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5월 05일 |
---|---|
쪽수, 무게, 크기 | 156쪽 | 228g | 125*205*20mm |
ISBN13 | 9788932041520 |
ISBN10 | 8932041520 |
발행일 | 2023년 05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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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6쪽 | 228g | 125*205*20mm |
ISBN13 | 9788932041520 |
ISBN10 | 8932041520 |
MD 한마디
[오은 시인이 보여주는 ‘없다’와 ‘있었다’ 사이] 책읽아웃 옹기종기의 진행자 오은 시인이 5년 만에 본업으로 돌아왔다. 그만의 고유한 시작법은 물론, 슬픔을 감추고 있는 존재들에게 닿는 시선까지 더욱 깊어졌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무엇을 지시하는지 모를 대명사 속에서도 특별한 이야기들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 소설/시 PD 김유리
https://www.instagram.com/p/Cs82UMhLg-u/?igshid=MzRlODBiNWFlZA==
https://m.blog.naver.com/bbmaning/223117963829
제목에서 쾅!
그냥 번쩍 눈에 띄었어요.
'없음'이 이토록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니 신기했어요.
요근래 시집을 좀 펼쳤더니, 점점 시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커지는 것 같아요.
《없음의 대명사》 는 오은 시인의 시집이자 문학과지성 시인선 585 번째 책이에요.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첫 장에는 '시인의 말'이 적혀 있어요.
"'잃었다'의 자리에는 '있었다'가 있었다."
2023년 봄 , 오은 (3p)
이 책에 실린 시의 제목은 모두 아홉 개예요.
그곳 / 그것들 / 그것 / 이것 / 그들 / 그 / 우리 / 너 / 나
동일한 제목으로 된 여러 시를 읽다 보면 생판 모르는 타인의 이야기에서 주변 지인, 너 그리고 나로 귀결되고 있어요.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건말건 "나와 무슨 상관인데?!"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간혹 있어요. 마치 불행이 자신만 비껴가는 듯 착각하거나, 남의 불행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일 거예요. 그건 이기심보다는 어리석음이라고 생각해요. 저 혼자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세상이에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시인은 '없음'이 원래 '있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네요. 상실의 아픔과 슬픔...
"사람은 고유명사로 태어나 보통명사로 살아간다
제 이름을 대신하는 명사로 분扮해야 한다
그는 자신에게 분해서 허허 웃어버렸다
...
그의 이름은 하염없이 낡아만 갔다 그는 보통명사에서 추상명사가 되었다
사랑처럼 흔하고 희망처럼 귀하지만 삶처럼 끝끝내 막연했다
없음의 대명사처럼
물불 가리지 않았기에 그는 죽음 앞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
똥오줌을 못가렸기에 아기처럼 자연히 의연했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던 순간이 딱 한 번 있었다
그때 그는 웃음을 이해했다고 믿었다 웃느라 한 말에
감히 초상이 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98-99p)
고유명사로 태어나 대명사로 살아가는 사람들,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인 너, 그리고 나.
그들, 그, 너를 익명으로 만드는 대명사는 오히려 특정하지 않아서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대명사... 이 모든 것들을 합친 말을 알고 있어요. 바로 거시기, 전라도 사투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사전에 실려 있는 표준어라고 해요.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않거나 직접적으로 말하기 거북할 때 쓰는 말이에요. 거시기의 '거'는 본래 대명사 '그'인데, 이것이 '거'로 변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거... 뭐지?"라고 애매하게 구는 세상을 향해 시인은 "그건 말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범람하는 명랑, 무표정도 표정이라면 감춰진 것들을 꺼내어 보여주네요. 무엇이 보이나요?
각자의 사물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의미는 누가 부여 했으며 그 의미의 무게는 또 얼마나 클까? 문득 이번에 읽은 오은 시인의 시집 없음의 대명사의 제목을 보면서 혼자서 명하게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거둬들이는 것은 누구이며 무엇일까라는 것입니다.
결국은 사람이 행한 것이 아닐까하는 성급한 결론과 그리고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하는 교만한 생각들,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시집의 제목이었으며 호기심을 가지고 읽은 한 권의 시집이었습니다.
없음의 대명사를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시를 읽으면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 지는 느낌인데 라는 끝없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전체적으로 나만의 고정관념에 싸여 이 시집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느끼면서도 계속된 감성의 속삭임이 있는 한 권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무척 잘 읽히고 어렵지 않은 시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에 대해 끊임없이 적대적 시선을 보내는 것은 아직 여물지 못한 인간으로서 양심이 떨리는 감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자아 반성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쉽게 가볍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들을 이렇게 복잡하게 어렵게 돌아온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고 괜히 눈치를 보게되는 시집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독특한 감각의 시집을 만난 건 처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고 오은이라는 시인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그의 시를 다시 읽어봐야 갰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잘 읽히는 시들이 가득한 시집 없음의 대명사 이었으며 색안경 없이 읽어야 하는 시집이 아닌가 생각이 들게 한 시집이라 하겠습니다.