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이기는 악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피터 스완슨의 스타일리시한 문체와 정교한 트릭이 만난 페이지터너. 심증은 확실하지만, 증거가 남지 않은 사건 현장에서 다시 한번 살인자 릴리와 손을 잡는 킴볼. 그들은 과연 살인자를 잡을 수 있을까?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뛰어넘는 피터 스완슨의 신작.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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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피터 스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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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속 위기에 빠진 조앤 웨일런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 나를 지목해서 찾아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항상 그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나를 한낱 평범한 교사로, 더 나아가 그날을 그들 인생 최악의 순간으로 만들어버린 어른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조앤은 나를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 p.51 아버지가 좌우명처럼 즐겨 쓰는 말이 있었다. 바로 “뭔가 배우고 나면 나중에 써먹기 위해 항상 뒷주머니에 넣어두어야 한다”였다. 그리고 조앤은 그 말을 충실히 따랐다. 이제 만약 조앤과 리처드가 두 사람이 생각한 일을 실제로 하게 된다면 조앤은 한 소년이 익사했을 때 그와 함께 있었던 소녀로, 즉 비극의 주인공으로 잠시 동안 남게 될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무서우면서도 황홀했다. 그래서 그녀는 해변에서 열리는 파티에 갈 때까지 아직 몇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미리 입고 가기로 계획한 청바지와 후드티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볼 영화를 고르려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 p.116 “아니, 신경 쓰지 마. 나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 가끔은 지루할 때도 있지만, 이제 너를 만나게 되니 전부 다 한결 나아지네. 네가 왜 나를 만나고 싶어 했는지 엄청 궁금한데?” 조앤은 앉아 있던 의자를 리처드를 향해 조금 더 가까이 끌고 가서 몸을 기울였다. “내 남편을 죽이고 싶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 하지만 네 도움이 필요해.” 조앤이 결혼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충분히 예상한 말이었다. “내가 너를 대신해서 남편을 죽여줬으면 좋겠어?” --- p.216 “좋습니다. 내가 당신을 미행한 이유는 테드와 미란다 스버슨 부부의 죽음에 당신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건 부분적인 이유일 뿐이었죠. 사실은 당신에게 완전히 반했기 때문이었어요. 경찰이 나를 해고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죠.” 나는 릴리가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당신 차례입니다. 진실을 털어놔 봐요.” “나한테 반한 것은 큰 실수예요. 나는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나쁜 짓들을 저질렀으니까요.” --- p.227 그뿐만 아니라 조앤은 이제 더 이상 지루하지 않았다. 그녀는 세상이 자신을 걱정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진작에 깨닫고 있었다. 그가 리처드와 함께 두에인 워즈니악을 물에 빠뜨려 죽인 직후에 그 부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경찰에게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했던 밤은 청소년기에 겪었던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였다. 어른들은 모두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앤을 대했다. 마치 그녀가 입 밖으로 내는 모든 말과 뺨 위로 흘리는 모든 눈물로 그들을 지휘하는 것 같았다. 조앤은 두에인의 죽음을 겪고 나자 그 즉시 이전보다 심지어 체조를 하면서 학교에서 제일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었다. --- p.380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작가가 있지. 바로 관찰자와 몽상가란다. 비록 내 책은 사실주의에 기반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몽상가에, 관찰자 기질이 살짝 가미된 사람이야. 세상에는 나 같은 작가들이 굉장히 많아. 순수하게 훌륭한 관찰자인 작가들 이 소수에 속해. 존 업다이크 같은 사람 말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관찰자이지. 반면에 몽상가적 기질은 영 꽝이고.” --- p.476 |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범죄
살인자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자와 손을 잡은 탐정 더욱 지독해진 악을 이기는 악에 대한 탐구 모든 사건은 사립탐정 킴볼의 사무실에 그의 옛 제자 조앤이 찾아오며 시작된다. 그녀는 남편의 외도 조사를 의뢰하지만 킴볼은 영 찝찝하다. 왜 하필 자신을 찾아온 것일까? 기억 속의 조앤은 늘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학생이었다. 수사를 시작한 킴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직감한다. 외도 현장을 급습하기 직전 울린 세 발의 총성, 문을 연 킴볼의 눈앞에 남편과 그의 외도 상대의 싸늘한 시신이 나타난 것이다. 킴볼은 철저히 현장에 조앤이 없었다는 알리바이를 입증해줄 증인으로서 사용되었다. 한편, 남편을 잃은 아내로서 사람들 모두에게 위로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조앤. 이를 악문 킴볼은 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과거 모든 기록을 되짚으며 조앤의 행적을 추적하는 킴볼. 그리고 그 끝에서 이번 살인사건 외에도 그녀와 연관된 두 건의 살인사건이 더 있었음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증거는 없는 상황. 반대로 그녀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만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남아 있다. 마치 계획이라도 된 것처럼. 결국 킴볼은 사건을 같이 해결해줄 조력자를 찾아간다. 바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주인공 릴리 킨트너. 사연을 들은 릴리는 단숨에 조앤이 사건의 숨은 배후임을 알아차리고, 한 가지를 더 지적한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에요. 누군가 한 사람이 더 있어요.” 결국 형사 킴볼과 살인자 릴리는 이번 사건을 함께 해결하기로 한다. “나는 비록 살인을 저질렀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내게는 언제나 그래야 할 이유가, 그래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 피터 스완슨이 현대 스릴러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 작품에서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단순히 범죄와 사건 해결만을 목표로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는다. 피터 스완슨의 작품 중심에는 언제나 금기시되는, 그래서 기준을 흔드는 질문이 버티고 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살려 마땅한 사람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죽여 마땅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용서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착한 살인’이라고 부른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복잡해진다. 살인자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자를 응원하게 되는 모순된 감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라이브러리저널]은 “‘악을 이기는 악’에 대한 등골 서늘한 탐구가 이어진다. 심리 스릴러 애호가들은 이 아름답게 뒤틀린 소설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앞다퉈 나갈 것이다.”라고 『살려 마땅한 사람들』을 적확히 호평했다. 그것이 바로 피터 스완슨의 특장기이다. 어딘가 ‘아름답게 뒤틀린’ 이야기. 쉴 틈 없이 속도감 있게 치고 나가는 소설을 읽어 나가며 독자가 얻게 될 것은 재미와, 그 이상의 것이다. 당신은 살려 마땅한 사람인가요? 『살려 마땅한 사람들』을 출간 이전에 먼저 읽은 국내 사전서평단의 평가도 뜨거웠다. “강한 흡입력과 빠른 진행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어나갔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말하는 ‘살려 마땅한 사람’은 과연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지 고민거리까지 던지는 결말은 완벽한 끝이라 느껴졌다.” “아픈 몸인데도 글의 흡입력 덕에 하루 반나절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짧은 호흡으로 순식간에 진도가 나가는 건 물론 단락마다 인물 시점이 바뀌어 진행되는데, 그 타이밍이 예술이다.” 정통 범죄소설의 진중한 분위기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플롯팅을 통해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진시키는 피터 스완슨을 ‘괴물 작가’라 일컫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또한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건대 그가 출간한 작품 가운데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최상급의 스릴을 선사한다. 현지에서 『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함께 ‘릴리·킴볼 시리즈’라 불리는 이번 작품은 피터 스완슨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신간이,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