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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리는 개 + 해독 일기

엎드리는 개 + 해독 일기

: 특별 세트

[ 전2권, 양장 ]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이동
리뷰 총점9.6 리뷰 11건 | 판매지수 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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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640g | 152*215*30mm
ISBN13 9791192638225
ISBN10 1192638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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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프랑수아즈 사강을 좋아하세요?] 불멸의 청춘으로 기억되는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인생과 사랑의 본질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냈던 이 천재의 두 작품이 김유진·백수린 소설가의 번역과 새로운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그래제본소 펀딩 778% 달성하며, 다시 한번 사강의 인기를 입증한 작품들.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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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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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리는 개』

방에 걸린 거울 앞에서, 그는 냉혹한 표정으로 잠시 동안 자신을 바라보다가 손을 윗옷 주머니에 넣었다.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거울로 향하게 하더니 욕설과 명령의 말을 읊조렸다.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총을 겨냥했다. 금세 평소의 초췌하고 난감해하는 얼굴로 돌아와, 이 태연한 갱스터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사내에게 말이다.
--- p.38

이상하게도, 미친 듯이, 그는 이 침울하고 가혹한 여주인의 발아래 무릎 꿇고 싶었다. 그는 그녀에게 피든 목숨이든 보석이든, 무엇이든 바치고 싶었다. 그녀의 시선을 다시 얻을 수만 있다면, 한 번만 더, 존경과 욕망이 뒤섞인 그 기묘한 표정을…….
--- p.48

마리아는 차갑고 조금은 적대적인 얼굴로 자신을 대면했다. 스푼을 내려둔 손이 턱으로, 머리카락으로 올라갔다. 간단한 동작으로 풍성하게 볼륨을 만들어보았지만, 거기엔 눈에 띄는 흥미도 열의도 없었다. 꼼짝하지 않고 아득히 머물러 있는, 권태와 무관심 그 자체인 얼굴이었다. 그러므로 오만한 눈꺼풀 아래 맑고 단단한 눈에서 너무나 둥글고 응축된 눈물이 아무런 전조 없이 연달아 솟아올랐을 때, 그녀가 느낀 감정은 괴로움이 아닌 놀라움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귓가에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흐르는 눈물을 바라보았다.
--- p.131~132

그가 당황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떤 안도감과도 같은 기분을 느끼며 당황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게레의 수상쩍고 위험스러운 면모, 그녀가 존경하고 거의 사랑하기까지 한 살인자나 싸움꾼으로서의 모습은 사라져버렸고, 선량한 시민이자 근면한 4년차 회계원의 면모가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초라한 야망은 그녀가 스스로에게 증명할 필요가 있었던 얼핏 본 이 사랑의 어리석음과 부질없음의 증거이기도 했다.
--- p.142~143

『해독 일기』

1957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후 석 달 동안 나는 ‘875’라고 불리는 모르핀 대용 약제, 팔피움을 매일 처방받아야 할 정도로 불쾌한 통증의 포로로 지냈다. 석 달 뒤에는 약물 중독 증세가 심해져 전문 의료 시설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입원 기간은 짧았지만 그동안 일기를 썼는데, 며칠 전 나는 그 일기를 발견했다.
--- p.8

나는 남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내게 반하고, 나를 돌보고, 햇볕에 몸을 그을리고, 근육을 하나하나 다시 키우고, 옷을 차려입고, 끝없이 내 신경을 달래고, 나에게 선물을 하고, 거울 속의 나에게 불안한 미소를 지어 보여야 한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 틀림없이 1958년의 어느 행인이 정신분열로 이렇게 천천히 추락하는 걸 막아줄 것이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렇게 있을 것이다.
--- p.43

이 일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한 가지를 더 짚어두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내가 평범한 생각에 그러듯이 죽음에 대한 생각에 조금씩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이 병이 낫지 않는다면 염두에 둘 하나의 흔한 해결책처럼. 나를 두렵게도 하고 혐오스럽게도 하지만 죽음은 일상적인 생각이 되었고, 만약의 경우 직접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슬픈 일이지만 필요한 일일 것이다. 내 몸을 오래 속이는 일은 불가능하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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