 안에서 나와 알제리를 잇는 내면의 현을 건드려 내가 익히 아는 맹목적이고도 거대한 울림의 노래를 읊어댈까 늘 두렵다. 하지만 적어도 알제리는 내 진정한 조국이라고, 세상 어디서든지 그들만 마주하면 내 얼굴에 절로 퍼지는 이 우정의 웃음으로 알제리의 자식과 형제들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카뮈의 작품 '이방인'에서는 인과관계가 명확지 않아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그에 대한 각자의 해석으로 이 책에 대한 코멘트는 늘어만 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카뮈가 태양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알제의 태양은 우리가 태양하면 늘 떠올리는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지중해는 안개의 비극성과는 다른 태양의 비극성을 지닌다.
p141
이 문장에 카뮈가 바라보는 태양에 대한 소감이 담겨있다. 태양을 왜 그렇게 생각해요? 라는 질문은 이 책 전부가 대답이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알제의 여름 속에서 점점 나른해져가는 기분이 든다. 맡아본 적 없는 압생트 향에 숨이 멎을 것만 같고, 알제의 해안선을 따라 내리쬐는 그 여름의 태양에 무력해진다.
각각의 단편들의 첫 문장들이 얼마나 좋던지. 이미 읽은 부분인데도 또 다시 책을 펼쳐서 똑같이 읽고 싶다.
봄엔 티파사에 신들이 머문다. 태양과 압생트 풀 향기 속에서, 은빛 갑옷을 두른 바다 속에서, 본연의 색으로 푸르른 하늘 속에서, 꽃들로 빼곡한 폐허와 돌무더기에 세차게 부서져 내리는 햇살 속에서 신들은 말을 건넨다
p19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답게, 아름답지만 현실적인 그의 문장들이 내도록 머문다.
벨쿠르에서는 바벨우에드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결혼한다. 일찍부터 돈을 벌고, 한 인간의 일생에 걸친 경험을 10년 만에 전부 소진한다. 서른 살짜리 노동자가 이미 인생의 모든 패를 죄다 쓴 셈이다. 그는 이제 아내와 자식들 틈에서 인생의 끝을 기다린다. 그의 행복은 갑작스럽고 가차없었다. 그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우리는 그가 모든 것을 주었다가 모든 것을 거두는 고장에서 태어났음을 깨닫는다. 이 풍요와 과잉 속에서 삶은 느닷없고, 엄격하고, 너그러운 거센 열정의 곡선을 그려간다. 이곳에서 삶은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불태우는 것이다. 그러니까 심사숙고 한다거나 발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예컨대 지옥의 개념은 이곳에선 애교스런 농담일 뿐이다. 그런 종류의 상상력은 도덕군자들에게나 허용될 뿐이다. 확신컨데 도덕이란 알제리 전역에서 무의미한 단어일 것이다.
이방인의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시지프 신화의 첫 문장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문장 하나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카뮈의 소설, 철학적 에세이들은 클래식 중의 클래식으로 남을 것 같다.
최근 타계한 밀란 쿤데라는 카뮈식 글쓰기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 소설 이방인과 철학적 에세이 시지프 신화가 일종의 짝이 되다는 평가처럼,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의 오마주가 되는 작품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실존주의 철학자 카뮈가 한때 사르트르와 함께 했다가 결별했던 소위 개인적 실존주의자라는 카뮈의 삶이 궁금하기도 했다.
"씁쓸함이 수반되지 않는 진실이란 없다"라 말한 카뮈, 이방인=부조리라는 등식을 자신은 받아드리지 않는다는 카뮈, 소설에서는 작가의 모습의 투영된다는 일반적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카뮈. 수수께끼같은 그의 문장들이 스친다.
20세기의 거대한 사건, 세계대공황과 2차세계대전을 경험한 카뮈와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와의 간극이 굉장히 멀 것 같지만, 어쩌면 삶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멀지 않을 것 같다. 이방인과 시지프신화에서 죽음이라는 강력한 단어를 가볍게 혹은 무겁게 던진다. 그렇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보다는 죽음 주위에 드리워진 것들, 수수께끼같은 것들이 어쩌면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