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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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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42g | 128*188*30mm
ISBN13 9788997066803
ISBN10 899706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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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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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은 지난해 가을 가시에 처음 찔렸을 때를 잊지 못했다.
---「첫 문장」중에서

정민은 지난해 가을 가시에 처음 찔렸을 때를 잊지 못했다. (…) 따끔한 밤 가시가 여린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고만고만한 가시들 사이에 잔뜩 성이 나서 유독 날카롭게 자란 가시 하나가 숨어 있었다. 정민은 밤송이를 더 꽉 쥐었다. 그간 아무렇지 않게 글을 써온 손에 벌을 주고 싶었다. 핏방울이 동그랗게 맺혔다. 쩌릿한 쓰라림이 손바닥에서 척추를 타고 끝까지 퍼져 나갔다.
--- p.6

정민은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내일인지도 모르는 굴곡과 요동 없는 직선의 시간을 보냈다. ‘서른’이라는 삶의 구간에서 미로에 갇혔지만, 탈출을 포기해서인지 막막하지조차 않았다. 이 집에서 모나지 않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 p.11

자연의 색을 닮은 푸르고 하얀 도자기들에 마음을 뺏긴 건지도 몰랐다. 인간이 만든 딱딱한 고체가 자연의 색을 쏙 빼닮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 p.14

이 공간이 순식간에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향’으로 가득 찼다. 흙냄새와 커피 향의 조화. 여태껏 상상해본 적 없는 향이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 p.15

“우리 집 커피가 평범한 원두를 써도 맛있는 이유는 잔 때문일 거예요. 1,250도의 가마에서 구워낸 견고한 도자기거든요. 블랙커피는 옥색을 띠는 청자에 담아 마시면 더 맛있게 느껴져요. 그리고 아까 말했던 달달한 커피는 꼭 광택이 흐르는 백자에 마셔야 해요. 설탕의 이미지가 떠올라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진답니다.”
--- pp.16~17

차가움은 따듯함을 이길 수 없다.
--- p.17

하나하나 소중하게 잔을 들어 두 손으로 감싸 쥐며 온도를 손바닥 한가득 느꼈다. 이 잔들이 얼마 전까지 있었을 뜨거운 가마 안의 온도가 궁금했다.
--- p.18

순도 높은 하얀색을 띤 잔을 보자 자연스레 캐러멜 마키아토가 생각났다. 옥색과 흰색이 그러데이션 된 잔을 보자 밀크티가 떠올랐다. 흑유를 입혔다는 새카만 잔도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엑설런트 아이스크림을 사서 아포가토를 만들어 먹고 싶을 지경이었다.
--- p.18

“도자기 구워볼래요? (…) 그릇에 담고 싶은 것이 생겼다면 그걸로 시작의 이유는 충분하죠.”
--- p.19

1,250도의 가마에서 구워져 나오는 따뜻하고 단단한 도자기들. 그 안에는 냄새도 무게도 없는 무형의 것까지 담을 수 있지 않을까.
--- p.19

정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동굴에서 꺼내줄게.’ 옛날에 이런 말을 한 친구가 있었다. 누가 봐도 ‘너를 위해주고 있어’라는 불편한 말투. 선량한 친구를 자처했지만, 그건 누군가에게 내줄 주먹만 한 자리조차 없는 정민에게는 곁을 내놓으라는 협박과도 같았다.
--- p.20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이렇게 온몸에 피를 돌게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샛노란 빛깔의 생기가 낯설었다. 정민이 가질 수 없는, 가지면 안 되는 색이었다.
--- pp.22~23

사랑받고 자라 구김살 없는 사람과는 언제나 뜨악한 사이가 되었지만, 그런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정민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 p.24

꼬질꼬질한 흙덩이가 동그란 그릇이 된다니……. 정민이 처음 만진 날것의 흙은 물컹하고 부드러웠고, 생각보다 차가웠다.
--- p.28

“완벽하려고 하지 말고 60%만 한다고 생각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60%만.”
--- p.28

흙은 고칠 수 있다.
--- p.29

흙은 틀려도 된다.
--- p.30

정민은 이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호의적인 공간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 p.31

무음 모드로 설정한 휴대폰처럼 그렇게 집을 고요함 속에 가두었다. 그녀를 둘러싼 세상 밖의 모든 소리가 소음으로 느껴졌다.
--- p.31

정민이 수개월 동안 지켜온 고요함에 금이 가고 있었다. 아주 기분 좋고 경쾌하게 갈라지면서 고요함 속에 가둬진 딱딱한 실뭉치가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이젠 고요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귀를 간지럽히는 말소리와 흙이 내는 둔탁한 소리가 있는 것이 오히려 더 근사하다고 정민은 생각했다.
--- p.32

정민은 다섯 개 평일과 두 개 주말의 이음새를 생각했다. (…) 잘못하다 틀어지기라도 하면 정민의 주말은 곧 평일이 되었다. 일곱 개의 평일은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어렵다. 반면에 일곱 개의 주말도 헤어 나올 수 없는 무기력의 늪과 같아서 버겁다. 정민은 7년 동안은 일곱 개의 평일을, 지난 일 년간은 일곱 개의 주말을 살아왔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평일과 주말이 분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 pp.34~35

이곳 소요 공방의 회원들은 서로에게 지나치게 묵직한 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 반대로 영양가 없이 부피만 큰 관계도 아닌 것 같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통인 관계, 딱히 깊이를 재지 않아도 되는 관계, 그것으로 족해 보였다. ‘개인사는 마음의 거리가 1미터 이내인 친한 사람에게만’과 같은 관계의 조건 따위는 없었다. 관계를 맺는 것이 늘 부담이었던 정민은 오히려 이 아리송한 관계가 더 마음에 들었다. 정민은 벌써 어느 정도 소요 공방에 동화된 것 같았다.
--- pp.44~45

“멋지네요. 뭔가 애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멋져요.”
--- p.45

무기력은 숙주를 교묘하게 잠식해가는 기생충같이 정민의 등에 들러붙었다. 심장이 뛰는 것도 통증으로 느껴지는, 빈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나날이었다.
--- p.53

가마에서는 흙이 그릇으로 변하는 찰나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오늘이 주말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 p.55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일산의 작은 마을에서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정민은 길을 걷다가 건물 창에서 떨어진 화분에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 p.61

“정성 들여 만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나를 사랑해주고 보살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먹으면 바로 배가 따뜻해지고 몸에 피가 돌잖아요.”
--- p.68

자기 자신을 돌보는 건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드는 일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p.71

소요 공방에서 도자기를 구우며 시간을 되찾았고, 회원들의 옷차림이 변하는 걸 보면서 계절을 되찾았다. 시간과 계절을 드디어 따라잡은 정민에게는 이 정도의 속도가 가장 알맞았다. 딱, 이 정도의 보폭으로.
--- p.71

하루의 첫 웃음은 중요하다. 첫 웃음에 따라 오늘 지을 수십 개의 웃음이 어떠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 p.73

냉한 몸으로 누군가를 위로하는 건 상대의 찬 몸에 한기를 더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어설픈 위로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제대로 위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 pp.90~91

“집에 가는 게 너무너무 싫어지고……. 아니, 집이라는 단어 자체가 싫어요. 이상하지 않아요? ‘집’이라니. 한 글자에다가 성의가 없어요. 언니, 작가라면서요. 다른 단어 개발해줘 봐요.”
--- p.92

정민은 언제나 온도를 가진 것들을 오래도록 만지곤 했다. 도자기 잔을 쥐었을 때처럼 마치 온도가 혈관을 타고 전달된다는 듯이 아주 오래도록. 따뜻한 것들에 마음까지 줘버리면 정민은 그걸 절대로 버리지 못했다.
--- p.96

별다른 감정 없이 일주일 동안만 호야의 보호자 노릇을 하면 될 거라는 생각과 달리 정민은 사흘 만에 호야를 한가득 사랑하는 완벽한 보호자가 되었다. 그건 호야도 마찬가지였다. 호야도 정민을 보살피는 보호자가 되었다. 호야의 밥을 챙겨주며 정민은 전보다 밥을 더 잘 챙겨 먹기 시작했다. 날리는 털을 치우며 정민은 집 안을 꼼꼼히 청소했다. 식물조차 없던 이 집에 생명이 들어오면서, 작은 변화들이 집 곳곳에 피어났다.
--- pp.96~97

그녀는 책임감만큼 무기력에 특효약인 것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물에 젖은 듯 무거웠던 몸이 햇빛에 잘 마른 수건처럼 가벼워졌다. 줄곧 귓가를 맴돌던, 생명을 거둘 수 있는 자격에 대해 운운하던 허약한 목소리는 희미해졌다. 발버둥치거나 간절하게 바라지 않았는데도 자신을 꽉 묶어 옥죄던 밧줄이 알아서 하나씩 풀리는 것 같았다.
--- p.102

사랑스러움의 농도가 있다면, 자신은 평균 이하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꾸준히 ‘사랑스러움 링거 주사’를 맞아야만 했다. 별 관심 없는 남자의 고백을 흔쾌히 받아주거나 보고 싶지 않은 친구들에게 한껏 그리움을 담아 안부 문자를 보냈다. 때로는 불편한 원피스를 입고 반짝이는 액세서리까지 했다. 그러면 사랑스러움의 농도가 살짝 차오르는 것 같았다.
--- pp.108~109

매번 같은 시간에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 날씨와 계절에 따라 돌봐야 할 기물이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배우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 p.115

괜스레 외로운 날에는 더 확실히 외롭고 싶거든요.
--- p.117

껄끄러운 관계란 이런 것이구나. 친구 리스트에 있지만 막상 메시지를 보내려면 아무 말도 적을 수 없게 되는.
--- p.118

“그 나이에 친구 사이 멀어지는 이유가 한 가진가. 한 번 싫어지면 별의별 이유를 다 갖다 붙여서 미워하게 되는 거지.”
--- p.122

빙빙 돌아가며 혼자 춤을 추는 흙덩이를 만지는 것은 정민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마치 초등학교 때 친구 집에서 처음 하얗고 작은 몰티즈를 만졌을 때와 같은 두려움이었다. 힘차게 움직이는 생명력 있는 것들은 왠지 모르게 정민을 주눅 들게 했다.
--- p.125

“이거라면 내가 평생을 해도 질리지 않고 할 수 있겠다는 걸. 이건 ‘재미있다’라는 감정과는 달라요. 짜릿하고 자극적인 재미보다는 평온하다는 느낌이었어요. 나를 차분하게 만드는 일은 오래 할 수 있기 마련이잖아요.”
--- p.129

중심 잡기라는 건, 어쩌면 가장자리부터 살펴야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동안 정민은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 쉽게 손을 놓았고, 쉽게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말 한마디에도 토라졌으며 깊은 굴속에서 나오지 않았고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했다. 타인에게 내어줄 주먹만 한 공간도 허락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자신의 마음을 촘촘히 걸어놓은 외딴 전시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시선을 받지도 못하고 팔리지도 않는 마음들은 정민의 전시실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 p.130

가마 안에서 1,250도의 온도를 견디고 그릇으로 보기 좋게 구워져 누군가의 부엌이나 탁자 위에 놓일 때에야 흙은 이름이 생긴다. 사람에게 닿아 무언가 담길 때 도자기는 비로소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 같은 반짝이는 생명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 pp.131~132

정민은 다시 흙을 잡았다. 두 손으로 흙을 움켜쥐며, 그녀 마음의 전시실에 걸려 있던 자화상을 하나씩 버려 나갔다. 힘을 줘 흙기둥을 길게 뽑으며, 마음의 전시실을 청소했다. 이번에는 흙기둥을 뭉개며, 마음의 전시실의 문을 열었다. 이제 자화상이 아닌 소중한 주변 사람들의 초상화를 들일 차례였다.
--- p.132

오래된 연인은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게 이별할 수 없는 법이다. 둘의 선이 완전한 평행선이 될 때까지 천천히 걸어가는 모든 순간이 이별이었다.
--- p.140

모두가 하루하루 자신을 불쌍하게 만드는 데 애를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가장 가엽게 여겼고 누가 누가 더 불쌍한지 배틀을 하는 것 같았다. 결국 모든 사람은 불쌍해지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닐까. 확실히 ‘불행’보다는 ‘불쌍’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 pp.150~151

정민은 엄마와 자신이 가족보다 전우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을 같이 버텨낸 전쟁터의 전우. 그러니 딱 이 정도의 거리가 좋았다.
--- p.160

그릇에 마음을 담는다.
--- p.164

다만 집 밖이 두려운 마음만큼은 알 수 있었다. 차라리 세상과 단절되어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지내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길 간절히 바라는 대책 없는 마음을.
--- p.169

(그녀는) 상대방의 기분에 이유를 묻기보다는 상대방이 먼저 이유를 말할 수 있도록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빵을 내주었다. 커피에는 특별한 약이라도 탄 듯했다. 커피가 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사람들은 이야기를 이미 시작했거나 끝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커피를 마신 사람은 독기가 다섯 숨 정도 빠져나가서 공방에 들어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나가곤 했다.
--- p.175

혼자 걸을 때면 그리도 익숙하고 푸근하던 덕수궁의 풍경이 둘이 걸을 때면 어색하고 불편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도 않은 채, 그런 자신을 받아들였다. 혼자가 어울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 pp.179~180

강수 확률은 20%라고 했다. 그럼에도 기식이 우산을 챙겨 온 이유는 정민과의 하루가 완벽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거리의 사람들을 우롱하듯 때 아닌 가을비가 내려도 둘은 묵묵히 거리를 걸으며 우산을 펼치면 될 터였다.
--- pp.180~181

그녀는 자기소개서와 입사지원서를 쓰기 싫어서 일부러 최대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복잡한 요리를 만들던 많은 밤을 떠올렸다. 지혜는 행복하지 않았고 행복할 수 없었다. 행복이 다 도망간 것 같았다.
--- p.206

“(…) 제가 물 조절을 잘못해서 도자기가 물로 흥건했죠. 그런데 선생님이 도자기 눈물을 닦아주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별거 아닌 한마디인데, 괜히 마음이 먹먹하더라고요. 보듬어주고 만져주고 눈물도 닦아주고…… 흙을 만지는데 저를 보듬는 기분이 들었어요.”
--- p.211

삶이 녹록지 않을 때 과거의 기억에 의지해 산다는데 자신에게 그런 추억 한 장 없을까 봐 정민은 걱정해왔다. 그런데 소요 공방에서 도예를 배우며 비로소 생긴 것 같았다. 피로가 몰려온 어느 날, 펼쳐볼 수 있는 그 한 장이.
--- pp.211~212

“도자기를 굽는 건 마음을 굽는 것과 같아요. 뭉툭하고 못생긴 흙을 손으로 다듬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수록 예뻐지고 소중해지죠. 꺼내 보기도 싫은 못난 마음도 계속 시선을 주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보이잖아요. 미움만 있는 줄 알았던 마음 안에 애정과 연민…… 다양한 감정이 꾸깃꾸깃 숨어 있어요. 그러면 그 못난 마음도 소중해지는 순간이 와요.”
--- p.212

별똥별이나 오로라처럼 왜 아름다운지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좋아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것이 아름다운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p.212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하지만 제일 별 볼 일 없는 날로 보내온 여자. 크리스마스를 제일 싫어하지만 이제야 그 설렘을 알 것 같은 남자. 그들이 바라는 크리스마스의 설렘은 힘을 뺀 어깨에서 오는 작은 들썩임과 같은 것이었다.
--- p.235

1,250도라는 뜨거운 가마의 온도를 버티고 나와야지만 도자기가 된다. 아무리 정성을 들였다고 한들 그 뜨거운 온도를 버티는 건 온전히 도자기의 몫이다. 이건 사람과의 관계와도 같다.
--- p.241

“이렇게 깨버리는 거 허무하진 않아요?”
“다시, 다시 구우면 되니까요. 그래서 전 도자기에 금이 가고 깨져도 괜찮아요. 나는 계속 구워낼 거니까. 도자기든 사람이든 한 번에 모양이 나오는 건 없잖아요. 되레 몇 번의 구워냄 끝에 얻은 것이 더 값지고요.”
--- pp.272~273

정민은 오랫동안 꽉 쥐고 있던 주먹에서 힘이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세상이 자신에게 매정하다고, 가끔은 폭력적이기까지 하다고 분통을 터트렸지만 결국 그녀 자신이 스스로에게 가장 심한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감정에 자해하는 것만큼 매정한 것이 있을까. 자신의 마음에 스스로 칼질하는 것만큼 폭력적인 것이 있을까. 마음을 끄집어내어 구석구석에 말라붙은 악취 나는 땀을 말끔히 씻어낸 것 같았다. 그러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삶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 p.281

이 낯선 공간에서 기식의 얼굴은 정민에게 유일하게 익숙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 같은 바다를 두고도 기식의 얼굴에 자꾸 시선이 갔다. 이러고 있으니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둘만의 섬에 있는 것만 같았다.
--- p.298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정민은 바다가 보이는 이곳에서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고 싶었다. 함께 있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이유를 둘만의 약속으로 만드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밤이 찾아오기 전, 해는 마지막 힘을 다하듯 가장 밝은 빛을 바다 위에 흩뿌렸다. 따뜻한 초록빛 바다 위에는 윤슬을 따라 섬으로 가는 길이 생겼다. 포개진 두 손, 찬바람 속에서도 두 손이 맞닿은 면적만큼은 뜨거웠다. 계절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또 밀려갔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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