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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도시 식물 안내서] 18세기 런던을 중심으로 430종 이상의 식물을 다뤘으며, 식물 세밀화의 원조로 손꼽히는 『런던 식물상』이 큐 왕립 식물원과의 협업으로 재탄생했다. 도시 식물의 진짜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아름다운 도판을 선정했으며, 식물학 연구로 밝혀진 최신 정보를 추가해 전문성을 더했다. - 안현재 자연과학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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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커티스와 《런던 식물상》
들어가는 말 이 책의 사용법 식물 해부학의 기초 [EAT] 영양가 높은 식물 서양민들레 / 꽃냉이 / 광대수염 / 들다닥냉이 / 큰갓버섯 / 헨리시금치 / 어스너트 / 와일드로켓 / 말뚝버섯 / 애기괭이밥 / 솔나물 / 서양쐐기풀 / 동의나물 / 샐비어 베르베나카 / 느타리 / 쓴살갈퀴 / 마늘냉이 / 방가지똥 / 개양귀비 / 오레가노 / 당아욱 / 느릅터리풀 [MAKE] 수공예를 위한 식물 큰잎빈카 / 노랑꽃창포 / 서양백리향 / 큰메꽃 / 비누풀 / 클레마티스 비탈바 / 개장미 [GROW] 기르기 좋은 식물 사두패모 / 전호 / 골고사리 / 옐로래틀 / 워터바이올렛 / 바스타드밤 / 꿀벌난초 / 더치인동 / 셈페르비붐 텍토룸 / 좁은잎해란초 / 디프사쿠스 풀로눔 / 자주꿩의비름 / 뚜껑별꽃 / 부토무스 움벨라투스 / 아이비 / 백조목초롱이끼 [KILL] 독을 품은 식물 나도독미나리 / 유럽은방울꽃 / 라눈쿨루스 불보수스 / 아트로파 벨라돈나 / 꿩복수초 / 흰독말풀 / 헬레보루스 비리디스 / 까마중 / 아룸 마쿨라툼 / 숲바람꽃 / 유럽독미나리 [HEAL] 치유의 식물 프리물라 베리스 / 크나우티아 아르벤시스 / 돌소리쟁이 / 둥근빗살현호색 / 미역고사리 / 데이지 / 저먼캐모마일 / 흰무늬엉겅퀴 / 설령쥐오줌풀 / 분홍바늘꽃 / 작은땅빈대 / 컴프리 / 서양고추나물 / 제라늄 로베르티아눔 / 질경이 / 큰톱풀 / 꿀풀 이 책을 만든 사람들 18세기 주요 후원자들 21세기 후원자들 찾아보기 |
글헬레나 도브
관심작가 알림신청Helena Dove
글해리 아데스
관심작가 알림신청Harry Ades
그림『런던 식물상』
관심작가 알림신청역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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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보기 좋게 무성해지고 뻐꾸기 울음소리가 처음 들려올 무렵, 연보라색 잎맥을 가진 꽃냉이가 우아하게 꽃을 피운다. 이즈음이면 봄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다. 꽃냉이가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는 봄에 뻐꾸기가 아프리카에서 날아오는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뻐꾸기 꽃(cuckoo flower)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초원의 매력적인 야생화이자 우리 식탁에도 올릴 수 있는 꽃냉이는 새싹과 잎, 꽃을 먹을 수 있다. 매콤한 겨자 맛이 나는데, 성숙한 식물일수록 더 강하다. 어린잎은 샐러드에 넣어 먹는다. 순한 맛이 나는 꽃은 소박한 봄철 밥상을 아름답게 장식해준다.
---「p.18, 〈꽃냉이〉」중에서 남근처럼 생겨 노골적으로 외설스러운 이 버섯은 썩어가는 나무만 있으면 어디서든 생겨날 수 있다. 종명인 임푸디쿠스(impudicus)는 라틴어로 음란하다는 뜻이다. 겉모습이 매우 충격적이어서 빅토리아 시대의 독실한 신자들은 아마도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 보고 타락하기 전에 숲속 산책로에서 이 버섯들을 싹쓸이했을 것이다. 파리를 유인하기 위해 썩은 고기와 오수 냄새 비슷한 악취를 풍기는 말뚝버섯을 보면 요즘 사람들은 기분이 상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한마디로 입맛 떨어지게 하는 버섯이다. 하지만 말뚝이 나오기 전, 알처럼 생긴 유균 상태일 때 흔치 않은 별미를 선보인다. ---「p.32, 〈말뚝버섯〉」중에서 민들레가 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팔다리가 좀 더 긴 큰형뻘의 방가지똥 역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방가지똥은 매우 좁은 틈바구니에도 자리를 잡는데, 심지어 도시 한가운데 가장 시끄러운 교차로의 도로 표지판 아래서도 잘 자란다. 전형적인 잡초 중 하나인 이 식물은 가시 돋친 잎으로 스스로를 지킨다. 어린잎은 놀라울 정도로 식욕을 돋운다. 달달한 상추 맛이 나고 비타민 C가 시금치보다 두 배 정도 많다. 줄기 껍질을 벗기면 아스파라거스 대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단, 이 식물이 자라는 곳을 잘 살펴야 한다. 방가지똥은 가로등 기둥 밑에서 잘 자라는데, 그런 장소는 개가 오줌을 싸기 좋은 곳이다. ---「p.50, 〈방가지똥〉」중에서 어떤 사람에게는 잡초인 식물이 다른 사람에겐 야생화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큰메꽃에 대해서는 잡초라고 입을 모은다. 정원에서 뿌리 뽑기 어렵기로 악명 높은 이 식물은 뿌리의 작은 조각만 있어도 번식할 수 있고, 씨앗은 30년 동안 싹을 틔우지 않고 때를 기다릴 수도 있다. 다른 식물체를 빠르게 감고 오르면서 빛을 차지하고 결국에는 그 식물을 질식시킨다. 그러나 큰메꽃이 정원사들을 마음고생시킬지는 몰라도 순백의 나팔 모양 꽃은 곤충들에게 풍부한 먹이 공급원이 되어준다. 큰메꽃의 억센 줄기를 가지고 즉석에서 훌륭한 끈을 만들 수도 있는데, 장미를 휘감은 그 줄기들을 풀어내느라 들인 시간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 ---「p.68, 〈큰메꽃〉」중에서 영국의 자생 난초 가운데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꿀벌난초를 풀이 무성한 도롯가나 철로변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경험은 정말 특별하다. 속임수의 여왕을 알현한 셈이라고 할까. 꿀벌난초의 벨벳 같은 꽃은 특정 암벌을 놀랍도록 완벽하게 모방했다. 운 나쁜 수벌을 유혹하기 위해 심지어 암벌의 냄새까지 흉내 낸다. 희망에 찬 수벌들이 날아들어 꽃가루를 옮겨주지만, 그 벌들은 짝도 만나지 못하고 꿀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떠난다. 마지막에 웃는 건 이 난초뿐이다. 하지만 꿀벌난초가 모방한 벌은 이제 영국에 없다. 따라서 꽃가루를 옮겨줄 수벌도 오지 않는다. 그러니 영리하고 아름다운 이 난초를 도와줄 겸 정원에서 길러보면 어떨까. ---「p.90, 〈꿀벌난초〉」중에서 자신을 그린핑거(green-fingers, 식물을 잘 기르는 사람)라기보다는 버터핑거(butterfingers, 물건을 잘 떨어뜨리는 사람)라고 소개한다면 셈페르비붐 텍토룸을 추천한다. 속명인 셈페르비붐(Sempervivum)은 영원히 산다는 뜻으로, 이 식물은 죽이기도 어렵다. 원래 혹독한 산악 환경에서 자라는 셈페르비붐 텍토룸은 몹시 건조한 도시 정원의 오래된 담장 갈라진 틈새의 햇빛 드는 곳을 천국처럼 여길 것이다. 버터핑거인 식물 집사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이 식물은 앙증맞은 분홍색 꽃을 피우며 인간이 내어준 어떤 공간에서든 로제트 형태의 다육질 새잎을 내며 자란다. 고대 전설에 따르면, 셈페르비붐 텍토룸이 지붕에 자라면 화재, 번개, 질병으로부터 집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서로 ‘윈윈(win-win)’인 셈이다. ---「p.94, 〈셈페르비붐 텍토룸〉」중에서 헬레보루스 비리디스는 겨울 추위 속에서 꽃가루 매개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말 그대로 완벽히 난방을 한 꽃 안에 따뜻한 알코올음료를 준비해놓는다. 꿀 안에서 효모가 발효하면서 약간의 알코올 성분이 생기고, 꽃의 온도가 6℃ 정도 상승한다. 초록빛 헬레보루스 바 안에 준비된 벌들을 위한 따뜻한 알코올음료라니! ---「p.124, 〈헬레보루스 비리디스〉」중에서 흰무늬엉겅퀴의 대리석 무늬 같은 하얀 잎맥은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을 얹어 개성 있는 무늬를 낸 마키아토를 연상케 한다. 바리스타에게는 달갑지 않게 들릴지 모르지만, 광란의 밤을 보낸 후에는 진한 커피보다는 뜨거운 흰무늬엉겅퀴 차를 한 잔 마시길 권한다. 자주 과음하는 사람들의 간 기능을 높여주는 약초 처방인 셈이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구수한 차는 간경변부터 황달까지 간 질환을 예방하고, 소화기 계통의 순환을 촉진해 신체가 빠르게 회복하도록 돕는다. 그뿐 아니라 장에도 아주 좋다. 다만, 수확할 때는 가시에 손이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p.150, 〈흰무늬엉겅퀴〉」중에서 질경이는 뿌리부터 식물체 끝까지 각종 질병 치료용 비타민과 화합물이 풍부하여 항산화제, 항바이러스제, 당뇨병치료제, 지사제 등으로 쓰일 뿐 아니라, 신체에 활기를 북돋고 심지어 암을 퇴치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래도 질경이를 잡초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p.164, 〈질경이〉」중에서 |
도시의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식물들,
먹고, 만들고, 기르고, 약으로 쓰는 경이로운 도시 식물 안내서! 도시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메마른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바쁘게 스쳐 지나가느라 의식하지 못했을 뿐, 도시에는 수많은 식물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파트 단지의 잘 가꾼 화단이나 곳곳의 쌈지공원, 제법 규모 있는 공원이나 식물원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래된 보도블록 틈새나 골목길에 방치된 화분에도 식물들은 씩씩하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조금만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살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도시의 식물들! 식물과 만나다 보면 생각보다 도시가 훨씬 더 푸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식물의 도시》는 도시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식물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73종의 초본 식물을 소개한 책이다. 많은 사람이 그저 잡초인 줄 알고 지나쳤던 식물들이 어떤 것은 마트 진열대에 놓인 채소보다 맛있는 별미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놀라운 약효를 발휘하기도 한다. 알고 나면 귀하지 않은 식물이 없다. 이 책에 소개한 식물들은 활용 방법에 따라 영양가 높은 식물, 수공예를 위한 식물, 기르기 좋은 식물, 독을 품은 식물, 치유의 식물로 구분해 독자들이 흥미롭게 참조할 수 있도록 했다. 식물 세밀화 책의 원조 격인 18세기 식물학 연구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유용하고 아름다운 책 《식물의 도시》에 실린 그림은 18세기 당대 최고의 식물 세밀화가들이 수작업으로 완성한 채색 동판화가 원본이다. 영국의 식물학자 윌리엄 커티스는 식물학 연구서 《런던 식물상》을 펴내면서 430여 종이 넘는 식물의 채색 동판 삽화를 함께 실었다. 그가 온 생애와 전 재산을 바쳐 펴낸 《런던 식물상》은 식물학 연구서의 걸작이자 식물 세밀화 책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커티스는 자신의 책이 ‘대중에게 유용할 뿐 아니라 유익하고 재미있는’ 매력적인 교양서가 되기를 원했는데, 그의 책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식물의 도시》는 시기적으로 200여 년 전 커티스가 원했던 바에 딱 들어맞는다. 도시 식물에 관한 재밌고 유용한 정보와 생생하고 아름다운 세밀화가 어우러진 이 책은 18세기 런던을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 더욱 매력적인 식물학 책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유용하면서도 아름다운 책을 소장하는 기쁨도 누려보자. 그저 당연하게만 여겼던 식물의 중요성과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책 주변의 모든 것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하는 동안 식물들은 놀라운 복원력으로 끊임없이 자라고 씨를 퍼트리며 싹을 틔워왔다. 자연은 도시의 관문에서 발길을 멈추지 않는다. 자연은 도시만이 내줄 수 있는 아주 작고 특이한 서식지에서 도움을 얻어 길을 헤쳐나간다. 예나 지금이나 도시 식물상이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기능을 지녔다는 것은 식물의 삶이 인류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뜻이다. 매일같이 인공 환경에서 오염 물질을 흡수하고 산소를 내주면서 천연 에어컨처럼 도시 열섬 현상을 조절해주는 고마움은 차치하고라도, 식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을 주면서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지탱하고 있다. 우리는 아수라장 같은 소음과 분주함을 고요하고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수많은 식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야생화라고 부르든 잡초라고 부르든, 하나하나의 식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저마다 하고 싶은 특별한 말을 품고 있다. 그 식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속도를 늦추고 잠시 멈춰 우리 곁에 그동안 쭉 살아온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준다. |
《식물의 도시》는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도시 식물의 가치와 놀라운 능력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이를 위해 18세기 영국의 위대한 식물학자이자 약제사였던 윌리엄 커티스의 책에 실렸던 아름다운 식물 세밀화들을 소환했다. 영국 큐 왕립 식물원에서는 지금도 〈커티스의 식물학 잡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명실 공히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의 식물 관련 정기 간행물로 인정받고 있다.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그린 아름다운 세밀화와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식물학 지식이 어우러진 《식물의 도시》는 보는 즐거움과 아는 기쁨을 동시에 선사한다. 기후 위기, 탄소 중립 등 중대한 과제를 맞닥뜨린 오늘날 도시 식물들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일은 더욱 값진 의미로 다가온다. - 박원순 (옮긴이,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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