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희망을 찾아내는 비범한 재능이요,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서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낭만적인 민감성이었다. 그렇다. 결국에 가서는 개츠비가 옳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 p.11
주말이면 그의 롤스로이스는 승합버스가 되어 아침 아홉 시부터 자정이 넘은 밤중까지 파티 손님들을 태우고 시내를 왕복했고, 그의 스테이션왜건은 기차가 도착할 때마다 손님들을 마중하러 노란 풍뎅이처럼 활기차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면 임시로 고용된 정원사를 포함하여 여덟 명의 하인들이 걸레와 솔과 망치와 전정가위를 들고 간밤에 망가진 곳을 손보느라 온종일 부지런히 일했다.
--- p.71
그는 이해한다는 듯, 아니 이해하고도 남는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우리가 평생 네댓 번밖에 볼 수 없는 희귀한 미소, 상대를 영원히 안심시켜주는 보기 드문 미소였다.
--- p.81
그는 셔츠 더미 하나를 꺼내더니 셔츠를 한 장씩 우리 앞에 내던졌다. 얇은 린넨 셔츠, 두꺼운 실크 셔츠, 고급 플란넬 셔츠가 떨어질 때마다 접힌 부분이 펴지면서 갖가지 색깔로 탁자를 뒤덮었다. 우리가 탄성을 지르는 동안 그는 셔츠를 더 많이 가져왔고, 부드럽고 화려한 셔츠 더미는 점점 더 높이 쌓여갔다. 산호색, 풋사과색, 라벤더색, 옅은 오렌지색의 줄무늬, 소용돌이무늬, 격자무늬 셔츠 들에는 감청색으로 모노그램이 새겨져 있었다. 데이지가 별안간 소리를 지르며 셔츠에 얼굴을 묻고 격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 pp.156~157
그것은 데이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 환상 때문이었다. 그의 환상은 그녀를 넘어섰고 모든 것을 넘어섰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을 가지고 그 환상에 자신을 내던졌고, 그 환상을 끊임없이 키웠고, 자기 앞에 떠도는 화려한 깃털을 모두 모아서 그 환상을 장식했던 것이다.
--- p.161
데이지의 하얀 얼굴이 그의 얼굴로 다가오자, 그의 심장은 점점 세차게 고동쳤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아가씨와 입을 맞추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꿈을 그녀의 덧없는 숨결과 영원히 결합시키면, 그의 마음은 신의 마음처럼 다시는 뛰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래서 그는 소리굽쇠가 별에 부딪쳐 내는 소리에 잠시 더 귀를 기울이며 기다렸다. 그런 다음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닿자 그녀는 그를 위해 꽃처럼 피어났고, 꿈은 현실이 되었다.
--- p.182
개츠비는 재물에 파묻혀 보호되는 청춘과 신비를 의식했고, 새로 장만한 많은 옷들의 산뜻함,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치열한 투쟁을 벗어난 곳에서 안전하고 자랑스럽게 은처럼 빛나는 데이지의 존재를 절실히 깨달았다.
--- p.249
굽이진 선로에 들어서자 열차는 태양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태양은 더 낮게 가라앉으면서, 그녀가 살았던, 그리고 지금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도시 위로 축복의 빛을 펼치는 것 같았다. 그는 공기 한 줌만이라도 움켜쥐려는 것처럼, 그녀가 그에게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주었던 그 도시를 한 조각만이라도 구하려는 것처럼 안타깝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흐려진 눈이 보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었고, 그는 그 도시에서 가장 싱싱하고 가장 아름다운 그 부분을 영원히 잃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 p.255
전화는 한 번도 걸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집사는 낮잠까지 거르면서 네 시까지 전화를 기다렸다─설사 전화가 왔다 해도 전해줄 사람이 없어진 지 한참 뒤에까지 기다린 셈이었다. 개츠비 자신도 전화가 걸려올 것을 기대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전화에 대한 관심을 접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이미 옛날의 따뜻한 세계를 잃어버렸다고, 단 하나의 꿈을 품고 너무 오랫동안 사느라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느꼈음에 틀림없다. 장미꽃이 얼마나 기괴한 것인지, 또한 갓 돋아난 풀잎에 햇살이 얼마나 따끔거리는지를 깨달았을 때, 그는 무시무시한 나뭇잎 사이로 낯선 하늘을 쳐다보며 틀림없이 몸서리쳤을 것이다. 그의 주위에는 새로운 세계, 실재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세계, 가엾은 유령들이 꿈을 공기처럼 들이마시는 세계가 난데없이 떠돌고 있었으리라…… 형체도 없는 나무들 사이로 그를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저 창백한 환영처럼.
--- pp.268~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